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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에 꽃놀이 도화전에 노랫가락 시리게 흥겨운데
오백년 공들여 애써 온 대업 모두 허사로다
아비는 칼 맞아 쓰러지고 자식들은 세금에 찢겨죽고
잿가루 날리는 만월대에 통곡 소리 구슬퍼라

무이이야
무이이야
세상에 묻노니
생사를 가름에 정치와 칼이 다를 게 무어냐

천중의 이름 없는 새야
왜 그리도 구슬프게 우느냐
어차피 들꽃의 진 자리는
찾을 수 없지 않느냐

내가 요즘 자주 듣는 노래 <무이이야(無以異也)>(국카스텐)의 노랫말이다.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O.S.T. 중 하나다. '무이이야'는 '다를 게 무엇이냐?'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노래는 국카스텐의 하현우가 불렀는데 딸의 말에 따르면 어느 노래든 하현우가 부르면 멋있어진다고 한다. 나도 물론 하현우의 목소리를 아주 좋아한다. 아니, 그룹 국카스텐이 만들어내는 그 소리들을 아주 좋아한다. 독특하고 신난다.

<무이이야>를 운전할 때마다, 컴퓨터를 켜고 작업을 하기 전, 컴퓨터 작업을 할 때에도 배경음악으로 늘 듣는다. 그리고 가사 한 줄이 내 마음에 박혔다. 그 가사는 다음과 같다.

"아비는 칼 맞아 쓰러지고 자식은 세금에 찢겨 죽고… 세상에 묻노니 생사를 가름에 정치와 칼이 다를 게 무어냐?"

칼과 총만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 다를 바가 없다.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는 가혹한 정치가 사나운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뜻이다. 산에서 사는 동안 시아버지에 남편과 자식마저 호랑이에게 죽임을 당했지만 산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평지에서 살 때 겪을 가혹한 정치가 호랑이보다 더 두렵기 때문이었다. 이 말처럼 정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는 어떤 사나운 동물보다 더 가혹하게,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들을 죽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정치는 세금을 가리킨다.

태어나 죽을 때까지 절대 벗어날 수 없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바로 광고와 세금이다. 눈을 뜨고 눈을 돌리는 모든 순간에 우리는 광고를 보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에는 직접세든 간접세든 세금이 따라 다닌다. 그런데 바로 이 광고와 세금을 뒤에서 쥐고 흔드는 것이 바로 정치이다. 세율을 정하고 세율을 올리고 세율을 내린다.

간접세는 소비를 하는 사람이 내는 세금이며, 가난한 사람이 구입하기 어려운 사치재에는 특별 소비세를 물린다. 직접세는 소득에 따라 내는 세금으로, 많이 버는 사람은 많이 내고 적게 버는 사람은 적게 낸다. 우리가 세금을 낸다고 인식하는 경우는 이 직접세인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직접세보다 간접세 비율이 높다. 참고로 미국은 간접세와 직접세의 비율이 1:9 정도라고 한다. 소득이 높든 낮든 소비하는 물건의 양은 비슷할 것이다. 간접세의 비율이 높다는 것은 소득에 관계 없이 내는 세금의 비율이 높다는 뜻이다. 이 직접세와 간접세의 비율도 바로 정치권에서 결정한다.

전기요금 누진제 때문에 에어컨은 비싼 장식품이 돼 버렸다. 능력에 따른 경쟁은 물 건너 간 지 오래다. 가장 좋은 스펙은 조건 좋은 부모님이라고 하니 열심히 공부하고 경험을 쌓은들 무슨 소용이랴. 최저임금은 만 원을 넘지 못해 노동시간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길지만 임금은 적다. 긴 노동 시간과 적은 임금은 더 많은 노동 시간을 요구하거나 미래에 대한 투자를 줄이게 만든다. 이는 결과적으로 가난의 대물림을 가져 온다.

이런 모든 문제를 만들기도 하면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정치이다.

투표를 통해 정치인을 잘 뽑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정치인이 잘 하는지 감시하며, 잘 못할 경우에는 국민 소환제를 통해 끌어 내려야 한다.

정치는 절대 스스로 바뀌지 않는다. 정치는 우리가 바꾸어야 한다. 세월호를 잊고 싶다면 정치를 바꿔야 하고, 백남기 농민의 죽음에 대해 사과를 받으려면 역시 정치를 바꿔야 한다. 제발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거둬 들이길.

사람들은 내가 정치에 관심이 많다고 말을 한다. 그리고는 자기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머리 아프고 대책도 없고 짜증만 나는데 왜 관심을 갖느냐고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정치에 대해 무관심해질수록 부정과 부패는 심해질 것이다. 제대로 된 감시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정치는 제대로 되지 않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그 정치인을 뽑은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잊지 말아야 한다. 정치는 우리 생활을 좌지우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욱 그럴 것이라는 것을. 우리가 정치에 진저리를 치고, 정치 불신이 팽배해질수록 정치인들은 겉으로는 걱정할지라도 실상은 미소 짓고 있다는 사실을.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투게더광산톡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무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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