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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참여예산총회 개회
 주민참여예산총회 개회
ⓒ 이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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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가 도로 한 귀퉁이에 보도 블럭이 깨져있거나 움푹 꺼져있는 모습을 보고 위험하다고 느낀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지역 명소나 문화유산이 방치되고 훼손된 모습을 보고 눈살을 찌푸린 경험, 거리에서 마주친 청소년들이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며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걱정한 적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일상에서 수없이 마주치는 이런 불만들을 직접 해결하고자 노력한 경험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러한 불편함을 주체적으로 나서서 해결하는 사람들이 있다. 2012년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제 도입 이후 누적사업비가 총 167억8천만 원에 달해 서울시 자치구 중 최고액을 기록한 성북구 주민들이 바로 그들이다. 주민참여예산제란 주민 스스로 지역에 필요한 사업을 제안․심사․결정하는 것으로 주민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곳에 예산을 쓰게 되어 예산낭비를 막고 자치구 살림살이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

10일 오후 3시 성북구청 4층 성북아트홀에서 2017 주민참여예산 총회가 열렸다. 9월 26일부터 10월 9일까지 진행된 온라인 투표와 10일 총회에 참석한 100여 명의 주민이 제안한 사업에 대해 토론 및 투표가 진행됐다. 구 단위 14개 사업(예산 5억9천만 원), 동 단위 75개 사업(예산 5억9천만 원)이 최종 사업으로 선정됐다.

"주민 참여 예산제는 헌법 정신 구현"

주민참여예산총회 제안자 임선화
 주민참여예산총회 제안자 임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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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첫 번째 사업 제안자로 나선 임선화씨는 "어린 시절 같은 학교 친구가 홍수 피해로 목숨을 잃은 하천로와 인근 구간이 여전히 위험하고 통행에 불편하다"며 사업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임씨는 2천만 원의 예산을 제안하였지만, 성북구 도시환경분과의 현장조사에 따라 사업비는 8천만 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이화승씨 경우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정릉 일대의 가로등에 불법 광고물이 지저분하게 부착되어 미관을 해치는 것을 보고 정릉 일대 가로등 교체 사업을 제안하였다. 더 나아가 직접 전통문양 가로등의 디자인 시안까지 제출하여 해당 부서에서 정릉 지역 관광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 제안자의 시안을 적극 수용하는 성과를 얻었다.

장미란씨는 삶의 중요한 문제들을 스스로 결정하는 '자기결정 역량'을 육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아동 청소년 민주시민학교'를 제안하였다. 성북구는 아동․청소년이 접근하기 쉬운 학교와 복지관에서 지역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부모와 함께 하는 민주시민캠프, 아동청소년 인권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날 총회에서 김영배 구청장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을 구현하는 주민참여예산이야말로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 구청장은 "주민 총회가 해를 거듭할수록 그 감동이 커지는 뜻깊은 자리"라면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주민들의 뜻을 모은 대로 업무를 처리할 것"을 약속했다.

제3기 주민참여 예산위원회 김태석 위원장은 주민참여예산이 결코 어렵고 전문적인 것은 아닌 만큼 관심 있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그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서울시 주민참여예산학교 교육과정을 수료하면 주민참여예산위원회에 응모할 자격이 주어진다"며 "더 많은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하길 바란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성북구 '마을 민주주의를 노래하다' 축제 개최

마을민주주의 마실열기 행사장
 마을민주주의 마실열기 행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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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총회는 성북구가 개최하는 축제 '마을 민주주의를 노래하다'가 열리는 가운데 진행됐다. 그동안의 성과를 한 자리에 집약하고 주민들에게 알리고자 기획한 이번 축제는 성북구가 "마을 축제를 즐기며, 마을 일을 제안하며, 마을 의제를 결정하며"라는 주제로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총회가 열리는 동안 구청 잔디광장에서는 주민들이 자신들의 문제의식을 보다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는 시민 자유 발언대 '너의 목소리가 보여'가 진행됐다. 마이크를 잡은 시민모임 '즐거운 교육 상상'의 박은정 사무국장은 음식점 출입구 문턱 때문에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어려움을 겪는 문제를 지적했다.

박 사무국장은 "함께 활동하는 동료 중 장애인이 있는데 그가 곤란을 겪는 모습을 봤다. 시민 발언대가 설치된다는 소식을 듣고 참여하게 됐다"며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14~19세 청소년을 돕기 위한 또래노동 인권 지킴이 양성 교육 과정에도 많은 관심 부탁한다"는 당부도 함께 덧붙였다.

구청 바람마당에서는 성북구에서 이뤄지고 있는 마을 공동체 활동을 주민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마을로 마실 가자'라는 행사도 열렸다. 생활공예, 소품 만들기, 인문학 강의, 캘리그라피 등을 주제로 그동안 각 지역에서 활동했던 23개 소모임 참가자들은 한 자리에 모여 공동체의 즐거움과 성과를 주민들에게 전달하고 홍보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마을 민주주의 캘리그라피 행사
 마을 민주주의 캘리그라피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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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 유랑단'은 최근 책 표지, 영화 포스터, 광고 등 상업적인 영역에서 활용이 많아지고 있는 캘리그라피를 배우는 모임이다. 2013년부터 마음 맞는 6명의 주민들이 함께 하고 있다. 유랑단 단장 김경민씨는 "캘리그라피를 거창하게 생각하는 일반인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취미임을 알리기 위해 마실 열기 행사에 참여했다"고 한다.

어른 시각 아닌 청소년 입장에서 예산 논의도...

마을 민주주의 마실열기 개막
 마을 민주주의 마실열기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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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성북구의 이번 '마을 민주주의를 노래하다' 축제는 12일까지 진행된다. 11일 오후에는 성북 아트홀에서 마을 민주주의 심포지엄이 개최될 예정이다. 아직 생소할 수 있는 '마을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과 발전 방향 등에 대해 시․구 의원, 주민 자치위원, 마을계획단원, 주민참여예산위원 등 200여 명이 참석해 토론을 펼친다. <오마이TV>가 생중계할 예정이다.

11일 오후 7시 바람마당에서는 마을 민주주의 동행 콘서트가 열린다. 성북구 지역극단으로 자리잡은 미아리 고개 시민극단이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연극을 마련했고, 정릉동 주민 음악가 김반장의 작은 노래 공연도 함께 진행된다. 엔딩 퍼포먼스로는 참석자들이 마을 민주주의 실현의 염원을 담은 '풍등' 띄우기도 펼쳐진다.

마을민주주의 마실열기 개막행사
 마을민주주의 마실열기 개막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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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4시에 열리는 '아동청소년 참여정책 토론회'는 어린이․청소년의회 의원, 주민자치위원 등 80여 명이 참여하여 성북구청에서 지원하는 사업예산 1억 원을 사용할 사업을 지원하고 결정하게 된다. 어른의 시각이 아닌 청소년들의 입장에서 필요한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누게 될 토론회여서 구청에서도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성북구청 홍보전산과 박수진씨는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모든 행사의 시작과 끝까지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마을 민주주의 축제현장에 많은 분들이 직접 찾아 성북구 자치행정의 매력을 경험하길 바란다"는 초대의 말을 전했다.


태그:#성북구청, #마을민주주의, #주민참여예산, #마실열기, #풍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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