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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혁신파크의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야외시설물앞에서 포즈를 취한 박 상임이사
▲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의 박규섭 상임이사 서울혁신파크의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야외시설물앞에서 포즈를 취한 박 상임이사
ⓒ 서울혁신센터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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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햇빛 농사 어때요?

지난 9월 22일, 가을 햇살이 유독 뜨거운 낮 1시. 박규섭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아래 서울시민햇빛발전) 상임이사가 작은 야외시설물 앞에 부착된 태양광 패널 앞에 섰다. "비가 자주 오는 여름보다 바람이 선선한 봄과 가을에 태양광 발전 효율이 외려 더 좋은 편"이라며 그가 지나가는 말을 한다. 햇빛이 워낙 강해 눈을 뜨기엔 버거운 감이 있지만, 서울시민햇빛발전이 지난 2012년부터 서울 구석구석에 지어 올린 태양광 발전기들은 든든한 밥 한 상에 힘쓸 궁리를 하고 있을 것이다. '고놈 참 달다' 여기면서.

시민이 직접 만들어 쓰는 에너지

서울시민햇빛발전은 지난 2012년 '태양광 발전으로 시민이 직접 에너지를 생산해보자'는 목표로 시민단체들이 주축이 돼 만들었다. 2012년 4월 서울시 지역에너지 정책으로 '원전 하나 줄이기'가 선포됐고 같은 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통과되면서 서울시민햇빛발전 사업은 더욱 탄력을 받았다. 무엇보다 조합원 출자금으로 운영되는 협동조합의 경우 조합원들 스스로 에너지 생산에 참여하면서 에너지의 가치를 느끼고 절약에 동참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서울시민햇빛발전은 개인과 민간사업자가 주를 이루던 태양광 발전 사업에 협동조합의 형태로 첫발을 디뎠다. 박규섭 상임이사는 초창기부터 사업을 함께 이끌어 온 조합의 살림꾼이다. 사업 규모가 확장한 만큼 직원이 한 명에서 열다섯 명까지 늘었다며 천천히 지난 소회를 풀어 놓았다.

"5년 전만 해도 저도 태양광 발전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더 많았어요. 환경 관련 학과를 전공했지만 에너지 분야는 생소했죠. 전단지를 들고 거리에서 태양광 발전을 홍보하면 사람들이 대놓고 '그게 뭐냐' 물어봤어요. 개인적으로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합의 성과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됐어요. 옛날엔 '햇빛발전은 좋은 거니까 함께 동참해주세요' 하면 됐는데, 이젠 사업적으로 사람들을 설득해야 할 부분들이 많아졌으니까.

지금까지는 재생에너지에 뜻이 있는 분들께서 먼저 조합을 찾아 주셨는데, 이제 그렇지 않은 분들과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이젠 소위 '운동'의 방식으로는 소통에 한계가 온 것 같아요. 2012년 후쿠시마 사고가 터졌을 때도 사람들 인식은 크게 바뀌지 않았거든요. 그야말로 혁신을 꿈꾸는 사람들이 다 함께 재생에너지를 확산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봐요. 즐겁고 유쾌하게."

서울시민햇빛발전은 크게 두 가지 사업에 주력해 왔다. 첫 번째는 서울의 빈 부지, 가령 옥상 같은 공간을 빌려 시민햇빛발전소를 짓는 것이다. 생산된 전기는 한전에 판매하고 벌어들인 수익은 주주들에게 배당하는 식이다. 두 번째 사업은 2014년부터 서울시와 함께 하는 가정용 미니태양광 보급이다. 서울시에서 절반 정도 설치비를 지원하기 때문에 가정당 30만 원 정도만 부담하면 누구나 집안에 작은 규모의 발전소를 설치할 수 있다.

"미니태양광 설치 가정의 경우 만족도가 60%를 넘어요. 25% 정도는 달마다 8000원 이상 전기료를 절감하고 있고요. 저희는 2012년 상원초등학교에 첫 발전소를 올렸어요. 학교와 다행히 뜻이 맞았죠. 학교 선생님, 학생, 지역 주민분들 80여 분이 조합원이 돼주셨어요. 총 용량이 37킬로와트(kW)이고 1년에 43만 킬로와트시(kWh) 정도를 생산해요. 12가구가 1년 정도 쓸 수 있는 양이죠. 올 10월 말엔 인헌고등학교에 두 번째 시민햇빛발전소 완공을 앞두고 있어요. 부지를 계속 찾아야 해요. 조합이 시작된 이유이기도 하니까요."

전기는 왜 선택하면 안 되나요?

최근 8월분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든 시민들은 누진세 공포를 실감했다. 박규섭 상임이사는 한전의 독점적인 전기 판매 구조가 화를 불렀다고 설명한다. 9월 초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강진도 2011년 후쿠시마 사고가 우리와 무관하지 않음을 다시금 일깨웠다. 전력 자급자족, 화력·원자력 에너지를 대체하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핵발전소는 지진 같은 자연재해의 위험에 늘 노출돼 있어요. 화석 연료는 곧 바닥을 드러낼 거고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에너지 공급 지원의 대부분을 화석, 핵 에너지에 두고 있죠. 정부는 2022년까지 11%로 재생에너지 비율을 늘리겠다더니 다시 2024년으로 시기를 늦췄어요. 전국에 여러 햇빛발전협동조합들과 함께 재생에너지 비율을 늘리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어요. 정부만 믿고 있을 수 없어요. 우리 스스로가 바뀌어야지."

그는 지난해 독일 쇠나우란 마을을 찾았다.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후 30년 동안 탈핵운동을 해왔고, 무엇보다 거대 전력회사와 맞서 전기 공급권을 따내 이른바 '에너지 반란'으로 회자되는 지역이다.

그는 쇠나우전력회사처럼 서울시민햇빛발전을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재생에너지 전기를 사고파는 에너지 유통의 꿈을 이루고 싶다고 했다.

"생협에 가면 믿을 수 있는 식재료를 구할 수 있듯 전기도 사용자가 원하는 전기를 직접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전기 공급 독점 체제에서 벗어나야죠. 적어도 우리 조합원들에게는 핵발전소 사고의 위협 없는, 그리고 환경에 해를 주지 않는 '안전하고 깨끗한' 전기를 공급해 드리고 싶어요. 또 하나 바람은 조합원들이 1만 명으로 늘어나는 거예요. 월성 핵발전소에 가서 인간띠를 두르고 '핵발전소 빨리 폐쇄하자' 외치고 싶어요. 진부할 지 몰라도... 꼭 한번 해 보고 싶어요."

다윗의 역전승은 언제나 짜릿한 법이다. 햇빛 농부들의 유쾌한 반란을 꿈꾼다.

혁신가의 아침

서울혁신파크 재생동(28동) 1층 한편에 보관 중인 패널들.
▲ 서울햇빛발전협동조합 패널들 서울혁신파크 재생동(28동) 1층 한편에 보관 중인 패널들.
ⓒ 서울혁신센터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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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전 8시. 서울혁신파크 재생동(28동) 1층 한편에 서울햇빛발전협동조합 패널들이 보관돼 있다. 설치활동가들도 하나, 둘 모습을 보인다. 창고 안 패널들은 약 100여 대 미만으로 생각보다 양이 적다. 공용 공간이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은 패널들을 보관하기는 힘든 까닭이다.

현재 5명의 설치활동가가 근무하고 있다.
▲ 작업중인 활동가분들 현재 5명의 설치활동가가 근무하고 있다.
ⓒ 서울혁신센터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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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현재 5명의 설치활동가가 근무하고 있다. 한 사람이 하루에 3~5대 정도를 설치한다고 한다. 설치하는데 보통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가 소요된다고. 베란다가 발 디딜 틈 없이 어지러운 상황이라면 시간이 더욱 지체될 수 있으니, 설치활동가들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센스가 필요하다.

이제 막 근무 한 달 째에 접어 들은 최정동활동가.
▲ 환하게 웃는 최정동 활동가 이제 막 근무 한 달 째에 접어 들은 최정동활동가.
ⓒ 서울혁신센터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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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최정동 활동가는  이제 막 근무 한 달 째에 접어 들었다. 저마다 다르게 사는 사람들 모습을 들여다 보는 게 소소한 재미라면 재미. 체력적으로 힘들 때도 있지만 각 가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일이라 보람을 느낀다. 무엇보다 그는 태양광 발전기가 집집마다 설치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확신한다.

"전기 자동차가 점점 많이 보급될 거라, 가정에서 상당 부분 충당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일급 비밀인데...(웃음)"


덧붙이는 글 | '혁신가의 자리'는 혁신가를 중심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서울혁신파크 활동단체 릴레이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 서울혁신파크 블로그 및 뉴스레터:채널서울혁신파크에서 <혁신가의 자리> 연재시리즈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서울혁신파크,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태양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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