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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스물. 빌뉴스 올드 타운

리투아니아는 발트 3국 중 가장 큰 나라이다. 인구가 300만 명이 넘으며 국토도 우리나라의 3분의 1에 달한다. 빌뉴스(Vilnius)는 그 수도이며, 우리는 올드 타운, 즉 빌뉴스 역사지구(Vilnius Historic Centre) 중심에 호텔을 잡았다.

우리가 묵은 빌뉴스 올드 타운의 호텔 주차장도 없고 건물도 낡았지만 나름 한적하고 고풍스러운 맛을 지니고 있다.
▲ 우리가 묵은 빌뉴스 올드 타운의 호텔 주차장도 없고 건물도 낡았지만 나름 한적하고 고풍스러운 맛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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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인을 하니 열두 시가 훌쩍 넘었다. 오랜 운전 끝이라 맥주 한 잔 생각이 간절했는데 모두 비슷한 마음이었나 보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호텔 야외 테라스에서 대구 사내 셋이 맥주잔을 기울인다. 그냥 이 장면이 오래 남겠다 싶다.

데스크 당직을 맡은 젊은 친구에게 평소 궁금하던 빌뉴스 내의 우즈피스 공화국에 대해 슬쩍 물어본다. 당황하던 그 친구는 잠깐만 기다려 달라더니 한참 만에 와서는 열성적으로 설명을 한다. 아마도 인터넷을 뒤졌으리라. 서툰 영어에 졸리기도 해서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는데 설명을 그칠 줄 모른다. 잘못 건드렸다. 그래도 그 모습이 순박하고 귀여워서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빌뉴스 올드 타운의 새벽의 문 올드 타운의 출입구이며, 앞 쪽이 검은 성모 마라아 성화가 있는 성당이다.
▲ 빌뉴스 올드 타운의 새벽의 문 올드 타운의 출입구이며, 앞 쪽이 검은 성모 마라아 성화가 있는 성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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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 광장 멀리 보이는 뾰족한 첨탑 건물이 성 니콜라스 성당이다.
▲ 분수 광장 멀리 보이는 뾰족한 첨탑 건물이 성 니콜라스 성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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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뉴스 올드 타운은 13세기에서 18세기말까지 리투아니아 대공국의 정치적 중심지였다. 리투아니아 대공국은 중세시대 동부 유럽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던 국가였다. 따라서 중심지였던 빌뉴스는 자연스럽게 동유럽 지역의 문화 중심지로 성장하였다. 특히 빌뉴스에 건설된 중세시대 건축물들의 양식은 동유럽 전역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오랜 세월과 전쟁으로 인해 유적의 일부가 손실되기도 했지만 현재는 많이 복원된 상태다.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신고전주의 등의 다양한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들이 이색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특색으로 인해 빌뉴스 역사지구는 유럽의 모든 건축 양식을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귀중한 장소로 여겨진다.

검은 성모 마리아 성화 기적을 행한다고 알려져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 검은 성모 마리아 성화 기적을 행한다고 알려져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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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인의 골목 유명 문학 예술인들을 소개하는 동판이나 조각 등을 벽면에 전시하고 있는 골목인데, 그 전시물들이 개성적이면서도 예술적이어서 눈길을 뗄 수 없게 만든다.
▲ 문학인의 골목 유명 문학 예술인들을 소개하는 동판이나 조각 등을 벽면에 전시하고 있는 골목인데, 그 전시물들이 개성적이면서도 예술적이어서 눈길을 뗄 수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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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곽의 출입문 역할을 하는 새벽의 문(Gates of dawn) 위에는 기적을 행한다는 검은 성모 마리아가 있는 성당이 있다. 16세기에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초기에는 도시를 지키는 요새의 일부였는데 1671년 모셔다 놓은 성모 마리아 성화가 기적을 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순례자들이 많이 찾는 유명한 성지가 되었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마리아 성화 앞에 무릎을 꿇고 큰 소리로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대부분 이 지역 할머니로 보이는데, 그 기도 소리가 너무 간절하여 사진 찍기조차 미안했다.

문학인의 골목을 지나 빌뉴스 대학교로 향한다. 빌뉴스 대학교는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한다. 대학에 근무하는 사람이 대학을 돈 내고 들어가는 상황이 묘하다. 40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가진 학교로 유럽에서도 명문으로 손꼽힌다. 리투아니아 화폐 100리타의 모델인 것을 보면 이 나라 사람들이 이 대학을 얼마나 자랑스러워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빌뉴스 대학교  정면에 보이는 건물이 교내에 있는 성 요한 성당이다.
▲ 빌뉴스 대학교 정면에 보이는 건물이 교내에 있는 성 요한 성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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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뉴스 대학교 구내서점 천정과 벽면 전체가 그림으로 뒤덮여 있다.
▲ 빌뉴스 대학교 구내서점 천정과 벽면 전체가 그림으로 뒤덮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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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안나 교회 나폴레옹이 손바닥에 얹어 파리로 가져가고 싶다고 했다는 그 교회이다.
▲ 성 안나 교회 나폴레옹이 손바닥에 얹어 파리로 가져가고 싶다고 했다는 그 교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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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건물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으며, <해리포터>에 나오는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모델이기도 하다. 구내서점과 성 요한 교회, 어문대학 2층 및 철학동 벽면과 천장의 프레스코화가 관람 포인트이다.

이 지역에서 성 안나 교회는 단연 눈에 띈다. 1501년에 지어진 이 교회는 고딕 양식의 진수를 보여주는 빌뉴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교회이다. 1812년 러시아를 정벌하러 가는 길에 빌뉴스를 들른 나폴레옹이 "손바닥에 얹어 파리로 가져가고 싶다"는 말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빌뉴스 대성당 성당 광장은 dlsrkstktmf '발트의 길(Baltic way)' 시작점이다.
▲ 빌뉴스 대성당 성당 광장은 dlsrkstktmf '발트의 길(Baltic way)'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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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의 길(Baltic Way)' 표시석 빌뉴스 대성당 광장에 있는 표시석으로 리투아니아어로 '기적'이라는 뜻이다. 1989년 8월 23일 빌뉴스에서 리가와 탈린을 이은 '발트의 길(Baltic Way)'은 세 나라 국민 200여 만 명이 620Km의 인간사슬을 만들어 '자유(Laisves)'를 외쳤다.
▲ '발트의 길(Baltic Way)' 표시석 빌뉴스 대성당 광장에 있는 표시석으로 리투아니아어로 '기적'이라는 뜻이다. 1989년 8월 23일 빌뉴스에서 리가와 탈린을 이은 '발트의 길(Baltic Way)'은 세 나라 국민 200여 만 명이 620Km의 인간사슬을 만들어 '자유(Laisves)'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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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뉴스 대성당의 성당 광장은 1989년 8월 23일 리투아니아 빌뉴스 - 라트비아 리가 - 에스토니아 탈린을 잇는 인간사슬 '발트의 길(Baltic way)' 시작점이다. 이 시작점은 광장 바닥에 발바닥 모양의 부조로 새겨놓았는데, 대성당 앞 석판에는 스테부클라스(Stebuklas, 기적)라는 표지판이 있다.

발틱 3국 국민 200만 명이 손에 손을 잡고 세계에서 가장 긴 620Km의 인간 사슬을 만들어 라이스베스(Laisves, 자유)를 외쳤고, 이 평화적 시위는 소련의 50년 지배에서 벗어나 1991년 신생독립국으로 재탄생하는 계기가 되었다.

에피소드 스물하나. 절대 자유를 꿈꾸는 작은 공화국 우주피스

우즈피스 공화국 입구 다리를 건너면 경계를 표시하는 우즈피스 공화국 현판이 있다.
▲ 우즈피스 공화국 입구 다리를 건너면 경계를 표시하는 우즈피스 공화국 현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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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피스 공화국 광장의 검은 천사 상 중앙 광장에 높이 서 있어서 마을 전체를 수호하는 듯하다.
▲ 우즈피스 공화국 광장의 검은 천사 상 중앙 광장에 높이 서 있어서 마을 전체를 수호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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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타운을 빠져 나와 빌넬레 강 너머의 우주피스(Uzupis)로 향했다. '우주피스'는 빌넬레강 너머에 있는, 리투아니아어로 '강 건너 마을'이라는 뜻의 작은 예술인 마을이다. 1997년 4월 1일 리투아니아 내 예술가들이 모여 독립 선언을 한 후 매년 4월 1일은 독립공화국이 된다.

그래서 4월 1일에는 여권을 제시해야 이곳을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장난 같지만 이곳에는 헌법도 있고 대통령도 있으며 12명의 상비군도 있다. 원래 이곳은 수세기 동안 유대인이 살았던 마을이었고, 소련의 해체와 리투아니아의 독립 후 버려졌던 일종의 게토였다.

예술가의 비딱한 시선답게 우주피스의 중심광장에는 검은 천사상이 있다. 입구에는 각국어로 된 헌법 현판이 붙어 있는데, 아직 한국어는 없어서 아쉬웠다. "누구나 실수할 권리. 누구나 게으를 권리. 누구나 독특할 권리. 누구나 사랑할 권리. 누구나 행복하거나 행복하지 않을 권리. 누구나 죽을 권리. 개는 개가 될 권리. 누구나 울 수 있는 권리. 누구나 아무 권리를 갖지 않을 권리. 누구나 그 권리를 등한시 할 권리" 등이다.

우주피스 공화국 헌법 세계 각국어로 된 헌법 조문이 벽에 붙어 있다.
▲ 우주피스 공화국 헌법 세계 각국어로 된 헌법 조문이 벽에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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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자체의 볼거리는 그다지 없었지만 누구나 무엇을 아무렇게나 할 수 있다는 권리, 아무나 어떤 것을 그냥 할 수 있다는 권리. 우주피스 공화국의 이야기는 결국,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그렇게 원했던 끝없는 자유의 의지로 이해되었다. 그래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 자유와 평화의 상징적인 인물이 된 달라이라마가 우즈피스의 명예시민이라고 한다. 

에필로그.

송 원장, 송광열은 외과의사이다. 박 지점장, 박종익은 은행지점장이다. 필자인 나는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친다. 모두 시골뜨기이다. 70년대, 서로 다른 시골에서 대구의 판자촌 비산동으로 모여들어 비슷한 공간에서 비슷한 경험을 나누었다. 그리고 같은 초등학교를 다닌 인연으로 이렇게 반백이 넘어 다시 만났다.

아직도 그때의 아뜩하게 넓었던 운동장을 이야기하고, 삐걱대는 나무 바닥을 초 칠한 헝겊걸레로 문지르던 이야기를 한다. 그러다 5학년이 되어서도 구구단을 못 외웠느니, 여자 아이들 고무줄 끊다 벌을 섰느니, 또 누구는 누구를 좋아했느니 하는 시시껄렁한 기억들을 꺼내놓으며 낄낄대곤 한다. 그리고는 다시 자세를 고쳐 앉아 내년 여름의 여행지를 화제에 올리며 눈을 반짝인다.

이제 우리들에게 여행은 나무에 나이테가 차는 것처럼 우리를 채우는 힘이다. 올해는 '러시아와 발트3국'이라는 나이테를 얻었다. 나이테에 걸맞는 그늘을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이 깊다.  

개구쟁이들 송 원장, 나, 그리고 박 지점장
▲ 개구쟁이들 송 원장, 나, 그리고 박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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