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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들의 각종 교내 경시대회 수상 실적이 서울대 수시전형 합격 여부와는 특별한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조승래 의원이 전국 시도교육청을 통해 전국 고등학교 교내 경시대회를 전수조사한 결과와 고등학교별 서울대 수시전형 합격자 수를 비교 분석한 결과다. 서울대는 지난해 전체 모집 인원의 73%를 수시전형으로 선발했다.

여느 학교와는 달리, 서울대의 수시전형은 100%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종합전형(이하 학종)으로 운영되며, 향후 수시전형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라고 한다. 주지하다시피 학종은 학생들의 다양한 재능을 내신과 수능 등 계량화된 성적으로 정확히 판별해내기 어렵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동아리활동이나 봉사활동 등 비교과 영역이 담긴 학생부의 기록과 자기소개서 등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이유다.

지금껏 학교생활의 '양념' 정도로만 여겨졌던 비교과 영역이야말로 학창시절 아이들의 적성과 흥미, 나아가 재능을 스스로 찾고 성찰해볼 수 있는 핵심 지표다. 고작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푸는 자투리 시간이 아니라, 친구들과의 협력과 소통을 배울 수 있는 엄연한 교육과정인데도 '결과 지향'의 분위기 속에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온 것이다. 새삼스럽지만, 교육의 본령은 결과보다는 과정이다.

그런데, 대학들로부터 수상 실적이 학종에서 당락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전형자료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일선 고등학교는 앞다퉈 교내 경시대회를 늘려왔다. 사교육비 증가를 우려하는 여론 때문에 교외 수상 실적을 학생부뿐만 아니라 자기소개서에도 기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어, 교내 상은 입시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상의 가치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관련 교과목 내신과의 '깔맞춤' 전략까지 생겨나는 등 편법마저 속출했다.

교내 상이 남발되고 있는 현실을 살짝 들여다보자. 최근 교육부가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한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지역 전체 고등학교 26곳의 자료를 보면, 고3 아이들이 수상한 실적이 학교 평균 2천 개를 훌쩍 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여자고등학교의 경우엔 3학년 전체 학생 수가 485명인데, 무려 3775개의 교내 상을 '살포'했다. 이쯤 되면 수상 실적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것조차 민망할 정도다. 서울이 이럴진대 지방의 고등학교라고 다를까.

만시지탄이지만 수상 실적이 서울대 합격 여부와 상관관계가 없다는 결과가 부디 일선 학교의 교육과정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를 소망한다. 기실 수상 실적이 입시에서 당락을 결정하는 중요한 자료로 반영되는 것 자체가 학종의 본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다. 상이란 학습 동기를 북돋아 주기 위한 수단에 머물러야지, 실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입시 전형자료로 반영된다면 계량화된 점수와 하등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전국 고등학교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경시대회의 난맥상은 아이들에게 학종은커녕 상의 참뜻마저 훼손시키고 있다. 경시대회가 아예 '남의 일'인 하위권 아이들은 물론, 명문대 진학을 꿈꾸며 학종을 준비하는 아이들에게도 수상 실적은 부담스러운 존재가 돼버렸다. 흡사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는 일처럼 느껴진다고 말할 정도다. 입시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해도, 학생부에 비어져 있으면 불안하니 가능한 한 많이 챙겨놓을 수밖에 없다는 거다.

이는 학교로부터 나름의 '배려'를 받는 상위권 아이들조차 학종을 비판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다. 교내 경시대회의 종류와 내용이야 학교마다 대동소이한 마당에 조금이라도 입학사정관들의 눈에 띄기 위한 유일하다시피 한 방법은 '다다익선'이라고 믿어온 터다. 많은 아이들이 적어도 학생부에 경쟁자들과 비슷한 수의 수상 실적은 갖춰놓아야 한다며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실정이다.

각종 경시대회의 질적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학교마다 실제로 적용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효과도 미미할 것으로 본다. 수상 실적의 공신력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명문대 진학 실적으로 증명되기 십상인 까닭이다. 그 어떤 것이든 입시에 반영되기라도 할라치면 온갖 편법이 난무하고 이내 변질되어온 경험을 우리 국민들은 모두 공유하고 있다.

차제에 교내 수상 실적을 학종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못 박아둘 필요가 있다. 수상 경력마저 반영하지 못하게 하면 교과목에 대한 아이들의 흥미도와 학업 역량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긴 하다. 어차피 대부분의 대학이 학생부에 누적 기록된 내신 성적을 '참고'해 이른바 전공 적합성을 따져보는 상황에서, 수상 실적은 상위권 아이들의 등급을 세분화시키는 역할 외엔 기대할 게 별로 없다.

더욱이 학교마다 교내 경시대회가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현실에서 제대로 시행되리라 믿는다면, 그건 대학이 순진하거나 무능한 것이다. 학종의 보편화로 학생부가 '소설책'이 돼버렸다는 건 이제 아이들도 두루 인정하는 바다. 교과 담임과 학급 담임교사가 기재하는 교과세부능력특기사항과 종합의견이 온갖 미사여구로 포장된 '판타지'라면, 수상 실적은 학생부의 '화룡점정'이라는 조롱까지 나오는 판국이다.

상위권 아이들이 교내 모든 경시대회를 휩쓸다시피 하는 건 불과 한두 해만에 더 이상 새삼스럽지도 않은 이야기가 돼버렸다.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처음으로 드러났다며 여기저기서 호들갑떨었지만, 버스 떠난 뒤 손 흔드는 격일뿐이다. 상위권 아이들은 남들 다 부러워할 화려한 수상 실적이 명문대 입시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이미 잘 알고 있다. 한 아이는 자신의 수상 실적을 두고 그저 '보험'을 든 것일 뿐이라고 표현했다.

수능 위주의 획일적인 입시 제도를 보완하겠다며 야심차게 도입한 학종이 본래의 취지를 살리려면, 뿌리 깊은 '계량화의 덫'에서 빠져나와야만 한다.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고등학교는 물론 대학에서조차 이름만 학종일 뿐 여전히 수능의 '관성'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학종이든 수능이든 명문대 갈 사람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아이들 비판에 무어라 답할 텐가.

요컨대, 학종은 계량화시킬 수 없는 아이들의 다양한 꿈과 끼를 발현하는 도구가 되어야만 한다. 그럼에도 지금의 학종은 교내 경시대회의 난립에서 보듯 '뻘 속에 감춰진 진주'를 찾기보다 '기존의 금을 세공하기 위한 수단' 정도로 전락해버렸다. 결국 상위권 학생들을 위한 입시 전형이라 낙인찍히는 신세가 됐고, 우리 교육에 대한 불신을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차라리 수능이나 학력고사가 더 낫다는 여론이 비등하는 지경이다.

내신 성적을 그저 화려하게 치장한 것에 불과한 교내 수상 실적을 입시 전형자료에서 과감히 배제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 수는 없는 법, 어떻든 수상 실적이 반영된다고 하면 교내 경시대회는 '진화'를 거듭하며 변질될 것이 자명하다. 온갖 경시대회를 계획하고 시행하는 데 빼앗긴 시간과 노력을 다시 교사와 아이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훨씬 더 교육적이다. 교사와 아이들이 만나야 할 곳은 경시대회장이 아니라, 교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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