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묘한 생존의 공간이다. 윗집 할머니도 탐내지 못하고 아랫집 새댁 손도 닿지 않는 거리다. 오직 평화만이 존재하는 수직의 콘크리트 담벼락이다. 이 공간에서 호박이 홀로 가을을 맞는다.
호박이 익어간다. 울긋불긋 화려한 단풍은 아니지만 가을이면 맞는 낯익은 모습이다. 묘한 위치때문에 피식 웃음이 터진다. 누군가는 이 둥근 호박을 보며 침을 삼키리라. 하지만 감히 내가 경고한다.
저 둥근 호박을 그대로 두라. 평화의 공간에서 저홀로 익어가다 그대로 목숨 다하도록... 이 시대에 그저 평범히 나고 자라 조용히 눈 감는 자 몇이나 될까? 호박이라도 평화로이 생을 마치면 좋겠다. 세상이 복잡하니 별 생각 다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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