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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나와라_최순실'과 경찰 물대포에 맞아 사망한 백남기 농민 사건 사죄를 촉구하는 손피켓을 든 김종훈 무소속 의원 앞을 지나고 있다.
▲ '#나와라_최순실' 피켓앞 지나는 박근혜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나와라_최순실'과 경찰 물대포에 맞아 사망한 백남기 농민 사건 사죄를 촉구하는 손피켓을 든 김종훈 무소속 의원 앞을 지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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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가 들썩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임기 내 개헌' 카드를 던졌기 때문이다. 특히 야당은 '왜 하필 이 시점이냐'는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개헌이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일 것"이라며 개헌 논의에 줄곧 부정적 입장을 견지했던 박 대통령이 임기를 1년 4개월 앞두고 개헌을 제안한 것에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으로 촉발된 '최순실 게이트'로 궁지에 몰린 박 대통령이 정국을 반전시킬 목적으로 '개헌 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임기 마지막 해 개헌을 하시겠다는데 현재 최순실·우병우 이런 일들을 덮으려는 의도는 아닌지 우려가 든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그는 "기억이 생생하다. 2007년 1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개헌으로 대통령 4년 중임제 이야기를 꺼냈을 때 그 당시 박 대통령이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말했다"고도 지적했다.

즉, '정치적 노림수'가 보이는 개헌 카드라는 얘기다.

국회 개헌론자들도 갸우뚱, "우병우·최순실 의혹 덮으려는 것"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는 동안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기동민 의원 등이 비선실세 의혹을 제기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는 동안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기동민 의원 등이 비선실세 의혹을 제기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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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전 대표만이 아니다. 대표적인 개헌론자인 김부겸 더불어민주당(아래 민주당) 의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이 문제(개헌)에 직접 개입한 것에 대해서 국민들이 어떤 정치적 목적이 있지 않을까 오해의 여지가 있겠다"고 지적했다. 또 "국회서 차분하게 국민 동의를 얻어가면서 토론하는 과정이 국민을 설득하는데 더 낫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너무 갑작스럽게 던져진 게 됐다"고도 지적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이날 "최순실·우병우 게이트를 덮기 위한 정략적 제안이라는 평가가 있다"는 질문에 "그렇다. 부인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당내 다수 의원들이 개헌에 찬성하고 있고, 개헌특위 구성을 바라고 있었기 때문에 논의는 해야 한다"면서도 "오늘 (시정연설) 내용을 보면 박 대통령이 재임에 무게를 두고, 다분히 우병우·최순실 등 그런 블랙홀을 만드려는 정략적인 것도 숨어 있지 않는가 생각은 한다"고 재차 짚었다. 아울러, "개헌을 임기 초에 했으면 가능했지만 이제 대선을 1년 앞두고 제안한 것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도 한다"고 지적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시기가 적절치 않다. 대통령은 이 개헌 논의에서 빠지셔야 되는 분이다. 자칫 잘못하면 정권 연장 음모에 휘말릴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예전에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가 정권 연장을 위해서 3선 개헌할 때 그 때 모습이 떠오르는 것이다. 마치 정권 연장을 위한 개헌 음모처럼 비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마친 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정진석 원내대표 등과 함께 회의장을 나오고 있다.
▲ 국회 떠나는 박근혜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마친 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정진석 원내대표 등과 함께 회의장을 나오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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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이 이날 시정연설을 통해 사실상 개헌 방향을 설정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본인의 임기 내에 개헌을 하자고 한 배경, 그리고 현 '대통령 단임제'의 단점을 열거하면서 사실상 대통령 중임제를 '가이드 라인'으로 제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천정배 전 국민의당 대표는 "(박 대통령이 주장한 개헌의) 내용과 의도가 많이 다르지 않나. (박 대통령은) 중임제 개헌을 하자고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개헌론자인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역시 이날 기자들과 만나, "(최순실 게이트와 개헌을) 굳이 결부시킬 필요는 없다"면서도 "4년 중임제로 갈 것 같으면 개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정부의 개헌 추진 참여는 일단 환영하지만 임기 내로 시한을 정해 놓고 단지 유리한 권력구조를 밀어붙이다 국론 분열만 초래하는 정국을 조성할 경우 역사에 또 다른 오점을 남기게 되는 것임을 엄중 경고한다"고 밝혔다.

야당 대변인들의 반응은 좀 더 날이 서 있었다. 윤관석 민주당 대변인은 "시정연설에서 나온 갑작스러운 개헌 논의 제안은 난데없다"면서 "180도 입장을 바꾼 개헌 논의 제안의 진정성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평했다.

특히 "최순실, 우병우 등 측근 비리를 덮으려는 정략적 개헌, 국면전환용 개헌 논의 제안이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면서 "민주당은 의도가 불명확한 정략적인 개헌 논의에 동의할 수 없다. 대통령이 개헌론을 주도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고 분명히 밝혔다.

추혜선 정의당 대변인도 "국가폭력에 희생된 농민의 시신과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이 마치 대통령이 던진 개헌 제안과 바통을 주고받는 모양새다"라면서 "대통령께서는 최근 국정현안에 대한 책임 있는 모습 대신 본인의 임기 내에 헌법 개정을 완수하겠다는 느닷없는 제안으로 이 난국을 돌파하려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따졌다.

이정현 "박 대통령, 당대표 시절부터 개헌 반대한 적 없어"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자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 등이 박수를 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자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 등이 박수를 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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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을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는 어떠한 '정치적 의도'가 없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이정현 당대표가 "박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전에도 개헌을 반대한 적 없다. 당대표 시절부터 시작해 대선후보가 되셨을 때도 '5년 단임제'에 대해서 개헌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말했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박 대통령이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4년 중임제 개헌' 제안에 "참 나쁜 대통령"이라며 반대한 점은 '삭제'한 주장이다. 그는 이날 따로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같이 말하면서 "제가 당대표가 되고 나서 처음 청와대에서 잠깐 독대했을 때 개헌에 대해 건의했고 그 뒤에도 여러 차례 개헌에 관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도 부연했다.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야권의 시각에 대해서는 "개헌은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인 문제라 생각한다. 정치적 사안과는 별개"라고 일축했다. 또 "어떤 누구를 막론하고 개헌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정치인이나 정치세력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질문에는 "정치권에서 충분히 문제제기를 했기 때문에 (검찰) 수사로 넘어갔고 수사 결과를 지켜볼 일"이라면서 "국정감사 기간 여기에 매달렸다가 F학점 받고 또 다시 매달린다면 국민들이 정치권을 싫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국정 책임을 맡고 있는 새누리당은 백년대계를 내다 본 국민헌법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밝혔다. 즉, 당이 앞장서서 개헌 논의를 이끌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야당에서는 최순실 게이트 등을 덮기 위한 개헌 제안으로 본다"는 질문에 "그런다고 이슈가 덮어지나. 그런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개헌 문제는 기본적으로 야당에서 선창했던 문제"라고 강조했다.

당내 중진들도 적극적으로 찬성 입장을 내놓는 중이다.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시정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정권 출범한 이후 오늘이 제일 기쁜 날이다. 각 당 정치주체들이 마음을 비우고 나라를 위해 필요한 개헌 특위를 빨리 구성해 이 일에 착수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시기는 딱 시의 적절했다. 지금이 딱 개헌을 논의할 때"라면서 '정치적 의도' 논란을 일축했다.

김성태 의원도 "대통령 측근 비선들의, 흔히 말하는 국정농단이라는 야당 주장 때문에 개헌 들고 나왔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얘기"라면서 "이제 지체할 이유 없이 신속하게 개헌특위 구성에 합의하고 내년 4월 재보궐 선거 때 개헌 국민 투표를 할 수 있게 최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소수 의견도 있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개헌 찬성론자지만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이 개헌 논의 공식화 했다고 바로 따라가면 안 된다"면서 "국민들은 우병우, 최순실 문제를 덮기 위해 새누리당이 개헌 동조한다고 충분히 의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먼저 우병우, 최순실 사태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그:#박근혜, #개헌, #박지원, #안철수,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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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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