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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총리로 내정된 김병준 국민대교수가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1층 로비에서 기자들을 만났다. 김 내정자는 '구체적인 입장은 내일 밝히겠다'고 말했다.
▲ 총리 내정된 김병준 교수 2일 오후 총리로 내정된 김병준 국민대교수가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1층 로비에서 기자들을 만났다. 김 내정자는 '구체적인 입장은 내일 밝히겠다'고 말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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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역습일까."

새누리당의 한 비주류 성향 의원이 지난 2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최순실발(發) 개각'에 대해 한 말이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여소야대(與小野大) 20대 국회에서 총리 인준안 통과가 쉽지 않을텐데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라는 질문에 이 같이 '의문형'으로 답했다.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가 아무리 참여정부 때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한 '야권 인사'라더라도 일방적 개각 발표에 대한 반발을 청와대에서 예상 못했을 리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럼에도 강행한 이면에는 박 대통령의 뜻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는 평가였다.

분명, 개각 발표 후 하루 종일 이어진 상황은 박 대통령의 '자충수'로 평가될 만 했다. 야당은 거칠게 반응했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3당은 김 내정자 등 새 국무위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 등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결정했고,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등 야권 대선주자들은 '하야'를 사실상 주장하기 시작했다.

여당 내에서도 반응은 뜨악했다. "천 길 낭떠러지에서 추락하고 있는 나라를 구할 마지막 방안마저 걷어찼다(김용태 의원)"는 개탄과 "야당과는 물론, 여당과의 소통도 없는 일방적 인사 발표는 위기 극복의 해법이 아니다(남경필 경기지사)"는 비판이 나왔다. 이 상황에서 박 대통령을 비호하고 나선 것은 "김 내정자를 부정하는 것은 노무현 정부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한 이정현 당대표 등 일부 친박 뿐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3일 오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인사까지 단행했다. '불통' 개각 비판에 전혀 아랑곳 않은 셈이다. 게다가 김대중 정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을 신임 비서실장으로 택했다. 이를 두고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라고 말했다.

모두 사상 최악의 위기에 처한 박 대통령 입장에서 결코 달가울 수 없는 반응들이다. 앞서 지적했던 예상 못했을 결과도 아니다. 그렇기에 '역습'으로 해석할 대목이 있는 셈이다.

'2선 후퇴' 요구 비틀어 버린 기습 개각

일단, 박 대통령은 자신에게 가해지던 '2선 후퇴' 압박을 교묘히 비틀었다.

앞서 여야는 이번 사태의 수습책으로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공식적으로 이를 제안하지 않았지만 문재인 전 대표가 10월 26일 특별성명을 통해 "(대통령은) 당적을 버리고 국회와 협의해 거국내각을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28일 "박 대통령은 당적을 정리하고 국민의당 의원총회에서도 거론됐던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검토할 때"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30일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박 대통령에게 요구하기로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지도부 결정 전인 28일 김종인·손학규·김병준 등 야권 인사를 총리 후보로 대통령에게 추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야당은 "최순실 사태에 책임이 있는 집단이 마치 거국내각을 주도하는 것처럼 끌고 가려 한다"면서 거국중립내각 방안에 제동을 걸었다. 

거국중립내각을 두고 야3당의 입장이 정확히 일치한 것도 아니었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여당이 총리 후보를 내놓고 민주당을 들러리로 세워서 거국내각으로 포장하려 한 것"이라며 '선(先) 진상규명 후(後) 개각'을 강조한 반면, 박지원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탈당을 전제로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간 회담을 통해 총리를 합의 추천하자"고 제안했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대선 관리를 위한 과도중립내각을 구성한 후 대선을 내년 봄으로 앞당겨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러한 '빈틈'을 정확히 타격했다. 앞서 야당은 국회와의 협의를 통한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주장하면서 야당도 국무총리와 장관 인사에 대한 추천권을 행사할 것을 주장해왔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의 인사권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번 개각을 통해 인사권을 행사했다.

"인사권을 포함한 내치의 권한을 총리에게 부여해 책임총리제를 구현하고 대통령은 외치를 맡는 국정 분담을 하겠다는 뜻"이라는 청와대의 설명도 설득력이 없다. 이미 대통령이 직접 인사권을 행사했고 다른 국무위원들에 대한 인사권을 자신이 임명한 총리와 논의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박 대통령이 국정 주도권을 놓을 생각이 없다는 뜻을 밝힌 것이나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김 내정자가 '책임총리'에 걸맞은 실권을 움켜쥘 가능성이 없다. 총리 인준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재적 의원 과반의 출석, 출석 의원 과반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김 내정자는 국회 과반 이상 의석(171석)을 점하고 있는 야3당에서 청문회마저 거부하는 상황이다. 이미 유사한 사례도 있다. 김종필 전 총리는 과거 김대중 정부 당시 다수당이었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반대로 '국무총리 서리' 딱지를 6개월 이상 달면서 장관 임명도 못했던 바 있다.

'콘크리트 지지층' 재결집 방안? "이제 영수회담 하자고 할 것"

이에 대한 논란이 장기화되는 것도 박 대통령에게 나쁘지 않다. 외견상 국무총리에 참여정부 인사, 대통령 비서실장에 김대중 정부 인사를 앉히면서 대통령이 정치권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면서도 국정공백을 빠르게 해결하기 위한 선택을 했다는 주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호남·야권 출신 인사를 택한 것도 이러한 주장의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적했듯 김병준 내정자와 한광옥 새 비서실장은 각각 참여정부와 김대중 정부의 요직을 지낸 이들이다. 지난 2일 경제부총리와 국민안전처 장관에 내정된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박승주 전 여성가족부 차관은 호남 출신 인사다. 2012년 대선 당시 한광옥 비서실장과 김경재 전 의원 등 호남·민주화 인사를 영입하면서 '100% 국민대통합'을 주창했던 때와 똑같은 방향이다. 

이는 붕괴되기 시작한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재차 다지는 방법이기도 하다. 진정성 논란을 사고 있지만, 박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 본격화 이후 순차적으로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대국민사과(10월 25일)→청와대 비서진 일부 교체(10월 30일)→국무총리 등 일부 개각(11월 2일)→청와대 비서진 인사(11월 3일)'이라는 일련의 흐름들은 박 대통령의 전통적 지지층에게는 충분한 후속조치 이행으로 인식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여당 일각의 요구대로 조만간 추가 사과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형편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 임명 등을 묻는 기자들에게 "두고 봐라. 제가 볼 때는 영수회담 하자고 연락이 올 것이다. 개각을 설득하려고 할 것이고 사과도 안 할 수 없고 검찰 수사도 받겠다고 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정교하지 못한 '역습' 들통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역습'이 정교하게 계산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당장 황교안 국무총리 등이 이번 개각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실제로 박지원 원내대표는 지난 2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오늘 아침 황 총리를 만났고, 정진석 원내대표와는 신라호텔에서 얘기하다가 함께 차를 타고 국회까지 왔다. 그 분들도 총리내정을 전혀 몰랐다"고 전한 바 있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도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 참석하다가 발표 30분 전에야 통보를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개각이 정상적인 시스템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방증하는 셈이다.

김병준 내정자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총리직 제안 시기를 '1주일 전'이라고 얘기했던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박 대통령이 문재인 전 대표의 '거국중립내각' 제안이 있었던 26일 당일에 김 내정자를 즉각 총리로 택했다는 얘기였기 때문이다. 즉, 이번 개각이 누군가에 의해 기획된 '시나리오'의 일부라는 의혹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김 내정자는 이에 대한 질문이 잇따르자 "일요일(30일) 쯤"이라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그가 지난달 31일 대구 <매일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야당이 대통령의 탈당과 최순실 수사를 (거국 내각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지 모른다. 하지만 탈당은 몰라도 미래의 일인 수사를 전제로 하는 것은 무리다"라고 말한 것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현재 야3당은 이미 박 대통령의 직접 수사 수용 요구를 공식화 했고, 여당에서도 비주류(비박) 중심으로 이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김 내정자가 '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를 반대했다는 점은 의미 심장하다. 박 대통령과 김 내정자 사이에 이에 대한 교감이 있었고 지금의 개각으로 이어진 것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호남·야권 출신 인사들을 택했다고 해도 '협치와 통합'을 의미하기 어렵다는 과제도 있다. 한 비서실장은 2012년 대선 때부터 박 대통령을 도와 사실상 박근혜 정부 사람으로 봐야 할 인사다. 그는 전날 오전 열린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박정희 탄생 100돌 기념사업 추진위' 출범식에서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교감을 나누는 듯한 모습을 노출하기도 했다. 김 내정자도 문재인 전 대표 등 친노 주류들과 거리가 멀어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가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박승주 국민안전처 장관 후보자는 참여정부 당시 여가부 차관, 호남 출신인 점이 부각됐지만 사실 여권 성향 '세종로국정포럼' 이사장을 최근까지 맡아왔다.

정교하지 못한 '역습'은 되쳐질 가능성도 예고한다. 정치권의 반발은 예상했던 일이겠지만 결과적으로 정치권을 '강제'할 수 있는 민심은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 내정자와 함께 거국내각의 총리 후보로 거론됐던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는 지난달 31일 "시민들의, 촛불의 힘이 얼마나 세질지 두고봐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 2일 밤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는 1500여 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다. 전국 대학 학생회·학생 단체들이 모여 구성한 '대학생 시국회의'는 같은 날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정권 퇴진을 내건 선포식을 열었다. 오는 5일에도 "내려와라 박근혜"라는 제목의 대규모 집회가 예고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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