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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6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전시 전반에 대해 설명하는 백지숙 감독. 뒷면은 남아공 작가 케망 와 레훌레레(K. W. Lehulere)의 '우주의 또 다른 막간 궤도(2016년)'라는 작품. 이 작가는 자기나라에서 인종차별정책이 종식된 후에도 유발되는 후유증을 주제로 삼는다. 칠판에 분필을 쓴 건 역사의 기록은 고정된 게 아니라 시대에 따라 언제나 새롭게 해석되어야 함을 말한다. 수화로 쓴 날짜 8월 11일도 보이는데 이 날은 남아공에서는 처음 인종차별반대시위가 열린 날이다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6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전시 전반에 대해 설명하는 백지숙 감독. 뒷면은 남아공 작가 케망 와 레훌레레(K. W. Lehulere)의 '우주의 또 다른 막간 궤도(2016년)'라는 작품. 이 작가는 자기나라에서 인종차별정책이 종식된 후에도 유발되는 후유증을 주제로 삼는다. 칠판에 분필을 쓴 건 역사의 기록은 고정된 게 아니라 시대에 따라 언제나 새롭게 해석되어야 함을 말한다. 수화로 쓴 날짜 8월 11일도 보이는데 이 날은 남아공에서는 처음 인종차별반대시위가 열린 날이다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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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6'은 1년 전 선임된 백지숙 감독의 주관으로 서울시립미술관(서소문본관, 남서울생활미술관, 북서울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11월 20일까지 열린다. 출품작은 76점이고 24개국 작가가 참가했다. 이번 비엔날레를 감상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려 무료 입장이니 여러 번 보면 더 좋다.

서울시립미술관 김홍희 관장은 이번 9회 미디어아트비엔날레를 맞아 "이번 비엔날레가 특성화된 첨단미디어시티 서울에서 열리게 돼 그 의의가 더 크다"라면서 "예술적 상상력으로 상생하는 전 지구적 축제를 전망하며, 첨단디지털과 바이오기술, 유전공학과 생명공학의 혁명시대에 새로운 계시로서의 미적 담론이 생산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30, 40대 젊은 작가, 여성작가, 비서구권 작가가 많다는 게 특징이다. 참여 작가도 팔레스타인을 포함해 유럽 9개국 아시아 5개국, 남미 3개국, 북미·아프리카·중동 2개국, 오세아니아 1개국에서 왔다. 또한 서울시민의 문화적 소외를 최소화한다는 취지에 따라 '탈중심화'를 시도해 서울시립미술관 전관 4곳에서 동시에 열린다.

재난시대, 화성인에 보내는 메시지

함양아 I '잠' 가변설치 비디오 2015. 임시대피소에 사람들이 잠든 모습 같다. 우리사회는 어디서나 쓰러져 잠들 수밖에 없는 피곤사회이면서 동시에 그런 잠도 편히 잘 수 없는 불안한 재난사회임을 암시한다. 작가는 이런 사회를 '추상적 리얼리티(abstract reality)'로 표현하고자 했다는데 이 말은 때로 추상이 구상보다 더 리얼리티를 잘 보여준다는 뜻이리라.
 함양아 I '잠' 가변설치 비디오 2015. 임시대피소에 사람들이 잠든 모습 같다. 우리사회는 어디서나 쓰러져 잠들 수밖에 없는 피곤사회이면서 동시에 그런 잠도 편히 잘 수 없는 불안한 재난사회임을 암시한다. 작가는 이런 사회를 '추상적 리얼리티(abstract reality)'로 표현하고자 했다는데 이 말은 때로 추상이 구상보다 더 리얼리티를 잘 보여준다는 뜻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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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번 비엔날레의 백 감독이 염두에 두고 있는 키워드는 '재난'이다. 백 감독은 "지금 지구촌은 전쟁과 테러, 이주와 실향, 재해와 궁핍 등 난제를 탑재한 채 살고 있다. 우리는 또한 상호간 적대적 목소리가 부딪치는 도심광장과 사이버공간의 한복판에 놓여있다"라며 "우리에게는 미래의 가능성을 여는 새로운 미디어 언어가 필요하다"라는 설명이다.

이번에 백 감독이 '네리리 키르르 하라라'라는 제목을 붙인 건 바로 이런 이유이다. 이 제목은 화성의 시인이 아직 오지 않는 미래를 예언한 말이다. 일본의 '다니카와 슌타로"가 쓴 시 <20억 광년의 고독>에서 인용한 것이다. 지구인과 화성인이 20억 년 떨어져 살았으니 이제 재난시대에 맞아 앞날을 살려내는 공동방안을 만들자는 뜻이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 10월 18일 "2030년까지 화성에 인류를 보내겠다"고 선언했는데 백 감독은 오바마보다 먼저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그런 메시지를 화성에 보낸 셈이다.

그러면서 "포스트인터넷환경에서 상용화된 드론, 가상현실(VR), 구글어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3D게임과 쌍방적 미디어 등의 첨단기술이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이제는 감각을 변형시키는 예술매체가 돼야 한다"라며 "요즘 급변하는 정치경제의 지형 속에서 작가들이 사회문화적 실천으로 창안한 언어를 재공유화하려 했다"라고 덧붙인다.

미래사회 대안모색을 위한 배움터

나스티비셔스(Nastivicious) I '벽지작업' 비디오, 7분 58초, 2011. 앙골라의 '사회적 통념을 깨는 작가의 작품이다. 구글에서 가져온 조각 이미지를 합성하는 방식으로 만든 것이다. 중간에  냉소적 표현인 "당신이 들은 것은 다 믿지 마라" 등 경구도 나온다. 이에서 알 수 있듯 미디어 홍수시대 이미지의 덫에 걸려 정보를 판단하는데 오판아 많은데 이것도 하나의 재난일 수 있음을 알려준다.
 나스티비셔스(Nastivicious) I '벽지작업' 비디오, 7분 58초, 2011. 앙골라의 '사회적 통념을 깨는 작가의 작품이다. 구글에서 가져온 조각 이미지를 합성하는 방식으로 만든 것이다. 중간에 냉소적 표현인 "당신이 들은 것은 다 믿지 마라" 등 경구도 나온다. 이에서 알 수 있듯 미디어 홍수시대 이미지의 덫에 걸려 정보를 판단하는데 오판아 많은데 이것도 하나의 재난일 수 있음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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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감독은 "우리가 지금 지구에서 유일하게 분단된 채 고립된 섬처럼 살고 있다. 또한 고도성장과 민주화를 거쳐 성장해온 도시가 처음으로 머뭇거리는 예측불허의 위험사회가 됐다"라며 이런 시대적 난제를 극복하는데 공감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소통방식이 요청되기에 이에 대비하는 대안문명을 모색하려고 배움터를 마련했단다.

그래서 백 감독은 이번 비엔날레가 시작하기 한 달 전부터 극심한 폭염 속에서도 120시간짜리 여름캠퍼스를 열었다. 때로는 퍼포먼스로, 해외작가와 화상전화까지 시도하면서 대안언어를 모색하느라 진통을 겪은 결과로 이에 답하는 문명진단서 같은 4권의 비정기 간행물과 아카이브도 냈다. 화성인 초대가 가능했다면 그들의 동참도 시도했으리라.

우선 이번 비엔날레 최우수작 2점... '크리스틴 선 킴'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

크리스틴 선 킴 I '기술을 요하는 게임 2.0' 벨크로, 자석, 전자장치, 김인삼 할머니 목소리 2015. 작가가 직접 설치미술을 시연해보이고 있다
 크리스틴 선 킴 I '기술을 요하는 게임 2.0' 벨크로, 자석, 전자장치, 김인삼 할머니 목소리 2015. 작가가 직접 설치미술을 시연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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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76점 작품이 선보인다. 그걸 다 소개할 수는 없다. 그중 하나은행으로부터 1억 원 지원받아 만들어진 <하나 SeMA미디어아트 미술상> 수상자 2명의 작품을 먼저 살펴보자.

첫 번째로 소개할 작가는 '크리스틴 선 킴Christine Sun Kim)', 그녀는 1980년생 재미교포 3세다. 뉴욕에서 활동 중 '베를린 작가프로그램'에 참가한다. 거기서 소리와 침묵에 주목하는 사운드 아트에 심취한다. 소통은 주로 귀로 하는 건데 그녀는 청각장애인이다. 그러니 사운드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깨달을 것이고 그래서 마음에 더 많이 끌렸으리라.

미디어어트 수상작인 '기술을 요하는 게임 2.0'은 관객 참여용 작품이다. 여기서 '기술을 요하는 게임'이라는 제목이 붙인 건 관객이 공중에 설치된 선을 따라 기계에 녹음된 목소리를 들을 때 몸의 균형을 잘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 기계 속에는 작가의 할머니 이야기가 들린다. 작가는 그런 역사를 알아야 미래를 볼 수 있다고 생각 때문이었다.

그녀는 미국의 비영리재단 TED에도 출연해 '수화의 매혹적인 음악성'에 대해 강연하는 등 분주하다. 현대미술에서 부쩍 많은 주목을 끄는 분야는 사운드 아트다. 그녀는 이 새로운 영역을 독창적 관점을 새롭게 개척해 주목받고 있다. 이런 소리의 시각화는 작가자신의 신체적 조건으로 볼 때도 그녀가 여기에 깊이 몰입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 되리라.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K. Arunanondchai) I '웃긴 이름을 가진 사람들로 가득 찬 방에서 역사로 칠하기 3', 싱글채널 비디오, 24분 55초 2015년 작. 비디오 앞에는 올해 새로 만든 오브제작품인 베개와 플랫폼도 놓아두다.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K. Arunanondchai) I '웃긴 이름을 가진 사람들로 가득 찬 방에서 역사로 칠하기 3', 싱글채널 비디오, 24분 55초 2015년 작. 비디오 앞에는 올해 새로 만든 오브제작품인 베개와 플랫폼도 놓아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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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두 번째 작가는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를 소개한다. 그는 뉴욕과 방콕에서 활동하는 1986년생 신세대 태국인 작가다. 음악, 비디오, 퍼포먼스를 팝문화와 같이 결합시키는 경향을 보인다.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하는 전 세계 도시의 이미지를 총체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이걸 실재와 허구의 구분을 모호하게 처리하니 더 매력적이다.

태국의 불교문화는 물론 현대예술의 다양한 면모와 서구상업주의의 극한도 보여주면서 인류가 나아갈 길이 뭔지도 끊임없이 묻는다. 이런 점이 상업적 영상과 다르다. 화면 아래 짧은 시(詩) 구절이 나오고 그것이 우리에게 뭔가 생각하게 한다. 그 이면에는 좋은 정보가 참으로 창조적 지식이 되는 유토피아 사회에 대한 열망도 엿보인다.

박진감 넘치는 화면에 관객의 눈을 떼지 못하게 할 정도로 멋진 영상이 이어지나 상영시간은 25분이다. 그래서 작가는 관객이 누워서도 편히 화면을 볼 수 있는 자리도 마련했다. 관객에 대한 젊은 작가의 작은 배려다. 그는 또한 감각시대 신세대 작가답게 기존과는 다른 더 확대된 표현의 자유와 보다 수준 높은 삶의 질 등을 화두로 꺼내고 있다.

다른 작품들은? '이반 나바로' '피에르 위그' '차재민' '주황'

이반 나바로(Ivan Navarro) I '무제(뉴욕 쌍둥이빌딩)' 네온, 나무, 거울, 반투명 거울 외 혼합 매체, 각 147×147×19.5cm, 2011.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1층 전시실에 전시됨.
 이반 나바로(Ivan Navarro) I '무제(뉴욕 쌍둥이빌딩)' 네온, 나무, 거울, 반투명 거울 외 혼합 매체, 각 147×147×19.5cm, 2011.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1층 전시실에 전시됨.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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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1층에 전시된 2점과 2층과 3층에 전시된 각 1점 등 4점도 같이 소개한다.

우선 거울, 유리, 네온아트를 가지고 작품을 하는 '이반 나바로' 작가의 작품이 보자. 그는 이미 2015년 갤러리현대에서 전시가 열릴 정도 세계적으로 알려진 작가다.

이 작품은 콘크리트나 철이 아닌 네온으로 만들어졌다. 안을 들여다보면 그 속에 빠질 것 같이 아찔하다. 그냥 거울과 일방투시 거울 사이에 조명을 넣어 착시를 일으키는 반사효과를 준다. 무한히 확장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공간 안에 갇혀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9·11 테러 때 뉴욕 세계무역센터 쌍둥이빌딩이 무너지는 충격이 담겨 있다. 또한 어린 시절 칠레에서 보낼 때 작가가 체험한 독재시절의 공포감도 서려있다. 물론 그 주제는 '테러리즘'이다. 여기서 희망찬 미래와 어둔 과거를 동시에 조망한다.

피에르 위그(Pierre Huyghe) 프랑스 작가 I '휴먼마스크' HD 비디오, 19분, 2014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1층 전시실. 위 사진은 사람이 아니라 가면을 쓴 원숭이다.
 피에르 위그(Pierre Huyghe) 프랑스 작가 I '휴먼마스크' HD 비디오, 19분, 2014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1층 전시실. 위 사진은 사람이 아니라 가면을 쓴 원숭이다.
ⓒ 서울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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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1층에 전시된 '피에르 위그'의 작품을 보자. 역시 이번 비엔날레 주제인 재난사회에 대한 우화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더는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서 찍은 영상이다. 문이 반쯤 열린 선술집이 보이고 거기에는 가면과 가발을 쓴 웬 아이가 의자에 앉아 있다.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는 손에는 털이 수북하다. 사람이 아니라 원숭이다.

이 원숭이는 여기 술집에서 수년간 완두콩을 팁으로 받으며 실제로 웨이터로 일했단다. 작가는 신령한 가면을 원숭이에게 씌워놓고 무심하게 그를 바라본다. 가면은 자연과 인간의 경계로, 자연을 경시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지적한다. 자연과 인간의 소통이 불가능함을 보여주며 원전사고에 대한 반성과 성찰도 요구한다.

차재민 I '12', HD 비디오3채널 사운드 33분 33초 2016.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층 전시실
 차재민 I '12', HD 비디오3채널 사운드 33분 33초 2016.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층 전시실
ⓒ 서울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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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2층 전시실에서 전시된 1986년생 '차재민' 작가의 노동에 대한 문제를 다룬 작품을 보자. 작가는 최저임금제가 결정되는 과정을 다큐멘터리형식으로 시각화했다.

우리나라는 1987년 '최저임금위원회'가 발족됐고, 지금까지도 12명의 비공개 운영위원이 참가시켜 최저임금을 논한단다. 그게 어떤 협상과정을 통해서 결정되는지 추측케 한다. 예컨대 2016년 임금결정은 2015년 각종자료와 회의결과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걸 보면 관객은 누구라도 한번 우리의 임금수준이 정말 합리적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이 작가는 2013년 국제갤러리 그룹전에도 참여했고, 2014년에는 자카르타영화제, 일민미술관, 펜실베이니아대학 현대미술관(필라델피아) 2015년에는 뉴욕 첼리 두산갤러리(2015)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베를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등에도 참가했다.

주황 I '의상을 입어라' 사진 라이트박스 190×65cm 2016 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3층 전시실
 주황 I '의상을 입어라' 사진 라이트박스 190×65cm 2016 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3층 전시실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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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3층 전시실로 가보자. 주제의식이 뚜렷한 주황 작가의 작품이다. 작품명이 '의상을 입어라'이다. 이 제목은 17세기 노동자 농민의 고된 현실을 날것으로 보여주는 이탈리아유랑단극에서 나온다. 신자유주의 사회 속에서 인간이 일종의 상품화에 되면서 보이는 소외현상과 전면화 된 노동의 왜곡과정을 사진매체를 통해 풍자한다.

주변에 여성이 다양한 직업군에 종사하는 걸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는 감정노동자를 모델로 한다. 작가는 그들과 인터뷰를 통해 감정과 속내를 감추는 희극배우의 상황을 연출한다. 그래서 정형화된 장소에서 같은 유니폼을 입혀 그 상황을 사진으로 재현한 것이다. 이 작가는 1995년 뉴욕 비주얼아트스쿨과 1997년 예일대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끝으로 '서소문 본관' 말고 다른 관련행사도 소개한다. '남서울 생활미술관'에서는 홍승혜 작가 외 작품 7점을 선보인다. 또 함양아 작가와 함께 학습공동체의 성격을 띤 여름 캠퍼스 '더 빌리지'도 열었다. '북서울미술관'에서는 브라질 작가 '신시아 마르셀' 외 9점 작품을 볼 수 있다. 또 표현할 수 없는 것도 도전해보는 '불확실한 학교'도 운행했다

준비기간 5개월, 감독선임도 늦어져 12억 예산에 비해 부실
[2016 대구사진비엔날레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10월 30일까지

'2016 대구사진 비엔날레' 기자간담회에서 예술감독 '요시카와 나오야'가 이번 비엔날레 주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16 대구사진 비엔날레' 기자간담회에서 예술감독 '요시카와 나오야'가 이번 비엔날레 주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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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대구사진비엔날레'는 36일간 진행되고 30개국 300여 명 참가했다. '요시카와 나오야' 일본인 예술 감독 중심으로 대구문화예술회관을 비롯해 봉산문화회관, 봉산문화거리 등에서 10월 30일까지 열린다.

기자간담회에서 드러났지만 '비엔날레'가 붙은 전시란 2년간 준비한다는 뜻인데 5개월 남짓 짧은 기간에 준비하다보니 무리수가 많았다. 주최 측과 감독의 활동에 대한 간섭이 많이 갈등도 빚었다는 후문도 있다. 우리시대의 화두가 될 만한 좋은 주제를 선정했으나 작품과는 연계성이 적다는 지적이 많이 나왔다.

또 이번에 14개국 82명이 참가하는 '아시안 익스프레스'은 한·중·일 3명의 큐레이터가 협업으로 만든 야심작이었다. 전반적으로 시대정신에 맞게 아시아의 난민문제 등 급변하는 아시아의 위상과 정황을 논하는 주제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앞뒤문맥을 이어주는 서사적 요소를 창출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세계 유명 비엔날레를 충실하게 순회하는 미술평론가 정준모 선생
 세계 유명 비엔날레를 충실하게 순회하는 미술평론가 정준모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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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비엔날레 운영위원이기도 한 '정준모' 미술평론가를 전시장에서 만났다. 그는 해외 비엔날레를 가장 많이 보고 국내미술인들에게 해외 미술소식을 메일로 나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1995년 광주비엔날레 시작할 때 비엔날레 30개였는데 지금은 300개가 되었다. 그러나 그 차별성이나 변별력이 떨어진다. 식당 간판은 다른데 메뉴는 같다. 전시의 주제와 내용이 연결되지 않는다. 새로운 담론과 이슈를 끌어내지 못한다. 시대정신을 구현하지 못하고 일회용행사가 되고 말았다."

그러면서 그는 "베니스비엔날레 등에서는 리뷰의 글이 마구 쏟아지는데 한국에서는 비엔날레가 끝나도 비평기사가 없다"라고 말한다. 또 지적하는 것이 "결국 운송비를 줄이려 사진을 이메일로 전달하다보니 작가의 사인이나 에디션(Edition 사진의 희소성을 높이기 위해 제한 출력한 사진번호)이 불분명해 아우리가 나지 않는다"며 "사진전시의 과정과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충고도 덧붙인다.

또 그는 "그냥 위성방송으로 보는 사진과 전시장에서 보는 사진이 무슨 차이냐? 작품의 아우라를 맛보게 하려면 그 과정이 중요하다. 이미지와 이미지판은 다르다"라는 말한다. 실제 이번에 작품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작품을 이해하는데 문제가 많았다. 이 점에 대해 주최 측도 인정했다.

고상우 I '자화상(Self-Portrait : Boundaries of Sense 1)'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작가
 고상우 I '자화상(Self-Portrait : Boundaries of Sense 1)'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작가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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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비엔날레 표지화로 '고상우' 작가가 선정되었는데 그는 전시장에서 만나 작품설명까지 듣게 되었다. 그는 15살에 미국으로 건너가 한미문화에 다양하게 접했고 그동안 탁월한 감각과 오감까지 건드리는 컬러사진을 선보여 왔다. 이번 주제는 남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자신의 이야기이라는 설명이다.

이 신작에 대해 "어려서 받은 상처를 마음에 오래 쌓아두었는데 그걸 꺼내면서 나의 내면을 보여준 작품이다. 진지하게 정체성을 찾아가는 시리즈다. 시각적으로 볼거리가 많지 않아 관객의 관심을 끌 수 없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마돈나'도 그의 작품 1점을 사갔다"고 전해준다.

조덕현 I'회상사진(플래시백 Flashback)' 497×294×50cm 2009
 조덕현 I'회상사진(플래시백 Flashback)' 497×294×50cm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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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조덕현' 작가의 '회상', 일본 야마가타 현 '쯔루오카시'에는 7대째 사진관을 하다 2009년에 망한 곳이 있었다. 작가는 이 소식을 접하고 거기로 가 버린 사진을 발굴해 물에 씻어내 사진콜라주로 재현한 것이다. "과거기억 중에서 현재에 재현되지 않는 건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W. 벤야민'의 말이 떠올랐다.


창원조각 비엔날레, 시민들 삶의 질, 한 단계 끌어올리다
[리뷰: 제3회 2016 창원조각비엔날레 억조창생(億造創生)]

'2016 창원조각비엔날레'이 열린 창원성산아트홀 입구
 '2016 창원조각비엔날레'이 열린 창원성산아트홀 입구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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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억조창생(億造創生)'이라는 주제 하에 윤진섭 총감독 기획으로 오는 10월 23일까지 열린다. 전시장소는'성산아트홀'과 마산의 '문신미술관'과 야외인 '용지호수공원' 등이다.

'억조창생'이란 말은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는 모든 사람이 다 예술가가 되는 시대임을 암시한다. 윤 감독은 우리 삶이 미술과 밀접하다는 것과 이제는 관객이 전시의 주인임을 깨닫게 해주려고 애셨다.

'2016 창원조각비엔날레' 개막식에서 인사말 하는 윤진섭 총감독
 '2016 창원조각비엔날레' 개막식에서 인사말 하는 윤진섭 총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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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섭 총감독은 "길거리를 지나가며 버려진 물건들을 유심히 쳐다본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가지고 와서 뭔가를 만든다. 그러면 그 사물은 생명을 얻어 반짝거리게 된다. 창조는 멀리 있는 게 아니다"라고 개막식에서 말했는데 이는 삶과 예술이 둘이 아니고 하나임을 강조한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공모 최종후보였던 윤진섭 평론가가 이번에 비엔날레 총감독이 맡게 되어 창원 시로도 큰 행운이었다. 윤 감독은 이번 비엔날레가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많은 시민에게 문화향유의 기회를 마련했다. 용지호수공원 야외공간 등을 최대로 활용해서 시민참여를 유도해 대성공을 거두었다.

밈모 팔라디노(Mimmo Paladino)의 작품. 이탈리아의 트랜스 아방가르드 대표작가인 그의 특별전이 창원성산아트홀 2층에서 열렸다.
 밈모 팔라디노(Mimmo Paladino)의 작품. 이탈리아의 트랜스 아방가르드 대표작가인 그의 특별전이 창원성산아트홀 2층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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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은 한국현대조각의 거장 김종영(1915~1982)과 추상조각의 거장 문신(1923~1995)의 고향이기도 하고 김영원, 박석원 등 한국현대조각가들과 인연이 깊다. 또한 이번에 이탈리아 '트랜스아방가르드' 거장인 '팔라디노'과 60년대 '아르테 포베라'의 기수인 '피스톨레토' 등 작품도 소개돼 볼거리가 더 풍성했다.

김인경 I '고요한 여행(The silent voyage)' 설치조각
 김인경 I '고요한 여행(The silent voyage)' 설치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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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단연 돋보이는 전시로는 전후세대로 한국 모더니즘 추상조각의 새로운 길을 개척한 '김인경' 작가의 특별전이다. 군용물품을 연상시키는 그의 작품은 대작이라 코끼리처럼 거대하게 보인다. 우주선이나 비행접시, 혹은 거대한 로켓 같은 규정할 수 없는 사물의 모호함을 균형 잡힌 조형성으로 승화시켰다.

손정은 작가의 '후주곡', 데비 한 작가의 '미의 언어', 황주리 작가의 '추억의 고고학'(위에서부터)
 손정은 작가의 '후주곡', 데비 한 작가의 '미의 언어', 황주리 작가의 '추억의 고고학'(위에서부터)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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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번엔 한국과 미국에서 활동하는 3명의 여성작가가 선보인 서로 다른 조형적 관점도 비교해 보자.

'손정은' 작가는 해골을 닮은 오브제를 통해 삶의 허무와 쾌락 속에서 '인간실존'을 물었고, 재미화가 '데비 한'은 서구적 잣대로만 규정되는 미의 기준을 해체시키며 '진정한 미'란 뭔가를 물었다. '황주리' 화가는 의자에 그림을 그리는 설치를 통해 3차원의 새로운 조형성을 창출하는 작품도 선보였다.

끝으로 국가도 못하는 노숙자를 돕는 '유목연' 작가를 소개하련다. '목연포차' 이건 설치미술인데 실은 소형포장마차다. 실제로 노숙자에게 계란프라이 등 즉석음식도 제공한다. 그는 대학원졸업 후 1년간 파리에서 살면서 노숙자를 주제로 작품을 하기로 결심했다. 순식간에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그들을 위해 '비상깡통'도 만들었다. 그 안에는 진통제, 현금 1만5000원, 심지어 콘돔 등도 들어있다.

덧붙이는 글 | SeMA 비엔날레 2016 <미디어시티서울> '네리리 키르르 하라라' [도슨트 시간(작품설명회)] <서소문본관> 전시 기간 중 매일 두 차례 진행 운영시간: 13:00, 15:00 시작장소: 전시장 1층 입구소요시간: 60분 내외 <남서울생활미술관> 전시 기간 중 매일 한 차례 진행 운영시간: 13:00 시작장소: 전시장 1층 라운지 소요시간: 30분 내외.



태그:#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2016, #백지숙 감독, #'네리리 키르르 하라라', #2016 대구사진비엔날레, #2016 창원조각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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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중 현대미술을 대중과 다양하게 접촉시키려는 매치메이커. 현대미술과 관련된 전시나 뉴스 취재. 최근에는 백남준 작품세계를 주로 다룬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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