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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되도록 '사진 잘 찍는 방법'을 가르친 책을 보지 말라고 이야기 한다. 그런 책을 보느니 차라리 시집을 봐라고 말한다.
강순태 작가는 어릴 적에 시골에서 자랐다. 그는 아스팔트에서 이 형상을 보는 순간 가로수길에 코스모스 해바라기 심었던 어릴 적 추억이 떠올랐다. 황토길에 쭉 늘어선 나무들의 풍경을 보노라면 작가처럼 어릴 적에 시골길에서 친구들과 뛰어놀던  옛추억들이 펼쳐지겠다. 마산 부림극장 근처 도로에서 찍은 사진이다.
▲ 가로수길 강순태 작가는 어릴 적에 시골에서 자랐다. 그는 아스팔트에서 이 형상을 보는 순간 가로수길에 코스모스 해바라기 심었던 어릴 적 추억이 떠올랐다. 황토길에 쭉 늘어선 나무들의 풍경을 보노라면 작가처럼 어릴 적에 시골길에서 친구들과 뛰어놀던 옛추억들이 펼쳐지겠다. 마산 부림극장 근처 도로에서 찍은 사진이다.
ⓒ 강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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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순태 작가가 2010년에 맨홀사진 작업을 시작했을 때 일이다.

"도로 위에 그려진 차선을 보다가 우연히 아스팔트의 갈라진 틈 사이에서 나무 형상을 발견한 거예요. 가만히 보니 나무 같기도 하고 숲 같기도 하고, 나무 한그루가 우뚝 서 있는 것 같기도 했어요. 갈라지고, 마모되고, 파괴되고, 금이 간 삭막한 아스팔트 속에서 생명의 나무가 자라고 있었던 거죠. 많은 작가들의 나무사진이 있었지만 그것은 실제 있었던 모습을 촬영한 것이고, 저는 딱딱하고 시커먼 아스팔트 속에서, 갈라지고 균열된 틈새에서 자라는 생명의 나무를 사진에 담은 거죠."

10월 22일 저녁 자택에서 강순태 작가를 만났다. 그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그는 사진을 찍기 위해 대상을 관찰하면 피사체의 아픔과 고통, 슬픔과 애환이 느껴진다고 한다. 그는 관심을 받지 못하는 낮고 하찮은 존재들의 모습을 따뜻하게, 희망적으로 드러내 보여주고 싶어 한다.
▲ 강순태 사진작가 10월 22일 저녁 자택에서 강순태 작가를 만났다. 그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그는 사진을 찍기 위해 대상을 관찰하면 피사체의 아픔과 고통, 슬픔과 애환이 느껴진다고 한다. 그는 관심을 받지 못하는 낮고 하찮은 존재들의 모습을 따뜻하게, 희망적으로 드러내 보여주고 싶어 한다.
ⓒ 조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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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린 잎들이 가지에 매달린 늦은 봄, 살살 부는 바람에 너울너울 춤 추는 나무의 모습. 솔솔 부는 잔바람에 나무가 어깨를 치켜세워 덩실덩실 춤 추는, 가지들이 살랑살랑 거리는 풍경이 일품이다.
▲ 춤추는 나무 여린 잎들이 가지에 매달린 늦은 봄, 살살 부는 바람에 너울너울 춤 추는 나무의 모습. 솔솔 부는 잔바람에 나무가 어깨를 치켜세워 덩실덩실 춤 추는, 가지들이 살랑살랑 거리는 풍경이 일품이다.
ⓒ 강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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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가고, 갈라지고, 마모되고, 부숴지고, 홈이 파인 아스팔트 속에서 하늘거리는 수양버들, 울창한 나무 숲, 걷고 싶은 가로수길, 사계절 변화되는 나무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낸다는 것, 이거 범상치 않은 일이다.  

"제 개인전시회에 방문했던 관객들이 처음에는 다들 사진을 보고는 '이게 뭘까? 도대체 뭘 찍은 것일까? 나무같기는 한데... 나무라면 어디에 있는 나무를 찍었길래 이런 모습이 나타나는 걸까?'라고 굉장히 궁금해 했어요. 그 궁금증에 대해 답을 알려 드리면 '정말 특이하고 색다른 시각의 사진이다'고 하시고, '삭막한 세상에서 아름다운 생명의 마음을 표현한 멋진 풍경사진'이라고 말씀들을 해주세요."

사랑의 나무라면 연리지가 있다. 작가는 뿌리와 줄기는 다르지만 어느 순간 만나서 하나가 되는 사랑의 나무 모습을 담고 싶었단다. 아스팔트처럼 삭막한 인간세상도 나무처럼 사랑이, 따뜻한 마음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 사랑 사랑의 나무라면 연리지가 있다. 작가는 뿌리와 줄기는 다르지만 어느 순간 만나서 하나가 되는 사랑의 나무 모습을 담고 싶었단다. 아스팔트처럼 삭막한 인간세상도 나무처럼 사랑이, 따뜻한 마음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 강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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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는 드러나지 않지만 나무의 존재근거다. 보이지 않지만 뿌리가 없으면 나무는 살 수가 없다. 우리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드러나 나타나지 않는다고 뿌리를 무시하고 업수이 여긴다. 존재근거가 되는 뿌리를 소중히 여기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 뿌리 깊은 나무 뿌리는 드러나지 않지만 나무의 존재근거다. 보이지 않지만 뿌리가 없으면 나무는 살 수가 없다. 우리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드러나 나타나지 않는다고 뿌리를 무시하고 업수이 여긴다. 존재근거가 되는 뿌리를 소중히 여기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 강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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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리 곁에 늘 존재하지만 하찮고 미미해서 사람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것들, 쓸모 없고 낡아서 사랑받지 못하는 것들을 사진에 담아왔다. 사랑과 따뜻한 마음으로 하찮고 미천한 것들에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였고, 의미있는 이미지로 재탄생시켰다.

"저는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작업을 지금까지 해왔기 때문에 이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거죠. 처음 깔린 반짝반짝한 아스팔트에서는 이런 모습들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거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조금 파괴되어져야 보여지는 모습이죠. 나이 들고, 낡아지고, 파괴되면서 내부에서 새로운 생명, 아름다움이 태동되는 거죠."

마산 문화동의 골목길은 차가 많이 다니지 않기 때문에 도로위에 덧칠을 자주 하지 않는다. 그래서 긴 시간 아스팔트에 균열, 마모, 상처가 이루어져 잎이 무성하고, 줄기와 가지가 힘차게 꿈틀거리는 여름철의 풍성한 나무가 탄생하였다.
▲ 여름나무 마산 문화동의 골목길은 차가 많이 다니지 않기 때문에 도로위에 덧칠을 자주 하지 않는다. 그래서 긴 시간 아스팔트에 균열, 마모, 상처가 이루어져 잎이 무성하고, 줄기와 가지가 힘차게 꿈틀거리는 여름철의 풍성한 나무가 탄생하였다.
ⓒ 강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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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탁 내려 놓고 삼형제나무가 서로를 의지하면서 약간은 위태로운 듯 편안하게 쉬고 있는 겨울철 나무풍경이다. 가운데가 막내인 듯 하다.
▲ 겨울나무 모든 것을 탁 내려 놓고 삼형제나무가 서로를 의지하면서 약간은 위태로운 듯 편안하게 쉬고 있는 겨울철 나무풍경이다. 가운데가 막내인 듯 하다.
ⓒ 강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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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순태 사진작가는 군대에서 허리가 다쳐 의병제대를 한 후 어머니를 도와 버섯가게를 운영하다 허리병이 재발해 수술을 하였고, 7년 전에는 교통사고마저 당해 몸이 너무 괴롭고 힘든 상태다. 

"신체적 고통을 잊기 위해서 카메라를 들고 막 돌아다녔죠. 통증보다 차라리 육체적 피로가 낫겠다 싶어 많이 걸어다녔죠. 하루에 4~5시간, 일주일에 4일 정도 골목길이나 도로를 헤집고 다녔죠. 마산 시내 전 도로를 다 돌아다니죠. 도로 중에서도 사람들은 적고 차 운행이 많은 곳을 찾아다녔죠. 그런 도로에서 균열, 틈이 빨리 생겨 어떤 형상이 나타나죠.

저 같은 경우는 몸이 좋지 않으니 산을 못 가잖아요. 다른 사람들은 산에서 실제 나무사진을 많이 찍는데 저는 산에 올라가지 못하니까 나무사진을 찍고 싶어도 찍을 수 없었죠. 그러다 아스팔트 속에서 나무형상을 발견하고는 이걸로 나무사진 작업을 하면 되겠다 싶어 맨홀 작업을 하면서 틈 날 때마다 나무형상을 찾아 사진에 담아 놓았죠."

작은 숲들이 모여 큰 숲을 이룬다. 이 사진은 서마산 방면의 도로에서 찍었으며, 나무아래에 풀들이 자라고, 나무들이 여럿 보이는 조그만 숲의 모습을 나태내었다.
▲ 숲 작은 숲들이 모여 큰 숲을 이룬다. 이 사진은 서마산 방면의 도로에서 찍었으며, 나무아래에 풀들이 자라고, 나무들이 여럿 보이는 조그만 숲의 모습을 나태내었다.
ⓒ 강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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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봄에 진주의 국립수목원에 제자들과 촬영갔다가 보았던 수양버들의 모습을 표현한 사진이다. 수목원 주차장에서 촬영했는데, 수목원 안에서 보았던 수양버들의 느낌과 딱 맞아 떨어진 작품이다.
▲ 수양버들 초봄에 진주의 국립수목원에 제자들과 촬영갔다가 보았던 수양버들의 모습을 표현한 사진이다. 수목원 주차장에서 촬영했는데, 수목원 안에서 보았던 수양버들의 느낌과 딱 맞아 떨어진 작품이다.
ⓒ 강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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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로공사를 할 적에 그라인드로 도로를 잘라놓는데, 그 때 도로가 잘린 부분이 버드나무 줄기로 보여 사진에 담은 작품이다. 사진은 카메라보다  어떤 시각, 어떤 느낌을 갖고 찍느냐가 중요하다.
▲ 버드나무 하수로공사를 할 적에 그라인드로 도로를 잘라놓는데, 그 때 도로가 잘린 부분이 버드나무 줄기로 보여 사진에 담은 작품이다. 사진은 카메라보다 어떤 시각, 어떤 느낌을 갖고 찍느냐가 중요하다.
ⓒ 강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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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강한 날은 대비가 강하게 나와 사진 느낌이 딱딱해지기 때문에 흐리거나 비 온 후, 비가 보슬보슬 약하게 내리는 그런 날에 사진작업을 했다. 비 오는 날은 우산을 쓴 채 한쪽 손에 카메라를 들고 찍느라 힘들었고, 습기에 장시간 노출되어 카메라 고장도 잦았다.

"아스팔트 속에서 멋진 형상을 찾아내고 다음 날 카메라를 챙겨서 현장에 왔을 때 도로가 새로 포장이 돼버려 허탕 친 경험도 많아요. 다른 곳을 찾아 돌아다니면서 어떤 흔적, 형상이 새겨질 때까지 기다리기도 하고. 처음에는 단순히 나무형상만 찾다가 조금 시간이 흐른 뒤 사계절의 나무모습, 담벼락과 나무, 건물과 나무 등 모습들도 나타낼 수 있었죠."

들로 산으로 놀러 가면 나무 뒤로 구름이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 느낌을 표현한 나무사진이다.
▲ 구름 바람 나무 들로 산으로 놀러 가면 나무 뒤로 구름이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 느낌을 표현한 나무사진이다.
ⓒ 강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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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 수집가들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좋고 아름다운 돌을 수집하듯이 강순태 작가도 아스팔트속의 생명나무를 찾기 위해 온 시내도로를 누비고 다녔다.

"수석수집가들이 움직이는 코스가 어떻게 되느냐 하면 태풍이나 큰 비가 와서 물이 한 번 뒤집어지면 그때 나가서 좋은 돌을 찾아 다녀요. 큰 비가 오기 전까지 잘 나가지 않거든요. 돌에 새겨져 있는 문양이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속 어떤 이미지와 비슷할 때 그 돌을 귀하게 취급하잖아요. 저도 날이 흐리거나 비 온 뒤에 나가서 사진을 찍고, 아스팔트 속에 그려진 나무 모습을 사진으로 형상화해서 드러내는 거고. 수석수집가랑 조금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지요."

끊어질 듯 이어지는 나무선들, 흑과 백의 조화, 곧추 서지도 못하고 들어 눕지도 못하는 민초들의 모습, 척박하고 삭막한, 어두운 아스팔트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는 민중들의 恨 서린 모습, 고결한 백의민족의 느낌.
▲ 恨 끊어질 듯 이어지는 나무선들, 흑과 백의 조화, 곧추 서지도 못하고 들어 눕지도 못하는 민초들의 모습, 척박하고 삭막한, 어두운 아스팔트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는 민중들의 恨 서린 모습, 고결한 백의민족의 느낌.
ⓒ 강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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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나 골목길을 많이 다니며 길바닥을 찍고 있다 보면 동네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 거리면서 '저 양반 저기서 도대체 뭘 하지. 혹시 정신 나간 사람 아닌가' 싶어 "뭐 하냐고?" 묻는 분도 있고, "혹시 재개발 때문에 시청에서 나온 사람이냐"고 질문하는 사람도 있다. 

"동네 사람들이 아스팔트 보고 나무 찍는다고 그러면 다들 이상하게 생각해요. 이해를 못해요. 도대체 거기 뭐가 있느냐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저 아저씨 좀 이상한 사람이야!' 그래요. 하루는 할머니들이 이상한 사람 있다고 신고를 해서 경찰이 왔어요. 경찰들에게 아스팔트에서 나무 찍는다 그러면 다들 웃어요. 못 믿는거죠. '이 양반, 도대체 뭐야' 그러죠. 보통 사진이라면 이쁜 풍경도 들어가고, 멋지고 아름다워야 되는데 사진을 아무리 보아도 시커먼 아스팔트에 갈라진 선밖에 없으니, 허허 헛웃음 짓죠."

친구 빵집에 들렀다가 나오는 길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봄의 새잎을 표현했다.
▲ 새잎 친구 빵집에 들렀다가 나오는 길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봄의 새잎을 표현했다.
ⓒ 강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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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카메라가 만들어 낸다. 하지만 카메라 이전에 먼저 사람의 눈과 마음이 이미지를 잡아낸다. 카메라보다 내가, 마음이 먼저 본다. 사람이 무엇을 나타내고, 뭘 드러내고 싶었는지, 어떻게 찍고 싶었는지 그게 중요하다.

"사진이란 어떻게 보면 형용사고 감탄사인 것 같아요. 동사 명사 전치사 등 여러 품사가 있지만 인간의 마음을 잘 표현하는 것은 형용사 감탄사잖아요. 형용사 감탄사처럼 인간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어떤 이미지를 가져오는 것, 그게 사진이 아닐까 생각해요. 사진을 보며 울적해질 수도, 기뻐할 수도, 눈물 흘릴 수도 있고, 사진을 보고는 아! 라는 감탄사 한마디를 할 수 있고, 사진을 보고 자신의 감정을 이입시킬 수도 있잖아요. 그렇듯이 사진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형용사 감탄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산 창동 예술촌 부근에서 찍은 사진으로 겨울철에 잎이 거의 다 떨어진 나무 한 그루가 담벼락 근처에 서 있는 풍경이다.
▲ 담벼락과 나무 마산 창동 예술촌 부근에서 찍은 사진으로 겨울철에 잎이 거의 다 떨어진 나무 한 그루가 담벼락 근처에 서 있는 풍경이다.
ⓒ 강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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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사진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들은 대부분 정형화된 사진매뉴얼을 원한다. 사진을 찍는데 조리개와 셔터는 이렇게, 구도는 요렇게 잡는다는 등의 도식적인 답을 기대한다. 사진을 왜 찍어야 되는지, 뭘 찍어야 되는지 그런 이야기로 수업을 이끌어 가면 학생들이 지루해 하고 재미없어 한다.

"학생들이 카메라에 너무 집착을 해요. 최신 카메라 최신 렌즈, 선명하고 디테일하고 쨍한 사진, 감각적인 사진을 원해요. 사진을 어떻게 찍어야 되며, 사진을 왜 찍어야 되는지, 무엇을 어떻게 찍어야 되는지 이런 부분에는 관심들을 거의 가지지 않아요. 어떻게 보면 사진을 배우는 게 아니고 카메라를 배우는 것 같아요. 요즘 사람들은 뭔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사진들에 대한 접근을 굉장히 낯설어 해요."

나무는 들판이나 산에서 자라는게 자연스러운 모습인데, 사람들이 나무를 캐서 집이나 건물 가까이 옮겨 심기도 한다. 나무입장에서는 달가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 느낌을 표현해보고자 한 사진이다.
▲ 나무와 건물 나무는 들판이나 산에서 자라는게 자연스러운 모습인데, 사람들이 나무를 캐서 집이나 건물 가까이 옮겨 심기도 한다. 나무입장에서는 달가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 느낌을 표현해보고자 한 사진이다.
ⓒ 강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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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되도록 '사진 잘 찍는 방법'을 가르친 책을 보지 말라고 이야기 한다. 그런 책을 보느니 차라리 시집을 봐라고 말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시가 사진을 할 수 있는 모티브가 된다고 이야기 한다.

"저는 시를 한편 읽고 수업을 시작해요. 시는 문자로 이루어져 있지만 시 한편에서 우리가 어떤 드라마처럼 한 편의 영상을 그려내잖아요. 다르게 이야기하면 영상, 이미지를 글로 만들어 낸 게 시잖아요. 그래서 시는 인간 내면에 숨어 있는 감정들을 일깨워 주죠. 사진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시적인 감성을 가져야 되요. 시가 읽혀지고 시가 떠오르는 사진을 만들어 내야 되죠. 시적인 감성이 없으면 기계적인 사진, 늘 아름다운거, 이쁜 거, 사람들이 많이 했던 것을 답습하고 복사하는 수준에 머물게 되는 거죠."

이 사진은 3컷의 사진을 연결한 것이다. 10미터 정도의 면적을 부분촬영해서 파노라마처럼 사진을 만든 것이다. 앞의 가로수길은 사선으로 본 길이었다면 이 사진은 수평의, 지평선위의 가로수길 풍경이다.
▲ 가로수길 이 사진은 3컷의 사진을 연결한 것이다. 10미터 정도의 면적을 부분촬영해서 파노라마처럼 사진을 만든 것이다. 앞의 가로수길은 사선으로 본 길이었다면 이 사진은 수평의, 지평선위의 가로수길 풍경이다.
ⓒ 강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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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나무작업을 하면서 되도록 색을 많이 뺄려고 노력했다. 색의 강도를 약하게 하고, 흑백으로 처리해서 이미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색이 진하게 들어가면 이미지가 가지고 있는 모습은 보지 않고 자꾸 강렬한 색감에 집중하게 되기 때문이다. 더하는 것보다 뺄려고 하고,  강렬한 것보다 자연스러움을 좋아하는 이런 경향이 나이 들어가는 증거라고 작가는 말한다.  

"나이 들어 간다는 것은 몽돌이 되는 것이라고 말하거든요. 찌르는 부분 날카로운 부분이 무디져서 나중에는 그냥 아주 동글동글한 몽돌로 변하잖아요. 하지만 몽돌은 더 단단하고 강하잖아요. 저도 요즘 세파에 깍이고 깍여서 몽돌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제 사진도 이전에는 굉장히 자극적이거나 뭔가를 드러내려고 하는 그런 성향이었지만 요즘은 그냥 자연스럽고 편안한 느낌의 사진으로 바뀌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제가 살아가는 게 많이 힘들어서 70살까지만 살아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걸 좀 더 늘렸어요. 지금은 마음이 몽돌처럼 좀 닦여서 그런지 인생 90세까지 함 살아봐도 괜찮겠다 싶어요."


태그:#강순태 사진작가, # 나무, #아스팔트 나무, #맨홀, #아스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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