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의 초대 리더 이해성이 양상국의 그룹을 보호할 수 없다고 하자, 양상국은 바로 반란을 일으킨다.

마동의 초대 리더 이해성이 양상국의 그룹을 보호할 수 없다고 하자, 양상국은 바로 반란을 일으킨다. ⓒ tvN


"내 자식들이 편하기 위해서 권력을 잡고 싶었던 것이기 때문에…."

양상국은 개인 인터뷰에서 권력욕을 숨기지 않았다. 팀을 꾸리자마자 자신의 그룹을 만들었고, 그가 반란을 일으킨 것도 자신의 '자식들'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지난 일요일, 첫 방송 된 tvN 새 예능 프로그램 <소사이어티 게임>의 한 장면이다.

<소사이어티 게임>은 <더 지니어스>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생존 게임에 '사회'라는 요소를 접목했다. 11명씩 구성된 두 팀은 2주간 함께 먹고 자며 생활한다. 그리고 매일 팀 대결(챌린지 게임)을 벌이며 진 팀에서 한 명씩 탈락한다. <소사이어티 게임>에서 리더는 그저 팀을 이끌어야 하는 의무만 가지는 것이 아니다. 강력한 권한도 함께 갖는다. 예산권(상금 분배권)과 인사권(탈락자 선정권)을 리더가 단독으로 누린다.

특이한 점은 각 팀의 운영방식이 다르다는 점이다. 한 쪽(높동)은 매일 아침 투표를 통해 리더를 뽑고, 한 쪽(마동)은 리더가 한 번 뽑히면 반란이 일어나기 전까진 리더 자리를 유지한다. 민주적 사회와 권위적 사회로 나뉘어 대결을 벌이는 셈이다.

양상국은 장기집권할 수 있을까

 <소사이어티 게임>에서 중요한 건 '게임'이 아니라 '소사이어티(사회)'다. 집단선택 가설에 따르면, 어떤 집단이 무슨 특성을 갖는가에 따라 생존 가능성은 달라진다.

<소사이어티 게임>에서 중요한 건 '게임'이 아니라 '소사이어티(사회)'다. 집단선택 가설에 따르면, 어떤 집단이 무슨 특성을 갖는가에 따라 생존 가능성은 달라진다. ⓒ tvN


"여기는 리더만 잘하면 될 것 같아요."

처음 팀 선택을 할 때 마동(권위적 사회)을 선택한 이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리더만 잘 뽑으면 될 것이라는, 상대 팀(민주적 사회)은 자주 싸울 것 같다는 말. 양상국도 그런 이유로 마동을 선택했다.

예상대로 처음엔 마동이 나은 듯 보인다. 양상국이 반란을 일으켜 처음 리더였던 이해성을 몰아냈지만, 이후 팀을 잘 정비해 팀 대결에서도 승리했다. 승리 상금을 나눌 때 양상국은 자신의 몫을 포기하고 팀원 모두에게 똑같은 몫을 배분했다. 마치 자애로운 아버지처럼.

하지만 마동은 독재체제가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반란의 열쇠 숫자와 파이널 챌린지의 연관성 때문이다. 마동의 리더는 반란의 열쇠를 자신이 아닌 다른 2명에게 하나씩 줘야 한다. 이 열쇠를 가진 사람만 반란을 일으킬 수 있고, 30분 안에 과반의 동의를 얻으면 반란은 성공한다. 체제를 전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소사이어티>의 최대 상금은 최대 1억5000만 원이다. 이는 최종 우승한 3명에게만 주어진다.

<소사이어티>의 최대 상금은 최대 1억5000만 원이다. 이는 최종 우승한 3명에게만 주어진다. ⓒ tvN


중요한 건 이 열쇠가 2개라는 점이다. <소사이어티 게임>은 2주간 생존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각 팀에서 생존한 3명의 정예 팀원끼리 마지막 날 최종 대결(파이널 챌린지)을 벌여야 한다. 상금도 결국 여기서 이긴 팀(3명)에게 돌아간다.

마동의 리더가 파이널 챌린지까지 가고 싶다면,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2명을 찾아내 그들에게 반란의 열쇠를 주면 된다. 이 3명끼리 끈끈히 연결된다면 파이널 챌린지에 올라가는 사람도 결국 이 3명이 된다.

마동의 첫 리더였던 이해성이 쫓겨난 건 판단 미스 때문이었다. 이미 자신의 그룹을 꾸린 양상국에게 반란의 열쇠를 줬다. 하지만 반란을 일으킨 양상국은 철저히 자신의 편인 2명(권아솔, 최설화)에게 반란의 열쇠를 줬다. 양상국 체제는 이해성 체제처럼 쉽게 무너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권력을 나눠 먹는 식으로 마동이 운영될 때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이렇게 구성된 마동 정예 팀의 경쟁력이다.

불안한 자유 vs. 안정적 권위

 반란이 성공하려면 과반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반란이 성공하려면 과반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 tvN


능력 위주 / 이타성 위주 / 충성도 위주

조직을 꾸리는 3가지 주된 방법이다. 물론 이 3가지를 적절히 배합해야 한다. 능력이 좋은 사람만 모인다면 팀은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충성도 위주로 모인다면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마동과 높동의 리더 역시 이를 잘 배합해 팀을 꾸려야 한다.

높동이라면 능력과 이타성이 중심이 될 것이다. 물론 높동에서도 계파가 만들어지지만 고정적이지 않다. 매일 리더가 바뀌기에 언제든 움직일 수 있다. 높동의 리더가 충성도를 중심으로 팀을 꾸릴 수 없다는 건 이번 회에서 가장 잘 드러났다.

팀 대결에서 패배한 높동의 리더 파로는 올리버 장이 자신을 몰아내려 한다는 걸 알았음에도 그를 탈락시키지 않았다. 아니, 탈락시킬 수 없었다. 높동 주민 대다수가 동의한 건 기여도가 낮은 사람을 탈락시켜야 한다는 것이었고, 그렇게 지목당한 사람은 윤태진이었다.

높동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다수를 설득할 수 있는 논리다. 만약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권력을 남용했다면 다음 날부터 파로는 힘든 길을 걸을 게 뻔했다. 높동이 남은 2주간 불안한 조직력을 보인다 해도, 결국 선출될 정예군 3명은 철저히 능력과 이타성 위주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마동은 충성도 중심의 팀이 꾸려질 가능성이 크다. 초반엔 능력과 이타성도 고려하겠지만, 권력에 위협을 느낄수록 친위대 구성 유혹이 커질 것이다. 물론 반란의 열쇠를 쥔 이인자 두 명의 능력이 출중하다면 마동 정예군도 얼마든 경쟁력을 가질 수도 있다.

문제는 자정 능력이다. 이인자 친위대가 구축된 이상 문제점이 드러나도 이들을 탈락시키기 어렵다. 좋은 팀을 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자신이 정예 팀까지 가는 것도 중요한 탓이다. 어느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최종전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버지의 심정으로 선포된 유신

 1971년 제7대 대통령선거에서 박정희는 김대중에게 8%의 표차로 승리했다.

1971년 제7대 대통령선거에서 박정희는 김대중에게 8%의 표차로 승리했다. ⓒ Wikimedia Commons


<소사이어티 게임>을 담당한 정종연 PD는 체제보단 리더와 팔로워에게 집중했다고 한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체제는 부각될 수밖에 없다. 각 체제가 성숙했을 때, 충분한 시간이 지났을 때 그 체제엔 어떤 사람이 남는가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현재 마동에서 집권하고 있는 양상국은 한동안 팀을 잘 이끌 것이다. 일상생활에서도 솔선수범했고, 상금 분배에서 '자신을 희생한다'는 리더십의 기본을 보여줬다. 팀 대결에서 앞으로도 좋은 성적을 낸다면 더 오래 갈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2주 내내 이어지진 않을 것이다. 언젠가 위기는 닥친다. 팀 대결에서 패배할수록 더욱 그럴 것이다. 높동에서는 성과를 내지 못한 리더가 다시 선출될 일이 적겠지만, 마동은 그렇지 않다.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며 자신의 권력을 무리하게 이어갈 수 있다.

한국의 지도자도 그랬다. 자신이 이 나라를 제대로 이끌 수 있다고 확신하며 쿠데타를 일으킨 지도자도 있었다. 한국 국민 역시 리더를 잘 뽑으면 될 거라는 희망으로, 제대로 된 정치가가 강림하길 기다린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그러나 매번 결말은 좋지 않았다. 임기 후반까지 지지받았던 지도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박수받으며 떠날 수 있던 지도자(박정희 전 대통령)도 있었지만, 그는 자신의 임기를 '만들어가며' 물러나지 않았다. 그는 국가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아버지의 심정으로 지도자 위치를 고수했다.

유신 선포 1년 전 시행된 1971년 대선,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간신히 승리하자 "박정희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승리의 기쁨보다 국민이 자신의 노력을 몰라주는 것에 대한 섭섭함"이었다. 그에게 "장기집권은 부차적인 것이었으며 자기 자신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봉사하는 윤리적 존재라는 사실이 더 중요"했다. (박정희 평전, 전인권)

민주적 권위주의는 가능할까

마파람: 남쪽에서 북쪽으로 부는 바람
높새바람: 북쪽에서 남쪽으로 부는 바람

<소사이어티 게임>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건 마동과 높동의 의미다. 마동의 '마'는 마파람에서, 높동의 '높'은 높새바람에서 따온 것이다. 그렇다면 왜 권위적 사회를 마동으로, 민주적 사회를 높동으로 했을까. 남북을 따지면 반대로 되어야 한다.

하지만 시야를 한반도에서 세계로 넓혀 북반구와 남반구에 대입하면 얼추 뜻이 통한다. 북반구를 대표하는 서구 국가는 민주주의가 성숙한 나라들이다. 반면 남반구를 대표하는 남미와 아시아, 아프리카엔 권위주의 체제가 오래 됐거나 권위주의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라가 많다.

 미국 워싱턴의 '전쟁 방지 및 분쟁 완화' 연구 단체인 FFP(Fund For Peace)가 2014년 발표한 국가실패지수

미국 워싱턴의 '전쟁 방지 및 분쟁 완화' 연구 단체인 FFP(Fund For Peace)가 2014년 발표한 국가실패지수 ⓒ FPP


앞서 언급했듯, <소사이어티 게임>에서 최종 승리를 결정하는 건 2주 뒤의 파이널 챌린지다. 각 체제가 성숙한 후에 어떤 정예 팀이 나오는가가 중요하다. 현재로써는 북반구의 민주주의 국가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현실에서처럼 <소사이어티 게임>에서도 높동 정예 팀이 마동 정예 팀보다 경쟁력을 가질까. 첫 번째 관전 포인트다.

여기에 덧붙여, 한국은 북반구(민주적 사회)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는 국민이 정권을 교체하기도 하고, 여소야대를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실질적 민주주의를 이뤘다고 말하긴 어렵다. 여전히 민주주의 과도기인 셈이다. 이런 한국에서 태어난 20~30대 참가자들은 각각 어떤 사회를 만들까. 두 번째 관전 포인트다.

아직은 첫 회에 불과하다. 이 글에선 마동의 가능성을 낮게 봤지만, 프로그램이 끝났을 때 이 글은 '뻘글'이 될 수도 있다. 민주적인 마동도 가능하고 권위적인 높동도 가능하다. 사람이 체제를 이길 수 있다. <소사이어티 게임>처럼 구성원이 얼마 되지 않는 소규모 사회일수록 그렇다. 민주주의 학습서가 될 수도 있을 <소사이어티 게임>이 다음 장에선 어떤 걸 보여줄까. 남은 <소사이어티>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소사이어티게임 민주주의 권위주의 정치체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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