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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부산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학생들이 하야를 촉구하는 기습 시위를 벌였습니다. 일부는 경찰에 연행됐고, 일부는 풀려났습니다. 이들 중 한 학생이 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게 되었는지 <오마이뉴스>에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편집자말]
저는 27일 부산 벡스코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하야하라"고 외쳤던 학생들 중 한 명입니다. 왜 그랬냐고요? 이 글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입니다.

저는 기억합니다. 세월호 아이들이 4월의 차가운 물속에서 나오지 못한 모습을, 굴욕적인 한일합의에 피해자 할머니들이 "우리도 조선의 딸"이라며 울부짖는 모습을,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를 머리에 맞고 쓰러지시는 모습을 똑똑히 기억합니다.



저는 또 기억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이들을 구하지 않는, 아니 구할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 모습을, 한일합의는 잘 된 합의이며 빨리 이행해야 한다고 말한 모습을, 백남기 농민이 돌아가시자마자 수백명의 경찰병력을 배치해 강제부검을 하려 했던 그 모든 것을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참 자격이 없는 사람이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자격없는 대통령' 뒤에 '최순실'이 있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사적인 측근이 국정을 좌지우지했다, 그리고 그 결과 많은 이들이 고통 속에서 몸부림쳐야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저를 참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이 때문에 벡스코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외치게 된 것입니다.

27일 오전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 '제4회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과 '제4회 대한민국 지방자치 박람회' 참석 차 부산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지역 대학생들의 기습 시위가 벌어졌다.
 27일 오전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 '제4회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과 '제4회 대한민국 지방자치 박람회' 참석 차 부산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지역 대학생들의 기습 시위가 벌어졌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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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스코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도착하기 전부터 수많은 경찰과 경호원들이 있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행사를 하기로 한 3층에는 민간인의 출입을 막고, VIP들만이 모여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출입통제가 철저했습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망설이다가 결국 3층이 아닌 1층 정문 밖에서 행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한 행동은 플래카드를 펼치고 "박근혜는 하야하라", "최순실을 구속·수사하라"는 구호를 외친 것이 전부였습니다. 전혀 위협적인 행동이 아닌데도 경찰은 우리를 위협적으로 연행했습니다.

27일 오전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 '제4회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과 '제4회 대한민국 지방자치 박람회' 참석 차 부산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지역 대학생들의 기습 시위가 벌어졌다.
 27일 오전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 '제4회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과 '제4회 대한민국 지방자치 박람회' 참석 차 부산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지역 대학생들의 기습 시위가 벌어졌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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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 '제4회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과 '제4회 대한민국 지방자치 박람회' 참석 차 부산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지역 대학생들의 기습 시위가 벌어졌다.
 27일 오전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 '제4회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과 '제4회 대한민국 지방자치 박람회' 참석 차 부산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지역 대학생들의 기습 시위가 벌어졌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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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막고, 팔을 꺾고, 목을 조르기도 했습니다. 한 시민분이 "미란다 원칙을 지켰느냐"라고 물어보지 않았다면, 주변에 언론사들이 없었다면 꼼짝없이 그대로 연행당할 뻔 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같이 왔던 선배들은 플래카드를 펼치고 구호를 외치기도 전에 경찰들에게 온몸이 짓눌리고 입이 막힌 채 짐짝처럼 들려서 연행되어야 했으니까요.

연행된 선배 중 한 명은 어깨부상이 심한 상태라 고통을 호소했지만, 경찰은 팔을 뒤로 꺾고 얼굴을 바닥에 누르는 등의 행동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후에 경찰의 폭력적인 연행이 논란이 되자, 경찰은 "(이들의) 집회 참여도가 커 연행을 했다"라고 언론에 밝혔습니다.

이해할 수 없습니다. 플래카드를 펼쳐보기도 전에 빼앗기고, 목소리를 내 보기도 전에 입이 틀어 막힌 이들이 무엇 때문에 그런 처사를 받아야 했는지요.

우리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을 말해왔습니다. 아이들을 구해달라, 피해자를 먼저 생각해 달라, 죽이지 말아 달라... 그러나 상식이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아무리 외쳐본들 눈 감고, 귀 막고,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이에겐 닿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내가 갈 수 있는 한 최대한 가까운 거리에서 외치면 (대통령이) 듣기 싫어도 듣게 되겠지'란 마음으로 다 함께 목이 터져라 외친 것입니다. 

사실 무슨 용기로 이런 행동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얼떨떨한 기분이에요. 하지만 조금도 후회가 없습니다. 우리가 행동함으로써 더 많은 우리가 생길 것이라고 믿습니다. 처음엔 슬픔으로 다음엔 분노로 마지막엔 행동으로, 하나로 뭉칠 우리를 기대합니다.

더 이상 죽지 않아도 될 사회를 꿈꾸며 마칩니다.


태그:#대통령 하야, #부산 벡스코 연행, #박근혜정권, #최순실, #최순실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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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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