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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름 320㎝인 물레방아와 디딜방아 수영장을 모두 혼자 힘으로 만들었다는 얘기에 말문이 막혔다.
어린이들을 위해 직접 만든 수영장 구석에 지름 320센티미터 물레방아를 직접 만들고 두 개의 디딜방아까지 곁들여 만든 임영기 목사
 어린이들을 위해 직접 만든 수영장 구석에 지름 320센티미터 물레방아를 직접 만들고 두 개의 디딜방아까지 곁들여 만든 임영기 목사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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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은 내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것이니 하나님 뜻대로 쓰겠습니다. 계획했던 프로그램이 언제 완성될지 모르겠지만 제가 살아있는 당대에 완성되지 않으면 뜻을 가진 다른 분이 오셔서 완성해주겠지요."

보길도 정자교회 임영기(58) 목사가 한 말이다. 동행했던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이재언 연구원의 원래 직업은 목사다. 지금은 목회 일을 내려놓고 전국의 섬을 돌며 섬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임영기 목사가 12년전 폐교(8천평)를 구입해 목사부부와 교인들이 1년만에 완성한  보길정자교회 모습.  주민소득증대를 위해 보길도 관광농원을 계획한 후 착착 진행 중이다.
 임영기 목사가 12년전 폐교(8천평)를 구입해 목사부부와 교인들이 1년만에 완성한 보길정자교회 모습. 주민소득증대를 위해 보길도 관광농원을 계획한 후 착착 진행 중이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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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바다에서 폐선박을 싣고와 찻집을 만들었다.
 인근 바다에서 폐선박을 싣고와 찻집을 만들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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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언 연구원은 함께 섬을 여행할 때마다 "보길도에 가면 혼자서 교회를 짓고 관광농원을 계획한 후 일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혼자서 모든 일을 해요"라며 임 목사를 자랑했었다.

이재언 연구원의 고향인 노화도를 거쳐 임영기 목사가 재직하고 있는 보길도 정자교회를 방문했다. 해남이 고향인 임 목사는 1985년에 보길도에 들어와 목회를 하다 12년 전에 초등학교였던 폐교를 구입(8000평)해 교회를 짓고 마을공동체를 만들고 있다.

허름한 작업복을 입고 운동장가에서 톱을 들고 작업 중이던 임 목사가 반갑게 손을 내민다. 시골마을 이장 같은 포근한 인상이다. 운동장가에 서있는 100년 이상 된 팽나무 가지 위에 나무로 어린이들이 '꿈꾸는 집'을 짓고 있었다.

100년 이상된 팽나무위에 어린이들을 위해 나무집을 짓고 있는 임영기 목사(왼쪽)와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이재언 씨
 100년 이상된 팽나무위에 어린이들을 위해 나무집을 짓고 있는 임영기 목사(왼쪽)와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이재언 씨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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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기 목사가 지역 어린이들을 위해 만든 수영장 구석에는 물레방아가 돌고 물레방아 힘으로 돌아가는 디딜방아가 두대나 돌고 있었다. 다른 일도 곁들이면서 지름 320센티미터의 물레방아 만드는데 한 달 걸렸다고 한다. 물레방아는 계곡물을 이용한다
 임영기 목사가 지역 어린이들을 위해 만든 수영장 구석에는 물레방아가 돌고 물레방아 힘으로 돌아가는 디딜방아가 두대나 돌고 있었다. 다른 일도 곁들이면서 지름 320센티미터의 물레방아 만드는데 한 달 걸렸다고 한다. 물레방아는 계곡물을 이용한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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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목사는 굴착기와 톱을 이용해 태풍에 쓰러진 나무를 잘라 이층집을 만들고 있었다. 이층집과 연결된 커다란  팽나무 가지 사이의 대형 물통에는 구멍이 뚫려 있어 아이들이 들어가 놀 수 있는 꿈의 놀이터가 될 예정이다.

이런 형태의 집을 본 적은 있다. 며칠 전 <디스커버리> 채널에 나왔는데, 미국의 한 자선사업가가 어린이들을 위해 지은 나무 위 통나무집이었다. 예쁘게 지은 3층 교회사무실로 들어가 차를 마신 후 임 목사가 직접 지었다는 물레방아와 디딜방아가 연결된 수영장으로 갔다.

길이 15m, 폭 8m인 수영장 구석에는 계곡물로 움직이는 물레방아가 돌고 있었고 물레방아의 힘으로 돌리는 디딜방아 2개가 방아를 찧고 있었다. 지름 320㎝인 물레방아와 디딜방아 수영장을 모두 혼자 힘으로 만들었다는 얘기에 말문이 막혔다.

교인과 함께 3층 교회를 1년 만에 짓고 부인과 함께 내부 인테리어까지 해냈다. 부부는 교회와 인접한 집에 살고 있었다. 천장의 정교한 목조 인테리어 작업도 직접 한다는 얘기를 듣고 "이 황토 흙집 만드는 데 얼마 들었습니까?" 하고 묻자 임 목사의 대답이 돌아왔다.

임영기 목사 부부가 기거하는 40평 황토흙집으로 이층집이다. 모든 건축일을 부부가 직접하고 건자재는 대부분 자연에서 구해서 짓는데 1200만원 들었다. 지붕에는 통유리가 설치돼 실내인데도 전기불 켜놓은 것처럼 밝았다.
 임영기 목사 부부가 기거하는 40평 황토흙집으로 이층집이다. 모든 건축일을 부부가 직접하고 건자재는 대부분 자연에서 구해서 짓는데 1200만원 들었다. 지붕에는 통유리가 설치돼 실내인데도 전기불 켜놓은 것처럼 밝았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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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주민들이 추운 겨울에도 실내에서 배드민턴을 하도록 비닐하우스 배드민턴장을 만들고 있는 모습. 태풍에 쓰러진 고목을 주워와 기둥으로 세운 모습이 인상적이다"
 "동네 주민들이 추운 겨울에도 실내에서 배드민턴을 하도록 비닐하우스 배드민턴장을 만들고 있는 모습. 태풍에 쓰러진 고목을 주워와 기둥으로 세운 모습이 인상적이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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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는 집이 40평이에요. 황토 흙집 한 평에 400만원 드니까 1억 2천만 원 들어야 하는 데 1200만 원 들었어요. 건축자재 대부분은 흙, 돌, 나무인데 흙과 돌은 주변에 많이 있고 나무는 태풍에 쓰러진 나무를 주워와 사용합니다. 보일러도 제가 직접 제작했으니 돈이 안 들죠."

임 목사는 건축에 관한 일이라면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 철근, 용접, 배관, 벽돌, 전기, 목수, 인테리어까지. 혼자 힘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부인 김명란씨도 힘을 거든다. 아니! 거든다기보다는 동업자라고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완도 보길도정자교회 임영기 목사(오른쪽)와 부인인 김명란씨 모습
 완도 보길도정자교회 임영기 목사(오른쪽)와 부인인 김명란씨 모습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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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짓기 위해 부인인 김명란씨가 굴착기를 운전하고 임영기 목사가 통나무를 세우고 있는 모습
 집을 짓기 위해 부인인 김명란씨가 굴착기를 운전하고 임영기 목사가 통나무를 세우고 있는 모습
ⓒ 김명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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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인 김명란씨는 남편이 무거운 나무를 옮기고 세워야할 때 굴착기를 운전하고 경운기를 운전한다. 또 타카와 기계톱까지 사용할 줄 알아 조수 역할을 한다. 부부에게 "왜 목사 부부가 직접 나서서 일을 합니까?"하고 묻자, "섬에는 일당 받고 일하러 오는 사람이 없어서 직접 할 수밖에 없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임 목사는 주민들과 힘을 합쳐  마을공동체를 살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어느 시골을 가도 마찬가지지만 섬에도 노인들만 남았다. 임 목사는 노인들과 힘을 합쳐 양봉, 유자, 토종꿀, 닭, 염소, 약초재배를 시작해 수익창출을 위해 애썼지만 소득은 별로였다.

조금 잘 된다 싶으면 너도나도 뛰어들어 경쟁이 심했기 때문이다. 폐교를 구입한 임 목사는 우선 주민복리를 위한 시설을 만들기 시작했다.

탁구장, 게이트볼장, 배드민턴장, 찜질방, 수영장, 목욕시설, 영화관, 효소카페를 만들고 글을 못읽는 분들을 위해 성인문해교실과 학생들을 위한 영어마을을 계획하고 있다. 다행히 폐교교실을 개조해 집을 지은 집에는 미국에서 40년간 살다가 온 분과 15년간 살다 온 분이 정착해 살고 있었다.

효소까페를 만들기 위해 제작중인 작업실 한 구석에는 건축일에 쓰일 공구가 100여 가지가 넘었다.
 효소까페를 만들기 위해 제작중인 작업실 한 구석에는 건축일에 쓰일 공구가 100여 가지가 넘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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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접 작업 중인 임영기 목사
 용접 작업 중인 임영기 목사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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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소카페를 만들고 있는 작업실에 가니 건축과 관계되는 작업공구가 100여가지나 된다. 굴착기 운전경력 15년째인 임 목사는 돈이 부족해 중고 굴착기를 2대나 폐품 처리했고 이번이 세 번째다. "그 많은 일을 혼자 도맡아 하는 데 힘들지 않습니까? 애로사항은 무엇입니까?" 하고 묻자 답변이 돌아왔다.

"애로사항을 말하라면 한도 끝도 없지만 그냥 그러려니 해요. 삶을 낙관합니다. 서울에서 이곳으로 이사 온 분들한테는 일하고 싶으면 오전만 도와주시고 오후에는 주민들과 함께 게이트볼 하시면서 쉬시라고 합니다. 일하다 큰 일 날 뻔한 적도 있었죠. 기계톱으로 발뒤꿈치 12㎝가 잘려나가 힘줄이 보이기도 했었습니다."

임영기 목사는 주민 소득사업을 위해 '보길도관광농원'을 계획하고 있다. 임 목사가 계획한 주요계획내용이다.

▲체험시설
농수산물 수확체험-유자, 매실, 황칠, 발효체험, 해초채취, 전복,
전통음식체험 -물레방아간, 통방아, 디딜방아, 절구, 맷돌, 해산물비빔밥
생태공원체험 - 가재, 다슬기, 민물게, 도룡농, 반딧불, 새공원
만들기체험 - 조개공예, 황칠목공예, 천연염색, 도자기공예
힐링체험 - 관광, 산책, 삼림욕, 황토찜질, 텃밭
축제체험 - 조개잡이 축제, 개매기 축제, 전복축제, 별자리 관찰축제
관광체험 -고산윤선도, 우암송시열, 예송리 흑명석, 보길도둘레길
영어마을체험 - 한글로 영어마을 조성
인생2막을 위한 재충전 프로그램 - 흙집, 효소, 목공


▲관광농원조성시설
체험관, 생태공원, 동물농원, 유자밭, 황칠밭, 매실밭, 수수밭, 조밭, 목화밭, 메밀밭, 유치밭, 야생화길, 편백숲길, 묵상의길


▲특산물 판매시설
유자차, 매실차, 황칠, 동백잎차,톳, 다시마, 각종 산야초, 보길도 멸치, 김, 미역, 청각, 액젓


▲숙박 및 휴식시설
황토 집, 황토찜질방, 캠핑카, 방갈로, 나무위의 집, 효소까페, 삼림욕, 풍욕


▲운동시설
축구, 족구, 배구, 배드민턴, 탁구, 게이트볼, 골프


▲지역복지시설
평생교육(성인문해교실, 다문화센터, 공동식사, 일자리사업
)

운동장 구석에 만든 게이트볼장에서 게이트볼을 하는 주민들
 운동장 구석에 만든 게이트볼장에서 게이트볼을 하는 주민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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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공동체에는 코리아헤럴드 기자로 지내다  미국으로 이민 가서 15년쯤 살다 귀국해 서울과 부산에 살다 이곳으로 이사온 신태남(70)씨가 있었다. 교회에서 100m쯤 떨어진 곳에 황토 집을 짓고 살고 있는 신씨와 대화를 나눴다.

코리아헤럴드 기자였다가 미국으로 이민가 15년동안 생활하다 귀국후 암전문효소를 연구하고 있는 신태남(중앙)씨가 황토흙집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며 파안대소하고 있다
 코리아헤럴드 기자였다가 미국으로 이민가 15년동안 생활하다 귀국후 암전문효소를 연구하고 있는 신태남(중앙)씨가 황토흙집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며 파안대소하고 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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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대체의학을 공부했습니다. 집사람을 위암으로 잃고 어디로 갈까 고민하던 중 아는 분이 좋은 곳이 있다며 추천해주셨어요. 이곳에 온 동기는 목사님이 나보다 12살 아래인데 32년 동안 이곳에 살면서 이만큼 이뤘다는데 감동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불나방처럼 살았는데 나도 여기 정착해서 죽기 전에 뭔가 이뤄보겠다는 생각에 암 전문효소를 만들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이중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 삶과 목회 일을 일치하는 삶을 살아가는 임영기 목사를 보며 진정한 구도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임영기, #목사, #정자교회, #보길도,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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