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포스터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포스터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마블코믹스의 또 다른 영웅이 영화에 소환됐다. 이 세상의 수호자를 자처한 '어벤져스'와 가히 비견될만한 영웅 '닥터 스트레인지'다. 25일 개봉한 <닥터 스트레인지>는 단순히 인물의 성격과 능력치만 다른 게 아니라 공고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확대 내지는 전환을 알린다는 점에서 중요한 작품으로 남을 전망이다.

줄거리 자체는 매우 간단하다. 천재 외과의사지만 오만하며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스티븐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이후 정신적 스승을 만나며 새롭게 바뀐다는 내용이다. 손을 제대로 쓸 수 없게 된 그가 마지막 희망을 걸고 찾아간 네팔 카트만두에서의 수련 과정, 그리고 삶의 새로운 의미를 깨닫자마자 만나게 되며 뉴욕과 홍콩 등을 넘나들며 맞닥뜨리는 전투 묘사로 영화는 나눠진다.

신선함이 모였다

단순한 이야기 구조 안에서 <닥터 스트레인지>가 택한 길은 신선함이다. 일단 캐릭터 자체가 그간 물리적 전쟁 안에서 각자의 능력을 과시한 전편의 그들과 다르다. 닥터라는 호칭에서 알 수 있듯 생명을 구하는 일에 막연한 사명감이 있던 인물이 영혼과 마음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면서 각성하는데 이는 곧 눈에 보이는 물리적 영역뿐이 아닌 보이지 않는 혼의 전쟁까지 건드린다는 뜻이다.

이를 묘사하기 위해 영화는 각종 컴퓨터 그래픽과 생생한 3D 아이맥스 촬영을 피하지 않는다. 전 시리즈들이 실사와 CG 비율이 7:3 정도였다면 이번엔 그 반대다. 특히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다루는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만큼 각종 공간의 뒤틀림과 슬로우 모션 등의 표현이 중요했는데 역대 시리즈물 중 단연 최고라 꼽을 만큼 정밀하고 사실적인 묘사가 가득하다.  

이번 영화에 합류한 배우들의 면면을 보아도 제작진이 내면의 표현을 얼마나 중요시 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대형 블록버스터와 거리가 멀었던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틸다 스윈튼, 레이첼 맥아담스 등과 손을 잡았다. 물론 <호빗> 시리즈에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등장하긴 했지만 액션 블록버스터의 주요한 캐릭터로 처음과 끝을 책임지는 건 이번 작품이 처음이나 마찬가지다.

이 세 배우들은 오히려 중소규모의 드라마나 로맨스 영화, 혹은 다양한 독립영화에서 두각을 나타내 온 사람들이다. 세밀한 감정 표현이 가능한 내공을 갖고 있으면서도 대형 상업 영화에선 여전히 신선한 배우로 꼽힌다는 게 마블코믹스 측에선 매력으로 다가왔을 터. 언급한 이들 모두 아카데미 영화제는 물론이고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꾸준히 인정받고 호평을 받아왔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어벤져스와의 연결고리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의 한 장면.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의 한 장면.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전 시리즈에 비하면 짧게 느껴질 115분 동안 영화는 한 인물의 고뇌와 각성 과정을 묘사했다. 이 부분에선 다소 신선함이 떨어진다. 한 인물이 위기에 몰린 후 능력을 얻고 지구를 지키는 수호자의 길을 택한다는 전통적인 이야기 구조를 그대로 차용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성공과 업적에 집착하던 이기적인 스트레인지가 왜 지구를 지키는 거대 전쟁에 한 몸을 바치게 되는지 그 과정 또한 영화에선 제대로 묘사하진 않는다.

이런 비약이 좀 아쉽지만 <닥터 스트레인지>는 <어벤져스>와의 연결고리를 살짝 내비치며 마블코믹스의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본 편 상영 종료 후 어김없이 나오는 쿠키영상에 토르가 나온다는 사실. 이후 제작될 후속편에 어떻게 스트레인지와 어벤져스 멤버들이 손을 잡을지 상상하는 재미가 있다.

전체적으론 마블 코믹스 세계관의 서론 격이었지만 <닥터 스트레인지>는 독립된 작품으로도 손색없다. 상업영화로서 갖춰야 할 오락성 또한 충분하다. 다만 소재와 캐릭터가 독보적인 만큼 <다크 나이트> 내지는 <매트릭스> 등이 선보인 일종의 존재론적 질문까지 나아가지 못한 점 역시 아쉽다. 무겁지 않으면서도 세련되게 영혼의 문제를 건드렸다면 어땠을까. "역사를 잘못 배우면 혼이 비정상"이라며 그 중요성을 새삼 강조한 우리나라 통수권자가 이미 스스로 비정상적 혼의 폭주를 몸소 실천하고 있지 않은가.

한 줄 평 : 영웅물의 또 다른 진화. 당분간 '넘사벽'으로 남을 듯.
평점 : ★★★★(4/5)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관련 정보

감독 : 스콧 데릭슨
제작 : 케빈 파이기
수입 및 배급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러닝타임 : 115분
상영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 : 2016년 10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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