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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2일 오후 총리로 내정된 김병준 국민대교수가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1층 로비에서 기자들을 만났다. 김 내정자는 '구체적인 입장은 내일 밝히겠다'고 말했다.
▲ 총리 내정된 김병준 교수 2일 오후 총리로 내정된 김병준 국민대교수가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1층 로비에서 기자들을 만났다. 김 내정자는 '구체적인 입장은 내일 밝히겠다'고 말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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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한 박근혜 대통령이 이간책(離間策) 전술을 꺼냈다. '책임 총리'라는 이름 아래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과 13일 만에 물러나기는 했지만 교육부총리까지 지낸 김병준(62·경북 고령) 국민대 교수를 국무총리에 지명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야당이 이 분을 부정한다면 노무현 정부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한 것은 이 대표 특유의 과장이 섞여 있기는 하지만, 여권이 '김병준 총리 지명'을 어떤 카드로 인식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시민·사회단체들의 하야·탄핵 주장과는 거리를 두면서 거국중립내각 실현에 의견을 모으고 있던 야권은 이번 개각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며 아예 인사청문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와 함께 문재인 전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하야와 탄핵을 입에 올리기 시작했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촛불집회 참석을 선언했다. 5일과 12일 예정돼 있는 촛불집회의 규모와 열기도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으로선 이번 김병준 총리 지명을 이이제이(以夷制夷)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지금의  민주당과는 소원하지만, 김 내정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에 도전하기 훨씬 이전인 1994년에 지방자치실무연구소를 맡은 이래 지방분권 등 사회정책 분야를 맡아온 '노무현의 정책 설계사'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활약하다 박근혜 정부로 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나 김장수 주중 대사는 야권에서의 비중에서 큰 차이가 있는 인물이다.

국무총리는 국회 인준을 받아야 정식 취임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의 여소야대 의석구도와 정국 상황으로 볼 때 그가 인사청문회와 국회 인준을 정상적으로 통과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박 대통령 측이 이를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다. 그럼에도 이 같은 인사를 한 것은, 지난달 25일 박 대통령의 '2분짜리 녹화 사과' 이후 가동한 '대응 프로그램'의 하나로 보인다. 그 이후 최순실씨와 그의 측근인 고영태씨가 공개적으로 모습을 나타내 자신들을 둘러싼 의혹을 부인하고 나선 데 이어, 최씨가 전격 귀국했고, 이런 가운데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 등 청와대를 개편했다. 그리고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고문단과 전직 총리 등 사회 원로들을 만나 사태 수습 조언을 듣는 모습을 만들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 같은 대응을 주도하고 있는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박 대통령이 이대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가진 것은 분명해졌다.

새누리당까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점과 국회와의 관계를 맡을 정무수석보다 검찰을 맡는 민정수석과 홍보수석을 먼저 채워 넣었다는 점 역시 이와 같은 뜻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안전처 장관 '김병준 추천' 강조... 하지만 경제부총리는 청와대가 호남 출신 기용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경제부총리 후보 지정 관련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경제부총리 후보 지정 관련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 금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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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이번 총리 인사에 대해 "거국 중립내각 취지를 살리기 위해 김 교수를 책임총리로 발탁했다"면서 "총리에게 대폭 권한을 줘 내치를 새 총리에게 맡기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밝혔고, 김 내정자도 "책임총리로서 권한행사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책임 총리제'는 통상 총리가 헌법상 규정된 국무위원 제청권(87조 1항)과 각료해임 건의권(87조 3항)을 실제로 행사하면서 내치를 분담하는 것을 말한다.

김 내정자는 나름의 정책 콘텐츠도 갖고 있고, 2007년에 대선에 나서려 했던 강단 있는 인물이지만, 실제 '책임총리'로 기능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당장 이번 개각에서 청와대는 국민안전처 장관에 김 총리 내정자가 추천한 박승주(64·전남 영광) 한국시민자원봉사회 이사장을 내정했다고 강조했지만, 더 중요한 경제수장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청와대 뜻으로 했다. 호남 민심에 대한 정무적 판단으로 전남 보성출 신인 임종룡(57) 금융위원장을 기용한 것이다.

또 김 내정자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와 국정교과서 도입 문제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생각이 현 정부 노선과 차이가 크다.

더 근본적으로는 박근혜 정권 자체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극심하다. <내일신문>과 디오피니언의 11월 정례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9.2%였다. 조사기관이 다르기는 하지만, 한국 갤럽 조사에서 역대 대통령 최저 기록인 김영삼 대통령의 1997년 4분기 대통령 지지율 6%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김 내정자 자신이 국회추천·야당 적극 협조 강조해놓고

김병준 총리 내정자 블로그.
 김병준 총리 내정자 블로그.
ⓒ 김병준 블로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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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가 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달 29~30일 실시한 조사에서도 대통령 하야(36.1%)와 탄핵(12.1%)에 거국내각 찬성(26.1%)까지 합치면, 응답자의 74.3%가 박 대통령에게 권력을 내놓으라는 의견이었다. 여야 합의로 만들어진 거국내각의 총리라면 '약한 대통령'은 큰 힘이 될 수 있지만 '굴러온 돌'인 그에게는 그렇지 않다.

더불어 국회를 장악한 야권은 유례없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김 내정자 자신도 "현 상황에서 거국내각을 조속히 구성하면 위기 국면 타파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그 선결조건으로 ▲  국회가 전적으로 추천하는 총리 ▲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 ▲  여야의 통 큰 양보 등을 내세웠으나(<동아일보> 1일자) 이 세 조건 중 하나도 채우지 못했다. 새누리당 내 비박계에서 '비판' 수준을 넘어 '지명철회' 주장까지 나오는 이유다.

결국 "박 대통령을 보니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헬렐레한' 총리 한 명 세우고 각료를 몇 명 교체하는 선에서 마무리하려 할 것"이라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난달 31일 '예언'이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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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비선실세' 최순실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입니다. stargazer@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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