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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 사회기술혁신포럼
 8회 사회기술혁신포럼
ⓒ STE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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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저카메라에 대해 내가 가장 잘 아니까, 내가 필요한 걸 만들면 모두의 필요를 충족시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완전히 틀렸다."

리빙랩(Living Lab)을 활용한 '휴대용 안저카메라' 개발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이화여자대학교 김윤택 교수(안과 전문의)의 말이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비로소 리빙랩의 효과를 깨달았다는 뜻이다(안저카메라는 안구 안쪽에 생긴 질환을 검사하기 위한 의료장비로 고가인 탓에 공공기관에 구비하기 어렵다).

한국의 리빙랩은 어디쯤 와있나

10월 25일(화) 오후 3시 여의도 전경련타워 토파즈홀에서 '국가연구개발사업에서의 리빙랩 사례 발표회'를 주제로 <제8회 사회기술혁신포럼>이 열렸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원장 송종국)이 주최한 이번 포럼은 미래창조과학부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연구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리빙랩 프로젝트 중 대표적인 세 개의 사례를 되짚어보는 자리였다.

리빙랩(Living Lab)은 제품의 개발 및 혁신 과정에서 사용자(시민)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사용자 주도의 개방형 혁신 실험 모델'이다. (관련기사 : 사업비만 21억, '리빙랩'이 뭐기에...)  1990년대에 미국에서 시작돼 현재는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는 사회혁신의 새로운 방법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그리고 서울시 등이 리빙랩을 활용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기술 개발과 혁신적 해법 발굴에 힘쓰고 있다. (관련기사 : 서울시 주차난, '공유주차'가 답 될까?)

이날 발표된 사례는 ▲ 저소득층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습도조절 및 층간소음 저감 건축자재 개발 ▲ 건강불평등 해소를 위한 안질환 선별검사용 휴대용 안저카메라 개발 ▲ 교통약자의 횡단행태를 고려한 지방부 횡단보도 보행자 자동감지 통합시스템 개발 등이다.

포럼을 주최한 과학정책기술연구원의 송위진 사회기술혁신연구단 단장은 개회사에서 "지난 1년간 열심히 달려온 리빙랩의 경험을 솔직하게 나누는 가운데 상승작용이 일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사말에 나선 한국연구재단 김태희 사회및복지기술분야 단장은 "2015년에 리빙랩을 처음 도입할 때만 해도 어떻게 성공시킬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고 소회를 전하면서, "로우 테크(Low Tech, 보편화된 기술)지만 우리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혁신적 사업인 만큼 2년차인 내년에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많은 조언 부탁 드린다"며 당부를 전했다.

'리빙랩' 직접 해보니...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송태협 연구위원이 첫 발표에 나섰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저소득층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층간소음과 결로 등의 문제를 완화하는 저비용 건축자재를 개발하고 있다. 이들은 HD건설협동조합, 경기광역자활센터, 사회적경제연구센터 등과 리빙랩을 구성해 수도권 일대 다세대 및 다가구 300세대를 상대로 방문조사를 실시하고, 이 결과를 토대로 4가구에 실제 시공을 진행했다.

"건설 분야 리빙랩은 대대적 시공이 필요해 위층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등 대상 가구를 선정하는 일이 어려웠다. 또 설문에 필요한 다양한 계층의 모집단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았다. 시공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만큼 다음 단계의 리빙랩에선 시공법을 간편화 하고, 더 개선된 제품으로 진행해볼 생각이다."

이화여자대학교 김윤택 교수가 두 번째 발표를 이어갔다. 김 교수는 의료 취약 계층이 안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보급형 안저카메라를 개발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대목동병원을 비롯한 1, 2, 3차 의료기관, 의료복지협동조합과 공공의료기관, 한국망막학회와 같은 전문가집단 그리고 간호사와 의료기사 등 다양한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사용 경험을 들어가며 꾸준히 시제품을 개선해오고 있다.

김윤택 교수가 개발중인 안저카메라 시제품
 김윤택 교수가 개발중인 안저카메라 시제품
ⓒ 김윤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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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용자를 대표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리빙랩을 해보니 사용자의 패턴은 너무도 다양했고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도 많았다. 리빙랩은 중간중간 계속 데이터가 나오기 때문에 맨 마지막 결론만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 또 사용자가 의미있는 의견을 내기까지 신뢰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도 굉장히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홍익대학교 추상호 교수가 발표에 나섰다. 추 교수는 열악한 교통시설로 횡단보도 교통사고 위험에 빈번히 노출되는 고령자와 어린이, 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위한 보행자 자동감지 통합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김 교수는 교통 인프라가 취약한 지방 소도시의 횡단보도를 실험실로 정한 뒤 연구진, 지역주민, 행정담당자, 경찰청, 관련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25명 규모의 '리빙랩 체험 공동체(LEC, Living Lab Experience Community)'를 꾸리고 제품의 제안에서부터 점검-체험-적용-개선-검증에 이르는 모든 단계를 함께 진행해 왔다.

"예상하지 못했던 법적·제도적 난관이 많았다. 특히 시민의 생명과 직결된 일일수록 이런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으니 미리 파악하고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 또 공공시설인 만큼 이해관계자가 무척 다양했는데, 이들 모두가 참여하고 협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한편, 이날 포럼에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김봉균 책임연구원, 성남고령친화체험관의 정덕영 센터장,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문형돈 팀장 등도 토론자로 참석해 리빙랩의 경험을 나눴다. 지정 및 자유토론의 좌장을 맡아 토론을 진행한 STEPI 성지은 연구위원은 이날 포럼에 대해 "정책실험 단계에 있는 리빙랩의 경험과 성과를 공유함으로써 성공 모델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태그:#리빙랩, #안저카메라, #리빙랩프로젝트, #서울혁신센터, #윤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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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옆 앞 '기찻길옆골목책방' 책방지기. 서울에서 태어나 줄곧 수도권에서 살다가 2022년 2월 전라북도 익산으로 이사해 지방 소멸의 해법을 찾고 있다. <로컬꽃이 피었습니다>(2021), <슬기로운 뉴 로컬 생활>(2020), <줄리엣과 도시 광부는 어떻게 마을과 사회를 바꿀까>(2019), <나는 시민기자다>(2013)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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