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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 넘쳐나는 도쿄에서 굳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를 딱 한 곳만 꼽자면 역시 아사쿠사다. 그리고 아사쿠사 근처에는 1946년에 문을 열었다는 카페 Angelus (アンヂェラス, 안제라스)가 여전히 건재한 모습으로 문을 열고 있다.

아사쿠사 코 앞에서 오랜 세월을 버틴 카페 안제라스
▲ 카페 안제라스 아사쿠사 코 앞에서 오랜 세월을 버틴 카페 안제라스
ⓒ 길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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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아저씨가 원래는 기모노샵을 운영했었는데 '손님과 조용히 이야기할 만한 장소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에서 시작했다는 카페. 또한 주인 아저씨가 문학과 예술에 조예가 깊었기에 당시 문학가와 예술가들의 사랑방처럼 쓰였던 곳이라고도 한다. 이케나미 쇼타로와 데즈카 오사무가 들락거렸다는 곳이기도 한데 카페에서 직접 만드는 케이크와 더치커피가 유명하다고.

세련되진 않았어도 갖출 것은 다 갖췄다.
▲ 안제라스의 제과류 세련되진 않았어도 갖출 것은 다 갖췄다.
ⓒ 길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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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는 리모델링이나 확장을 하지는 않은 듯, 옛날 냄새가 물씬 난다. 케이크를 골라 담는 분도 자리로 서빙을 해주는 분도 모두 어르신들이다. 가게도 직원들도 모두 함께 늙어가는 느낌이다.

삐걱대는 나무 계단에 자리도 비좁고 의자도 편하지 않지만 그래도 제법 손님이 많았는데 의외로 옛 시절을 그리워하며 찾아온 것 같은 어르신들보다는 예전 카페를 경험하려는 듯한 젊은 사람들이 훨씬 많아 보인다.

오래된 공간이 주는 특유의 바랜 느낌이 인상적이다.
▲ 카페 안제라스 내부 오래된 공간이 주는 특유의 바랜 느낌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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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은 아사쿠사 바로 옆이니까 새 것보다는 낡은 것이 더 어울린다. 설령 젊은 사람들이라고 해도 낡은 것을 싫어하는 취향이라면 애당초 이 동네에 오지도 않았을테니 여러모로 이 카페는 이 동네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만한 곳이다. 요즘 사람들이 모던한 것을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도 일종의 편견. 시간의 흐름을 견디면서 절로 닳고 낡은 공간이 주는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다.

매실 더치커피는 더치커피에 직접 담근 매실주를 넣어먹는 이 집만의 특색있는 메뉴이다.
▲ 딸기 케익과 블랜드 커피, 매실 더치커피 매실 더치커피는 더치커피에 직접 담근 매실주를 넣어먹는 이 집만의 특색있는 메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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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인기 관광지나 유명한 장소,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든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엔 여지없이 대기업이 밀고 들어온다. 그래서 그 동네의 초창기 터줏대감 같았던 집들은 아이러니하게도 거의 살아남지 못한다.

그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사람들이 몰려들었었는데, 전부 프랜차이즈화되면서 결국은 본래의 분위기를 잃고 다 함께 뻔한 모습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 주변의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가게들이 생겨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그래서 아사쿠사 같은 세계적인 유명 관광지 바로 앞에서 이런 카페가 70년째 굳건하게 존재한다는 점이 새삼스럽게 놀라우면서도 부럽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저의 네이버 블로그에 작성된 포스팅들을 기반으로 하였습니다.
이방인으로서 겉모습만을 살펴보면 일본은 한국보다 대기업이 동네 상권을 차지하는 일이 좀 적어보입니다.
일본 대기업들이 유달리 양심적이어서라기보다는 관련 법 규정이 잘 갖추어져 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태그:#일본, #카페, #프랜차이즈, #동네상권, #아사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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