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개봉 작품 중에 극장에서 상영되지 못해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정식으로 수입된 영화중에 홈 무비로는 손색없는 영화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말]
 2009년에 개봉한 <좀비랜드>는 국내 스크린으로 소개되지 못한 영화이다.

2009년에 개봉한 <좀비랜드>는 국내 스크린으로 소개되지 못한 영화이다. ⓒ 소니픽쳐스


<좀비랜드>는 지난 2009년 9월에 개봉한 호러 코미디물로 CF감독이었던 루벤 플레셔 감독의 데뷔작이다.

<나우 유 시 미> 시리즈의 우디 해럴슨과 제시 아이젠버그가 이 작품에서 주연으로 첫 호흡을 맞췄고, <헬프>의 엠마 스톤과 <더 콜>의 아비게일 브레스린도 주연으로 출연했다.

개봉 당시 제42회 시체스 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하는 등 나름 평단에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제작비 2360만 달러를 투여하여 개봉 첫 주에만 243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북미에서만 7500만 달러를 벌어들인 이 영화는 전세계 1억 달러의 흥행성적을 거두며, 제작비에 4배 이상의 극장 수입을 거둔 작품이다.

그러나 이런 박스오피스 성적과 호평에도 불구하고 국내에는 개봉에 실패하며 다운로드 서비스와 DVD 그리고 블루레이로 출시되었다. DVD와 블루레이로는 삭제 신과 메이킹 필름, 감독코멘터리 등을 감상할 수 있다.

개성이 넘치는 인물들


영화는 어느 한 청년(제시 아이젠버그)의 나레이션으로 진행된다. 그 청년은 좀비가 득실 거리는 미국을 가로 질러 부모님이 계신 콜럼버스로 향하던 중 탤러해시로 가는 한 터프가이(우디 해럴슨)를 만나게 된다. 나란히 동부로 가게 된 두 사람은 텍사카나까지 함께 하기로 하고 이름 대신 자신들의 목적지를 부르기로 한다. 그렇게 동행하던 두 사람은 한 가게에서 방금 좀비에 물린 여동생을 대신 죽여 달라는 여성(엠마 스톤)을 만나고 콜럼버스는 그녀에게 반하고 만다.

<좀비랜드>에는 자기 색깔이 뚜렷한 캐릭터들이 포진하고 있다. 우선 제시 아이젠 버그의 '콜럼버스'는 '히키코모리' 기질이 다분한 겁쟁이지만, 나름 좀비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자신만의 31가지 생존법칙을 지켜가고 있다. 게다가 과민성 대장 증후군에 걸려 어딜가나 화장실은 필수이고, 희귀하게 광대 공포증까지 있는 다이나믹한 인물이다.

반면 우디 해럴슨의 '탤러해시'는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마초 카우보이로 '트윙키 페티쉬'에 빠진 인물이다. '이달의 좀비 죽이기'를 논하는 걸 좋아하는 좀비학살자이기도 하다. 이런 두 남자를 등쳐먹는 여인들이 있으니 바로 엠마 스톤과 아비게일 베레스린의 '위치타&리틀록' 자매이다. 섹시하고 귀여운 외모를 지녔지만 사실은 남자를 상대로 한 상습 사기꾼들이다.

영화는 이런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 간의 충돌과 호흡을 위트있게 그려내며, 호러는 물론 코미디의 선을 따라간다.

B급, 그 이상의 메시지

 좀비랜드의 생존수칙 No.18 '준비운동하기'. 이 작품은 텍스트의 활용도 돋보인다.

좀비랜드의 생존수칙 No.18 '준비운동하기'. 이 작품은 텍스트의 활용도 돋보인다. ⓒ 소니픽쳐스


좀비물이지만 영화 속 비주얼엔 공포 보단 잔인함으로 인상 쓰게 만드는 장면들이 더 많다는 점이 아쉽다. 하지만 텍스트를 이용한 만화적 요소도 돋보이고, 기념품 가게 때려 부수기와 후반부 놀이공원에서 펼쳐지는 좀비와의 살육전에서 카니발 분위기의 이미지를 캡처해낸 것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할리우드의 미녀배우 엠버 허드와 <고스트 버스터즈>의 빌 머레이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엠버 하드는 좀비연기까지 소화했으며 빌 머레이는 유일하게 이름이 있는 인물로 등장하는데, 다소 황당하게 퇴장한다. (실제로 MTV영화제 '최고의 황당한 순간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빈약한 스토리에 자칫 B급 영화의 감성만 남을 듯하지만 아니다. 영화는 외로움을 자처하던 사람들이 모여 가족처럼 변해가는 과정을 그리며, 인간은 역시 누군가와 함께여야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 <좀비랜드2> 제작이 확정 되었다. 감독은 그대로 루벤 플레셔이며, 각본은 <데드풀>의 자칭 '진짜 영웅들' 렛 리스와 폴 워닉이 맡았지만 캐스팅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1편이 국내에서 미개봉한 터라 2편이 제작되도 미개봉 될 확률이 높아보인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 '호러+코미디' 같은 복합 장르를 좋아하거나, <웜 바디>와 <새벽의 황당한 저주> 같은 코믹 좀비물을 재밌게 분들에게 강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좀비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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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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