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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역사교육 정상화는 우리 세대의 사명" 황교안 국무총리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역사 교육 정상화에 대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황 국무총리는 "더 이상 왜곡되고 편향된 역사교과서로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다"며 "객관적인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고 헌법가치에 충실한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 황교안 "역사교육 정상화는 우리 세대의 사명" 황교안 국무총리가 지난 2015년 11월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역사 교육 정상화에 대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황 국무총리는 "더 이상 왜곡되고 편향된 역사교과서로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다"며 "객관적인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고 헌법가치에 충실한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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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발표 1년여 만에 '복면 집필'한 국정 교과서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정부는 11월 28일, 별도의 홈페이지에 전자책 형태로 국정 교과서 내용을 일반에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후 한 달간 국민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동시에 철저히 비밀에 부쳤던 집필진 46명의 '복면'도 그때쯤 벗겨질 모양이다.

지금껏 교과서 채택은 교사들의 협의와 교과서검정심사위원회의 몫이었는데, 정부의 교과서 국정화 결정 이후 그러한 절차는 불필요해졌다. 교사들끼리 잡무를 덜었다는 '웃픈' 이야기도 떠돈다. 그럼에도 초안이 나왔다면 아이들을 가르쳐야할 교사들에게 사전 공개하여 의견을 듣는 것이 우선일 텐데, 뜬금없이 인터넷에 공개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합당한 의견을 받아보겠다는 것이다.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교과서 내용을 인터넷에 미리 공개하는 것은 전에 없던 일이다. 당장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일로 보느냐, 정부 수립일로 보느냐는 문제부터 이미 갈등이 첨예한 마당에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이라는 정부의 설명은 누가 봐도 생뚱맞다. 더욱이 내년 새 학기부터 적용되는 까닭에 늦어도 1월경에는 최종안이 나와야 하는 빠듯한 일정인데, 정부의 방침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어쨌든 교과서 내용 공개를 앞두고 현장의 한국사 교사들이 완전히 배제된 모양새다.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했다는 이유로 정부와 여당 정치인들로부터 한국사 교사들 대부분이 '종북 좌파'로 낙인찍힌 마당이니, 딱히 놀랄 일은 아니다. 하긴 몇 해 전 뉴 라이트의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은 '죄'로 일찌감치 정부에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으니 예견했던 바다.

아무리 수능 필수 과목이라고 해도 일선 교사들로부터 외면당한 교과서가 교실에서 '대우'받을 리 만무하다. 내용이 공개되기도 전에 이미 갖가지 의혹과 불신이 켜켜이 쌓여버린 탓에, 아이들은 물론 학부모들까지도 그런 교과서를 굳이 돈 주고 사야하는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의무교육 체제인 중학교의 경우엔 무료지만, 고등학생들은 국정이든 검인정이든 교과서를 일괄 구입해야만 한다.

학교 교육에서 교과서에 대한 신뢰는 가르치는 교사에 대한 그것만큼이나 중요하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수준을 넘을 수 없다고들 하지만, 그에 앞서 담보되어야 할 게 바로 교과서의 공신력이다. 하물며 교과서가 신뢰를 얻기는커녕 정쟁의 대상이 되고, 나아가 온 국민의 조롱거리로 전락한 상황에서 미래 세대 아이들의 역사 교육이 제대로 될 리 없다.

1년 쓰고 폐기? 학생들에게도 외면당한 국정교과서

"국정화 반대" 올해 마지막 거리행동에 나선 청소년들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청소년들이 26일 오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앞에 모여 올해 마지막 '국정교과서반대 청소년행동'집회를 열고 거리행진을 했다.
이들은 지난 10월 11일부터 12차례 진행한 올해 청소년행동을 정리하는 발표문은 통해 '무심코 값없다 생각했던 민주주의가 결코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정신을 실현시키기 위해 싸운다'고 밝혔다. 또한 '미래를 이끌어갈 세대로서 독재와 탄압에 끝까지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 "국정화 반대" 올해 마지막 거리행동에 나선 청소년들 2015년 12월 26일,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청소년들이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앞에 모여 올해 마지막 '국정교과서반대 청소년행동'집회를 열고 거리행진을 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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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나올 한국사 국정 교과서에 아이들이 미리 붙인 '별명'이 있다. '2017 스페셜 리미티드 에디션(Special Limited Edition).' 곧, 한 해만 쓰이고 폐기 처분될, '2017년 한 해 특별 한정판 교과서'라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국정 교과서로 역사를 배우게 될 후배들을 두고 '박근혜 키즈'라며 키득거리기도 했다. 과거에 이렇듯 아이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교과서가 또 있었나 싶다.

대학입시에 찌들어있긴 해도 아이들 역시 눈과 귀는 있다. 내년 2017년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태어난 지 꼭 100년이 되는 해라는 사실을 거론하며, 교과서 국정화는 아버지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지극한 효심 때문에 시작된 것 아니냐며 반문할 정도다. 그런 까닭에 한국사 교과서가 아니라 '윤리' 교과서가 될 것이라며 우스갯소리를 늘어놓는 아이도 있다.

기실 아이들의 국정 교과서 비판은 치기어린 조롱이라기보다 사실에 더 부합한다. 교육부가 고시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르면 모든 교과목이 2018학년도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되는데, 오로지 한국사만 한 해 앞당겨 2017학년도부터 시행된다고 못 박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 탄신 100주년'이라는 사실 외에는 다른 어떤 이유도 찾기 힘든, 오로지 2017년을 위한 예외 규정인 셈이다.

2017년은 박근혜 대통령 임기 5년 중 마지막 해다. 교과서 국정화 외에도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들을 어쨌든 퇴임 이전에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는 강박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얼마 전 답사 차 들렀던 경북 구미의 박정희 생가 주변은 주말인데도 굴삭기의 굉음이 요란했다. 현재 생가 뒤편 금오산 자락을 깎아 '새마을 테마 공원'을 건설 중에 있는데, 물론 201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말 그대로, '기, 승, 전, 박정희'다.

정부의 느닷없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으로 모든 학교가 작년부터 벌집 쑤셔놓은 듯 어수선해졌지만, 천만 다행으로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폭풍우를 잠시나마 피할 수 있게 됐다. 여느 학교와는 달리 교육과정 상 한국사가 2학년에 배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년 신입생부터 순차적으로 적용을 받으니, 그들이 한국사를 배우게 되는 2학년이 될 때까지 1년 간 '유예 기간'을 갖게 된 것이다.

한국사는 계열과 무관한 공통 과목으로 대개 1학년에 배정하는 학교가 많다. 그런데 우리 학교의 경우 한국사가 수능 필수 과목으로 지정된 이후, 2학년과 3학년에 각각 학기당 2단위와 1단위씩 배정하는 등 융통성 있는 교육과정을 마련했다. 한국사의 경우 의무 이수 단위는 6단위 이상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학년 배정 등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 방식은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한국사 수업을 1년 뒤로 미룬 것은 순전히 수능 때문이었다. 단순한 바람일지언정 배우는 때가 수능을 치르게 되는 3학년에 가까울수록 아이들이 내용을 기억하는 데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다. 그땐 설마 한국사 교과서가 국정화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지만, 아이들의 수능 점수를 단 1점이라도 올려보려는 '꼼수'가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그런데, 듣자니까 올해 많은 곳에서 우리 학교와 유사하게 교육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물론, 교육과정을 편성하는 데 있어서 교사의 수급 문제와 학년별 담임교사 배정 문제 등 학교마다 다양한 사정이 고려되는 건 맞다. 하지만 교과서 주문 담당 교사의 귀띔에 의하면, 최근 한국사를 2학년으로 옮긴 학교는 십중팔구 국정 교과서라는 소나기를 잠시 피해보려는 심산이라고 말했다.

이는 고등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중학교의 경우에도 역사 수업 학년을 부러 늦추는 일이 최근 빈번해지고 있다고 하는데, 이쯤 되면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에 맞선 학교들의 '준법 투쟁'이라고 해야 맞을 듯싶다. 어쨌든 2017년 한 해 동안만이라도 국정 교과서로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 부담은 덜 수 있게 됐으니 숨통은 트인 셈이다.

준법 투쟁 '꼼수' 있긴 하지만... 국정교과서, 철회해야 합니다

 20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셜센터 앞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와 노동개악 저지를 주장하며 연가투쟁 집회를 열고 있다.
 2015년 11월 20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셜센터 앞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와 노동개악 저지를 주장하며 연가투쟁 집회를 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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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1년 동안 정부가 다짜고짜 불법으로 낙인찍으며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대는 징계와 불복의 악순환을 피할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이 온전한 대책일 수는 없다. 유일한 해법은 교과서 국정화 방침이 철회되는 것이다. 국정화를 반대하는 여론이 여전히 압도적인 데다 시민단체들의 저항이 줄기차게 이어지고, 야권 정치인들마저 가세한 마당이니, 정녕 이루지 못할 꿈은 아닐 것이다. 더욱이 대선이 치러질 내년은 박근혜 대통령 임기의 마지막 해다.

곧, 아이들의 말마따나 2017년 한 해만 사용될 '특별 한정판'으로 수명을 다하느냐, 아니면 국정 교과서 체제가 지속되느냐 여부는 올 겨울에 비로소 판가름이 날 것이다. 그 시작은 내용이 공개되고 집필진의 '복면'이 벗겨질 내달 28일이 될 것이다. 좋든 싫든 국정 교과서 문제는 이미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시금석이 돼버렸다. 우리 모두가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하는 이유다.

사족 하나. 진경준, 홍만표, 이화여대, 정유라, 우병우, 그리고 최순실까지. 박근혜 정권의 심장을 겨누는 메가톤급 뉴스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요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어느새 '하찮은' 문제쯤으로 치부되어 시나브로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듯하다. 국정 교과서를 시시한 가십거리 정도로 만들어버리는 우리 사회의 어처구니없는 현실이 절망스럽지만, 이 또한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를 규정하는 중차대한 문제다. 언론의 몫이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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