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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하야하라" 부산 시국집회
 "박근혜는 하야하라" 부산 시국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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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단체와 집회의 명칭을 알리는 걸개도, 협소하고 얕으막한 무대도, 변변한 음향도 없었다.

사전에 '이런 집회를 하겠다'고 알리는 그럴듯한 웹자보 공지 조차 없었지만 10월 31일(월) 저녁 19:30, 서면 태화 옆 도로는 '박근혜 하야'를 원하는 부산시민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지나던 시민들은 "이래라도 해야지 안그모 살긋나!"(이렇게라도 해야지 안 그러면 살 수 있겠나)라며 동조의 박수를 보냈다.

조직된 단체들의 집회에서는 볼 수 없었던 구호도 등장했다. 아리랑 목동의 첫 부분을 개사해 "하야~ 하야하야~ 하야하야하야해~"라고 외치거나 리버스 오브 바빌론(Rivers of Babylon)을 개사한 노래 구호들을 이용, 처음 참가한 시민들도 부담없이 따라할 수 있었다.

백남기 부산대책위 상황실장 전위봉
▲ 사회 백남기 부산대책위 상황실장 전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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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부산대책위의 전위봉 상황실장은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들을 보니 대한민국을 올바로 세울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든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할 거라 확신한다"고 집회의 시작을 알렸다. 또한 "박근혜에게 면죄부를 줄 검찰의 수사결과가 나온다면 국민들이 용서치 않을 것이며 우리는 승리할 때까지 싸울 것"이라 말했다.

첫 순서로 노래공연을 준비한 부산 민중의꿈 여성본부 회원들은 캐롤 펠리스 나비다(Feliz Navidad)를 개사한 '그네는 아니다'란 노래로 큰 박수를 받았다.

참고로 이 노래는 성주·김천의 빌보드차트 1위를 4개월째 달리고 있다.

부산 민중의꿈 여성본부 회원들의 '그네는 아니다'
▲ 노래공연 부산 민중의꿈 여성본부 회원들의 '그네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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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는 아니다 그네는 아니다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도 그네는 아니다. 사드는 아니다 사드는 아니다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도 사드는 아니다. 평화를 위협하는 사드배치는, 생존권 위협하는 사드배치는, 평화를 파괴하는 사드배치 정말 아니라고"

할로윈데이에 캐럴을 부르며 즐거워 하는 부산 시민들
 할로윈데이에 캐럴을 부르며 즐거워 하는 부산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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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이 이어졌다. 아래는 참가자들의 발언을 간추린 것이다.
대학생 김주연, 민주노총 부산본부장 김재하, 외과의사 정운용
▲ 현장발언 대학생 김주연, 민주노총 부산본부장 김재하, 외과의사 정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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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한 벡스코에서 박근혜 하야를 외치며 기습시위를 벌이다 연행당한 학생이다. 경찰서에서 나와보니 당시 영상이 유튜브 핫이슈로 올라 있더라. 까도 까도 양파처럼 계속 나오는 비리에 분노가 터져 올랐었다. 민중들의 분노를 전달하고 싶었다. 연행된 것은 학생들이지만 정작 조사 받아야 할 사람은 박근혜와 최순실이다. 11월 3일 학생의 날에 시국선언도 준비하고 있다. 대학생들은 진실과 정의를 위해 계속 싸울 것이다." (대학생 김주연)

"새누리당은 최순실을 도려낸 후 권력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그들이 최순실을 몰랐을까? 다 알고 있었으면서 모른 체하고 있다가 민중들이 일어서니 화들짝 놀라 최순실과 박근혜를 공격하고 있다. 그들이 한통속임을 우리는 다 안다. 그런 새누리당이 특검을 요구하고 있다. 특검 하자. 단, 박근혜 하야 후 대통령 새로 뽑아서 특검하자. 거국내각? 그것도 좋다. 마찬가지로 박근혜가 하야한 다음 공정한 선거관리 체계 꾸려서 하는 거국내각이면 찬성한다. 우리는 박근혜가 하야할 때까지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밀어 붙일 것이다. 매일 이 곳에서 만나자." (민주노총 부산본부장 김재하)

"이 자리에 학생들이 많이 나와 있는 게 참 고맙다. 고등학생들에게도 투표권을 주어야 한다. 권력의 비리가 연이어 터지니 무지랭이 같았던 민중들이 이 나라의 진짜 주인임이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 게이트를 보며 한국 사회의 마지막 남은 전근대성이 무너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근혜 하야는 끝이 아닌 시작이다. 오는 11월 12일 민중총궐기로 노동자와 농민들이 앞장서 박근혜를 하야시킬 것이다. 그래서 고등학생들도 투표할 수 있고, 노동자와 농민의 대표들이 국회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박근혜 하야는 이 모든 일의 시작일 뿐이다." (외과의사 정운용)

발언자들의 이름을 미처 물어 볼 겨를도 없이 현장발언 신청이 쇄도했다.

23세 청년, 19세 고등학생, 21세 대학생, 민족문제연구소 부산지부 사무국장 이우천
▲ 현장발언 23세 청년, 19세 고등학생, 21세 대학생, 민족문제연구소 부산지부 사무국장 이우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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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SNS에서만 지지표명을 했었는데 도저히 안 나올 수 없어서 나왔다. 또한 아직 군대를 안 갔기 때문에 여기 같이 온 형이 발언하지 말라고 말렸는데 참을 수가 없어서 나왔다. 우리 나라는 지금 너무나 상식적이지 않다. 우리는 대통령에게 국민의 권리를 잠시 빌려준 것 뿐이다. 공부 많이 하고 머리 좋다는 사람들이 모인 청와대, 검찰들이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이런 말 하는 것이 사실 무섭지만 '나이 먹고 그러지 마!' 꼭 외쳐주고 싶었다." (23세 청년)

"열아홉살이고 고등학생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울분이 차올라 얼굴을 가리고서 나왔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이대를 갔다. 언제까지 흙수저만 고통받아야 하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국민들의 손으로 꼭 만들자." (19세 고등학생)

"이런 자리에 서 본적이 없어서 너무나 떨리지만 나왔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무가 썩고 있다. 지도자는 국민들의 안위를 생각하지 않고 꼭두각시처럼 놀아났다. 국민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무의 뿌리이다. 썩은 가지를 잘라내고 새순을 틔우는 일, 국민들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1세 대학생)

"4.19혁명 이후 이승만은 하야했지만 처벌받지 않았다. 남은 여생을 하와이에서 편히 보냈다. 우리는 박근혜를 그렇게 보낼 수 없다. 반드시 책임을 물어 처벌해야 한다. 처벌을 검사, 판사, 새누리나 보수야당에게 맡기지 말고 우리가 그 책임을 지자. 국민들의 힘으로 하야와 처벌 꼭 하자." (민족문제연구소 부산지부 사무국장 이우천)

현장발언을 마친 후 행진을 시작했다.

거리에서 마주친 부산시민들은 박수와 환호로 행진단을 응원했고 핸드폰으로 영상과 사진을 찍으며 관심을 표했다.

지난 해 복면시위 이후 집회현장에서는 처음 만나는 종편을 비롯해 각종 언론사의 취재열기가 뜨거웠다.
 지난 해 복면시위 이후 집회현장에서는 처음 만나는 종편을 비롯해 각종 언론사의 취재열기가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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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Rivers of Babylon'을 '순실의 박근혜'라 개사해 부르며 서면 거리를 행진하는 참가자들
 'By the Rivers of Babylon'을 '순실의 박근혜'라 개사해 부르며 서면 거리를 행진하는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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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세 개 차선을 점거한 '박근혜 하야' 행진단
 도로 세 개 차선을 점거한 '박근혜 하야' 행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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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와 환호로 지지를 표현하는 부산 시민들
 박수와 환호로 지지를 표현하는 부산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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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집회 처음부터 행진 끝까지 함께 한 학생들
 시국집회 처음부터 행진 끝까지 함께 한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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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부터 '혹시 박근혜 하야 시위 하느냐'는 문의 전화가 민주노총 부산본부로 쇄도했었다.

피켓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고등학생도 있었다.

오늘 시국집회에는 책가방에 인형 매달고, 추워서 교복 위에 체육복을 껴입은 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내일도, 모레도 '박근혜 하야 부산 시국집회'는 19:30 서면 태화에서 계속된다.


태그:#박근혜_하야, #시국선언, #최순실, #비선실세,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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