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플릿> 포스터.

영화 <스플릿> 포스터. ⓒ 오퍼스픽쳐스


도박 볼링을 전전하는 전직 국가대표 선수와 정신지체 청년의 만남. 영화 <스플릿>의 기본 이야기 골격이다. 패배주의에 빠진 망가진 사내 철종(유지태 분)과 부모에게 버림받았지만 볼링 천재로 새롭게 인정받는 영훈(이다윗 분)의 사연이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올까.

오는 10일 개봉에 앞서 지난 10월 31일 언론에 선 공개된 영화 <스플릿>은 이처럼 간단한 이야기 구조와 캐릭터를 토대로 편한 오락 영화를 추구한다. 거칠게 말하면 영화 소재로 쓰인 스포츠 종목과 도박의 결합이 생소하다는 걸 제외하면 이야기 구조 자체는 새로울 게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를 유지태, 이다윗, 그리고 이정현이 연기한다. '배우의 얼굴이 또 하나의 미장센'이라는 영화계 고언을 들자면 충분히 익숙한 설정을 신선하게 포장할 면면들이다.

우연히 만난 볼링장의 청년

영화는 특별히 가난한 자들이 성공하거나 거대 악을 통쾌하게 부수진 않는다. 대신 사회에 떨어져 고독을 강요당한 이 사회 패배자들이 서로를 이해하며 관계를 쌓아가는 것에 집중한다. 오히려 큰 빚을 갚기 위해 도박판에서 이겨야 하는 당위는 부수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스포츠와 도박이 만났지만 승부가 중요한 게 아닌, 영화 속 인물이 갈등하고 그걸 해소하는 과정 자체가 주제다.

이런 선택이 영화를 뻔한 신파나 평범한 오락물로 흐르지 않게 하는 한 수였다. "우연히 볼링장에서 게임을 치던 한 정신 지체 청년의 모습이 모티브였다"고 최국희 감독이 밝혔듯 영화는 실제가 아닌 가상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적어도 파편화 된 인물들 각각은 현실감이 있었다. 장르 특성 상 과장된 부분이 있었지만 흐름을 깰 정도로 튀지는 않는다.

여기에 캐릭터 연기에 능한 정성화가 앞서 언급한 세 인물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등장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두꺼비라는 별명의 사내는 철종의 오랜 라이벌이자 한 번도 그를 이기지 못한 인물로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다. 시종일관 철종에게 비아냥거리며 괴롭히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진짜 싫은 사람이라면 권력을 이용해 조금씩 괴롭히려는 게 나쁜 사람들 습성"이라고 설명한 정성화의 말처럼 두꺼비는 영화에서 주요한 난관을 주인공들에게 부여하는 중요 캐릭터로 작용한다.

 영화 <스플릿>의 한 장면.

영화 <스플릿>의 한 장면. ⓒ 오퍼스픽쳐스


배우들은 각각 독립영화와 상업영화에서 저마다 족적을 남겨온 프로들이다. 가수에서 배우 활동까지 영역을 넓힌 이후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정현과 여러 드라마와 단막극에 출연해 온 이다윗 역시 나이에 비해 큰 내공을 가진 배우다. 유지태 또한 청춘의 아이콘에서 벗어나 지평을 확장해왔다. 연출자로서의 능력 또한 인정받고 있다. 한 영화에서 쉽게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이들이 뭉쳤다는 점은 <스플릿>의 중요한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물론 모든 지점이 미덕으로 남는 작품은 아니다. 캐릭터의 사용 면에서 악당들이 소모적으로 쓰였다는 것, 중후반부까지 이야기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얽히지 않는다는 점은 흠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53억 원의 중‧저예산으로 이만한 집중력을 보였다는 건 충분히 인정받아 마땅하다. 모 아니면 도식의 한국영화시장에서 이러한 도전은 꾸준히 진행돼야 한다.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더욱이 이런 영화일수록 완성도는 필수다.

한 줄 평 : 현실이 참담하니 악당들마저 귀여워 보이는 효과가 있다
평 점 : ★★★(3/5)

영화 <스플릿> 관련 정보

제작 : 오퍼스픽쳐스
제공 및 배급 : 오퍼스픽쳐스
감독 : 최국희
크랭크인 : 2016년 4월 2일
크랭크업 : 2016년 6월 13일
러닝타임 : 121분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 2016년 1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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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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