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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가 1년여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로 거론되던 이들이 슬슬 출마를 선언하며 분위기가 무르익는 상황이다.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 출판계에도 바람이 분다. 지난 대선 때에는 문재인 후보가 자서전 성격의 책 <문재인의 운명>을 펴냈고, 출마 여부로 귀추를 모은 안철수 후보는 삶과 비전을 담은 에세이 <안철수의 생각>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두 책 모두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특히 <안철수의 생각>은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주목을 끌었다. 다가오는 대선은 아직 1년 넘게 남아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지만, 인물을 알리는 책이든 정책을 담은 책이든, 짧은 만남과 일시적 소통을 넘어 차분하게 정리된 깊은 이야기를 책으로 만나길 기대해야겠다.

트럼프 책이 힐러리 책보다 많이 나온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비하라_트럼프 돌풍 이후의 세계,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 김창준 지음 / 라온북
 트럼프 대통령에 대비하라_트럼프 돌풍 이후의 세계,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 김창준 지음 / 라온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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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파문을 목전에 두고 다른 나라 대통령 선거에 관심을 둘 여유가 있느냐고 물으면 마땅히 드릴 말씀이 없지만, 애초 이 글은 11월 8일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를 다룬 책을 소개할 목적이었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미국도 딱히 한국보다 사정이 나아 보이지는 않는다.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도널드 트럼프는 자신을 후보로 선출한 공화당에서조차 보호를 받지 못하는 모양새다. 그렇다고 힐러리 클린턴이 무난하게 이기는 결과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하니 대통령제가 시효를 다한 것인지, 아니면 대통령에 거는 기대와 대통령이 맡아야 할 책임과 역할을 재정립해야 하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그래서인지 역시 도널드 트럼프 관련 도서가 힐러리 클린턴 관련 도서보다 훨씬 많이 나왔다. 아무래도 궁금증을 반영한 그리고 그를 막아야 한다는 걱정과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 하겠다. 제목과 부제를 보면 이런 분위기를 쉽게 알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비하라, 트럼프 돌풍 이후의 세계,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트럼프 신드롬, 가치와 올바름이 조롱받는 시대>, <또라이 트럼프>에 이어 그가 직접 쓴 <불구가 된 미국, 어떻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인가> 정도를 꼽을 수 있겠다.


HRC 힐러리 로댐 클린턴 / 조너선 앨런 / 와이즈베리
 HRC 힐러리 로댐 클린턴 / 조너선 앨런 / 와이즈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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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관련 도서로는 자서전 <힘든 선택들>과 평전 <HRC 힐러리 로댐 클린턴> 그리고 주간지 <네이션>에 실린 힐러리 클린턴 관련 칼럼을 모은 <힐러리 클린턴은 누구인가?> 정도가 이번 시즌에 맞춰 나온 책이다.

한국에서 관심을 갖는 유일한 해외 선거인 미국 대통령 선거지만, 관련 도서의 판매량은 저조하다. 한국과 미국의 관계와 영향을 고려할 때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바라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 그런 맥락에서 권하고픈 책이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강준만 교수의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이다.

국내 저자가 두 후보를 다룬 책을 따로 펴냈다는 점도 눈에 띄지만, 인물 소개와 단평을 넘어 두 사람에 대한 지지와 비판이 오늘날 미국 사회의 어떤 갈등을 상징하는지 그리고 이런 갈등이 이후 미국 정치를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살펴본다는 점에서, 누가 이기느냐에 무관하게 장기적 이해를 바탕에 두고 살펴볼 책이다.

트럼프와 힐러리의 정치적 의미

도널드 트럼프_정치의 죽음 /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도널드 트럼프_정치의 죽음 /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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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에서 두 책은 제목보다 부제가 중요한데 <도널드 트럼프>는 '정치의 죽음', <힐러리 클린턴>은 '페미니즘과 문화전쟁'이다. 강준만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를 민주주의의 기본 매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 잿더미에서 태어난 불사조라고 평한다.

또한 트럼프와 샌더스는 대중이 기성 정치권에 대해 느끼는 좌절감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똑같은 정치적 현상을 대표한다면서, 이런 현상이 기득권 체제에 대한 집단적 좌절에 기인한다고 분석한다. 그렇다면 비슷한 상황인 한국에서도 트럼프와 같은 인물이 필요하거나 혹은 성공할 수 있을까? 어쩌면 트럼프는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았는지도 모르겠다.

힐러리를 둘러싼 갈등은 정치사에서 훨씬 깊고 오래된 내용들이다. 강준만 교수는 이를 다섯 가지로 설명하는데, 첫째는 진보-보수 갈등의 이념 전선, 둘째는 성차별을 넘어서려는 페니미즘 전선, 셋째는 강한 권력의지 또는 권력욕을 충족시키려는 권력 전선, 넷째는 자신을 아웃사이더로 간주해 좌우를 막론하고 기득권 체제에 도전한다고 믿음으로써 독선을 정당화하는 소통 전선, 다섯째는 고위 공직자로서 공적 봉사와 자신의 리무진 리버럴(부자 좌파를 비꼬는 말로 한국에서 쓰이는 강남 좌파를 떠올리면 되겠다) 행태 사이에 아무런 갈등이 없다고 믿는 위선 전선이다.

힐러리 클린턴_페미니즘과 문화전쟁 /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힐러리 클린턴_페미니즘과 문화전쟁 /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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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가운데 핵심은 페미니즘이다. 앞서 제시한 다섯 가지 전선 가운데 그가 여성이 아니었다면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을 지점도 여럿이고, 그는 최고의 권력을 지향하는 대통령 후보임을 자타가 공인하는데도 지나치게 권력욕이 강하다고 비판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시선은 그가 당선된 후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내내 따라다닐 게 분명하고, 그와 시대가 이를 어떻게 넘어서느냐가 여성 정치인에 대한 새로운 굴레가 될 수도 아니면 해방의 분기점이 될 수도 있겠다.

미국 대선을 살펴보니 잠시 한국을 잊을 수 있어 다행인데, 요즘 한국 사정을 생각하면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든 무슨 상관이겠느냐 싶어 답답해지는 마음이다. 모쪼록 다음 대통령에게는 오래 마음을 나눈 친구가 없기를, 연설문을 미리 읽고 조언해줄 이가 없기를 희망해야 하는 걸까. 개인에게는 너무 가혹한 이야기겠지만, 어쩌면 대한민국의 대통령에게는 꼭 확인해야 할 사안이 될지도 모르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박태근님은 알라딘 인문 MD입니다. 온라인 책방 알라딘에서 인문, 사회, 역사, 과학 분야를 맡습니다. 편집자란 언제나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사람이라 믿으며, 언젠가 ‘편집자를 위한 실험실’을 짓고 책과 출판을 연구하는 꿈을 품고 삽니다.이 글은 월간<참여사회>1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비하라 - 트럼프 돌풍 이후의 세계,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김창준 지음, 김원식 엮음, 라온북(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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