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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팟캐스트 철학사이다 바로이책 진행자 김만권(좌), 오연호 오마이뉴스대표기자(우)
 참여연대 팟캐스트 철학사이다 바로이책 진행자 김만권(좌), 오연호 오마이뉴스대표기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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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제목. 참 아프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대다수가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의 시대를 사는 서글픔 때문일까? 어쩌면 더 서글픈 이유는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란 질문조차 던지는 것이 사치스러운 하루하루를 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은 세상과 그 시간 속에 정치철학자 김만권이 진행하는 <철학사이다>가 이 책의 저자,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를 만났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이 책의 매력이 끌어당긴 수많은 독자들을 만나기 위해 끊임없는 강연으로 바쁘다는 오연호 대표의 얼굴은 편안해 보였다. 행복전도사가 되었기 때문일까? 그는 시종 차분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어떻게 자신이 행복을 발견하게 되었는지, 그 작지만 소중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스스로 너무 행복하지 않았던 자신이 어떻게 행복지수 1위인 덴마크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부터 시작해, 자신이 행복을 찾게 된 과정을 자신이 덴마크에서 만났던 평범한 사람들과 그들이 지닌 가지, 운영하고 있는 제도를 통해 풀어놓았다. 그리고 우리가 모르고 있던, 우리 역사 속에 덴마크 배우기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가 행복한 책이 된 가장 중요한 이유도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독후감을 쓰는 대신, 행복을 찾아 독후활동에 나서고 있었다. 그리고 행복을 위해 꿈틀거리는 사람들이 되어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들고 학교를 세우고 있었다.

무엇을 해야만 살 수 있는 나라가 아닌, 하고 싶은 것을 해도 되는 나라.

그런 행복을 단지 남이 가진 부러운 것으로 보지 않고, 우리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나선 사람들을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었다.

이 내용은 팟캐스트 철학사이다를 통해 들을 수 있다.

* 팟빵에서 듣기 : https://goo.gl/LGpkxZ
* 아이튠즈로 듣기 : https://goo.gl/NY3BhX
* 유튜브로 듣기 : https://youtu.be/Jmhia3Ssd_4

다음은 팟캐스트 내용을 일부 발췌한 것이다.

- 김만권: 이 책은 2014년 9월에 출간된 책인데. 최근에 15쇄를 찍었다. 6만 여부가 팔렸고, 지금도 꾸준히 독자들이 찾고 있다. 책이 출간되고 나서, 2년 동안 '오연호의 행복특강'이 진행되었는데, 이미 500회를 넘겼다. 독자와의 교감이 탁월한 것 같다.

- 오연호: 책이 2년 전에 나왔는데, 계속 살아 움직이고 있는데, 독자들 덕분이다. 특히 독자들과 내가 공감한 것이 "이제 독후감의 시대가 지났다, 독후 활동의 시대다", "책을 읽고 우리가 서로 꿈틀거리자!" 그랬더니 여기서 꿈틀, 저기서 꿈틀하면서 서로 나눠주기도 하고, 그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사단법인 꿈틀리'도 만들어졌고 '꿈틀리 인생학교'라는 또 하나의 학교가 만들어졌다. 이 모든 것들이 내가 처음에 책을 냈을 때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다.
책을 내고 나서 독자들과 교감하면서, 강연하면서, 이들이 뭘 염원하는지 이런 걸 쭉 듣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이런 모임이 만들어지고 학교가 만들어지고, 이렇게 되어가고 있다.

- 김만권: 행복지수 1위인 덴마크에서 우리의 길을 찾는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우선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말씀해 달라.

- 오연호: 우리가 뭔가 하자고 할 때 "그거 되겠어, 우리나라에서?"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한다. 그런데 덴마크의 사례는 "아 되는구나", "인간들이 어떤 새로운, 더 나은 사회를 꿈꾸고 그것을 위해 함께 노력했을 때 되네." 이런 사례를 보여준 것이다. 무작정 덴마크가 부럽다가 아니라 "그럼 덴마크가 왜 이렇게 됐지?" 하고 보니까, 그들을 그렇게 행복하게 만든 가치들이 우리에게 낯선 것들이 아니었다. "자유, 평등, 안정, 이웃, 환경" 이런 것들은 우리가 늘 강조했던 말이었다. 학교에서도 "더불어 행복한 학교" 라고 붙어있다. 이미 우리는 구호로는 다 되어 있다. 그런 구호를 "어떻게 삶 속에서 문화로 만들어 갈 수 있는지"를 우리가 배워가면서 실천하는 일이 남아 있다.

- 김만권: 혹시 이 책을 쓰게 된 이유 중 미처 밝히지 못한 것이 있다면?

- 오연호: 지난 2012년 12월 대선 직후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이 있었다. 청취자들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당시에 내가 찍은 후보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 오마이TV로 대선 개표 결과를 생중계하면서 표정 중립을 지키고 있었는데, 오마이TV 댓글에 수많은 독자가 막 울음폭포와 눈물을 만들어 내더라. "이 나라 어떡하나, 5년 동안 어떻게 살지, 나 이민 갈 수 없을까?" 등등.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큰일 났다, 우리가 집단 우울증에 걸리게 생겼구나, 이걸 무슨 치료제로 이걸 치료할 수 있을까 과연 우리가". 그러면서 생각한 것이 "그런데 대통령 한 명 바꾸면 좋은 사회가 되나, 우리가 염원하는 사회가 되나, 대통령 안 바뀌더라도 시민의 힘으로 할 수 있는 또 다른 것들은 뭘까? 우리가 대통령도 바꿔보고 했는데, 왜 헬조선이란 말이 계속 되는 것일까, 과연 덴마크라는 나라는 행복지수 1위라는데,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됐을까?" 이런 것을 한번 규명해보고 싶었다.

우리의 집단 우울증을 치료하는 것을 만들고 싶었다. 그보다 더 솔직하게는 나도 지쳐있었다. 내가 지쳐서 쉬면서 힐링을 좀 받아야겠다 생각하면서, 이왕 쉴 것,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에 가서 좀 배워보자, 곁눈질이라도 좀 해보자 해서 시작된 것이다. 쉬러 갔는데 며칠 만에 혼자 보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록을 했고, <오마이뉴스>에 연재했고, 그러다 보니 반응이 뜨거워서 나중에 책으로 진전이 되었다.

- 김만권: 사실 내 수업에 덴마크에 온 학생이 있다. 그 친구가 너무 밝아서 넌 왜 그렇게 항상 웃느냐고 물어봤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어서 그렇다고 하더라.

- 오연호: 덴마크에 방문한 사람들이 이틀만 지나면 '행복한 사회 맞다'고 한다. 왜냐하면 초등학생들의 표정이 중학생이 되어서도,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유지된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 밝고 명랑하고 말을 잘했던 표정이 중학교, 고등학교가 되어도 유지된다.

우리는 대체로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표정이 좋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표정이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산수 시험 80점을 맞았는데 엄마가 물어본다. "80점이나 맞았네, 정말 잘했다"가 아니라 "100점은 몇 명이냐?" 이때부터 세상이 만만하지 않다는 걸 알기 시작한다.

중·고등학생 때는 더한다. 초등학교 때는 밝았던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면 어두워지고 고등학생이 되면 말까지 안 한다. 이 현상이 너무너무 많다.

덴마크의 아이들이 왜 이렇게 밝을까, 말을 잘할까를 생각해보면 "스스로 선택하니 즐겁다. 이것이 어렸을 때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유지"되기 때문이다.

- 김만권: 덴마크를 여러 차례 방문하셨는데, 그 중에서 덴마크를 잘 설명할 수 있는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 달라.

- 오연호: 대체로 한 사회에서 택시기사의 표정을 보면 그 사회가 얼마나 안정된 사회인지 알 수 있다. 덴마크의 택시기사들은 대체로 표정이 좋다. 그래서 물어보니 "나는 월급봉투가 2개이다". 하나는 회사에서 받고 하나는 사회에서 받는다고 한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자녀가 3명인데 3명 다 사교육비를 포함해서 교육비가 하나도 안 들고, 또 모든 국민이 주치의 제도를 가지면서 의료비 전액 무료이고, 그리고 굳이 큰 아파트 장만 안 하고 적절하게 있는 데로 산다고 한다. 교육비, 의료비, 주거비에 대한 부담만 없으면 택시기사가 적절하게만 임금을 받아도 표정이 좋을 수가 있다.

- 김만권: 덴마크에는 기본소득이라는 제도가 있다. 이런 일들이 가능하게 만드는 무엇이라도 있는 것인지?

- 오연호: 한 사회에 "나는 패배자야"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을 최소화 시키는 것이 덴마크의 가치이다. 어떻게 하면 최대한의 멤버들을 생기있게 만들 것 인가이고, 그 핵심에는 "내가 행복하려면 우리가 행복해야 한다"는 철학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나만, 우리 집 자식만 잘나서는 안 되고 남의 집 자식이 잘나야 더불어 행복하다는 철학이 있다.

책에는 나오지 않았는데, '감옥'이라고 생각하면 보통 범죄자, 인생의 실패자, 패배자로 생각하는데 이런 사람까지도 어떻게 다시 생기 있게, 정상인으로 만드는지 확인해보고 싶어 덴마크의 감옥을 방문했다.

덴마크 감옥의 절반 정도가 열린 감옥이다. 담장도 없다. 대학도 다닐 수 있고 교도관 동행 없이 예를 들어 참여연대에 홀로 놀러 올 수도 있고, 회사도 다닌다. 단, 밤 8시가 되면 감옥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감방 안에 보면 냉장고, 컴퓨터, 커피포트, 다리미까지 우리나라 고시원보다 훨씬 낫다. 감옥 안에 어린이 놀이터가 있다. 아이들 데리고 면회를 오면 지극히 정상적인 상황에서 부모를 만나라는 뜻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가 모두 행복해야지 우리도 행복하다는 가치를 어떻게 구현할 것이냐는 것을 줄기차게 가져가기 때문에 사회도 이렇게 구성되는 것이다.

- 김만권: 책에 덴마크의 직장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이 평등의식이었다.

- 오연호: 택시기사와 의사가 사장이, 변호사가 함께 어울린다. 고등학교만 졸업한 택시기사, 고등학교만 졸업한 식당종업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고등학교만 졸업해서 식당종업원을 하지만 동창회 가는 것은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그래서 책에 이런 말을 썼다. "행복 사회란 학생 때는 교실에 들어가는 게 부담스럽지 않고 어른이 되어서는 동창회나 가는 게 부담스럽지 않다"

의사에 대한 호칭이 "선생님"이란 호칭이 없다. 의사가 김 씨면 그냥 "김 씨 아저씨"이다. 그만큼 직업 문화에서의 평등이 이루어져 있는 것이고 이것은 "세금제도를 통한 부의 재분배"가 기능하기 때문이다. 의사가 좀 더 돈을 많이 받지만, 세금은 56% 정도이고 택시기사의 세금은 30% 정도 된다. 번 돈의 세금을 떼어내고 나면 갭이 그렇게 크지 않다. 그리고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한 것이다.

- 김만권: 그런 세금제도를 통한 부의 재분배가 참 쉽지 않다. 사실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해서 사회적 혜택을 얻어 성공한 이들이 다른 이들의 혜택을 없애는 경우도 많다. 덴마크에서 이런 재분배를 가능하게 만드는 가치가 있는가?

- 오연호: 1830년~6, 70년까지 활동한 그룬트비라는 목사님이 있었는데, 이분이 도입했던 교육의 가치가 "우리가 함께 깨어나고 행복해야 한다. 내가 아닌 우리" 를 강조했고 이것이 당시 처음에는 대안 교육에서 시작했고 나중에는 일반교육까지 확장된다. 이것이 하나의 가치로 교실에서 뿐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도 만들어졌는데 그것이 바로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이들은 생활경제 속에서 가치를 체득한다. "아, 나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하니 돈도 벌리네"라는 선순환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이들이 이 가치를 지속해서 가져올 수 있었다고 본다.

덴마크를 보면 이런 가치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위로부터 국가가, 정부가 주도한 것은 하나도 없다. 덴마크를 오늘날의 행복지수 1위로 만든 것은 교육인데, 교육도 그룬트비와 그 동료들에 의해서 처음에 지방에서 아래로부터 시작했다.

협동조합운동도 농민들이 시작한 것이다. 달가스라는 사람이 있는데 국토개간운동을 한 사람이다. 이 사람이 참여연대 같은 NGO를 만들어서 국토개간을 한 것이다. 여기서 정부의 역할은 뭐가 되는 걸 보면 방해하지 않고, 공을 가로채지 않고, 적절하게 나중에 지원하는 것이 (덴마크) 국가의 역할이다. 지원이 방해되면 안되고 시민사회의 공을 인정하고 그들의 생태계를 인정하고 적절하게 뒤에서 지원하는 정도의 역할을 했다.

- 김만권: 이 책에서 가장 소중한 정보 중의 하나라면, 우리가 이미 덴마크 배우기 운동을 했다는 것이다. 일제시대에, 그리고 군사독재 시대에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고, 전개되었는지 간략히 소개해 달라.

- 오연호: 우리나라에서는 1924년경부터 일제시대 때부터 덴마크 배우기를 했었다. 일본은 미국에서 배우고, 미국은 영국에서 배웠다. 영국이 먼저 이 나라는 협동조합을 많이 만들어지고 활성화되는지 관심을 가져서 논문을 쓰고 연구를 하니까 미국이 관심을 가지고, 일본으로, 우리나라로 전파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친일을 하던 사람들이 먼저 덴마크를 가고, YMCA에서 농촌 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덴마크를 갔다. 이때 나왔던 작품이 심훈의 <상록수>다. 심훈의 <상록수>가 덴마크 농촌 배우기 소설이다. 소설 한 줄에 덴마크가 나온다. 한자로 '정말'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흐름이 있었는데, 이분들이 일제 말기에 탄압이 심해지고 친일로 돌아섰다. 그런데 '친일'은 덴마크 정신과 맞지 않는다. 비판의식, 주인의식이 덴마크의 정신인데 일제 말에 흐름이 끊기고 말았다. 어쨌건, 일제시대에 한번, 새마을운동 한번 덴마크 배우기가 있었는데, 이때는 농촌을 어떻게 살려볼 것인가였다면 지금은 삶의 질, 행복, 왜 헬조선이 되었나 등을 규명하면서 다시 덴마크를 주목하는 것이다.

- 김만권: 이런 덴마크를 보며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해보면 좋겠다.

- 오연호: "꿈틀리 주민이 됩시다." 강연을 하면서 꿈틀리 주민 되기 운동을 하고 있다. 꿈틀리 주민이란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 행복사회를 위해서 꿈틀거려보자"라는 것인데 이 표현은 강연을 통해 얻은 것이다. 어느 대안학교에 강연을 갔더니 "사람이 살아 있다는 것은 꿈틀거린다는 것입니다"라고 붙어 있었다. 죽어있지 말고 살아있자는 말이다. 그래서 '꿈틀'이라는 단어를 좋아하게 되었다.

강연을 주최한 곳을 가보면서 우리나라에 이렇게 다양한 공부 모임이 있다는 사실에 깜짝깜짝 놀랐다. 내가 정치부 기자를 할 때는 못 봤던 다양한 모습을 봤다. 그래서 강연에 가서 여기저기 꿈틀하고 있는 모습에 관해서 이야기 나누니까 서로 많이 궁금해하더라. 그래서 꿈틀거리는 사람들끼리 네트워크를 만들어보자고 나온 것이 '꿈틀리 주민', '사단법인 꿈틀리', '꿈틀리 인생학교'다.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핵심은 우리 학교에서, 지역, 회사, 가정에서 하나의 작은 모델들을 만들어가고 그것을 번지게 하는 것, 그것이 '꿈틀'이다.

500회 이상 강연하면서 만난 사람이 6만 명 정도 되는데, 이분들에게 책과 강연에서 뭐가 제일 부러운지 물었다. 그랬더니 "쉬었다 가도 괜찮아, 다른 길로 가도 괜찮아, 지금 이미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 이 3가지를 가장 부러워했다.

이 세 가지를 농축하고 있는 것이 덴마크의 애프터 스쿨 제도이다. 애프터 스쿨 제도는 중학교 3학년을 졸업하면 고등학교에 직행하지 않고 1년을 쉬었다 가면서 인생을 즐기고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누가 있는가를 파악하면서 자기 인생설계를 하는 학교이다. 그래서 이 제도가 가장 부럽다는 의견이 있어서 오마이뉴스 주최로 몇 차례 포럼을 했고 드디어 만든 것이 강화도의 '꿈틀리 인생학교'이다. 지금 30명의 학생이 와서 2학기째 지내고 있다.

우리도 해보면 할 수 있다. 이렇게 우리도 사례를 만드는 것이다. 괜찮네. 쉬었다 가도 괜찮아, 다른 길로 가도 괜찮구나, 지금 이미 잘하지 않아도 함께 할 수 있구나 하는 모델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 김만권: 이 책을 결론 내면서 결국 시민이 관건이라고 했다. 깨어있는 시민. 개인적으로 87년에 맺은 민주주의라는 약속을 지키려는 사람들을 시민이라고 부르는데 오대표가 말씀하시는 시민은 우리나라에서 어떤 사람들인가?

- 오연호: 87년 민주주의에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겠지만, '독재가 아닌 민주주의, 대통령이 아닌 우리가 주인이다'라는 이야기를 한 것이라면, 나는 이제부터는 민주주의의 질이 확장되어야 한다고 본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민주주의 요건 중에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내가 잘 되려면 우리가 함께 잘 돼야 한다'는 정신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것이 깨어있는 시민일 것이다.

약간 농담이지만 강연과정을 통해서 깨어있는 시민이 누구인지 확실히 알았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이 심각한 주제로 강연할 때 2시간 동안 단 한 순간도 졸지 않고 깨어 있는 사람들이 진정한 깨어있는 시민이다. 농담이 아닌 게 '어떻게 꿈틀거릴까'를 고민하는 사람은 이 주제 앞에 졸 수가 없다. 조는 사람은 스스로 선택하지 않아 즐겁지 않은 사람이다.

50명 정도 모이는 교사연수를 보면 반드시 10명은 졸고 있다. 이분들은 '언제는 핀란드 교육에 대한 공부시키다가 핀란드 교육은 하지도 않고 왜 또 덴마크 교육이냐'는 식의 이런 반발심이 있다.

그렇지만 초등학교에 다니는 밝고 명랑한 자기 아이들이 중학교 고등학교 가서 어두워지지 않고 밝음을 유지하고 싶은 사랑의 마음을 가진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강연하면 조는 사람이 없다. 핵심은 이 학부모들이 '내 자식을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를 넘어 서서 '내 자식이 이렇게 되려면 우리의 자식이 다 그렇게 되어야 한다'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우리가 함께 갈등을 해결하고 행복하게 살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사실은 진보교육감들의 혁신학교에서 하려는 것이 이런 방식으로 문화를 바꾸려고 하는 일들이다.

- 김만권: 개인적으로 덴마크에 다녀온 다음에 변화가 있다면?

- 오연호: 개인적으로는 일과 쉼을 의도적으로 조화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전에 기자 오연호는 덴마크에 가면 그 날 바로 기사를 쓴다. 지금 덴마크를 8번을 갔는데 (덴마크에서는) 한 번도 쓰지 않았다.

또 고민 중에 하나는 오마이뉴스를 어떻게 행복한 회사로 만들 것인가이다. 직원들이 KBS보다 월급은 적지만 KBS보다는 훨씬 자기 마음대로 기사를 쓰고, 휴가도 제때 갈 수 있고, 8시간 노동을 제대로 지킬 수 있는, 그럴 수 있는 회사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내가 즐거운가, 나는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가'를 늘 생각하면서 즐겁기 때문에 일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 김만권: 앞으로 독후활동을 통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 오연호: 꿈틀리 인생학교는 강화도에 있고 30명의 학생이 있다. 내 생각에 내년 2기 학생을 모집하면 그러면 정원이 훨씬 넘칠 것 같다. 첫해였는데도 30명 정원이 다 찼다. 그러면 이 학교에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다. 그래서 내 꿈은 5년 안에 이런 학교를 20개 이상 만드는 것이다.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이런 학교에 공감하는 교육자들에게 만들자고 할 것이고, 10년 안에 100개가 만들어지면 "쉬었다 가도 괜찮구나, 다른 길로 가도 괜찮구나" 이것이 문화화될 수 있다. 곳곳의 영역에서 우리의 새로운 가치를 문화화하는 일이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8월에 덴마크 학생이 한명이 꿈틀리 인생학교에 왔다. 덴마크 애프터 스쿨은 150년의 역사에 250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덴마크 신문에 꿈틀리 학교가 생긴다는 기사를 보고 나에게 이메일 보냈다. "우리는 너 한 명을 위해서 통역을 쓸 수 없다, 모든 수업은 한국어로 한다"고 답장을 보냈는데도 괜찮다고, 부모도 괜찮다고 해서 결국 왔다. 이 학생이 첫날 '나는 내 스스로를 관리할 수 있는지 테스트해 보고 싶었다. 그 테스트를 문화적 충격이 가장 큰 나라에서 해보고 싶었다'라고 한국에 온 이유를 발표했다.

이 친구가 겁 없이, 두려움 없이 온 이유는 초등학교 때, 중학교 때 까지 늘 교실에서 '지금 이미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를 체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느 정도 잘해도 가장 잘하지 않으면 주눅이 드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왜냐하면, 상위 10%만 행복한, 승자가 될 수 있는 구조 속에서 교실에서 사회에서 늘 그렇게 했기 때문에 내가 아주 잘하면 그길로 가고 그렇지 않으면 접어버리게 된다. 그래서 우리가 나만 잘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모두 안정 속에서 잘 되는 사회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태그:#참여연대, #팟캐스트, #철학사이다, #김만권, #오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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