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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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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강(23일)에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렸습니다. 아내와 함께 강화풍물시장 나들이를 갔습니다.

휴일이라 시골장터가 시끌벅적합니다. 한적한 시골마을에 있다가 붐비는 시장에 나오니 사람 사는 냄새가 납니다. 전통시장은 정갈한 맛은 없지만, 뭔가 모를 진한 향수 같은 것을 불러일으킵니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아내는 주전부리로 쑥개떡과 김치만두를 샀습니다. 그러고도 뭐가 부족한 듯 어느 가게에서 발길을 멈춥니다.

"여보, 저기 좀 봐, 할머니께서 맛난 것을 부치네?"
"뭔데 그래! 사먹을게 또 있어?"
"수수부꾸민데, 당신은 싫어요?"
"수수부꾸미? 그거야 좋지!"

아내는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손놀림이 바쁜 할머니께 주문합니다. 그런데 앉아서 함께 일하시는 할아버지가 말씀하십니다.

"좀 있어야 해요! 여기 이 분들 기다리고 있어서요."

그러고 보니 두어 명이 앞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멋쩍었습니다. 새치기라도 한 것 같아서요. 할머니는 서서 연신 부꾸미를 부치고, 할아버지는 앉아서 비닐로 하나하나 포장을 합니다. 손발이 척척 맞습니다.

"아! 그래요! 그럼 장구경하고 올 테니 우리 것도 구워놓으세요."

여기저기 장을 한 바퀴를 둘러보고 왔는데, 할아버지 손에는 우리 몫의 꾸러미가 없습니다.

"미안해서 어쩌지! 오늘따라 기다리는 사람이 하도 많네! 임자, 이분들 것부터 빨리 부쳐내라고!"

할머니는 아무리 바빠도 대충할 수 없다며 대꾸합니다.

"기다린 김에 좀만 기다려요! 맛나게 할 테니까!"

할머니 수수부꾸미가 만드는 과정을 유심히 살펴봅니다. 수수반죽이며 팥소는 준비한 것 같습니다. 먼저 숟가락으로 같은 크기의 반죽을 둥글게 떠냅니다. 둥근 반죽을 기름 두른 판에 올려놓고 주걱으로 수도 없이 꾹꾹 눌러 치댑니다. 납작하게 펴지고 익은 반죽에 손으로 꼭 쥐어 굳은 팥소를 넣어 감쌉니다.

할머니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힙니다.

우리 차례가 되어 할아버지 손에 포장됩니다. 아내는 뜨거운 부꾸미를 호호 불며 맛나게 먹습니다.

"할머니 너무 찰지고 맛있어요."
"100% 국내산 수수에 국내산 팥이 만들어져 그 맛이 어디 가겠어!"


나도 하나를 먹어보는데 예전 명절 때나 제사상에 오른 수수부꾸미 맛 그대로입니다. 돌아오는 길, 할머니 말씀이 귓전을 울립니다.

"건강하게 장사해서 자식한테 손 안 벌려서 좋고, 또 내 손맛을 여러 사람한테 보여주어서 행복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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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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