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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9일 18시 청계광장 집회에 참석했다


한편의 드라마가 따로 없다. 현 시국을 두고 하는 말이다. 소설 작가가 일부러 이야기를 이상하게 만들려고 만들어도 뭐 이런 각본이 있냐며 독자들은 욕할 것이다. 하지만 이 믿기 힘든 이야기가 현재 우리나라 최정상에서 벌어지고 있다.

국민들은 분노했다. 성격 좋은 신사라도 뒤통수를 한두 번 얻어맞으면 웃으며 넘어가겠지만 세 번이나 연속해서 맞으면 참기 쉽지 않을 것이다.

평소 정치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지 않는 저자도, 국민들도 그러하다 더 이상 참고 보기가 힘들었다. 관심을 가지고 싶지 않아도 연일 메인 기사로 맨 처음 뉴스에 뜨는 이야기가 어지러운 국정 이야기니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그들은 거리로 나왔다.

고등학생들도 펜을 두고 거리로 나와 집회에 동참하고 있다.
▲ 지금 공부가 중요한가요? 고등학생들도 펜을 두고 거리로 나와 집회에 동참하고 있다.
ⓒ 배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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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나온 국민들 중에는 저자보다도 나이 어린 청소년들이 눈에 띠었다. 학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거리로 나와 집회에 참여하고 있었다. 집회에 참여한 그들의 모습에 대견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미안했다. 학업에 열중하며 친구들하고 놀러 다니며 좋은 추억을 쌓아도 모자를 이 시간에 그들은 거리로 나왔다. 공부를 해야 할 펜으로 박근혜 정부 퇴진을 요구하는 피켓을 만들고 촛불 물결에 일부가 되어 동참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중.고등학생들이 거리에 있었는데 나는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경찰들과 시민들이 대치해 아비규환이 상태에서 자칫 휩쓸려 다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몇몇 청소년들을 비교적 안전한 인도 쪽으로 데려다 주었지만 그들은 얼마 되지 않아 두려움 없이 다시 행렬로 들어갔다. 이 굳건한 의지의 학생들을 보며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의 미래는 밝다고 확신했다.

수능이 20일도 안남은 시점에 학생들은 공부보다 나라 걱정이 더 앞선것 같았다.
▲ 대학입시보다 중요한 것은.. 수능이 20일도 안남은 시점에 학생들은 공부보다 나라 걱정이 더 앞선것 같았다.
ⓒ 배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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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게!

시위 전 경찰청은 시위 참가 인원이 4000여 명이라고 예상했지만, 그 수치는 당연히 넘을 것 같았고 시위장엔 3만 명쯤 온 것 같았다.

국민들은 모두 하나되어 박근혜 정부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 국민들의 염원을 담은 촛불 국민들은 모두 하나되어 박근혜 정부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 배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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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는 추웠지만 함께하는 시민들을 보며 전혀 춥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행렬 안에 껴있다 보니 평화시위를 와해시키려는 폭력적인 분들이 보였는데 앞으로 집회에 참가하거나 행렬에 동참하실 계획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꼭 참고해 주셨으면 좋겠다. 대치하는 상황이야 어쩔 수 없지만 이미 방어벽이 무너져 후퇴하는 의경들을 아무 이유 없이 밀치거나 폭언을 쏟아내선 안 된다.

혹시라도 흥분한 시위 참가자가 있다면 주변에서 이런 행동을 적극적으로 말려야 한다. 의경들은 그저 위에서 시키는 대로, 쉬는 시간에 못 쉬고 나와 서있을 뿐이다. 자신들의 의지와는 아무 상관없이 시위자들을 막고 있는 것이다.

시위 선두행렬과 경찰들이 대치하고 있다.
▲ 경찰과 대치하는 시위 행렬 시위 선두행렬과 경찰들이 대치하고 있다.
ⓒ 배동환http://ojsimg.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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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번 시위 중에도 그런 분들이 있어서 직접 말렸다. 그랬더니 괜히 무안했는지 의경들한테 하던 폭언을 도리어 나에게 쏟아 부으셨는데 차라리 그게 마음이 편했다. 군중에 계신 분들 표정을 보니 누가 옳은지 모르시는 것 같은 분들이 많았는데, 나는 절대로 시위가 폭력 시위로 변절 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시민들의 노력이 몇 분들에 의해 그 의미를 잃을 수 있게 때문이다.

젊은 지성인들의 함성

전국의 대학들은 연이어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현재 40여 개 대학에서 시국선언을 하고 있는데 이 수치는 점점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더 늘어날 것이다. 오늘 집회에서도 젊은 지성인 대학생들의 모습이 기성세대를 못지않게 많이 보였다.

나도 대학생이고 이번 취재에 있어서도 학생 기자로써 시위에 참여하고 취재 하면서 시위에 동참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을 좀 더 담고 싶었다. 다양한 피켓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는 대학생들부터 "박근혜 대통령은 하야하라" 외치는 학생, 각 대학 동문회를 비롯하여 총학생회 학생들은 거리에 자랑스럽게 자신의 대학교 깃발을 들고 행렬에 동참하고 있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쓰레기봉투를 들고 다니는 학생들이었다. 그들은 시위자들이 지나간 자리에서 발생한 쓰레기들을 부지런히 주워 담으며 거리 정돈에 힘쓰고 있었다. 그들은 자기몸보다도 더 큰 쓰레기 봉투를 들고 이 추운 날씨에 땀을 흘리며 묵묵히 시위 행렬을 뒤따르고 있었다.

시위 행령이 지나간 자리에 나온 쓰레기들을 자진해서 쓰레기를 봉투를 들고 줍고 있다
▲ 자진해서 쓰레기를 줍는 학생들 시위 행령이 지나간 자리에 나온 쓰레기들을 자진해서 쓰레기를 봉투를 들고 줍고 있다
ⓒ 배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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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졌다고 한다. 20대의 지지율은 2%대다. 이 시점에도 박근혜 정부를 지지하고 있는 그 10%의 세력에 대해 궁금증이 남지만 그것보다 확실한 것은 이제 대다수의 국민들이 박근혜 정부가 더 이상 대한민국을 대표하길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날 시위현장에 참석한 이재명 성남 시장은 "대통령은 여왕이 아니다 국민의 대리인일 뿐이다. 그런 대통령이 마치 지배자인 양 여왕인양 최순실을 끼고 민주공화국을 우롱하고 있다"고 말하였다.

박근혜 정부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정해졌다. 그녀가, 혹은 최순실이 다음 대국민 앞에서 읽어야 할, 써줘야 할 선언문은 '잘못했으니 앞으론 진짜 잘할게요'의 대국민 사과문이 아니라 '잘못했으니 책임지고 물러나겠습니다'라는 자진사퇴 선언문이다.  
학생들을 비롯하여 각 단체의 대표들이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며 연설을 하고 있다.
▲ 대표자들의 연설 학생들을 비롯하여 각 단체의 대표들이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며 연설을 하고 있다.
ⓒ 배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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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어린 학생들도 거리로 나와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방금전에도 한 트위터에 중학생이 "저는 중학교 2학년인데 저도 시위에 동참할 수 있을까요?"라고 쓴 글을 보았다. 중학생도 현 시국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참여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우리도 각자의 자리에서 이들의 함성에 동참할 방법을 찾아 적극적으로 분노를 보여줘야 한다.

누구의 말대로 대중의 개돼지가 되기엔 나는 짖지도 못하고 잘 먹지도 못하니 나는 국가를 위해 한 자루의 펜이 되겠노라 다짐했다.


태그:#청계광장, #집회, #평화시위, #의경, #중,고등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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