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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첩첩산중이다. 최고 권력자의 '비선실세'로 행동하면서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과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국정 전반에 걸쳐서 개입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고, 국가 권력을 사적으로 이용·활용해서 이익을 챙기려 했다는 정황이 여기저기서 포착되고 있다.

국가 권력은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절차에 따라서 행사돼야 하고, 통제를 받아야 하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행사돼야 한다는 기본 원칙이 무너진 것이다. 국가성 자체를 상실할 정도의 권력남용이다. 단지 몇 마디의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만행이다.

최순실의 국정개입이 혼자서 이뤄진 것은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박근혜 대통령과 너무 깊숙이 그리고 내밀하게 연결돼 사실상 대통령을 대신해서 권력을 행사해왔기 때문이다. 국가기관, 소속 공무원, 일반 사기업까지 최순실의 한마디에 숨을 죽이며 그대로 따랐던 이유는 최고 권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설명할 길이 없다.

단지 최순실을 개인으로 생각했던 것이 아니라 대통령과 다름 없는 권력자로, 대통령이 최순실에게 모든 힘을 실어주는 관계를 확인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지 못했던 것이다.

사실 확인 없이 부인... 박근혜는 최순실 국정농단을 용인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월 25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최순실 의혹'에 관해 대국민 사과를 한 뒤 돌아나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월 25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최순실 의혹'에 관해 대국민 사과를 한 뒤 돌아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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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은 박근혜 대통령을 등에 업고 대통령을 대신해서 권력을 행사한 것이고, 박근혜 대통령도 최순실의 그러한 행동을 당연히 알고 있었음이 틀림없다. 그동안 야당이나 일부 언론에서 최순실의 국정개입을 언급하고 비판할 때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강력하게 반박하지 않았던가? 만일 자신이 내용을 알지도 못하거나, 최순실에게 그러한 힘을 실어주지 않았더라면 당연히 민정수석실을 통해서 사실관계를 확인했어야 한다. 사실을 확인하지도 않고 부인하기에 급급했다는 것은 자신이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용인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겉으로 드러난 사실만 보더라도 ① 최순실이 아무런 제약 없이 청와대를 드나들었다 ② 장·차관을 비롯한 고위공무원들의 인사개입에도 상당 부분 관여하였다 ③ 박근혜 대통령의 권력을 업고 기업으로부터 막대한 돈을 뜯어냈다 ④ 자신의 딸을 부정한 방법으로 대학에 입학시키고 학사관리까지 부당하게 개입하였다 ⑤ 각종 이권사업에 개입해서 이익을 챙기려 했다.

최순실의 국정농단도 큰 문제지만 그렇게 권력을 남용하는데도 겉으로 드러난 저항이 없었다는 것 또한 심각한 문제다. 돈을 뜯기는 재벌기업도, 인사상 불이익을 당하는 고위공무원들도, 이권개입이 이뤄지는 기관들도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정상적인 국가가 아님을 나타내는 것이다.

청와대의 민정수석실이나 사정기관에서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그대로 두고 봤다면 당연히 직무유기죄(형법 제122조)를 구성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그러한 정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였다면 그들의 무능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더욱이 오래전부터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었는데, 아무런 확인이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었다면 당연히 형사책임을 면할 수 없다. 비록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대통령의 한마디에 진실확인을 묻어버렸다 하더라도 그들은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최순실 게이트 수사에서 확인돼야 할 것들

미르·K스포츠 재단의 강제 모금과 청와대 문건 유출 등 국정 개입 의혹으로 긴급 체포된 최순실씨가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호송차량에 내려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 최순실, 구치소 호송차량 타고 검찰청사 도착 미르·K스포츠 재단의 강제 모금과 청와대 문건 유출 등 국정 개입 의혹으로 긴급 체포된 최순실씨가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호송차량에 내려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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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수사에서는 다음 사항이 확인돼야 한다. 최순실이 과도한 권력을 행사한 뒷배경이 무엇이었는지, 왜 사람들이 최순실의 말 한마디에 꼼짝달싹을 못하였는지,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대하여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게 기본이다.

최순실과 그 측근들에 대한 수사, 부정입학과 관련해 학교 당사자들에 대한 수사, 문화체육 관련 분야에서 과도하게 권력을 행사한 김종 전 차관, 모든 사태를 파악하고 미리 막거나 조처를 취했어야 할 민정수석실의 직무유기에 대한 수사, 재단을 설립하면서 기업들이 기부금을 내도록 압력을 행사한 안종범 전 수석비서관, 그 이외에도 사실관계를 알았음직한 문고리 3인방(정호성·안봉근·이재만)을 비롯한 청와대 비서진들에 대한 수사가 반드시 그리고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관련자들에 대한 철저한 전방위 수사, 엄정하게 수사하고 잘못에 따라 처벌을 받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으로 가슴에 상처를 입은 국민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유일한 치유방법이다.

최순실 게이트의 특별수사본부장과 법무부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은 수사의 대상이 아니'라고 말한다. 헌법 제84조에서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일정기간 소추를 유예할 뿐 수사를 금지하는 규정은 아니다. 일부 학자는 수사는 소추를 전제로 하는데 소추가 불가능하다면 수사도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헌법 규정으로는 소추가 일정기간 유예될 뿐이고 임기가 끝나면 당연히 소추가 가능하다. 반대론에 의하더라도 수사를 언제 할 것이냐의 문제가 남는 것에 불과하다. 임기 만료 후에는 소추가 가능하고 따라서 수사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임기 만료 후에 수사를 하면 시간이 오래 흘러 증거조사가 어렵거나 증거가 인멸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미리 수사해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반대론의 입장은 대통령의 처벌 자체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헌법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 것이라 매우 부당하다.

박근혜를 수사하지 않고서는... 진실에 다가갈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2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인천시청 앞에서 인천지역 시민단체 회원이 박 대통령을 규탄하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2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인천시청 앞에서 인천지역 시민단체 회원이 박 대통령을 규탄하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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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을 수사하지 않고서는 어떻게 하더라도 진실에 접근할 수 없다. 최순실에게 어떤 권한을 준 것인지,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 민정수석실이나 사정기관에서 최순실의 동태를 파악하지 못하도록 방해했는지, 안종범 전 수석이나 김종 전 차관의 권력남용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등에 대해 당연히 확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수사를 하더라도 구속수사는 불가능하다. 재직 중에는 소추가 유예되기 때문이다.

언론에 드러난 바로는 최순실과 안종범은 자신들의 혐의를 부인하거나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랐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그들의 주장에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에 따라서 적용법조와 처벌의 수위가 달라진다. 박근혜 대통령을 수사하지 않고서는 한 발자국도 제대로 나갈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사실관계의 진위가 문제 될 때 중요한 사람(참고인이라 함)의 진술을 들어야 한다. 그런데 그 사람의 행방을 알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사건처리를 하지 않고 마냥 기다릴 수는 없기 때문에 수사기관에서는 참고인 중지를 하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불가능하다면 최순실과 안종범 등에 대해 참고인 중지를 하든지, 아니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런 법 논리가 법치국가에서 가능하다는 말인가? 최순실 게이트의 시작과 끝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최순실 게이트를 설명할 수 없다. 진실규명을 위해서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

탄핵에도 순서가 있다

'박근혜는 하야하라! 분노의 행진'이 지난 10월 29일 오후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한양대, 외국어대, 강원대, 한림대 등 청년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들은 박근혜 하야, 최순실 구속, 새누리당 해체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민촛불대회가 열리는 청계광장으로 행진을 했다.
 '박근혜는 하야하라! 분노의 행진'이 지난 10월 29일 오후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한양대, 외국어대, 강원대, 한림대 등 청년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들은 박근혜 하야, 최순실 구속, 새누리당 해체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민촛불대회가 열리는 청계광장으로 행진을 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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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시민들과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의 하야를 외치거나 탄핵발의를 주장한다. 하야는 스스로 물러나야 하는 것이고, 탄핵소추는 일정한 절차(대통령의 경우에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헌법 제65조 제2항 후단)를 거쳐야 한다. 그리고 탄핵 발의는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한 때에 한한다(헌법 제68조 제1항).

탄핵발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도 대통령의 위법행위가 무엇인지 먼저 밝혀져야 한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을 통해 탄핵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 또한 사실관계가 명확히 확정돼야 한다. 수사를 통하지 않고는 사실관계를 확정하기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도 자신을 따랐던 측근들이 모든 책임을 대통령에게 돌리는 것을 막아야 하고, 더욱이 대통령 재임기간이 끝나더라도 기소의 위험성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미리 자신을 방어할 필요가 있다.

최순실 게이트는 법치주의와 민주주의가 정착된 나라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만행이다. 국내에서만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관심을 가지고 주시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서 국가신인도와 경쟁력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 국격을 결정짓는 지렛대가 되는 셈이다.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거국내각이나 책임총리 등의 문제는 최순실 게이트를 풀어가는 지름길이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실관계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그리고 관여정도에 따라서 책임을 나눠가져야 한다. 원인을 분명히 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봉책으로 덮으려 하면 국가와 국민들은 불행에서 헤어날 수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타나는 비선실세들, 절차를 따르지도 않고 아무런 통제받지도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행사가 더 이상 용납되지 않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수사를 담당하는 검사들이 실의에 빠진 국민에게 줘야 할 최소한의 위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정범님은 법무법인 민우 소속 변호사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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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변호사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겸임교수(기업법, 세법 등)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범입니다. 공정한 사회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함께 더불어사는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배치되는 비민주적 태도, 패거리, 꼼수를 무척 싫어합니다. 나의 편이라도 잘못된 것은 과감히 비판합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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