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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흥 보림사 대웅보전입니다.
 장흥 보림사 대웅보전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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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은 억울하다!'

유홍준 교수가 그의 책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남도답사 뿐 아니라 우리나라 답사 일번지로 꼽은 곳이 강진, 해남 일대입니다. 그런데 그 인근에 고고하게 자리 잡은 장흥만 쏙 뺐지 뭡니까. 물론, 이유가 있겠지만 이에 대한 제 생각은 '장흥은 억울하다'는 겁니다. 아마, 소설가 한승원 선생이 지금처럼, 유 교수가 답사 다닐 때 장흥에 계셨다면 또 다르지 않았을까, 유추해 봅니다.

전남 장흥에도 유명한 게 많습니다. 장흥 탐진강 물 축제와 토요시장, 편백나무 숲 우드랜드, 무산 김, 표고버섯, 억새와 기암괴석의 천관산, 철쭉의 제암산과 사자산, 매생이, 천문대, 그리고 국보 2점, 보물 8점이나 있는 가지산 보림사와 천태전까지. 그러니 억울하지요. 장흥을 대변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처가가 장흥입니다. 그것도 해돋이 명소 등으로 알려진 남포 소등섬 인근 상발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선문답 여행'이란 명분으로 절집과 그 인근의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를 찾아 나서는데 글쎄, 장흥 보림사를 한 번도 가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말로만 장흥이 처갓집입네 하고, 행동으로는 등한시했더란 말입니다. 이에 대한 반성과 장인어른 기일을 빌미로, 아내를 앞세워 가지산 보림사로 향했습니다.

사천왕문 사천왕상과 혹독했던 문화 편식 대가

 장흥 보림사 일주문 격인 외호문입니다.
 장흥 보림사 일주문 격인 외호문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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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돌아보세."
"아니에요. 당신 혼자 보림사 편하게 편견없이 봐요. 난 나름대로 구경할 테니."

아내, 처갓집이라고 특별한 시선으로 보지 말고, 편히 나그네 입장에서, 있는 그대로 보라는 배려입니다. 이 여인 정말이지 사랑스럽습니다. 한 번 큰 숨 들이 쉬고, 따로 홀로 길을 나섭니다. 다음은 보림사 주지이신 일선 스님의 보림사 소개입니다.

"한국 선불교의 종찰인 구산선문 가지산 보림사는 신라시대 창건된 구산선문 중심 도량으로 원표가 세운 암자에 860년경 보조선사 체징이 창건, 선종 도입과 동시에 맨 먼저 선종이 정착된 곳이다. 가지산파 근본도량이었으며, 인도 가지산 보림사, 중국 가지산 보림사와 함께 3보림이라 일컫는다."

전남 장흥 가지산 보림사 입구. 일주문 격인 외호문에는 '가지산(迦智山) 보림사(寶林寺)' 편액이 좌우로 쓰여 있습니다. 처마는 공포를 중첩시켜 화려하고 장중하게 꾸몄습니다. 안으로 '선종대가람(禪宗大伽藍)과 외호문(外護門)' 편액이 위 아래로 걸렸습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에 선종이 처음 들어온 자부심이 녹아 있습니다.

 보림사 사천왕상입니다.
 보림사 사천왕상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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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림사 사천왕상은 목조로 보물 제1254호입니다.
 보림사 사천왕상은 목조로 보물 제1254호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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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왕문에는 사천왕상(보물 제1254호, 목조)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사천왕은 수미산 동서남북 사천국을 다스리는 왕들로 불법을 수호하는 신입니다. "동방 지국천왕상은 분노한 표정으로 칼의 손잡이와 칼끝을, 서방 광목천왕상은 근엄한 표정으로 양 손에 칼과 짧은 창을, 남방 증장천왕상은 미소 띤 얼굴에 비파를, 북방 다문천왕상은 부릅뜬 눈에 입을 벌리고 오른손에 깃발"을 들고 있습니다.

사천왕상. 지금 보면 참 익살스럽습니다. 헌데, 어릴 적에는 무섭게 여겼습니다. 처음 절에 갔던 때가 초등학교 6학년 수학여행에서 찾았던 구례 화암사였습니다. 기독교 모태신앙이었던 관계로, 절집 방문은 극구 마다했고 절에 대한 반감이 컸습니다. 그러던 차에 우락부락하게 생긴 사천왕상을 보고 기겁했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생길 수가 있을까?'란 의문은 둘째치고, 우상 숭배로 보는 문화 이질감이 엄청 났지요.

이로 보면, 어떤 사물이나 어느 인물에 대한 선입견은 불편부당한 것이었습니다. 문화 인식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으니까. 기독교 모태신앙인으로서 가졌던 불교에 대한 거부감은 제사 등에서 아직도 작용합니다. 이를 이기기 위해 49년이란 약 반백년의 세월이 필요했으니 문화 편식 대가치곤 혹독했습니다. 하여, 어릴 때부터 다양한 문화 체험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매년 가을, 임동창씨가 출연하는 산사음악회 열려

 보림사 대적광전입니다.
 보림사 대적광전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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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림사 비로자나불입니다.
 보림사 비로자나불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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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보 제44호인 보림사 남북 삼층석탑 및 석등입니다.
 국보 제44호인 보림사 남북 삼층석탑 및 석등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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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왕문을 통과하니 넓은 앞마당이 펼쳐집니다. 우선 가람 배치에 여백공간이 많아 넉넉하고 여유로운 느낌입니다. 정면으로 두 개의 3층 석탑과 석등, 대적광전이 보입니다. 왼쪽으로 박물관이 오른쪽으로 대웅보전, 범종루, 약수 등이 들어옵니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깁니다. 대적광전 앞에 자리한 남북 삼층석탑과 석등 앞에 섰습니다. 계속되는 가을비에 녹록해진 방석을 말리는 풍경에 배시시 웃음이 흐릅니다.

국보 제44호인 남북 삼층석탑 및 석등은 "남탑 높이 540cm, 북탑 높이 590cm, 석등 높이 312cm로 870년(경문왕 10)에 건립되었다"고 합니다. 이는 "상륜부까지 거의 완전하게 보존되어 있는 통일신라시대의 석탑과 석등의 전형적인 양식을 잘 나타내고 있다"네요. 탑과 석등에 문외한이 보더라도 우아한 자태임을 금방 눈치챌 수 있을 정돕니다.

비로자나부처님을 모신 대적광전(대광명전, 비로전, 화엄전) 안을 살핍니다. 비로자나불 손모양인 '지권인'에 주목합니다. 지권인은 "왼손 검지를 오른손 안으로 포개듯 밀어 넣은 모양으로 모든 번뇌를 끊고 보리에 든다는 표시"입니다. "국보 제117호인 철조 비로자나불 좌상은 높이 283cm, 무릎너비 210cm로 부처님 왼팔 뒷면에 가로 8행, 세로 4~10자 등 총 69자가 양각된 명문이 있어 특히 가치가 더 인정된다"고 합니다.

대적광전을 돌아 위용을 품어내는 2층의 대웅보전으로 향합니다. 일선 스님에 따르면 이곳은 "피아니스트 임동창씨 등이 매년 가을에 출연하는 산사음악회 무대로 이용되는 곳"이랍니다. "산사음악회에 약 2000여 명의 관람객이 온다" 하니 그 상상만으로도 뿌듯합니다. 올해 보림사 산사음악회는 지난 10월 9일 열렸습니다. 이 밖에도 대웅보전 뒤로 보물 제157호 보조국사 창성탑, 보물 제158호 창성비 등이 있습니다.

"초심으로 번뇌 사상의 뜨거운 불꽃 소멸시켜야"

 보림사 야생 녹차 밭입니다.
 보림사 야생 녹차 밭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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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림사 야생 녹차 꽃입니다.
 보림사 야생 녹차 꽃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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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스님, 장흥 보림사에서 빼지 않고 꼭 봐야 할 게 무엇입니까?"

"절집 뒤를 한 바퀴 산책하세요. 거기엔 비자림과 야생녹차 밭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분별없는 참 마음으로 내안을 한 번 살펴보시고 오세요."

스님 말씀대로 비자림과 야생녹차 밭을 한 바퀴 빙 돌았습니다. 10여 분 걸리더군요. 하얀 녹차 꽃이 피었데요. 반가웠습니다. 보통 녹차 꽃은 10월 말에서 11월에 핍니다. 올해 꽃이 핀 상태로 봐서 9월 말부터 핀 것으로 보입니다. 좀 이르게 핀 건 유난히 더웠고, 가을비가 많았던 날씨 탓으로 봐야겠네요.

차를 사이에 두고, 일선 스님과 앉았습니다. 스님께선 "중생은 수레바퀴처럼 끝없는 번뇌와 업에 의하여 윤회한다"면서 "본래 우리 마음이 부처임을 믿고, 초심으로 번뇌 사상의 뜨거운 불꽃을 소멸시켜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려면 "분별없는 참 마음으로 팔정도를 실천 수행하면서 자신의 내면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하십니다. 혼자 듣기 아까워 스님께 법문을 청했습니다.

"뜨거운 여름이 언제 갔는지 모르게 가을이 왔습니다. 하늘은 맑고 황금 들판입니다. 이 아름다운 계절에 우리 마음도 서로 화합하고 격려하고 용서하면 하늘보다 더 맑고 가을보다 아름다운 마음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마음이 곧 부처님입니다. 독서하기 좋은 계절, 단풍 구경과 행사에 바쁘더라도 틈을 내 수행하며 자신을 살펴 한 해 마무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사찰 규모나 명성에 비해 보배로운 절집, '보림사'

 보림사 일선스님 법문 중입니다.
 보림사 일선스님 법문 중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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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과 함께 밖으로 나왔습니다. 스님, 아내에게 "들어오시지 왜 밖에 계셨냐?"며 인사를 건넵니다. 스님, 유명한 보림사 약수 한 모금 마시길 권합니다. 물을 떠 들이킵니다. 물맛이 차 우려 마시기에 제격입니다. 옆에서 아내 누군가와 통화합니다. 호들갑인 게 장흥여고 친구나 봅니다.

"야, 가시네야. 니 집이 어디냐?"
"보림사."

"니가 보림사서 태어났냐? 니가 사는 동네를 대."
"보림사 아랫동네."

"나 지금 보림산디, 스님께 느그 아부지 이름 대면 아시냐?"
"알지. 우리 아부지 윤자 수자 현자 함자 대봐."

"스님, 윤수현씨 아세요?"
"알아요."

"스님이 느그 아부지 아신단다. 잘 살아라 가시네야."
"우리 집 가서 내 친구라 하고, 밥 묵꼬 가라."

하하하~. 시골 인심 참 푸집니다. 구산선문 천문고찰 장흥 보림사 한 바퀴 돌고 난 소감이요? 사찰 규모나 명성에 비해 훨씬 보배로운 절집입니다. 앞서 소개했다시피 국보 2개에, 월인석보 등 보물만도 8개에 달합니다. 이런 걸 모르고 지나치게 홀대했습니다. 그나마 지금이라도 돌았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는 빠졌습니다만, 장흥 보림사, 틈나는 대로 한 번 들려보시길 권합니다.

 보림사 사천왕문에서 본 대적광전입니다.
 보림사 사천왕문에서 본 대적광전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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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림사에서 본 쾌청한 가을 하늘입니다.
 보림사에서 본 쾌청한 가을 하늘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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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SNS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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