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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항공산업 활성화 방안]
1. 인천공항 서비스평가 1위에 가려진 그늘
2. 인천공항 여객 증대와 인프라 적기 투자
3. 인천공항 화물 증대와 공항배후단지
4. 항공산업 이끌 산학융합지구
5. 중국 경제특구 톈진의 항공산업 산학연
6. 인천공항 안전과 직결된 항공정비단지
7. 국내 항공정비 산업의 현 주소와 과제
8. 인천공항 안정 운영과 고용안정|

정비결항 증가 속 제2여객터미널 개장 코앞

인천국제공항은 2016년 5월 기준 항공사 약 90개가 54개국 193개 도시에 취항하는 동북아시아 허브공항이다. 공항에 드나드는 비행기가 하루에 약 1000편에 달한다.

인천공항의 여객은 2005년 2600만명에서 지난해 4928만명으로 약 1.9배 증가했으며, 10년 평균 증가율은 8.1%를 기록했다. 그리고 올해 50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여객 증가에 따른 비행기 또한 증가하기 마련이고, 그에 따라 정비서비스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래서 항공기정비(MRO) 산업은 무엇보다 여객안전, 항공안전과 직결된다.

그런데 인천국제공항의 항공기정비 인프라가 여객성장을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정비로 인한 결항 편과 결항률이 꾸준히 증가했다. 국제선 출발 편 기준 정비로 인한 결항 편과 결항률은 2010년 11편과 3.9%에서 지난해 25편과 15.2%로 증가했고, 올해 상반기에만 16편과 23.5%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제2여객터미널 개장이 1년여 앞으로 다가왔다. 2018년 개장이 목표지만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2017년 말에 개장할 가능성이 높다.

제2여객터미널이 개장하면 인천공항의 여객처리 규모는 6200만명으로 늘어난다. 인천공항의 여객 증가추세(10년 평균증가율 8.1%)를 보면, 보수적으로 계산하더라도 2018년에 6000만명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제2여객터미널 개장으로 여객편이 늘어나기 마련이라, 항공안전 확보를 위해 항공정비단지를 조성하는 게 시급하다. 그러나 인천공항은 국적 항공사(=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만 엔진정비와 부품정비 이상의 중정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엔진정비의 경우 대한항공만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을 뿐, 나머지 국적 항공사는 전적으로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

인천공항 국적항공사 정비인력만 2100여명

 대한항공 인천공항정비공장(격납고) 내 행거 모습. 대한항공 B777-300이 정비를 위해 입고 돼 있다.
▲ 대한항공 인천공항정비공장 대한항공 인천공항정비공장(격납고) 내 행거 모습. 대한항공 B777-300이 정비를 위해 입고 돼 있다.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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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에서 고도의 항공정비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대한항공이다. 대한항공정비본부 인력은 약 3100명이다. 연간 매출은 약 1조원 규모(자체 정비 약 9000억원, 해외 수주 약 1000억원)다.

대한항공정비본부는 김포공항에 본부를 두고 있고, 크게 인천공항정비공장(1050여명), 김포공항정비공장(500여명), 김해공항정비공장(600여명), 부천원동기정비공장(엔진정비, 350여명), 인천엔진테스트셀(엔진정비 후 테스트, 영종도)로 구분할 수 있다.

김포공항정비공장은 행거가 2.5개로, 국내외 중단거리 노선이 많아 B737급 소형기 정비에 중점을 두고 있고, 인천공항정비공장 또한 행거가 2.5개지만 해외 장거리 노선이 많은 만큼 B777급이나 A380급 등, 대형기 정비에 중점을 두고 있다. 두 격납고 모두 기본적인 운항정비는 물론 기체 정비와 중정비서비스 모두 제공하고 있다.

김해공항정비공장은 대한항공의 항공우주사업본부를 겸하고 있는 곳으로 행거가 4개 있으며, 주로 B747과 B777, A330을 정비하고 있다.

그리고 대한항공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엔진정비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부천에 있는 원동기(엔진)정비공장은 항공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엔진을 완전히 분해하고 조립할 수 있는 오버훌(Overhaul) 능력을 갖춘 공장이다. 부품 가공과 수리까지 겸하고 있으며, 엔진테스트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엔진분야 MRO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60%에 달한다.

엔진은 부품 정비나 오버훌을 마치면 비행기에 장착 전 반드시 테스트를 거치게 돼있다. 테스트 또한 대한항공이 임의로 실시하는 게 아니라, 국내에서는 국토교통부 그리고 미국과 유럽연합, 중국 등, 항공협회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

대한항공은 비행기 엔진 제작사 프랫앤휘트니(Pratt & Whitney)와 합작(대한항공 지분 90%)해 주식회사 아이에이티(IAT, Incheon Aviation Tech)를 설립한 뒤, 올해 6월 엔진정비센터 1단계 사업으로 영종도(중구 운북동)에 항공엔진테스트시설을 준공했다.

아이에이티는 항공기 엔진 분해·조립·부품수리와 성능시험 등의 엔진정비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최초의 상용항공기 엔진 전문 수리업체다. 아이에이티가 보유한 테스트 셀(Test Cell)은 세계 최대의 규모인 가로 14mㆍ세로 14m로, 최대 15만 파운드 급의 엔진까지 테스트할 수 있게 제작됐다.

현재 세계 항공기에 장착되고 있는 최고 추력 엔진은 보잉 B777 기종에 장착된 11만 5000파운드 급이다. 대한항공은 향후 항공기 대형화에 맞춰 엔진이 커질 것을 대비해 15만 파운드 급까지 테스트할 수 있게 제작했다.

대한항공정비본부는 정비인프라만 갖추고 있는 게 아니다. 자신들이 보유한 B747, B777, B737, A330 기종의 기체와 엔진을 대상으로 오버훌 정비를 하고 테스트할 수 있는 정비 실력과 정비인력을 갖추고 있다.

다만, A380과 B747-8i기종은 최신 기종이라 자체 정비하는 것보다 해외에 맡기는 게 비용이 더 저렴해 필리핀에 맡기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정비본부 또한 대한항공처럼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등에 정비격납고를 두고 자체 정비를 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천공항정비공장에는 1000여명이 종사하고 있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은 엔진정비의 경우 대한항공처럼 자체적으로 하지 않고 외국에 맡기고 있다.

제2여객터미널 개장에 맞춰 정비단지도 같이 갖춰야

대한항공이 항공기 엔진 정비 후 테스트를 하는 영종도 인천엔진테스트셀 내부 모습.
▲ 대한항공 인천엔진테스트셀 대한항공이 항공기 엔진 정비 후 테스트를 하는 영종도 인천엔진테스트셀 내부 모습.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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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이처럼 자사 항공기를 정비하는 것을 제외하면, 인천공항은 여전히 외국계 항공사와 국내 저가항공(LCC)사에 중정비 이상의 정비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내년에 (주)제이에스에비에이션 정비격납고가 개장하면 국내 LCC에 중정비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주)제이에스에비에이션은 인천공항에서 운항정비 등의 기초 정비서비스를 제공하던 샤프에비에이션(지분 51%)이 티웨이항공(29%)과 이스타항공(10%), AKIS(10%) 등과 손잡고 설립한 MRO 기업이다.

샤프는 인천공항에서 그동안 항공정비의 기초 단계인 운항정비 분야만 담당했다. 정비격납고가 생기면 LCC 항공기 기체를 상대로 정기적인 중정비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주)제이에스에비에이션 격납고 규모는 2만 8246㎡로, 보잉 737급 또는 에어버스 A320급 소형 여객기 2대를 동시에 정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중단거리 노선을 운항하는 LCC사들의 소형기에 적합한 것으로, 장거리 노선에 취항하고 있는 외국 항공사들에 대한 중정비서비스는 여전히 요원한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제2여객터미널이 개장할 2018년부터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2여객터미널이 개장하면, 2015년 4900만명에 달했던 여객이 6000만명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며, 비행편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제2여객터미널이 개장하면 대한항공과 대한항공이 가입한 스카이팀에 속한 외국계 항공사들이 제2여객터미널을 주 터미널로 사용하고, 제1여객터미널은 아시아아나항공과 스타얼라이언스에 속한 외국계 항공사들이 사용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자체 정비를 하는 만큼, 제2여객터미널 개장으로 정비수요가 늘어나면 현재 유휴지 상태로 있는 인천공항 격납고(정비공장) 옆에 정비격납고를 증설하면 된다.

문제는 외국 항공사들이다. 외국항공사들은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격납고가 비어 있을 때만 중정비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즉, 제2여객터미널 개장에 맞춰 인천공항에 항공정비시설과 단지를 구축해 외국계 항공사에 항공기정비서비스를 적기에 제공해야하는 것이다. 아울러 정비기술 수준을 싱가포르 창이공항처럼 고도화해야 한다.

창이공항은 인천공항 항공산업의 타산지석

현재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MRO 산업은 싱가포르와 중국이 경쟁하는 구도다. 싱가포르가 보유한 항공기는 아시아에서 3.7%에 불과하지만 MRO시장 점유율은 25%에 달한다. 싱가포르 MRO 산업은 창이공항 배후에 집적화돼있어, 창이공항은 여객 허브이자 MRO 허브로 불린다.

중국은 자국 내 경제성장에 기반을 둔 항공시장 성장과 그에 따른 정비수요를 기반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MRO시장으로 성장했다. 2016년 8월 중국민항대학에 따르면, 중국 내 100인승 이상 대형기는 2470여대에 달하고, 100인승 미만인 통용항공기는 2300여대에 달하는데, 매해 약 35%씩 증가하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MRO시장에서 5%를, 아시아태평양 MRO시장에서 3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눈여겨볼 곳은 싱가포르 창이공항이다. 싱가포르는 정부가 MRO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한 결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 항공기 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7% 정도에 불과하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MRO 점유율은 25%, 세계 시장 점유율은 6%에 이른다. 싱가포르 MRO 산업은 연간 3조 4000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조하고 3만 6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창이공항 항공정비단지에는 싱가포르의 대표적 항공기 정비업체인 SIA엔지니어링 컴퍼니와 STA(Singapore Technologies Aerospace), 미국 플랫앤휘트니(Platt&Whitney)와 SIA Engineering의 합작사인 Eagle Services ASIA 등, 업체 120여개가 입주해있다.

또 30분 거리에는 2007년부터 기초 운항정비부터 엔진정비까지 소화할 수 있는 '셀렉타 에어로스페이스 파크(seletar aerospace park)'를 조성해 STA와 롤스로이스(Rolls Royce), 플랫앤휘트니, 항공훈련센터(Air Transport Training College) 등을 입주시킴으로써 기체정비와 엔진정비, 부품제조, 연구교육 등을 집적화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이렇게 아시아 최고의 환승공항이자 MRO 기지로 발돋움했다. 인천공항이 여객안전을 담보하면서 동북아시아 환승공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창이공항처럼 배후에 MRO 특화단지를 조성하는 게 절실하다.

인천공항은 이미 제4활주로 왼쪽에 항공정비단지로 지정돼있는 114만㎡를 보유하고 있다. 인천시와 인천공항공사는 국내외 투자유치로 정비단지를 조성할 계획인 만큼, 항공정비 산업 육성을 위해 국토교통부가 토지사용 승인을 서둘러야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항공정비(MRO)산업, #국토교통부, #인천국제공항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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