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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 항의하는 야당의원들
▲ 대통령 국회 연설 '최순실 게이트' 항의하는 야당의원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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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이 개헌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임기 내 개헌 완수'를 선언했다. 개헌 얘기만 나오면 난색을 표명했던 박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개헌 얘기 꺼지내도 못하게 하더니...

그간 박 대통령은 개헌 얘기만 나오면 "개헌이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일 것"이라며 줄곧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개헌 운운한 여당대표는 청와대에 의해 혼쭐이 나기도 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도 그랬다. 지난 4월 언론사 간담회 때도 "지금 이 상태에서 개헌을 하게 되면 경제는 어떻게 살리느냐"며 아예 논의조차 허락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었다.

왜 하필 '개헌 의지'를 이때 피력한 걸까? 최순실-우병우 사태로 대통령의 지지율은 추락하고 부정적인 여론이 증폭돼 있는 상황이다. 국정수행 동력은 사실상 마비 상태로 치닫고 있다. 경제와 민생이 우선이라며 개헌과 관련된 일체의 논의를 거부해오다가 최대 위기 국면에서 '개헌 카드'를 꺼내들다니, 납득하기 어려운 타이밍이다.

개헌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하다가 갑자기 왜 생각을 바꾼 걸까? 최근 박 대통령을 둘러싼 상황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지금 청와대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오판 때문이다. '최순실 의혹' 역시 '우병우 사태'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약화될 것으로 판단했던 듯하다. 대통령의 '절친'을 둘러싼 의혹이 계속 불거져 나와도 청와대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적극 대처하는 모습은 전혀 없었다. 여당 내 '대통령 호위세력'과 정권에 우호적인 언론들에 대한 믿음이 오판을 낳게 만든 모양이다.

여당-청와대-보수언론 총공세
▲ 회고록 논란 여당-청와대-보수언론 총공세
ⓒ 육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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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 공세에 화력 집중했지만...

'최순실 사태'가 점입가경으로 치닫자 새누리당이 움직였다. 시선 분산을 위한 계략은 '회고록 파문'이었다. 참여정부 때 외교부장관을 지냈던 송민순 전 장관의 회고록을 빌미로 삼았다. 북한과 관련된 짧은 문장을 트집 잡았다. 이 한 줄을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였던 문재인 전 더민주당 대표가 북한정권에 의사를 타진해 본 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하도록 중재했다'고 해석했다. 그리고는 종북 공세를 펴기 시작했다. 공세는 거셌다. '더민주당과 문재인 전 더민주당 대표를 북한과 내통한 세력'으로 몰아가기 위해 모든 화력을 쏟아부었다.

여당이 종북 공세에 돌입하자, 거반의 언론들은 '최순실 의혹'보다는 '회고록 파문'에 집중하며 보조를 맞췄다. 여당의 공세가 시작된 10월 14일부터 20일까지 9개 방송사의 메인뉴스 보도량을 보면 '회고록 논란'보다 '최순실 의혹' 보도가 압도적으로 많다. '최순실 의혹'을 집중 취재해 보도(41회)한 JTBC를 제외할 경우, 회고록 논란 보도는 최순실 의혹 관련 보도보다 2배나 많다. MBC뉴스데스크는 더욱 편중된 보도를 했다. 보도 횟수의 차이가 세배에 달했다. 일부 언론은 문 전 대표와 더민주당을 '종북세력'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회고록 보도 최순실 게이트보다 2배
▲ 보도 편중 회고록 보도 최순실 게이트보다 2배
ⓒ 육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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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계산은 빗나갔다. 종북 바람은 불지 않았다. 대통령의 '절친'이 벌인 행각이 워낙 가관이어서 그런지 여론의 향방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종북 공세가 '최순실 게이트'를 덮으려는 수작이라는 걸 눈치 챈 민심은 차갑게 반응했다. 이렇게 사나워진 여론에 역풍까지 더해지며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이 동안 주요 여론조사기관(한국갤럽, 리얼미터 등)이 발표한 대통령 지지율은 최악이었다. 20%대에 불과했다. 반면 '국정 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65%에 달했다. 새누리당 지지율도 20% 대로 추락했고, '콘크리트 지지'를 보이던 영남과 60대 이상 노년층에서도 이탈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 게이트'는 곧 '박 게이트' 여론 일자 꺼낸 '블랙홀 카드'

종북 전략이 실패로 끝나면서 그동안 '최순실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때 박 대통령이 등장한다. 미르-K스포츠 두 재단의 불법행위에 대한 '엄정처벌'을 주문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약발'이 듣지 않았다. 반면 '최순실 게이트'의 추한 속살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여론은 더 격해졌다. 보수언론의 태도도 달라졌다. '회고록 파문'보다는 '최순실 게이트' 보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취재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임기 내 개헌 완수 선언
▲ 국회 연설 임기 내 개헌 완수 선언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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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부터 '최순실 게이트'는 곧 '박근혜 게이트'라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한다. '핵심 수사대상을 미리 해외로 빼돌렸다'는 의혹과 '최순실 게이트를 유야무야 덮으려 한다'는 비난 여론이 고조되면서 대통령 '절친'을 향했던 비난의 화살이 직접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자 박 대통령이 '개헌 카드'를 들고 재차 '등판'한 것이다.

왜 이때 꺼낸 걸까? 그 이유는 박 대통령의 '어록'에 잘나와 있다. "개헌이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던 박 대통령 아닌가. 그 블랙홀에 '최순실 게이트'가 확 빨려들어 가기를 바라는 모양이다. 대통령의 바람대로 될까?


태그:#박근혜 개헌, #최순실게이트, #종북공세, #회고록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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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시사 분야 개인 블로그을 운영하고 있는 중년남자입니다. 오늘은 어제의 미래이고 내일은 오늘의 미래입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미래를 향합니다. 이런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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