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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아라리요 평창' 영상 중 한 장면.
 '아라리요 평창' 영상 중 한 장면.
ⓒ 문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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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영상들이 있다. 요즘 우스갯말로 "안 본 눈 삽니다"를 외칠 수밖에 없는 그런 처참한 영상. 그런 영상들은 정부 홍보물에서 종종 찾아 볼 수 있는데, 이게 국제적인 행사를 위한 홍보물이면 대략 난감한 기분을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공개한 글로벌 프로젝트 '아라리요(Arari·Yo!) 평창' 뮤직비디오가 그 난감함의 주인공이다.

"팀장님, 여기 응급환자 발생했습니다"란 한 여성의 목소리와 함께 빠른 호흡의 흑백화면으로 시작하는 이 뮤직비디오의 정체는 한 마디로 '무국적'적이다. 설마, 이걸 보고 문체부 담당자나 제작팀이 '포스트 모던'하다거나 '콘텐포러리한 트렌드'라고 우기진 않을까 걱정이다. 누가 봐도 천만 영화 <부산행>을 의식한 B급 좀비영화의 편집 리듬인데 말이다.

'미드' <워킹데드> 이후 세계적인 흥행코드로 떠오른 '좀비' 장르를 의식한 것은 그렇다 치자. 동계올림픽 개최지 평창이 '해피 댄스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내용은, 그러나 딱히 와 닿지도 않는다. 걸그룹 씨스타의 효린이 부른 '아리랑'의 댄스버전은 경쾌하긴 하나 "또 아리랑"이냔 볼멘소리가 들릴 법 하고, 방송인 정성호가 분장한 '한국을 사랑한 미국 방송인' 코난 오브라이언 분장이나 개그맨 김준현의 '먹방쇼' 또한 뜬금없긴 마찬가지다.

전혀 '동계'스럽지도, 더구나 '올림픽'스럽지도 못한 이 뮤직비디오는 18일 현재 SNS상에서 "싸이와 김치가 등장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거나 "연예인이 등장하는 학생 UCC"라거나 "제작비인 세금 2억 7000만 원이 아깝다"와 같은 열화와 같은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그런데 말이다. 더 가관인 것은 이 같은 논란에 문체부가 18일 내놓은 해명이다.

외국인들이 좋아한다고? 누가?

 문체부의 관련 해명 자료.
 문체부의 관련 해명 자료.
ⓒ 문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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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요(Arari·Yo!) 평창' 뮤직비디오는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홍보 영상이 아니며, 온라인 댄스영상 콘테스트를 홍보하기 위한 뮤직비디오입니다. 평창올림픽의 비전과 콘셉트를 반영한 홍보 영상은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 다음 주 중 공식채널을 통해 소개할 예정임을 알려드립니다."

"현재 온라인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이라며 논란을 시인한 것 까진 그럴싸하다. '아라리요 평창'과 다른 '평창올림픽 공식 홍보 영상'을 다음 주 중 공개하겠다고 한 해명은 꼭 지켜지길 바라는 바다. 안타까운 것은, "외국인들에게 아리랑을 소개할 목적으로 본조아리랑을 기본으로 하여 댄스 버전으로 편곡"했다는 설명이다. '아리랑'을 꼭 싸이의 '강남스타일'스러운 뮤직비디오로 제작해야 했을까.

진짜 문제는 그 다음이다. "주요 홍보대상을 외국의 누리꾼(네티즌)으로 하여 누리소통망(SNS)을 통한 바이럴마케팅(입소문 홍보)을 목적으로 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제작"했다는 해명 뒤에 오는 통계 말이다. 바이럴마케팅이야 이미 싸이의 유튜브 1억뷰 돌파로 상식이 됐다. 근데, 그 입소문 홍보가 진짜 성공적인가 말이다.

석연치 않은 그 숫자들도 그렇거니와, "외국인들로부터는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음"의 근거는 무엇이란 말인가. 오픈된 공식 페이스북과 유튜브 채널에 적힌 비난 일색의 한국어 댓글들은 눈으로 확인치 못했단 말인가. 문체부의 안일한 인식이 드러나는 대목을 좀 더 살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특히, 외국인들이 많이 보고 있는 '아라리요(Arari·Yo!) 평창'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arariyo2018-1763507600563927)에서는 뮤직비디오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9월 말에 동영상을 게재한 이후 10월 18일(화) 현재 뮤직비디오를 감상한 22만여 명의 누리꾼(네티즌) 중 '좋아요'수가 22만907명에 달하였습니다.

아이디와 댓글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좋아요'를 클릭한 누리꾼(네티즌)은 90% 이상이 외국인인 것으로 보이며, 이를 보면 뮤직비디오가 외국인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좋아요 220,907명 / 최고예요 14명 / 웃겨요 8명 / 멋져요 6명 / 슬퍼요 1명 / 화나요 1명)

문체부를 향한 합리적 의심

 아라리요 평창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아라리요 평창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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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를 어쩌나. 문체부가 자랑스럽게 소개한 저 '아라리요 평창' 페이스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분명 무언가 개운치 않은 구석을 감지할 수밖에 없다. "현재 뮤직비디오를 감상한 22만여 명의 누리꾼(네티즌) 중 '좋아요'수가 22만0907명에 달하였습니다"란 대목이 특히 그러하다.

실제, 문체부가 친절하게 링크까지 건 유튜브 'Arariyo 2018 Official Dance Video Contest Channel' 채널의 해당영상 조회수는 19일 오전 11시 현재 4만 5천 건을 기록 중이다. 반면, 1만9400여 명의 독자를 보유한 '아라리요 평창' 페이스북 페이지 중 문체부가 거론한 해당 관련 게시물만 유독 22만 명의 '좋아요'를 기록 중이다.

여타 최신 게시물의 '좋아요'가 많게는 수십 건에서 작게는 10건 안팎 정도밖에 되지 않는 점을 비교하면 유난히 튀는 숫자가 아닐 수 없다. 대체로 저조한 반응 중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것은 지난 7일 게시된 6만 달러의 상금이 걸렸다는 댄스영상 콘테스트 홍보물이었다.


사실 흥미로운 장면은 다른데서 발견된다. 문체부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똑같은 '아라리요 평창' 뮤직비디오에 달린 열화와 같은 성원(?) 말이다. 같은 시각 조회수 117만7285회를 기록한 이 유튜브 게시물엔 '좋아요'는 516개가 달린 반면, '싫어요'는 무려 2만3000여 개가 달렸다. 각종 SNS 게시물은 물론 18일 하루 기사로 소개되면서 실시간으로 이른바 '악플'이 달리는 중이다.

요컨대, 문체부의 '눈 가리고 아웅'식 해명도 문제지만, 바이럴마케팅의 특성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이라면 합리적 의심을 보낼 수밖에 없는 바로 그 부분. 그러니까, 문체부 혹은 페이스북 관리 업체가 논란이 되자 바이럴마케팅 업체를 동원해 해당 페이스북 페이지의 '좋아요'를 관리했을 가능성은 온라인 마케팅 관계자라면 누구나 의심해 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말이다.

달리 말해, 문체부가 적시한 페이스북 게시물에는 이례적일 정도의 '좋아요'가 달리는 반면 이런 조작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유튜브 게시물에는 실시간 '싫어요'와 대부분이 악플인 3700여개의 댓글이 달리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런 반응을 두고 " 외국인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자찬하는 문체부는 눈 밝은 SNS 사용자들을 바보로 아는 건가.

문체부, 이럴 거면 부디 아무것도 하지 마시라

문제는 2억 7000만 원의 제작비가 아니다. 요컨대, '언제까지 '아리랑' 타령을 하고 있을 건가'와 같은 뮤직비디오 자체에 대한 비판이 첫 번째요, '문화융성' 운운하던 박근혜 정부들어 특히 더 망가지는 국책성 문화 사업들의 일면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뒤를 잇는다. 평창동계올림픽 준비가 제대로 이뤄져 있는가는 그 다음으로 따져볼 문제다.

'아리랑'에 '좀비영화'에 '강남스타일'에 '코난 브라이언'을 여기저기 이어붙인 것이 한국 최초로 개최되는 동계올림픽 홍보와 도대체 무슨 상관관계란 말인가. 더욱이, SNS 사용자나 여타 매체들이 도쿄올림픽 홍보영상과 이 '아라리요' 영상을 비교하면서 '국격'은 더 추락하고 있다. 

하긴, 19일 오전 다시금 '새마을운동' 덕에 한국이 이만큼 살았다고 강조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끄는 이 나라에서, 블랙리스트가 횡행하는 이 정부가 제대로 된 국가 홍보 영상을 만들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이제는 인정해야 할 듯 싶다. 더구나, 최순실이란 실세가 재벌들의 돈을 동원해 '문화'와 '체육'계를 뒤흔든 희대의 사건에 중심에 서 있는 박근혜 대통령 아닌가.

"문체부는 앞으로 국내외 스포츠 스타를 활용한 홍보 등을 통해 많은 외국인들이 온라인 댄스콘테스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평창동계올림픽이 세계에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아, 제발 이런 식이라면 아무것도 하지 마시라. 6만 달러의 상금이 아깝지도 않은가. 더군다나, 평창동계올림픽과 외국인 온라인 댄스콘테스트를 연결시키는 이 호방한 상상력의 소유자는 도대체 누구인가. 다시 한 번, 싸이와 김치를 등장시키지 않은 것만으로도 우리 국민들은 문체부에 감사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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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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