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를 풍미했던' 세 명의 선수가 15-16시즌을 끝으로 우리 곁을 떠났다. 지난 20년간 NBA 코트 위를 뜨겁게 달궜던 세 명의 스타를 한 번에 떠나보내는 팬들의 씁쓸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기 위해, 또 그들이 얼마나 위대한 선수 다시 한 번 느껴보기 위해, 그들의 발자취를 돌이켜 보고자 한다.

스타의 등장

 드래프트 당시 세 선수 (왼쪽부터 96년 코비 브라이언트, 97년 팀 던컨, 95년 케빈 가넷)

드래프트 당시 세 선수 (왼쪽부터 96년 코비 브라이언트, 97년 팀 던컨, 95년 케빈 가넷) ⓒ NBA


코비 브라이언트는 로워메리온 고교 시절 평균 득점 30.8점, 12리바운드, 6.5어시스트, 4.0스틸, 3.8블록의 활약을 펼치고 바로 NBA 신인 드래프트로 향했다. 샬롯 호니츠로부터 1라운드 13위로 지목됐는데, 당시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드래프트 직후 LA 레이커스의 블라데 디바츠와 트레이드되면서 농구 인생을 함께 할 팀을 만나게 되었다. 두 번째 시즌인 97·98시즌부터 평균 득점 15.4점의 득점력을 뽐내기 시작하며 레이커스의 전설이 되는 길에 첫 발을 내디뎠다.

팀 던컨은 웨이크 포레스트 대학 소속으로 NCAA에서 2000득점과 1500리바운드를 기록한 단 10명의 선수 중 하나이고, 1500득점, 1000리바운드, 400블록, 200어시스트를 기록한 유일한 선수였다. 던컨은 대학 시절부터 특별한 선수였다.

96-97시즌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핵심 멤버들의 부상과 부진 때문에 최하위로 시즌을 마감했으나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으로 팀 던컨을 데려오게 된다. 던컨은 첫 시즌부터 평균 득점 21.1점, 11.9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당시 스퍼스의 주전 센터였던 데이빗 로빈슨과 함께 트윈 타워를 구축한다. 그리고 이 팀은 이후 19시즌 동안 1,072승 438패, 0.710의 승률을 기록하는데, 이는 미국의 4대 스포츠 리그인 NBA, MLB, NHL, NFL 중에서도 가장 높은 성적이다.

케빈 가넷은 멀딘 고교에서 3년간 농구를 했으나, 백인과 흑인들의 싸움에 연관되는 바람에 시카고의 패러것 커리어 아카데미로 떠나게 되었다. 그곳에서 28승 2패를 기록하며 유에스에이 투데이(USA Today)의 '올해의 고등학교 선수'(National High School Player of the Year)에 선정되었고, 일리노이주의 '미스터 배스킷볼'(Mr. Basketball)에 선정되기도 했다. 맥도날드 올 아메리칸 게임에서는 18점 11리바운드 4어시스트 3블록을 올리고 'MOP'(Most Outstanding Player)에 선정된 그는 대학 진학이 아닌, NBA 드래프트 참가를 결정했다.

가넷은 전체 5순위로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에 지명되었는데, 75년 드래프트의 다렐 도킨스와 빌 윌로비 이후로는 20년 만에 첫 고졸 선수가 되었다. 첫 시즌인 95-96시즌에는 평균 득점 10.4득점, 6.3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비교적 평범한 데뷔 시즌을 보냈고, 두 번째 시즌인 96-97시즌에는 평균 득점 17점 8리바운드 3.1어시스트 2.1블록을 기록하며 서서히 팀의 중심으로 성장해갔다.

가장 빛나는 별이 되다

 LA 레이커스에 5번의 우승을 가져다 준 코비 브라이언트

LA 레이커스에 5번의 우승을 가져다 준 코비 브라이언트 ⓒ LA 레이커스


코비 브라이언트는 98-99 시즌부터는 레이커스의 완벽한 주전으로 자리 잡았고, 샤킬 오닐과 함께 99-00, 00-01, 01-02 시즌 리그 3연패의 대업을 이뤄냈다. 하지만 같은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은 있을 수 없다고 했던가. 둘 사이에 불화가 생겼고 결국 샤킬 오닐은 03-04 시즌을 끝으로 레이커스를 떠났다.

레이커스의 중심이 된 코비의 기량은 더욱 성장했지만, 팀은 그렇지 못 했다. 04-05 시즌에는 평균 27.6득점, 05-06 시즌에는 35.4득점, 06-07 시즌에는 31.6득점을 기록하며 에이스의 면모를 보였으나 우승권에서는 거리가 멀어진다.

2008년 2월 멤피스 그리즐리스에서 파우 가솔을 데려오고, 그해 NBA 파이널에 진출했지만 케빈 가넷이 합류한 빅 3의 보스턴 셀틱스에게 가로막혀 준우승에 머물렀다. 다음 시즌인 08-09 시즌, 절치부심한 코비는 비로소 4번째 우승 반지를 끼게 된다. 평균 26.8 득점을 기록했고, PO에서 평균 30.2 득점을 기록하며 파이널 MVP로 선정되었다.

이는 코비 커리어에서 첫 번째 파이널 MVP였다. 그리고 09-10 시즌, 레이커스는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셀틱스를 꺾고 2년 연속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코비 역시 2년 연속으로 파이널 MVP에 선정되었다.

NBA 올스타전 MVP 4회, 06-07 시즌 득점왕, 07-08 시즌 정규리그 MVP, 그리고 08-09, 09-10 두 시즌 연속 파이널 MVP까지. 더해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 2연패를 달성하며 국제 대회에서도 선배들의 영광을 이어나갔다. 코비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2000년대 최고의 농구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전성시대를 열었던 (왼쪽부터) 팀 던컨, 토니 파커, 마누 지노빌리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전성시대를 열었던 (왼쪽부터) 팀 던컨, 토니 파커, 마누 지노빌리 ⓒ 샌안토니오 스퍼스


팀 던컨의 별명은 'Mr.기본기'이다. 코비가 화려한 농구의 대명사였다면, 던컨은 기본기에 충실한 정석적인 농구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던컨의 커리어는 이와 대조적으로 화려하기 그지없다.

던컨은 NBA의 전설 카림 압둘-자바와 더불어 2만6000득점, 1만5000리바운드, 3000블락을 기록한 유이한 선수이다. NBA에서의 19시즌 중 15번이나 최고의 수비수에게 돌아가는 '올 디펜시브 팀'(All-Defensive Team)에 선정되었으며, 이는 NBA 역사상 최다 횟수이다. 또한 던컨은 스퍼스 역사상 최다 출전 경기, 시간, 최다 득점, 최다 리바운드, 최다 블록이라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01-02, 02-03 시즌 2년 연속 NBA MVP와 98-99, 02-03, 04-05 시즌의 파이널 MVP 3회 수상은 던컨이 리그를 지배했음을 증명한다.

데이빗 로빈슨과 트윈타워를 구축했을 때 던컨은 뛰어난 피지컬에 완벽한 기본기를 갖추고 공수 밸랜스가 완벽에 가까운, 한마디로 '완전체'였다. 그렇게 트윈 타워가 이끈 스퍼스는 99년 파이널 우승을 차지하지만, 은퇴한 로빈슨의 부재로 코비와 오닐이 이끌었던 레이커스의 3연패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절치부심한 스퍼스는 던컨을 중심으로 하여 마누 지노빌리, 토니 파커의 활약에 힘입어 2003년에는 제이슨 키드의 뉴저지 넷츠를 4 대 0으로 완파하며 우승, 2005년에는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디트로이트 피스턴스를 잡으며 우승, 2007년에는 킹 르브론 제임스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4 대 0으로 우승해 던컨은 우승 반지 개수를 4개로 늘린다. 2014년에는 카와이 레너드의 맹활약에 힘입어 파이널에서 캐벌리어스를 꺾으며 던컨은 마지막 우승을 맛본다.

패기 넘치는 신인으로서, 팀의 중심이 된 에이스로서, 팀의 정신적 지주인 최고참으로서, 던컨은 모든 역할을 완벽히 수행해내며 챔피언 트로피를 5차례나 들었다.

 


보스턴 셀틱스에 우승을 선사한 빅3 (왼쪽부터 폴피어스, 케빈 가넷, 레이 알렌)

보스턴 셀틱스에 우승을 선사한 빅3 (왼쪽부터 폴피어스, 케빈 가넷, 레이 알렌) ⓒ 보스턴 셀틱스


케빈 가넷은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NBA에 데뷔했지만, 3,4,5번 포지션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스킬과 운동 능력, 피지컬을 갖춘 가넷의 등장은 팬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구단 역시도 가넷의 잠재력을 매우 높이 평가하여 그를 중심으로 팀을 꾸렸다.

96-97 시즌 스테판 마버리를 영입했고, 가넷은 평균 17득점, 8리바운드, 3.1어시스트, 2.1블록을 기록하며 팀을 역사상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킨다. 하지만 하킴 올라주원과 찰스 바클리의 휴스턴 로케츠에서 3 대 0 스윕을 당하며 시즌을 마친다. 가넷은 계속해서 맹활약했지만 팀은 번번이 PO 1라운드에서 시즌을 마감했다. 03-04 시즌 전력이 강화된 팀버울브스는 평균 24.2득점, 13.9리바운드, 5어시스트, 2.2블락, 1.5스틸을 기록한 정규리그 MVP 가넷의 활약에 힘입어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까지 진출한다. 하지만 코비와 오닐의 레이커스에게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그 후 팀버울브스는 가넷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PO에도 진출하지 못 했다. 결국 가넷은 2007년 7대1 트레이드를 통해 보스턴 셀틱스로 입성하며 폴 피어스, 레이 알렌과 함께 그 유명한 빅3를 결성했다. 이적한 첫 시즌부터 파이널까지 진출해 코비의 레이커스를 4 대 2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고, 가넷은 데뷔한지 13년 만에 우승을 경험했다.

이 빅3는 이후에도 우승을 향해 도전했지만 결국 그들이 팀에 가져온 우승은 단 1회에 불과했다. 2012년 레이 알렌이 마이애미 히트로 떠나면서 빅3를 해체되었고, 가넷도 이듬해인 2013년 브루클린 네츠로 떠났다가 2015년 팀버울브스로 다시 돌아왔다.

케빈 가넷을 "NBA 전설들의 장점만 모아놓은 것 같은 선수"라고들 한다. 큰 키에 빠른 스피드와 스킬, 압도적인 수비력까지 갖춘 이 선수는 팀 던컨과 함께 NBA 역사상 최고의 파워포워드로 꼽힌다. 전통적인 강팀을 이끌었던 코비와 던컨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약체였던 팀버울브스에서 고군분투하며 맹활약한 외로운 늑대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한 시대의 종말

코비는 은퇴마저도 화려했다. 은퇴 경기였던 유타 재즈와의 경기에서 60득점을 기록했는데, 너무나도 코비다운 은퇴 경기였다. 코비는 커리어 초창기부터 줄곧 농구의 신 마이클 조던과 비교되며, 늘 제 2의 마이클 조던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비교 대상 자체가 농구의 신이었기에 코비는 늘 비판받기 일쑤였다. 아무리 많은 득점을 기록해도 난사가 심하다거나, 개인플레이가 심하다며 소리를 들어야 했다.

하지만 팬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코비는 조던 이후 최고의 슈퍼스타였다는 것을. 코비는 동시대의 그 어떤 선수들 보다 화려한 플레이를 펼쳤고, 승부사였고, 팀을 승리로 이끌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팬들이 그가 좀 더 뛰어주길 바라겠지만, 슈퍼스타 코비는 노쇠화해서 벤치를 달구는 마지막보다는 은퇴경기에서도 60점을 넣을 수 있는 선수로 기억되길 원하는 듯하다. 농구 팬들의 머릿속에 코비는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림 안에 볼을 집어넣을 수 있는 선수로 기억될 것이다.

던컨은 역시나 조용했다. 화려한 은퇴 경기나 은퇴식은 없었지만 이 또한 던컨다운 선택이었다.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팀 던컨이 정말로 위대했던 이유는 단 한 번도 암흑기를 겪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19시즌 동안 항상 우승권에 머물렀으며, 5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다.

그런 던컨도 선수 생활 말미에는 부상과 노쇠화로 많이 뛸 수 없었다. 하지만 단지 벤치만 달구는 것이 아니라 팀의 최고참이자 정신적 지주로서 항상 어린 선수들을 독려해주고 지도해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팀을 이끌었다. 은퇴 후에도 스퍼스에서 코치로 새로운 출발을 한다고 하니 진정한 스퍼스의 레전드가 아닐 수 없다.

NBA 역사상 가장 꾸준했던 사나이, 화려하진 않지만 파워 포워드의 정석이었던 Mr.기본기 팀 던컨의 빈자리가 꽤 오랫동안 느껴질 것이다.

가넷 역시 던컨과 마찬가지로 매우 조용히 은퇴 발표를 했다. 시즌 종료 후 구단과 바이아웃 협상 중이라는 소식이 들렸고, 이내 가넷은 본인의 SNS에 은퇴를 발표하는 동영상을 올리며 지난 시즌이 늑대 대장의 마지막 시즌이었음을 알렸다.

이미 기량이 많이 하략한 가넷이었지만, 지난 시즌 수많은 팬들이 가넷을 보기 위해 팀버울브스의 홈구장인 타깃 센터를 찾아왔다. 비록 전성기 시절의 압도적인 플레이는 볼 수 없었으나,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늑대 대장으로서 후배들의 훌륭한 멘토이자 정신적 지주가 되는 가넷을 팬들은 여전히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팀버울브스 팬들은 케빈 가넷이 늑대 무리들을 이끌고 단 한 번도 우승 트로피를 들지 못 했다는 점이 평생의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혜성 같이 등장한 고졸 신인이 팀을 플레이오프까지 이끌며 보여줬던 압도적인 플레이는 그 당시의 뜨거웠던 기억은 결코 팬들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많은 팬들을 보스턴 셀틱스로 유입시켰던 폴 피어스, 레이 알렌과의 빅3 결성은 NBA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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