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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이 22일 오후 안산청소년수련관 열린마당에서 데뷔작인 코믹 옷니버스극 <그와 그녀의 옷장> 공연을 마친 후 주연 배우로 무대에 선 세월호 엄마들이 “끝까지 밝혀줄께”라고 쓴 손 팻말을 들고 있다. 왼쪽부터 수인 엄마 김명임씨, 예진 엄마 박유신씨, 동수 엄마 김춘자씨, 애진 엄마 김순덕씨, 동혁 엄마 김성실씨, 영만 엄마 이미경씨, 주현 엄마 김정해씨.
▲ 세월호 엄마들 "끝까지 밝혀줄께"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이 22일 오후 안산청소년수련관 열린마당에서 데뷔작인 코믹 옷니버스극 <그와 그녀의 옷장> 공연을 마친 후 주연 배우로 무대에 선 세월호 엄마들이 “끝까지 밝혀줄께”라고 쓴 손 팻말을 들고 있다. 왼쪽부터 수인 엄마 김명임씨, 예진 엄마 박유신씨, 동수 엄마 김춘자씨, 애진 엄마 김순덕씨, 동혁 엄마 김성실씨, 영만 엄마 이미경씨, 주현 엄마 김정해씨.
ⓒ 박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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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엄마'들이 극단을 창단하고 첫 무대에 섰다.

세월호 이후 연극 <사랑하는 대한민국>처럼 대학로의 젊은 연극인들을 중심으로 현재진행형인 참사를 재구성하고, 한국사회에 그 의미를 묻는 연극이 무대에 오른 적은 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의 직접적 피해자인 단원고 희생·생존 학생의 어머니들이 직접 배우와 스태프로  무대에 올라 선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그런 일이 생겼다.

시작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유가족들은 노세극 416안산시민연대 상임대표가 운영하는 커피공방 '피움'에서 안산희망재단 후원으로 커피교실과 인문학교실을 하며 '마음 다스림'을 했다.

노세극 상임대표는 "커피교실이 끝난 후 유가족들에게 도자기 수업과 연극수업을 제안했다"며 "연극을 제안한 건 인문학교실을 하던 중 연극이 치유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김태현 민예총 안산지부장에게 뜻을 전해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월호 엄마들의 준비 모임이 시작됐다. 그간 엄마들은 2년 넘게 거리에서 단식에 삭발까지 하며 세월호 참사의 진상과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풍찬노숙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엄마들이 국민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참사의 진상을 알리기 위해 연극배우의 길에 나선 것이다.

"우리 얘기를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어 시작했어요. 연습을 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건 연극 내용이 남 얘기 같지 않게 감정이입이 되어 울컥해지는 바람에 대사를 치지 못했던 거예요. 하지만 대사나 애드리브를 하면서 서로를 보고 웃어주게 되더라고요.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만 엄마들끼리 위로가 되는 행복한 힐링의 시간이었어요." - 수인 엄마

'416가족극단 노란리본', 10명의 단출한 식구로 창단

416가족극단 노란리본 엄마들이 본 공연에 앞선 최종 리허설에서 코믹옷니버스극 <그와 그녀의 옷장>을 공연하며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다.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는 남편 호남(오른쪽)이 출근하기 위해 아내 순심으로부터 경비복과 모자를 건네받고 있다.
 416가족극단 노란리본 엄마들이 본 공연에 앞선 최종 리허설에서 코믹옷니버스극 <그와 그녀의 옷장>을 공연하며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다.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는 남편 호남(오른쪽)이 출근하기 위해 아내 순심으로부터 경비복과 모자를 건네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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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는 않았다. 아들의 군 입대로 마음의 갈피를 못 잡던 엄마가 쉬기도 했고, 난생 처음 선 무대가 부담이 되어 중도하차한 엄마도 생겼다. 그러다 올해 3월 엄마들의 2차 합류가 있었다. 극단 상임연출을 맡은 김태현씨는 "2차 합류가 있었던 3월께를 창단 시점으로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극단은 배우 7명(수인·동수·예진·주현·영만·동혁 엄마와 애진 엄마(생존학생))과 스태프 1명(시찬 엄마), 연출, 조연출 등 10명으로 구성됐다.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이 탄생한 것이다.

극단 노란리본의 본격적인 연습은 커피공방 '피움'에서 안산온마음센터로 장소를 옮기면서 불을 댕겼다. 지난 6월부터는 온마음센터에 모여 매주 한 차례씩 배우로서 갖춰야 할 발성과 감정 표현, 대본 읽기 등을 처음부터 하나하나 배웠다. 첫 공연이 잡힌 후에는 주 2회씩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을 해 왔다.

"엄마들과 공연 준비를 하며 좀 더 서로를 안쓰러워하고, 또 연습하다 느닷없이 웃고 함께 눈물 흘리며 끈끈한 동지애가 생겼어요… 관객들이 저희를 보며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꼭 밝혀야 하는 거구나', '인양을 왜 자꾸 미루는 걸까?', '왜 덮으려고만 하지?', '미수습 가족은 얼마나 힘들까?' 등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생각해 주시길 바랍니다." - 동혁 엄마

"어머니들과 희극작품을 준비하면서 마음껏 웃게 해드리고 싶었고, 그러면서도 세월호와 만나는 지점이 많은 작품을 골라 공감을 자아내고 싶었습니다. 엄마들이 연습하면서 파안대소했던 시간이 가장 행복했습니다. 예진이는 서울예대에 진학해 연극하고 뮤지컬 하는 게 꿈이었다고 합니다. 예진 엄마는 서울예대도 잘 몰랐고, 연극도 몰랐는데 생전의 딸이 하고 싶었던 걸 했는데 너무 좋다면서 '우리 딸이 엄마한테 연극을 보내준 거 같다'고 말해 참 많이 울었어요." - 김태현(연출자)

세월호 엄마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옷'을 입다

416가족극단 노란리본 엄마들이 본 공연에 앞서 최종 리허설에서 코믹옷니버스극 <그와 그녀의 옷장>을 공연하며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다. 비정규직 사업장인 사랑전자에 용역 깡패들이 투입돼 폭력으로 파업을 진압하고 있다.
 416가족극단 노란리본 엄마들이 본 공연에 앞서 최종 리허설에서 코믹옷니버스극 <그와 그녀의 옷장>을 공연하며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다. 비정규직 사업장인 사랑전자에 용역 깡패들이 투입돼 폭력으로 파업을 진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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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진상규명 및 사드배치 반대 및 굴욕적 위안부 합의 반대 및 노동인권... 이거 왜 자꾸 길어지는 거야? 하여간, 대통령 하나 잘못 뽑아가지고 나라꼴이 엉망이야!" - <그와 그녀의 옷장> 대사 중에서

극단 노란리본의 창단 공연은 22일 오후 안산청소년수련관 열린마당에서 열렸다. 안산온마음센터가 주최하고 416가족극단 노란리본과 연극과마을이 주관했다. 시민 150여 명이 관람했다.

노란리본이 첫 공연으로 선택한 작품은 오세혁 작가의 <그와 그녀의 옷장>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가혹한 현실과 비애를 해학과 풍자, 경쾌한 유머로 담아 낸 작품으로 3개의 이야기를 '코믹 옷니버스'로 엮었다. 공연 시간은 1시간 20분. 2011년 밀양연극제에서 대상과 연출상을 받은 작품으로 안산에 뿌리를 둔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이 공연했다.

작품은 노동자들의 '옷'에 주목했다. 그 옷들은 예컨대 이런 것이다. 아빠 호남처럼 비정규직이라 매번 잘려 옷장에 작업복만 넘쳐난다던가, 엄마 순심마냥 300일 넘도록 파업투쟁 조끼를 입는다던가, 첫 출근에 양복을 입고 나간 아들 수일이가 용역 깡패가 되어 순심 앞에 서는 그런 '옷들'이다. 그리고 그 옷들은 세월호 엄마들이 걸친 '옷'이기도 했다.

'세월호 가족들이 일하는 사람들의 삶을 노래합니다'라는 부제에서 보듯 이번에는 세월호 엄마들이 모든 배역을 맡아 직접 연기하고, 스태프로 무대에 섰다. 연극을 매개로 자신의 아픔을 넘어 이웃의 아픔을 공유하고 웃음과 위로를 나누는 소통에 나선 것이다.

연출자의 인사말에 이어 시작된 공연은 80분 내내 터져 나오는 관객들의 폭소와 박수를 씨줄로 깊은 한숨과 눈물을 날줄로 교직하는 '엄마들의 무대'였다. 특히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촛불문화제를 알리는 대사에선 함성과 함께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고, 수일과 순애의 간지러운 사랑놀이엔 웃음꽃이 그치지 않았다.

반면 아들 수일이 평생 작업복만 입은 순심의 파업 현장에 용역 깡패가 되어 등장하자 객석에선 탄식이 흘러나왔다. 또 아파트 경비원인 남편이 해고된 친구와의 의리와 동료애만 찾자 '늙은 노동자의 노래'를 배경으로 토해내는 순심의 독백은 객석을 눈물바다로 만들어 버렸다.

"끝까지 밝혀줄게" 416 3주기에는 세월호 담은 작품 올려

416가족극단 노란리본 배우들이 첫 데뷔작인 코믹옷니버스극 <그와 그녀의 옷장> 공연을 마친 후 관객들로부터 꽃다발을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맨 왼쪽이 연출자 김태현씨.
 416가족극단 노란리본 배우들이 첫 데뷔작인 코믹옷니버스극 <그와 그녀의 옷장> 공연을 마친 후 관객들로부터 꽃다발을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맨 왼쪽이 연출자 김태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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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공연이 끝났다. 세월호 엄마들의 무대 인사가 이어졌다. 하지만 엄마들은 목이 메어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때마다 관객들은 응원의 박수로 엄마들에게 엷은 미소를 되찾아 주었다. 그리고 엄마들은 1인 다역을 맡은 연극배우에서 세월호 엄마로 되돌아오면서 관객들에게 다짐에 또 다짐을 했다.

"우리 사랑하는 아들딸~ 너희들의 죽음, 끝까지 밝혀줄게."

데뷔를 성공리에 치른 엄마의 기분은 어떨까. 또 엄마들의 공연을 본 관객들은 어떤 기분일까. 눈가가 촉촉이 젖은 그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

"무사히 잘 마쳐서 너무 감사해요. 세월호 엄마들이 함께 뭉칠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앞으로 연극을 통해 우리 아들딸들을 기억할 수 있는 자리가 많았으면 좋겠고, 엄마들의 함성을 들으시면서 한 번 더 세월호를 잊지 않았으면 해요. 시민들께서 함께 해 주신다는 걸 믿고, 국민조사단과 여러 과제들을 하나씩 풀어나가는데 힘을 얻도록 하겠습니다." - 주현 엄마

"연극을 통해 다양한 사회 현상을 보여줘 공감이 됐고, 문득 박근혜도 떠오르면서 웃음도 났어요. 엄마들이 연극을 하기까지 굉장히 고민이 되었을 텐데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려는 절실함 때문에 무대에 선 거 같아요.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지만, 우리는 함께 걸어갈 거라는 믿음이 다시금 들었어요." - 최경숙(주부)

첫 공연을 연출한 김태현씨는 "어머니들께서 실수 없이 잘해 주셨고, 한두 번의 실수가 생겼을 때 당황하지 않고 재치 있게 넘어가서 참 놀랐다"며 "오늘 관객들은 정말 최고였다. 어머니들의 연기 하나하나에 숨 쉬듯이 호응해 주었고, 울고 웃는 모습이 참 감동적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 연출자는 "맨 마지막 장면이 끝나고 조명이 꺼졌을 때, 시계를 들여다보니 정확히 4시 16분이었다. 기막힌 우연 아닌가? 아이들이 엄마들의 공연을 그 시간에 끝나도록 도왔는지도 모르겠다"며 "무대 위에서 사람들을 웃기고, 울리는 엄마들의 연극은 관객과 배우 모두를 커다란 치유의 장에서 소통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은 다음달 4일~6일까지 대학로 '아트홀 마리카 3관'에서 <그와 그녀의 옷장>을 다시 무대에 올린다.

12월부터는 내년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참사와 관련한 창작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본격적인 구상에 들어간다. 가을엔 시민들에게 위로와 안부를 전할 수 있는 '이웃'에 대한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며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알려나갈 계획이다.


태그:#416가족극단 노란리본, #세월호 엄마, #코믹 옷니버스 <그와 그녀의 옷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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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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