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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시미(伏見)에 위치한 겟케이칸(月桂冠) 술 박물관의 경우 입장권 자체는 다소 평범하지만, 입장권을 구매하면 작은 사케를 한 병 주는 점이 독특하다.
자고로 입장권이란 "입장"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고 나면 금방 버려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사소한 종이 조각에도 나름의 디자인과 일종의 전략이 숨어있다. 일본 최고의 관광도시로 꼽히는 교토에서 이 종이 조각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어 소개한다.

교토 제 1의 유명 사찰인 청수사(기요미즈데라, 淸水寺)의 경우에는 매 계절마다 입장권이 달라진다. 계절에 따라 총 4가지 입장권이 있는 셈. 게다가 책갈피로 사용해도 될 정도로 소재도 제법 빳빳하다. 4가지 입장권을 모두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해 재방문을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내가 방문한 시기는 가을이었기 때문에 가을 단풍이 그려진 입장권을 받았다.
▲ 청수사 입장권 내가 방문한 시기는 가을이었기 때문에 가을 단풍이 그려진 입장권을 받았다.
ⓒ 길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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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수사 못지않게 인기가 많은 은각사(긴카쿠지, 銀閣寺)의 입장권은 얇고 커다란 종이에 붓으로 흘려 쓴 글씨와 붉은 도장이 어우러져 마치 부적처럼 보인다. 은각사를 나타내는 사진도 그림도 없기 때문에 입장권만을 보고 그 모습을 떠올리기는 어렵지만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잘 드러낸 디자인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금각사(킨카쿠지, 金閣寺)와 은각사가 발음이 비슷해서 다소 헷갈리는데 금각사 역시 입장권이 이런 형태여서 입장권마저 비슷하다는 점도 재미있다.

사이즈가 제법 커서 구겨지지않게 가방에 넣기는 다소 어렵다.
▲ 은각사 입장권 사이즈가 제법 커서 구겨지지않게 가방에 넣기는 다소 어렵다.
ⓒ 길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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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명함처럼 작은 크기에 간결한 디자인으로 깔끔하게 완성된 무린안(無燐庵)의 입장권 또한 개성있다. 오래된 것들로 가득찬 교토이지만 이런 모던한 느낌도 곧잘 어울린다.

두 입장권이 서로 다르게 생겼는데 총 몇 종류나 있는지는 모른다.
▲ 무린안 입장권 두 입장권이 서로 다르게 생겼는데 총 몇 종류나 있는지는 모른다.
ⓒ 길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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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시미(伏見)에 위치한 겟케이칸(月桂冠) 술 박물관의 경우 입장권 자체는 다소 평범하지만, 입장권을 구매하면 작은 사케를 한 병 주는 점이 독특하다. 꼭 따로 돈을 들여 사케를 구매하지 않더라도 체험할 수 있게 한 것이 포인트이다.

사케에는 박물관 전경이 일러스트로 표현되어있다.
▲ 겟케이칸 술 박물관 입장권 사케에는 박물관 전경이 일러스트로 표현되어있다.
ⓒ 길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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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북부, 독특한 절경으로 유명한 아마노하시다테(天橋立)의 전망대 입장권 한 편에는 이 곳을 상징하는 캐릭터인 용 두 마리가 그려져 있다. 설령 이 캐릭터를 몰랐다고 해도 지척에서 관련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금방 친숙하게 느껴진다.

소나무 숲이 우거진 모래톱은 용의 모습을 닮았다.
▲ 아마노하시다테 전망대 입장권 소나무 숲이 우거진 모래톱은 용의 모습을 닮았다.
ⓒ 길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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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곧이 곧대로 사진을 사용한 입장권은 평범해보일 정도지만 이런 입장권도 다시 한번 보자. 보통은 그 곳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멋진 풍경을 대표 이미지로 뽑아 입장권을 만들기 때문에 그 모습을 찾아보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다. '내가 방문한 계절은 겨울이어서 이런 모습을 볼 수는 없지만 단풍이 한창일 때는 이런 모습이구나. 가을에 다시 한번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것이 이 입장권의 역할이다.

'단풍은 에이칸도에서' 라는 말이 절로 떠오를 법하다
▲ 에이칸도 입장권 '단풍은 에이칸도에서' 라는 말이 절로 떠오를 법하다
ⓒ 길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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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의 입장권들은 하나하나를 제법 고심하여 개발한 듯한 모습이다. 그곳만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도록 만들어져있고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이라 더욱 눈길이 간다. 버리기에 아까울 정도여서 한번이라도 더 들여다보게 되고, 그러다 보면 지난 여행의 추억을 곱씹게 되기도 한다. 누군가는 계절마다 달라지는 입장권을 모두 모으고 싶어서, 혹은 '이곳은 어떤 디자인의 입장권을 사용할까?'하는 호기심에 교토에 다시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요즘은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지자체의 많은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크고 대단한 관광 상품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소소한 것들에도 신경 쓸 수 있는 섬세함 또한 필요하지 않을까.


태그:#교토, #입장권, #일본, #디자인, #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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