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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의 실체가 드러난 지 만 1주일이 지났다. 설마설마 했던 대통령의 '비선실세'가 확인된 놀라움도 잠시 종류도 무척 다양한 국정농단의 정황이 줄줄이 포착되면서 할 말을 잃었다. 분노를 넘어 감히 가늠하기조차 힘든 수치심·자괴감만 국민몫으로 남았다.

이에 '상수동전략그룹'은 지난 1주일간의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여론의 흐름과 변화양상을 분석해보기로 했다. 비록 현실적 제약으로 완벽한 측정은 어렵겠지만, 그 흐름과 변화양상을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판단이다.

최순실 게이트를 대하는 국민들의 감정변화는 어떤 양상을 보이고 있을까. 조사 대상은 2016년 10월 25일부터 31일까지 네이버뉴스 정치 카테고리 많이 본 뉴스 모바일 기준 상위 30개 뉴스 및 댓글이다.

관심과 반응의 '급'이 다른 최순실

미르·K스포츠 재단의 강제 모금과 청와대 문건 유출 등 국정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가 지난 10월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소환조사에 앞서 취재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최순실, 얼굴 가린 채 검찰 출석 미르·K스포츠 재단의 강제 모금과 청와대 문건 유출 등 국정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가 지난 10월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소환조사에 앞서 취재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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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의 위력은 순위만 훑어봐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7일간 많이 본 상위 30개의 정치 뉴스 중 최순실 게이트 뉴스가 아닌 사례는 단 4건에 불과했다. 특히 10월 26, 28, 29, 30, 31일은 최순실 게이트 관련 뉴스가 순위를 독차지했다.

지난 4월 모든 예상을 뒤엎고 여당이 패배해 놀라움을 안겨줬던 4.13총선에선 선거 다음날인 14일, 단 하루만 총선 관련기사로 도배되는데 그쳤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압도적인 관심이라 할 수 있다. 이 압도적 관심은 조회수에서 더욱 잘 드러난다. 지난 7일간의 평균 조회수는 44만7610회로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전(평일 기준 11만 회 전후)의 4배를 넘겼다.

주말의 경우 정치 카테고리의 특성상 평일의 60% 수준으로 조회수가 떨어지는데 10월 29일(토)은 무려 46만7909회로 평소 대비 7배에 달했다. 사람들의 주말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칠 만큼 최순실 게이트는 위력적이었다.

반응도 재미있다. 댓글의 경우 조회수 대비 1.15%로 최순실 게이트 이전(1.2~1.3% 수준)과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지만, 절대적인 수치는 기사당 5000회를 넘기는 수준으로 폭증한 조회수와 비슷하게 평소의 4배에 육박했다.

특이할 점은 최순실 게이트 이전(전체 19%, 정치 카테고리는 그보다 낮을 것으로 추정)에 비해 여성의 참여비율이 높아졌고, 이마저도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N포털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기사 수치모음
 N포털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기사 수치모음
ⓒ 상수동전략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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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대로 분석해보면 30, 40대의 관심도가 두드러진다. 댓글 분포는 대한민국 국민의 연령별 분포와 매우 다르다(한국의 연령별 분포는 10대 13.8%, 20대 13.7%, 30대 16.2%, 40대 17.1%, 50대 이상 30.0%).

50대 이상은 오프라인 환경에 익숙하고 10대는 초등학생 이하 연령의 참여율이 낮다. 20~40대 연령층이 과대 부각된다는 점과 정치 카테고리라는 점을 감안해도 평상시의 구성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앞서 성별 분석에서 여성의 참여비율이 무척 두드러졌다는 점을 미루어 짐작해보면 최순실 사안에 대해서 장년층 여성의 관심이 비교적 높다는 추론도 가능해 보인다. 베스트 댓글에 대한 공감비율 역시 일별로 편차는 있었지만 4% 초중반을 꾸준히 유지했다. 평소의 2% 초반에 비하면 대단히 활발한 반응이었다.

추세로 보는 여론의 흐름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여론의 흐름을 도식화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여론의 흐름을 도식화
ⓒ 상수동전략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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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관련 보도에 대한 조회수와 그에 대한 반응을 나타낸 그래프다. 각 지표에 대한 평균치를 1로 뒀을 때 그에 따른 비교치를 나타낸 것으로, 이슈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그에 따른 반응도로 이해하면 된다. 중점적으로 볼 부분은 패턴의 형태다.

여론의 파동은 여러 가지 분류법이 있지만 최초 큰 파동이 형성되고 점차 작은 파동이 형성되면서 사라지는 '폭발형', 주요 미디어 여론의 추이에서 관찰되는 것과 같이 이슈가 제기되고 의견이 확산되다 점차 소멸되는 '잠재형', 높이와 폭이 일정한 파동이 계속 형성되는 '반복형'으로 나눠 볼 수 있다.

파란색으로 표시된 대중의 관심은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실세를 인정하면서 발생한 최초 파동 이후 비교적 꾸준하게 반복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이는 매일매일 새로운 의혹과 기사가 쏟아지면서 파동이 구성되는 부분도 있지만 추가적으로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이 파동마다 새롭게 생성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갈색으로 표시된 댓글의 비율은 최초 큰 파동이 형성되고 점차 작은 파동이 형성되는 폭발형의 패턴을 보였지만 최순실 귀국 이후 다시 상승하는 모양을 보이고 있다. 댓글이 사안에 대한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감정과 의견 표출의 창구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시 수그러들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수그러든다'는 표현은 초기의 폭발력에 비해 그렇다는 것이며, 절대적으로는 평상시보다 높은 수준의 파동이 유지될 소지가 크다.

초록색으로 표시된, 댓글에 대한 공감도는 대중의 관심도와 적극적인 감정 표출의 중간지대에 위치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직접적인 댓글에 비해 공감은 간접적이며 수렴적 색채가 강하다. 최초 파동에서 주 후반기로 갈수록 대중의 감정이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간접적인 공감의 형태로 드러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게 아니냐는 가설도 성립 가능하다. 물론 여기엔 간접적으로 공감을 표하는 의견이 어떤 형태로 변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적 분석을 겹쳐볼 필요가 있다.

감정 흐름으로 들여다 본 여론의 변화양상

7일간의 댓글 키워드를 공감도 가중치 적용 후 텍스트마이닝 처리 ·분류 결과. 
분노와 허탈감에 부실수사에 대한 우려가 더해지고 있다.
 7일간의 댓글 키워드를 공감도 가중치 적용 후 텍스트마이닝 처리 ·분류 결과. 분노와 허탈감에 부실수사에 대한 우려가 더해지고 있다.
ⓒ 상수동전략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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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래프는 지난 7일간의 최순실 게이트 기사 중 베스트 댓글 키워드를 공감도 가중치 적용 후 텍스트마이닝 기법으로 처리·분류한 결과다. 앞의 파동그래프처럼 공감도 평균치를 1이라고 했을 때 각각의 카테고리에 표했던 공감의 크기를 나타냈다.

변화의 양상을 살펴보는 데는 크게 무리는 없겠지만 쏟아지는 반응을 전수조사하지 못했다는 죄송스러움에 미리 양해의 말씀을 구한다. 일별로 진행된 대표 사건에 따라 대중의 반응이 확연히 달라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드러난 대중의 감정을 지배하는 정서는 파란색, '분노'와 '허탈'이다. 이 사안을 접하는 국민들의 심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대표 사건에 따라 등락은 있지만 측정된 분노와 허탈의 크기는 압도적인 수준이다(평균 12.73, 최대 18.3).

추세선 상으로는 다소의 하락세가 나타나지만 당장의 의미를 부여할 수준은 아닌 걸로 보이며, 분노보다는 허탈감으로 분류되는 반응이 안정적으로 나타났다. 대중의 관심도가 유지되는 한 최순실 게이트로 유발되는 불쾌한 감정, 구체적으로 분노보다는 허탈감이 오래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검찰에 대한 불신과 부실수사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는 점도 눈길이 가는 대목이다(최소 0.54 → 최대 15.52). 편차가 큰 분노와 허탈의 감정과는 달리 불신과 우려가 차지하는 비중은 확연히 높아지고 있다. 문체부 부실 압수수색 의혹과 지난 주말의 최순실 입국 과정에서 즉각 신병을 확보하지 않는 데 대한 비난과 우려가 그대로 반영되는 모양새다. 평소 국민들이 가지는 검찰에 대한 신뢰의 수준과 이번 사안에 대한 관심도가 상승 추세선에 복합적으로 담긴 셈이다.

종합해보면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대중의 목소리는 초기 '분노'에서 게이트에 대한 합리적이고 납득할 수준의 '수사 여부'에 점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수사결과와는 별개로 반복적 패턴을 보이는 대통령 처벌(하야, 탄핵 포함)에 대한 요구는 일정하게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수사 결과에 따라서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올 개연성은 충분해 보인다.

무척 분노하고 있다... 다만 겉으로만 드러내지 않았을 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월 25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최순실 의혹'에 관해 대국민 사과를 한 뒤 돌아나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월 25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최순실 의혹'에 관해 대국민 사과를 한 뒤 돌아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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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주일간 최순실 게이트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감정 변화는 겉으로 드러나는 표현방식에서 약간의 변화가 있었지만, 내용면에서는 냉정을 되찾으면서 한층 날카로워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최순실 게이트의 향방을 쥐고 있는 검찰을 비롯하여 민심을 전혀 읽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청와대와 여당, 정치적 계산에 골똘한 야당 모두에게 참고가 되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현실적 제약에 따른 아쉬움과 함께 어디선가 전전긍긍하며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을 '그 분'에게도 상수동전략그룹의 분석자료가 좋은 참고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덧붙이는 글 | 정치를 숫자로 풀어내는 상상력, 상수동전략그룹에 함께 게제됩니다



태그:#국민 여론의 흐름, #상수동전략그룹, #최순실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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