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 파다르와 김상우 감독(오른쪽)

우리카드 파다르와 김상우 감독(오른쪽) ⓒ 박진철


'만년 약팀'의 선전은 그 자체로 팬들에게 감동과 흥미를 선사한다. 프로배구 우리카드와 한국전력 이야기다.

두 팀은 V리그에서 꼴찌를 도맡다시피 했다. 한국전력은 2005년 프로배구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12시즌 동안 최하위를 5번이나 기록했다. 우리카드는 2014~2015시즌부터 최근 2년 연속 최하위다.

큰 고난을 겪은 스토리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전력은 2011~2012시즌 승부 조작 사건으로 주전 선수들이 대거 전력에서 이탈했다. 우리카드는 수 차례 팀 해체 위기를 겪으며 상처투성이가 됐다.

그러나 최근 모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면서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 결과가 올 시즌 가장 돋보이게 나타나고 있다.

NH농협 2016~2017 V리그에서 우리카드와 한국전력은 27일 현재 나란히 2승 1패로 3~4위를 달리고 있다. 리그 초반임을 감안하더라도 두 팀의 기세가 예년과 다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순위 같은 5순위' 파다르, 팀 역대 최고 되나

우리카드는 외국인 선수에서 큰 전화위복이 됐다. 파다르(21세·197cm)는 지난 5월 열린 남자부 트라이아웃에서 우리카드에 5순위로 지명됐다. 당초 우리카드는 확률 추첨상 1순위 지명이 유력했으나, 구슬의 장난으로 5순위까지 밀려나는 불운을 겪었다. 드래프트 현장에서 우리카드 관계자들의 표정은 초상집을 방불케 했다.

그러나 파다르는 올 시즌 외국인 선수 중 최상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록으로도 증명된다. 27일 현재 득점 랭킹 2위, 서브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어려운 상황에서의 공격 결정력은 우리카드 역대 외국인 선수 중 최고라는 평이다. 젊은 패기와 강인한 체력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파다르는 말 그대로 '1순위 같은 5순위'다. 또한 해외 상위권 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기대주이다. 실제 유럽에서도 실력이 어느 정도 검증된 선수다. 21세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현재 헝가리 국가대표팀의 주 공격수이다. 지난 시즌 벨기에 1부리그 Noliko MAASEIK 팀에서 활약하며 포스트시즌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최근 2년 연속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도 활약을 했다. 우리카드가 외국인 선수 잔혹사를 끌낼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최홍석, 김광국, 신으뜸 등 국내 선수들도 지난해보다 몸 상태와 경기력이 한층 좋아진 것도 우리카드 상승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은 27일 기자와 통화에서 "아직 초반에 불과하다. 파다르도 파괴력은 있지만 승부처에서 흔들리는 면을 조금 더 가다듬어야 한다"며 몸을 낮추었다. 그러나 "선수들이 지난해보다 정신적인 면에서 패배 의식을 떨치고 집중력이 좋아진 것은 분명하다"면서 "팀 플레이와 조직력도 더 빠르고 나아졌다. 올해는 쉽게 무너지지 않고 좋은 경기를 펼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국전력, 'PO 그 이상'을 꿈꾸다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 바로티, 공정배 단장(왼쪽부터)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 바로티, 공정배 단장(왼쪽부터) ⓒ 박진철


한국전력은 KOVO(한국배구연맹)컵 우승 이후 V리그 우승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초반 기세가 KOVO컵 때보다 다소 떨어진 느낌을 주고 있지만, 올 시즌 강력한 다크호스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부상 중이던 전광인의 완벽 부활, 외국인 선수 바로티(26세·206cm)의 높은 결정력, 월드리그 스타 서재덕의 건재가 삼각편대를 이루면서 막강한 공격력을 뽐내고 있다. 취약점이었던 센터진과 세터도 윤봉우의 가세와 강민웅의 안정화로 한결 나아졌다. 전 포지션이 지난해보다 향상되면서 이제는 어느 팀도 얕볼 수 없는 강팀이 됐다.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은 "올해는 플레이오프 진출 경쟁이 어느해보다 치열할 것"이라며 "우리는 부상 선수 없이 전력을 꾸준히 유지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드시 플레이오프에 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플레이오프만 가면 그 다음은 누구도 모른다. 자신감을 갖고 준비를 잘하겠다"고 밝혔다.

언더독의 반란, V리그 최고 흥행 카드

아직 두 팀의 상위권 성적을 예단하기는 이르다. 초반 반짝하다 용두사미로 그칠 경우 실망이 더 커질 수 있다.

현재 하위권에 쳐져 있는 삼성화재와 OK저축은행이 V리그 우승 관록을 지닌 팀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6위인 KB손해보험도 올 시즌 선수 보강이 가장 탄탄하게 이뤄졌다. 이들 팀은 어느 정도 정비가 되면, 언제든지 치고 올라갈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그럴 경우 플레이오프 진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스포츠에서 언더독(Underdog·약자가 강자를 이겨주길 바라는 마음)을 말할 때, 우리카드와 한국전력을 빼놓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이들만큼 짠한 스토리가 많은 팀도 드물다. 언더독의 선전은 '안 봐도 뻔한' 경기가 없어지면서 V리그 전체 흥행에도 큰 활력소가 된다.

한국전력과 우리카드가 올 시즌 남자 프로배구 판도를 좌우할 강력한 변수임은 이미 증명됐다. 그들의 초반 강세는 끝까지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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