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경기도 화성 ‘대광 파인밸리(현 대광로제비앙)’ 아파트
 경기도 화성 ‘대광 파인밸리(현 대광로제비앙)’ 아파트
ⓒ 이민선

관련사진보기


집 없는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지은 '임대 아파트'가 오히려 서민 주거를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경기도 화성에 있는 '대광 파인밸리(현 대광로제비앙)'는 5년간 임차인으로 거주한 뒤 분양 받을 수 있는 민간 임대주택이다. 그러나 5년을 훌쩍 넘기고 13년 만인 올 초에야 분양이 이루어졌다. 임차인(주민)과 임대인(건설사) 간 분양가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로 인한 갈등으로 소송사태까지 벌어졌기 때문이다.

늦게라도 분양을 받은 사람이 있는 반면, 아예 분양을 받지 못한 사람도 있다. 임차권을 회사 동의 없이 전대(轉貸)할 수 없다는 규정 등을 어겼고, 이를 이유로 건설사가 분양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임차인 대표자 회의와 건설사에 따르면, 이런 이유 등으로 분양을 거부당한 세대는 전체 1108세대 중 400여 세대 정도다. 그중 약 225세대는 분양을 포기했지만, 약 175세대는 포기하지 않고 버텼다. 지난 8월께 회사는 '포기하지 않고 버티는' 175세대를 부동산 분양 대행을 하는 L사에 넘겼다.

L사는 주민들에게 1년 재계약을 요구했다. 이는 곧, 재계약을 하지 않으려면 집을 비우고 나가라는 뜻이다. L사 관계자는 지난 7일 오전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임대차 계약 기간이 7월 말께 끝났고, 집주인도 바뀌었으니 계약을 하자는 것"이라며 "거부하면 명도소송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임차인 10여 명이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L사와 건설사에 맞섰다. 이들의 요구는 '분양'이다.

대책위 임원 배아무개씨와 윤아무개씨는 지난 6, 7일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분양이 이루어지지 않아 임대 기간이 길어지면서,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전대(轉貸)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모른 체하다가, 이를 빌미로 분양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라고 반발했다.

이어, "이 사실(분양을 거부하는 이유)조차도 당사자한테는 직접 통보하지 않아 대표자 회의를 통해서 알게 돼, 더 불쾌했다. L사에 넘기면서도 우리(임차인)하고는 아무런 협의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임대회사인 대광건영 관계자는 11일 오전 기자와 한 통화에서 "민간기업이기 때문에 각 세대 등을 방문하면서 조사할 권한이 없어, 본인(임차인)들이 전대를 한 사실을 통보하지 않으면 (회사는)알 수가 없다"라며 '묵인했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지난 1월, 분양을 시작해서 분양을 마감한 7월까지 안내문 등을 통해 전대 등의 불법을 저지르면 분양 자격이 안 된다는 사실을 당사자들에게 통보했다"라며 '직접 통보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전대(轉貸)는 사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이유 있어

임대차 계약서 등 각종 서류
 임대차 계약서 등 각종 서류
ⓒ 이민선

관련사진보기


전대 문제와 관련해, <오마이뉴스>는 지난 9일 임차인들을 대상으로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임차인들이 전대(轉貸)를 한 것은 사실이었다. 임차인들은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고, 전대가 불법이라는 사실도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아이가 3명이라 계속 이사 다닐 수 없어 전셋값이면 집을 장만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2003년에 얻었다. 5년이 지나면 분양받을 수 있다는 말을 믿고 기다렸는데 분양이 계속 지연됐다. 애들 학업 문제로 이사하게 돼 어쩔 수 없이 세를 놓았다. (전대가) 불법이란 사실을 전혀 몰랐다. 계약을 맺어준 부동산도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정말, 참담하다."
- A씨, 50대 -

"집이 없어, 내 집 마련을 위해 2003년에 얻었다. 생계를 위해 3년 동안 미국에서 일하게 돼 지인에게 맡겼다. 이게 불법이란 건 상상도 못 했다. 이런 일 당하니 정말 죽고 싶다."
- B씨, 60대 -

"내 집 마련 꿈을 이루기 위해 2003년에 얻었다. 남편과 사별하고 먹고 살기 위해 지방에 있는 식당에서 일하느라 세를 놓았다. 물론 불법이란 사실은 몰랐다. 13년을 기다렸는데, 앞이 깜깜하다."
- C씨, 60대 -

"어린이집 운영하려고 얻었고, 지금도 운영하고 있다. 관계기관 허가도 물론 받았다. 이게 불법인가? 대광은 아무런 협의도 없이 다른 회사에 우리 집을 팔았다. 정말 어이가 없다."
- D씨, 40대 -

"일반 아파트보다 싸서 장만했는데, 직장이 먼 곳으로 이사 가게 됐고, 분양도 되지 않아서 지인에게 빌려줬다. 계약할 때도, 13년간 살면서도 이게 불법이란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지금까지 묵인하고 있다가 분양할 때 이러는 것은 횡포다. 분양받을 때까지 싸울 생각이다."
- E씨, 50대 -

서면 인터뷰에 응한 임차인은 총 14명이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 5개를 뽑았다. 나머지는 이와 비슷하다.

"전대 등 하지 않은 사실 입중한 사람들은 분양 받아"

임차인들은 "전대가 불법인 줄 몰랐다"고 말했지만, 임대차 계약서에는 '타인에게 전대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있다. '계약서에 있는데 왜 몰랐느냐?'라고 묻자, 대책위 임원 배씨와 임씨 모두 "그 조그만 글씨를 누가 읽겠는가?"라고 되물었다.

대책위는 화성시장과 검찰총장 앞으로 자신들의 주장이 담긴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들은 탄원서에서 "임차인 자격 유·무를 불문하고(전대를 했어도) 회사와 관계가 있거나 협조적인 사람에게는 분양했고, 비협조적인 사람에게는 분양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화성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 10일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대광에 (분양거부) 법적 근거 제출을 요구하고, 법령위반 사항이 있으면 조처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대광건영 관계자는 "전대를 했다는 의심이 가는 사람 중에서, 자신이 전대 등의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소명(입증)한 분들은 모두 분양을 받았다. 그 분들(분양 못받은 분들)은 소명을 하지 못한 분들"이라고 반박했다.


태그:#임대 아파트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