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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 속 덕선(혜리 분)은 나중에 승무원이 된다.
 <응답하라 1988> 속 덕선(혜리 분)은 나중에 승무원이 된다.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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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주인공 덕선(혜리)은 학교 졸업 후에 항공사 승무원 스튜어디스가 된다. 그것도 거푸 재도전해서 말이다. 쉽게는 들어갈 수 없는 곳임을 드러내주는 것이다. 그러나 항공사 승무원직은 그렇게 들어가기 힘든 곳이어야 하는걸까.

덕선은 1994년 당시 승무원 제복 스타일을 살려냈는데, 이는 1990년대 승무원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이라 맞아보였다. 1989년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면서 비행기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항공편은 늘어날 수밖에 없었으며 이에 부응하여 승무원도 많이 필요해졌다. 박주미·이보영·한가인 등이 항공사 CF 모델로 연예계 스타가 됐다는 점은 당시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이었다. 드라마에도 승무원 특히 여성 스튜어디스가 적극적으로 등장한 것은 1990년대 초반이다.

한국 드라마 속 승무원의 역사

<공항가는 길>에서 김하늘은 승무원 최수아로 등장한다.
 <공항가는 길>에서 김하늘은 승무원 최수아로 등장한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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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한석규·최수종·이재룡·채시라 주연의 MBC 드라마 '파일럿'은 여성승무원을 중심에 두기보다는 조종사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다만, 여성 승무원의 대중적 가능성을 확인시켜주었다. 1994년 MBC 아침드라마 '짝'은 1998년까지 무려 5년 이상을 방영한 인기 드라마였는데 이 드라마에서 '파일럿'에도 나왔던 김혜수가 승무원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이때 김혜수와 같이 출연했던 이민영·김현주 등이 승무원 캐릭터로 스타덤에 올랐다. 김혜수는 1997년 영화 '미스터 콘돔'에서 김호진과 부부 승무원 연기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 김혜수는 승무원 유니폼으로 한 시기를 휩쓸었고 다른 배우들이 승무원 역을 맡는데 기폭제가 되었다.

새로운 캐릭터의 전환을 이룬 이는 김희선이었다. 2003년 SBS '요조숙녀'에서 김희선은 깜찍하고 발랄하며 밝은 이미지의 승무원으로 특유의 앞머리 스타일을 유행시키면서 승무원에 대한 선망을 한껏 높였다. 2003년 MBC '눈사람'에서도 오연수는 항공사 승무원으로 동생과 아이를 돌보고 키우면서 재혼에 나서지만 처제와 형부의 불륜에 번민하는 캐릭터로 등장했다.

2004년 MBC '천생연분'에서 황신혜는 사랑에 모든 것을 올인하는 승무원 역할을 안재욱과 코믹하게 그려냈다. 극중에서 풍부한 경험의 노련한 중견 승무원이었던 황신혜는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는 평이다. 2007년에는 MBC '에어시티'가 그 계보를 잇는 듯했다. 인천공항 운영본부 실장으로 최지우가 분했다. 승무원은 아니었지만 공항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 다만, 최지우는 2016년 영화 '좋아해줘'에서 승무원으로 등장했다.

다시금 승무원들이 드라마에 등장하고 있다. KBS 수목드라마 <공항가는 길>에서 김하늘도 경력 12년의 승무원으로 등장한다. 다만, 초등학생 딸을 둔 엄마로 새로운 사랑을 찾아가는 최수아 캐릭터로 등장했다. '부사무장'이라는 직급이 세월의 변화에 맞물린 전문성을 말하기도 하지만 중심은 불륜이라는 로맨스에 있다.

수애는 KBS 드라마 '우리 집에 사는 남자'에서 30대의 전문직 승무원으로 어느 날 자신의 집에 들어온 남자와 로맨스를 펼쳐 보인다. 김희선은 드라마 '품위 있는 그녀'에서는 전직 승무원이면서 항공사 모델로 등장하기도 한다. 드라마는 아니지만 직업의 세계를 경험하는 '루키'에서는 승무원의 삶을 보여준다. 왜 다시금 승무원이 등장하는 것일까.

승무원들의 실제 생활은...

공항은 생각보다 낭만적인 곳은 아니다.
 공항은 생각보다 낭만적인 곳은 아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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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중심은 여성 승무원들이다. 사회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여성들의 주체적이고 전문적인 역할을 보여주기 위해서 승무원이 다시 부각될 수 있을 것이다. 대중문화에 불고 있는 제복 열풍이 이번에는 승무원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텔레비전 예능이나 드라마나 영화에 승무원이 등장할 때마다 승무원 지원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제작자들은 협찬을 받아낼 수 있는 항공사들이 있기 때문에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승무원들의 삶은 이런 영상에서 비쳐지는 것과 같을까.

2014년 미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연구팀은 "항공기 조종사, 승무원은 일반인보다 악성 흑색종이 생길 확률이 2배나 높다"라고 밝혔다. 1990년부터 2013년에 발생한 19개의 의학 사례 데이터와 26만6000명의 의료기록을 연구한 결과였다. 피부암 가운데 악성 정도가 매우 높은 것이 악성흑색종이다. 이는 멜라닌 색소를 만들어내는 멜라닌 세포가 악성으로 변하는 것인데 항공기 탑승시 고공비행으로 일어나는 자외선 노출이 그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이들은 악성 흑색종으로 사망할 확률도 40%나 높았다.

2006년 버지니아 대학 연구팀은 비행기 조종사나 승무원과 같이 낮과 밤이 바뀌는 가운데 이뤄지는 해외 이동 등의 불규칙적인 스케줄이 수명을 짧게 한다고 밝혔다.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교 브렌트 스캇 교수팀은 승무원들처럼 억지웃음을 짓는 사람은 스스로 우울한 감정에 빠지고 생산성도 떨어지진다고 밝혔다. 7~8월이면 진상 민원고객이 2배 이상 폭증하기 때문에 이를 다 받아 해결을 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뇌나 신경체계에도 부정적인 연구들도 있었다. 2001년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국제선 스튜어디스들을 상대로 실험 연구를 한 결과 근무 간격이 짧은 경우 뇌의 일부가 줄어들어 기억력과 인지력 등 두뇌의 기능이 저하됐다.

오리건 의대 불면치료센터 연구진은 "장거리 비행에 따른 시차 피로만 아니라 주야 교대근무 때문에 일어나는 생체 리듬이 깨지는 일도 뇌 기능 손상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본인이 항공사 조종사이기도 했던 의사 미셀 멀더 박사(Dr. Michel Mulder)등은 사망한 조종사 리챠드 웨스트게이트(Richard Westgate)를 검시한 뒤 독성성분-유기인산화합물로 중추신경계의 손상이 일어난다고 발표했다.

미국서 부정적인 직업 2위, 승무원... 문제는 건강

하늘 위를 나는 그들은 '아프다'.
 하늘 위를 나는 그들은 '아프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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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미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미국 노동청의 자료 등을 활용해 건강에 부정적인 직업 27가지를 발표했는데 이 가운데 2위가 승무원이었다. 질병 감염 가능성, 오염 물질 노출 빈도, 상해 위험도, 앉아서 일하는 시간 등을 기준으로 볼 때 오염에 노출될 가능성은 88점, 질병에 감염될 위험성도 77점이었는데 평균 62.3점으로 치과의사에 이어 2위였다.

한정된 좁은 공간에서 높은 긴장도를 가져야 하는 점도 건강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2015년 독일 항공사의 부기장 안드레아스 루비츠는 고의로 여객기를 추락시켰고 평소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었고 이를 숨기고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BBC나 포브스는 전직 조종사들을 통해 정신건강 검진은 형식적으로 이에 대해서 본격적인 논의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비행기에서 근무한다는 것은 높은 공간에 떠있는 것도 그렇지만 세계를 공간 삼아 자주 집을 비워야 한다는 점이다. 이따금 한두 번 여행다니는 것은 좋을 수도 있지만, 일이 된다면 그것은 다른 문제일 수도 있다. 2002년 세계은행 직업건강부의 레나르트 딤베르크가 이끄는 연구팀에 따르면 출장이 잦으면 그 개인은 고혈압, 궤양, 장질환과 우울증 등에 걸리고 배우자도 병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현실적으로 면세품 판매 목표액, 승무원 행동모델 수칙, 고객 반응에 따른 상·벌점제도, 업무상 질병·재해 시 근무 가점 제도, 비정규직 급여 및 복지 혜택 차별 등이 존재한다. 이러한 제도 자체는 여전히 제복의 품격안에 도사리고 있다.


태그:#공항가는 길, #악성 흑색종, #우리 집에 사는 남자, #김하늘, #이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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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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