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의 : 이 글에는 영화 <맨 인 더 다크>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맨 인 더 다크> 포스터

영화 <맨 인 더 다크> 포스터 ⓒ UPI


도둑들이 몰래 집에 들어가는 영화로 가장 유명한 것은 <나홀로 집에>일 것이다. 크리스마스에 항상 우리를 반겨주는 케빈의 <나홀로 집에>는 코믹하고 따뜻한 결말로 나아간다. 집에 들어온 강도 둘은 혼쭐이 나고 케빈의 영리한 활약은 관객들을 즐겁게 만든다. <맨 인 더 다크> 역시 강도들이 집에 숨어드는 영화다.

그러나 <맨 인 더 다크>의 강도들은 숨도 못쉬는 충격적인 공포로 나아간다. 집을 지키는 사람은 이라크 전에 참전했다가 시각을 잃은 퇴역 군인이다. 그가 강도들에게 보여줄 것은 보이지 않는 공포다.

<맨 인 더 다크>는 철부지 강도 3인조가 남의 집에 몰래 숨어드는 이야기다. 가정을 파탄내는 부모 밑에서 동생을 돌보면서 떠날 날만 기다리는 록키, 크게 한 탕 하고 싶은 머니, 록키를 사랑하는 알렉스의3인조는 빈 집에 들어가서 물건을 훔친다. 아버지가 경비업을 하는 알렉스 덕분에 남의 집에 들어가는 것도 쉽다.

이 3인조는 눈이 보이지 않는 퇴역 군인의 집을 털기로 한다. 퇴역 군인은 이라크 전에 참전했던 사람인데,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다. 과거 딸이 차에 치여 사망한 보상금을 집 안에 뒀을 거라는 추측에 3인조가 모이게 된다. 맹인의 집을 턴다는 것에 알렉스가 잠시 가책을 느끼지만 결국 모두 강도가 된다.

머니는 총 한 번 쏴본 적 없는 주제에 총까지 들고 집안에 들어간다. 마취 가스를 통해 퇴역 군인을 잠재운 머니. 딸의 어린 모습을 TV로 틀고 자던 퇴역 군인의 방에 가스를 뿌린 것이다. 알렉스는 머니의 총에 당황해서 집을 나가려 하지만, 이윽고 다시 돌아온다. 그 사이 깨어난 퇴역 군인이 머니에게 다가오고, 돌아온 알렉스가 보게된 것은 총을 든 퇴역군인과 머니의 시체였다.

퇴역 군인은 엄청난 근력과 강한 육체 능력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이라크 전 참전자이기 때문에 사격에도 능하다. 총도 써본 적 없고 몸집도 비교가 안 되는 강도 3인조가 상대할 사람이 아니었다. 실제로 서로 육체적인 격투를 하는 장면 대부분에서 퇴역 군인은 초인적인 힘을 보여준다. 사실, 그냥 퇴역 군인이 강도와 싸우는 이야기였다면 압도적이 완력 차이 때문에 강도들이 고통받는 단순한 공포물로 끝났수도 있다.

강도가 경찰을 부르고 싶어지게 만드는 불안과 광기

 <맨 인 더 다크>의 한장면

<맨 인 더 다크>의 한장면 ⓒ UPI


하지만 앞을 못 보는 퇴역 군인이라는 설정 덕에 엄청난 폭력성으로 인한 공포가 스릴러 속에 녹아든다. 퇴역 군인은 권총을 들었지만 강도를 정확히 조준하지 못한다. 청각과 후각에 의존해서 사람을 추적하기 때문에 사격이 불가능한 것이다. 이 때문에 사격을 피한 주인공들이 계속 집 안을 돌아다니면서 탈출을 모색하게 되고, 관객들은 엄청난 불안과 긴장을 느끼게 된다.

정확한 조준을 하지 못하는 대신 퇴역 군인은 시각의 상실을 청각과 후각, 촉각과 훈련된 개를 통해서 보충한다. 분명 젊은 나이는 아니지만, 그는 문 여는 소리만 듣고도 위치를 찾아서 총으로 사격할 정도의 밝은 귀를 지녔다. 여기에 나무로 된 바닥재의 삐걱거리는 소리가 그를 돕는다. 주인공들이 내는 모든 한숨, 신음소리, 발소리가 그들의 위치를 알리는 신호가 된다. 퇴역 군인은 신발의 냄새를 통해서 강도의 숫자를 세고, 손으로 벽을 더듬어 가며 집의 변화를 파악하는 모습을 보인다.

초인적인 능력으로 주인공을 죽이려는 퇴역 군인의 귀와 잊을 만하면 달려드는 맹견의 이빨 때문에 관객들은 아찔함을 느끼게 된다. 특히, 어차피 자신은 앞을 보지 못하니 지하실의 불을 다 꺼버리고 주인공 일행을 어둠 속에서 추격하는 장면은 관객을 압도당하게 만든다.

스토리보다는 장면이 보여주는 충격이 중요한 영화다. 다만, 죽은 딸을 생각하는 퇴역 군인의 부성애에 대한 묘사가 역겨움을 일으킬 수 있다. 바깥으로 나가는 문을 찾기 위해 지하실로 들어간 알렉스와 록키는 경찰을 불러서라도 탈출하고 싶게 만드는 그의 비밀과 마주한다. 그리고 퇴역 군인이 어떤 마음으로, 어떤 사람을 찾으며 살아온 괴인인지 알게 된다. 끝까지 광기 속에서 탈출을 모색해야 하는 강도들의 절망을 관객도 공감하게 된다.

영화의 상영 시간은 1시간 28분이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체력과 정신력이 상당히 소모된다. 영화 후반부에는 어떻게 되어도 좋으니까 제발 끝나기를 바라게 될 수도 있다. 잔인한 장면뿐 아니라 역겨움을 일으킬 수 있는 장면도 있으니 주의하여야 한다. 남의 집에 침입한 강도가 경찰을 부르고 싶어지게 만드는 불안과 광기가 숨어 있다. <Don't breathe>라는 영어 제목이 말하듯이, 관객이 숨 쉴 틈조차 주지 않는 영화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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