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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최순실씨가 청와대를 자유롭게 드나들었으며, 극비문서를 열람하고, 대통령 연설문을 수정하는 등 국정에 깊숙이 관여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비선실세로 활동하며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재단을 사유화한 혐의 등으로 현재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을 따르면, 최씨의 국정개입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때부터 최근까지 지속됐으며 그 범위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순실'을 아는 수많은 공무원들은 진실을 감췄다. 2014년 정윤회 의혹을 폭로한 박관천 전 행정관을 제외하면 그 누구도 불법적인 박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를 고발하지 않았다.

지난 이명박 정부 초기, '공직윤리관실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가 터졌을 때 불법 사찰의 주체와 청와대의 증거인멸 행위를 폭로한 장진수 주무관. 장 주무관은 지금도 "공무원은 제보가 기본 책무"라고 외치고 있다. 지난 10월 21일 그를 만났다.

청와대의 불법을 밝힌 '양심 고백'

장진수 주무관
 장진수 주무관
ⓒ 허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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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수사기관도 아니면서 민간인을 대상으로 조사와 미행 등 불법적 사찰행위를 해왔다. 이 사건은 MBC <PD수첩>에서 김종익 KB 한마음 대표가 영화 <식코>의 패러디인 <쥐코> 동영상을 올렸다는 이유로 2008년 국무총리실의 불법사찰을 받았음을 고발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한국노총 간부도 총리실 직원에게 미행당했으며, 청와대가 대포폰을 제공했고, 민간인뿐 아니라 야당 정치인들도 사찰 대상이었음이 밝혀지면서 일파만파로 커졌다.

그러나 검찰은 민간인 불법 사찰이 아닌 증거 인멸을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하였고,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을 주도한 청와대 비서관 등 권력 핵심인사들에 대해서는 수사하지 않은 채 일부 인사만 기소하는데 그쳤다.

장진수 전 주무관은 이 사건 관련 공익제보자다. 2009년 8월부터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실에서 근무하던 장 전 주무관은 민간인 사찰과 그 증거인 하드디스크를 증거 인멸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장씨는 2011년 1월 중앙징계위원회에서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의 최종석 행정관이 대포폰을 주었고 하드디스크를 물리적으로 없애라고 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였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때 오히려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최종석 행정관 등이 여러 명목으로 돈을 건네며 회유하자, 2012년 3월부터 오마이뉴스 '이털남' 등 언론을 통해 청와대가 민간인 사찰과 그 증거인멸을 주도했음을 양심선언 했다.

장씨의 양심선언으로 진상규명 여론이 확산되자 검찰은 3월 16일 특별수사팀을 꾸려 민간인 불법사찰 재수사에 나섰고, 6월 13일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1차 수사 때와는 달리 청와대 관련자들이 추가 기소되었다. 대법원까지 이어진 재판에서 청와대 관계자들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하급직원으로서 지시를 이행한 것에 불과한 장 전 주무관 또한 실형을 면하지 못하고 공무원 '옷'을 벗게 됐다.

장 전 주무관은 2013년에 호루라기재단이 수여한 '2013 올해의 호루라기'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형사 처벌로 파면당한 그를 돕기 위한 모임인 '장진수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2014년에 결성되기도 했다. 그리고 올 7월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의 '공익제보자 생계비 지원 사업(공생 프로젝트)'의 대상자로 선정되었다.

공생 프로젝트는 정부, 기업, 학교에서 벌어지는 부정부패를 제보한 공익제보자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주고자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인권의학연구소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아름다운재단에서 사업비를 지원한 사업이다.

"공무원은 제보가 기본 책무" 

청와대가 민간인 사찰 증거인멸을 지시했다고 고백한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2012년 3월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민주통합당 MB정권비리 진상조사특별위원회 이재화 변호사와 함께 도착한 뒤, 검찰의 소환조사에 앞서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가 민간인 사찰 증거인멸을 지시했다고 고백한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2012년 3월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민주통합당 MB정권비리 진상조사특별위원회 이재화 변호사와 함께 도착한 뒤, 검찰의 소환조사에 앞서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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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제보 결심을 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뭐였나.
"처음 언론을 통해 진실을 고백할 때는, 언론을 통해 내가 지나치게 노출되는 것에 대한 부담과 경제적 고민이 컸다. 그러나 두려운 만큼이나 한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도 힘든 부분이었다. 또한 가족과 사회를 위해서도 자신의 상황을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중 제일 핵심적인 것은 국민들을 위한 것도 아니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사건 관련 사람들의 행동들이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건 이후 이 사람들과 한 몸이 돼서 한평생 살아가는 것이 싫었다. 벗어나지 않고 그대로 있으면 암에 걸려서 죽지 않았나 생각이 들 정도이다. 두려움과 억울함, 분노가 서로 얽혀 복잡한 감정 상태가 지속됐다.

당시 김종배 기자의 "더 이상 잃을 게 무엇이 있느냐"는 설득이 마음을 움직이는 데 큰 요인 중 하나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공익제보를 한다고 해서 얻을 것도 없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래서 고민이 컸고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하루에 몇 번씩 생각이 왔다 갔다 하는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국민에게 진실을 밝히는 것이 공무원의 당연한 도리이고, 그 도리를 다 하는 것이 자식에게 떳떳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큰 애가 당시 초등학생 1학년이었는데 어느덧 중학교 1학년이 되었다. 앞으로 4~5년 지나면 당시 사건에 대해 물어 올 것이다. 떳떳한 아빠가 되고 싶었다."

- 제보를 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가?
"공익제보를 하면 수사기관에도 출석해야 하고 오만 일들이 벌어져서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된다. 왜 이런 일이 나에게 닥친 것일까라는 생각이 지금도 강하게 들긴 하지만 초월한 단계인 것 같다. 지금에 와서는 제보한 것을 후회하지 않고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 사건이 일어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지나갔으면 그저 시키는 대로만 살고 있을 것이다. 회식 등을 통해 흥청망청 어울리면서 술도 많이 먹고 건강을 해치기도 하면서 깊은 고민 없이 그렇게 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사회를 바라보는 안목 등 좋을 것을 많이 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공익제보를 해도 관심 못 받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그렇지 않아서 다행이다. 또한 제보라는 단어보다는 차라리 '내부고발'이라는 표현이 좋다. 내부고발이 부정적인 표현으로 보이지만, 파파라치와 같은 외부고발의 의미를 포함하는 공익이라는 표현이 너무 포괄적이라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부자가 아니고서야 진실을 가장 정확히 알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른 누군가가 자신과 같은 상황에 놓여있다면 본인 스스로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할 것이다. 반드시 제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공무원은 제보가 기본 책무이다. 정치적으로 나서라는 얘기가 아니다. 경제적으로는 힘들더라도 더 행복할 수 있다. 공익제보를 한다고 하더라도 참여연대와 어울리고 사회적으로 활동할 영역이 있다. 큰 걱정할 필요가 없다."

- 같이 근무했던 공무원들과는 연락하면서 지내는가? 불법 사찰 사건에 연루되었던 자들과는 관계가 어떠한가?
"다른 공무원들과는 연락이 단절되었지만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현 정권 하에서 관계를 맺기 불편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먼저 연락하기 곤란한 것도 있다. 외형적으로는 단절되었다. 하지만 국정이 잘못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공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단절이 풀릴 것으로 생각한다.

민간인 불법 사찰 및 증거 인멸에 연루된 사건 관련자들과는 관계가 끊겼다. 현재 어떻게 지내는지도 잘 모른다. 기사를 통해서만 소식을 알고 있다."

- 이번 폭로로 무엇이 변했는지, 아직 어떤 과제가 남았다고 생각하는가
"민간인 불법 사찰 공익제보를 통해서 검찰의 부당한 수사행위가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공무원으로서 상관의 명령에 복종한 증거 인멸의 불법행위에 대하여는 엄정하게 기소하면서도, 후에 발생한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에 대해서는 같은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기소하지 않는)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것은 무엇보다도 검찰의 개혁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 노조 연구원 등을 지낸 것으로 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상관들에게 이용당하고 일생일대의 재판을 호되게 치르고 트라우마가 생겼다. 사건이 종결된 후 얼마 동안은 악몽에 시달리기도 했으며, 분노조절장애까지는 아니지만 주체할 수 없는 화를 자주 냈었다. 왜 그렇게 화를 냈었는지 모르겠다. 2010년부터 5년 동안은 과도하게 예민한 상태로 지냈다. 현재는 참여연대의 인권 중시 차원의 상담을 통해 마음이 편해진 상태이다.

2013년 11월 퇴직하여 10개월 정도 무직으로 있었고 여러 공무원노조와 인연이 되어 두 개의 노조에서 각 1년 정도 계약직 및 상근직으로 근무를 했다. 국정원 댓글 제보자인 권은희 의원 사무실에서 공익제보자 보호 활성화를 위한 업무를 할 기회가 있었으나 집행유예기간이라 함께하지 못했다.

현재 성공회대 NGO대학원에 재학 중이며, 석사 2학기 과정이다. 재미있게 다니고 있다. 하지만 무직 상태가 길어지고 있다. 나는 괜찮지만 집에서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아내가 조그만 가게를 열어 운영을 하고 있으나 많은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참여연대의 지원으로 연말까지 버틸 수 있지만 이후 상황은 어렵다."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과 증거 인멸 사실을 폭로한 장진수(41)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과 증거 인멸 사실을 폭로한 장진수(41)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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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생일대의 사건을 경험한 것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생각한다.
"큰 애가 딸이다 보니까 와이프하고는 이야기를 잘 하기 때문에 사건 진행 당시보다는 조금 더 알고 있다. 하지만 불법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고 있진 않다. 공무원 그만둔 것을 나쁘게 생각하진 않는다. 조금 더 크면 물어 오겠지만 크게 문제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다."

-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 형태로든 경제활동을 해야 할 것이다. 다함께 잘 살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의미 있는 사회적 활동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 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평화, 평등, 자유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있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꾸고 있다. 공익제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도 미흡하다. 이를 강화하는 활동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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