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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이 진행중인 철도노조 대전지방본부에서 그를 만났다.
▲ 철도정비노동자 최기환씨 파업이 진행중인 철도노조 대전지방본부에서 그를 만났다.
ⓒ 김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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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고장나면 정비소에 입고한다. 자그마한 고장은 정비소에서 큰 고장은 공업사에서 고친다. 기차가 고장나면 어떻게 할까? 지난 1일 파업 중인 철도차량정비사 최기환씨를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우리가 일하는데를 철도차량지부라고 해요. 쉽게 말하면 경정비를 하는 곳이죠. 크게 고장난 건 정비창에서 수리해요. 정비창은 공업사, 차량은 정비소라고 생각해도 되죠."

차량정비를 주 업무로 하는 그는 차량과 정비창의 차이를 손쉽게 설명해줬다. 차량 정비가 주업무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중, 그의 이야기는 전혀 다르게 흘러간다.

"정비보다 훨씬 중요한 업무가 검수 업무에요. 차량이 정상인지 문제가 있는지를 사전에 점검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장나기 전에 수리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이미 고장이 난 후라면 늦는거죠.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고,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칠 수도 있는 상황이니."

사고가 나기 전에 미리 점검하고,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이야기다.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생명보다 돈을 중요시하는, 이윤창출을 위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나라에서 살다보니 짐짓 새롭게 들리는 부분도 있다.

"2000년 초만해도 대전차량에 300명 이상 근무했는데 김천, 장항, 조치원, 천안에 분소가 있었는데 현재는 천안역주재 말고는 전부 없어졌어요 인원도 110명으로 대폭 감축되었고요 2000년 이후에 계속 줄어들었고 허준영 사장이 5115명 감축할 때도 또한 많이 줄었어요~ 안전이 얼마나 중요한데."

자료제공: 철도노조 대전지방본부
▲ 철도를 정비하고 있는 노동자들 자료제공: 철도노조 대전지방본부
ⓒ 철도노조 대전지방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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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2009년의 경우, 한꺼번에 5115명의 인원을 감축하기로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는 감축되는 인원의 업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외주나 용역으로 넘어가 비정규직만 늘어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그의 말은 300여명 이상이 근무하던 곳이 110명으로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고장이 줄어든 것인가? 업무가 줄어든 것일까? 업무량이 3배로 늘어난 것일까? 업무가 가능한지 물어보니 조금 이상한 답변이 되돌아 온다.

"기본적으로 검수 주기를 조정했어요. 6개월 주기 점검을 10개월로 조정한다든지, 꼭 점검 해야 하는 부분인데, 점검하지 말라고 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안전 문제 때문에 점검하는 사람들은 다 진행을 하죠. 서류 상으로는 안하는 걸로 하더라도."

실제 철도노조는 지난 2011년, 철도공사가 검수 주기를 디젤기관차 1200㎞→2800㎞, 새마을호 동차 2000㎞→3500㎞, 전기동차를 2500㎞→3500㎞로 변경하자, 열차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열차 정비주기 연장계획은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장 특성상 협업이 많아요. 혼자서 고치고, 점검하는 게 아니라 여럿이 함께 일하는 거죠. 그래서 노동자들을 개인으로 갈라놓으려고 하는 성과연봉제 저지 투쟁에도 조합원들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측면도 있고요."

성과연봉제 파업 투쟁에 나선 계기를 물어보니, 업무특성이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주로 한명 두명이 일하는 기관사와 달리 여럿이 팀으로 함께 노동하는 정비업무가 성과연봉제에 더 민감하다는 것이다.

"지금도 차량사업소끼리 경쟁시켜서 사업소별 평가를 진행하고 있고, 이것도 악랄해요. 각 사업소별로 서로 경쟁하게 만들어 한두 명이 잘못해서 영향을 받으면 역적처럼 취급되기도 하고 비인간적인 사무소로 전락하게 돼 매우 고통스럽죠.."

자료제공: 철도노조 대전지방본부
▲ 대전 차량 정비소로 입고되는 차량 자료제공: 철도노조 대전지방본부
ⓒ 철도노조 대전지방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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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협동해서 일해야 함에도 옆에 있는 동료로 인해 손해를 봐야하도록 만드는 성과 평가 제도에 대한 불만은 상당했다. 그리고 이를 더욱 강화시키는 성과연봉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제도라는 설명이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문제가 많은데, 우리끼리는 이런 이야기도 해요. 결국 성과연봉제도 최순실 작품 아니냐고, 재벌들에게 돈 받고, 뭔가는 해줘야하니 그들이 원하던 성과연봉제, 저성과자 일반해고제 등을 강행하려는 것이고, 민간기업에서 강행하기 어려우니 공기업에서 먼저 진행하는 거 아닌지."

파업에 나선 조합원들이 나누는 이야기가 짐작되는 부분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아니라 '박근혜 게이트'라며 정권에 대한 비판도 아끼지 않았다. 11월 1일 둔산 타임월드 앞에서 진행된 "내려와라 박근혜! 대전시민 촛불행동"에도 많은 철도노동자들이 참석했고, 앞으로도 동참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성과연봉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임금 체계 개편이에요. 단순히 철도노조의 싸움이 아니라, 철도노조가 패하면, 공공부문 전반에, 그리고 민간기업까지 이러한 체계가 전파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철도도 질 수 없는 싸움을 시작한 것이고요. 시간이 지나면 더 불편해지실 수 있어요. 이전에 준비로 고장도 적고, 정비도 잘 되었지만, 앞으로 나타날 문제들이 있을테니까요. 하지만, 조금만 더 관심갖고 지켜봐주시고, 응원해 주세요. 꼭 승리하겠습니다! 투쟁!"

시민들에게 지지와 응원을 바라는 마음을 드러내며 대화를 끝맺었다. 철도노조의 외로운 투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그들은 지치지 않고 다음 투쟁을 내다보며 준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철도노조는 앞으로 성과연봉제 저지 투쟁 뿐 아니라, 국정농단 진상규명과 박근혜 하야 투쟁에도 적극 나설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파업 37일차를 맞이하는 11월 2일 현재 철도노조의 파업 상황 해결을 위한 어떠한 시도도 보이지 않는다. 국민들의 관심과 응원이 정치권을 압박할 수 있고, 철도 파업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 될 것이다. 2013년에는 민영화저지를 위해 투쟁했고, 2016년 성과연봉제 저지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우리를 대신해 정권에 맞서 싸우는 철도노동자들을 위한 우리의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태그:#철도 파업, #민주노총, #나가라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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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통일,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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