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 기사 한눈에

  • new

    가수 현미는 에스캄에 공연하러 많이 왔다고 해요. 남편인 이봉조씨도 처음 음악을 시작한 곳이 신촌(부평3동)이라고 하더라고요.
지난 14일과 15일 부평공원에서 '2016 부평밴드페스티벌'이 열렸다. 'Remember'라는 부제를 단 이 축제의 취지는 1950~60년대 부평의 미군부대인 에스캄 주변에서 시작한 대중음악 60년의 뿌리를 기억하고 현재의 음악을 간직하며 미래의 음악을 기대하자는 것이다.

이 축제는 '부평 음악·융합도시 조성 사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부평구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모한 '문화특화지역 문화도시 조성 사업'에 선정돼 올해부터 2020년까지 5년간 부평구문화재단이 추진하는 사업이다.

14일 공연은 1950~60년대 시절 에스캄 주변에서 성행했던 재즈와 스윙(Jazz&Swing)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부평의 실력 있는 연주자들로 구성한 '부평 올스타 빅밴드(이하 빅밴드)'와 탁월한 보컬과 연주 실력으로 한국 밴드뮤직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사랑과 평화'의 공연을 시작으로, '정성조 재즈오케스트라'와 재즈 보컬 '말로 밴드'가 무대를 꾸몄다.

15일에는 '에스캄 슈퍼밴드'와 서울 홍대나 각종 페스티벌에서 꾸준한 활동으로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스트릿건즈', '칵스', '데이브레이크', '더 모노톤즈'가 함께 무대를 꾸몄다.

지난해 열린 '2015 부평밴드페스티벌'을 맞아 프로젝트 팀으로 결성한 '에스캄 슈퍼밴드'는 올해도 무대에 올라 관객들에게 부평의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에스캄 슈퍼밴드' 리더이자 '부평 올스타 빅밴드' 단장인 정유천(59)씨는 '정유천 블루스밴드'를 이끌고 있다. 지난 17일 그가 운영하는 '락 캠프'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에스캄 슈퍼밴드 얘기로 시작해 부평의 음악과 인디밴드, 락 캠프의 역사와 인연 등, 많은 얘기를 들려줬다.

부평의 음악 색깔은 '스윙(swing)'
   
에스캄 슈퍼팬드의 리더인 정유천씨.
 에스캄 슈퍼팬드의 리더인 정유천씨.
ⓒ 김영숙

관련사진보기


"에스캄 슈퍼밴드는 지난해 만들었는데 올스타 빅밴드는 2005년에 만들었어요. 내가 알기론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부평 에스캄 영내에 클럽이 5개 정도 있었어요. 7~8인조 풀 밴드였는데 지금 록 밴드와 다르게 색소폰이나 트럼펫 등, 브라스(금관악기) 악기가 있었는데 그 시절 하우스밴드로 스윙음악을 주로 했어요. 그게 부평지역의 음악적 특성입니다. 그 맥을 이어갈 필요도 있고 음악 하는 사람이 유난히 많은 부평에서 그분들을 모아 그 시절 음악을 재현하자는 취지로 창단했습니다."

정씨는 올스타 빅밴드에선 연주하지 않는다. 단장으로서 밴드를 운영하고 음악감독의 역할만 한다.

"밴드음악의 메카인 부평에 음악 인프라가 없어요. 지난해 부평 밴드페스티벌이 처음 열렸잖아요. 명색이 부평 밴드페스티벌인데 부평의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하고 있는 밴드 혼자 들어가기보다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여러 팀을 한 팀으로 묶은 거죠."

'정유천 블루스밴드'에 있는 보컬이자 기타 정유천, 베이스 임민호, 드럼 박상명이 함께 했고 홍대와 인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밴드 '서드스톤'의 기타 박상도와 '남진우 재즈 콰르텟'에서 활동하는 색소폰 남진우, 키보드 송석철이 함께 하고 있다. 송석철은 인천에서 처음으로 버클리음대를 나온 사람이란 것을 강조하며 밴드 수준에 대한 자부심을 표현했다. 이들은 대부분 부평 출신이고 정씨를 포함해 현재 부평에 거주하는 사람이 많다.

"지난해 밴드를 만든 후 두세 번 공연했어요. 각자 밴드에서 활동하고 있어 스케줄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고요. 장점이요? 노래를 편곡할 때 각자 가진 요소들이 합쳐서 곡이 화려해져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하다 보니 연주하면서 배우는 것도 많고요. 특히 지역에서 연주하는 사람들끼리 교류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다양한 장르만큼이나 에스캄 슈퍼밴드의 연령대도 다양하다. 막내가 31세고, 정유천씨는 내년 환갑을 앞두고 있으니 갑절의 나이차인 셈이다.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은 공연하기 전에 술 마시는 게 자연스러워요. 리허설 끝나고 술을 한잔씩 마시는데 오버할 때가 있죠. 지난해 겨울 공연할 때가 그랬어요. 사인을 주고받아야 하는데 못 봐서 아슬아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웃음)"

어쩔 수 없는, 운명
   
정유천씨가 운영하는 락 캠프 입구.
 정유천씨가 운영하는 락 캠프 입구.
ⓒ 김영숙

관련사진보기


정씨는 1990년대 중반 부평삼거리에서 '락 캠프'라는 이름으로 음악클럽을 운영했다. 그러나 10년간 쌓인 적자로 보증금도 까먹고 더 이상 지탱할 수가 없어 그만두고 바람이나 쐴 겸 강화도로 들어갔다. 그런데 강화도에서도 후배들이 마련해준 음악클럽을 운영하며 밴드들이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을 지켰다. 2010년 다시 부평으로 와 인천여성문화회관 맞은편에 다시 '락 캠프'라는 이름의 음악클럽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부평으로 나오면서 돈 버는 걸 하자고 생각했는데 그게 안 됩니다. 배고파도 어쩔 수가 없어요. 음악클럽을 운영하는 것은 다른 장사와 다르게 행복하고 사명감도 생깁니다. 사람들이 클럽을 지켜줘서 고맙다고 했을 때 고생했던 것들이 다 보상이 되더라고요."

'락 캠프'가 부평삼거리에 있을 때 그곳에서 공연했던 어린 친구들이 지금 홍대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걸 보면 자부심을 느낀다는 정씨는 이번 부평 밴드페스티벌에서 같은 무대에 섰던 '스트릿건즈'의 성원들도 예전 락 캠프에서 노래했다고 귀띔해줬다.

"고등학교 때 밴드를 했던 애들은 락 캠프를 모두 알아요. 이곳을 지나다 '락 캠프' 이름을 보고 들러서 '예전의 그곳이냐?'고 물으면서 지금까지 지켜줘서 고맙다고 합니다. 제가 다른 일을 했다면 어디서 그런 말을 듣겠어요? 다른 일을 해보려고 해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또 클럽 할 곳을 찾아다니고 있는 내가 보입니다. 어쩔 수가 없어요. 이젠 운명이려니 생각합니다."

홍대에도 인디밴드들의 요람 역할을 했던 '프리버드'나 '클럽 타' 등, 유명한 음악클럽 5곳이 최근에 문을 닫았다. 치솟는 임차료와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다. 정씨는 "돈을 벌자는 생각이 있다면 해서는 안 되는 게 클럽"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클럽을 운영하는 사람의 특징이 음악을 정말로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저처럼 연주를 직접 하는 사람이 많아요. 음악인에게 연주 공간을 갖는 건 로망이죠. 음악 생활을 계속하려면 클럽을 직접 운영하는 방법밖에 없어요. 이 공간을 뮤지션이나 음악 마니아들이 소중히 여겨요.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보람이 있습니다. 내가 만들었지만 내가 주인이라는 생각은 없어요. 음악 하는 사람들이 주인인 거죠. 하지만 언제 문 닫을지 모른다는 위기를 느낍니다."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하지 않을까, 궁금해했더니 밖에서 공연이나 공연기획을 해서 번 돈으로 살고 있고 지출은 최대한 줄이고 부인과 자녀들이 돌아가며 클럽을 지키고 있어 인건비가 전혀 안 들어 유지할 수 있단다. 그나마 '학자금 대출'이란 제도가 생겨 애들을 대학에 보낼 수 있었다고 고마워하며.

대중음악 전문공연장 인증제 제안

지난 15일 부평공원에서 열린 2016 부평밴드페스티벌에서 공연하고 있는 에스캄 슈퍼밴드.
 지난 15일 부평공원에서 열린 2016 부평밴드페스티벌에서 공연하고 있는 에스캄 슈퍼밴드.
ⓒ 김영숙

관련사진보기


공공기관의 행정적·재정적 지원에 아쉬움이 많은 정 대표는 음악클럽을 문화공간으로 인정해줘 적어도 문 닫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부에서도 행정의 어려움이 있겠죠. 음악클럽은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지원해줄 근거가 없어요. 얼마 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광부)에 제안한 게 있어요. 우리와 같은 공간에 '대중음악 전문공연장 인증제'를 하자는 거예요."

정 대표의 제안으로 9월 중순 첫 세미나가 열렸다. 문광부 담당자 등, 세미나에 참석한 성원들 모두 긍정적 반응이었단다. 현재 연구용역을 맡겼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국회의원들을 만나 관련법을 제·개정하는 활동을 할 계획이다.

"인증 받은 곳은 음향이나 조명 등을 지원받아, 관객들이 좋은 공간에서 공연을 감상하면 좋잖아요. 대중음악 전문공연장이 되면 지역 사업에 문화시설로 참여할 수도 있고요. 중학생들이 자유학기제를 하고 있는데 청소년들의 대중음악 교육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에게 대중음악을 제대로 가르쳐야 해요. 대중음악이 재즈·록·팝·블루스·라틴 음악 등, 얼마나 다양해요? 그런데 지금 아이들은 아이돌 음악밖에 몰라요. 체험할 기회가 없으니까요. 이 공간을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인천밴드연합 대표, 부평올스타빅밴드 단장, 사단법인 라이브음악문화발전협회 이사, 홍우주(홍대 앞에서 시작해서 우주로 뻗어나갈 문화예술 사회적 협동조합) 이사를 맡고 있는 정 씨에게 가장 애정이 있는 단체가 뭐냐고 물으니, 부평올스타빅밴드라고 답했다.

"올해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주니어빅밴드를 만들려고 해요. 브라스 악기를 무상으로 가르칠 계획입니다. 그 후 시니어빅밴드도 만들 생각이고요. 젊은 은퇴자들이 뭐할지 모르고 방황하잖아요. 시니어들을 모아 악기를 가르쳐 악단을 만들어서 취미생활도 하지만 연주로 사회봉사활동도 하면 좋잖아요."

11월 5일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 부평올스타빅밴드와 함께 하는 'The Swing & 에스컴 토크콘서트'를 한다. 인천시가 후원하는 이 행사는 입장료가 없다.

"부평의 옛 이야기를 하자는 겁니다. 가수 현미는 에스캄에 공연하러 많이 왔다고 해요. 남편인 이봉조씨도 처음 음악을 시작한 곳이 신촌(부평3동)이라고 하더라고요. 듀엣 유심초도 부평 출신인데 노래도 듣고 이야기를 듣는 자립니다. 사회자인 이양일 팝 칼럼리스트이자 평론가도 인천 출신입니다. 저는 부평 토박이인데 사람들이 부평을 잘 몰라요. 지역을 알리고 싶어 이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많이 와주세요."

덧붙이는 글 | <시사인천>에 실림



태그:#정유천, #에스캄 슈퍼밴드, #부평밴드페스티벌, #락 캠프, #인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