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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늦가을로 접어들 즈음, 고흥 시골에서는 산국이 논둑에 핍니다.
 늦가을로 접어들 즈음, 고흥 시골에서는 산국이 논둑에 핍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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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내 푸르던 들은 가으내 노랗습니다. 한가을이 깊으면서 노란 들은 차츰 사라집니다. 잘 익은 벼를 베어내어 노랗게 가득하던 들마다 빈들로 바뀌어요.

바람 따라 솨락솨락 노래하며 춤추던 나락이 사라지는 들은 텅 비면서 새로운 빛이 됩니다. 곧 가을 끝자락으로 접어들고, 머잖아 겨울로 들어설 텐데, 차츰 겨울빛이 곳곳에 나타납니다.

가을 들길을 걷다가 달립니다. 새삼스럽게 달라진 빛물결을 잔뜩 받으면서 걷다가 달립니다. 두 팔을 벌리면서 달리고,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리면서 달립니다.

여름들. 푸른 빛물결
 여름들. 푸른 빛물결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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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들. 누런 빛물결로 바뀝니다.
 가을들. 누런 빛물결로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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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들을 거닐며 놉니다.
 가을들을 거닐며 놉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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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처럼 날갯짓을 합니다. 잠자리처럼 날갯짓을 하고요. 제비처럼 날갯짓을 해 보기도 하면서 차츰 비어 가는 들길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한가을 바람은 노란 바람일까요. 늦가을 바람은 누런 바람일까요. 구월에서 시월로 넘어설 즈음에는 차츰 노랗게 물들다가, 시월에서 십일월로 넘어설 무렵에는 차츰 허옇게 물듭니다.

"보라야, 하늘을 나는구나." "응, 난 비행기가 되었어. 슈우우우."

마음껏 달릴 수 있는 들길
 마음껏 달릴 수 있는 들길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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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다가 멈추어 꽃을 본다
 길을 가다가 멈추어 꽃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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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기놀이를 하며 들길 누리기
 잡기놀이를 하며 들길 누리기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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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다리로 머리로 온몸으로 바람을 가르며 시골마을 가을은 호젓합니다. 이 가을길을 달리고 걷다가 문득문득 멈추어요.

"노란 꽃아, 너 꺾어도 되니?" 작은아이 곁에 다가가니 시월 끝자락에 돋는 산국을 톡 꺾습니다. 큰아이도 동생 곁에 서서 산국을 똑 땁니다. "얘들아, 우리가 늦가을에 따서 햇볕에 말린 뒤 차로 끓여서 마시는 꽃이야." "그래? 생각 안 나는데."

들길을 펄쩍펄쩍 뛰어오르면서 달리기
 들길을 펄쩍펄쩍 뛰어오르면서 달리기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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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과 하늘이 곱게 어우러지는 시월입니다.
 들과 하늘이 곱게 어우러지는 시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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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에 누린 산국차를 못 떠올리는군요. 그러나 십일월로 접어들면 흐드러질 산국을 신나게 훑어서 햇볕에 잘 말려 겨울에 따뜻하게 차로 끓여서 마시면 그때에는 비로소 "아, 그래! 마셔 봤어! 냄새 좋아! 생각나!" 하고 외치겠지요.

억새 씨앗이 하얗게 맺힙니다.
 억새 씨앗이 하얗게 맺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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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둑에 핀 산국을 꺾으며 놀기
 논둑에 핀 산국을 꺾으며 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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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국 냄새 어떠니? 지난가을이 떠오르니?
 산국 냄새 어떠니? 지난가을이 떠오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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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길을 마음껏 달리며 놉니다
 이 가을길을 마음껏 달리며 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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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글쓴이 누리사랑방(http://blog.naver.com/hbooklove)에도 함께 올립니다.



태그:#시골노래, #고흥, #시골살이, #가을길,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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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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