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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철도의 매력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저는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의 추억 찾기 놀이"라고 답합니다. 그 정도로 일본에는 수많은 종류의 열차들과 에끼벤(열차도시락)들이 있습니다. 단순한 이동 수단이라기 보다는 관광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한 철도 강국 일본의 철도여행. 일본철도여행 전문가로서 앞으로 다양한 철도여행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 기자 말
특별한 식사 메뉴가 포함된 사케열차 코시노슈·쿠라호의 1호 차. ⓒ 서규호
역무원들의 열렬한 환송을 받으며 출발하는 코시노슈·쿠라호. ⓒ 서규호
10시 2분 조에쓰묘코역을 출발하는 코시노슈·쿠라호는 역무원들의 환송을 받으며 떠납니다. 플랫폼에서 손을 흔들며 "잇데랏샤이(行ってらっしゃい, 다녀오세요)"라고 써 있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역무원들을 보면서 소박하고 아름다운 시골 인심을 느끼게 됩니다.

아직 제3섹터철도인 에치고토키메키철도의 노선을 이용합니다만 곧 나오에쓰역(直江津駅)에 도착하면서 열차는 다시 JR노선의 신에쓰본선(信越本線)으로 들어갑니다. 드디어 동해의 푸르디 푸른 바다를 만나게 됩니다. 선로가 다 연결이 되어 있어서 차량 이동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예전에는 다 같은 JR노선이었으니까요. 호쿠리쿠신칸센의 개통으로 이관이 되었습니다.
열차안에서 재즈의 선율을 들을 수 있는 코시노슈·쿠라호 2호 차. ⓒ 서규호
나오에쓰역에서 열차는 동진(東進)합니다. 열차 진행 방향의 왼쪽으로 파란 동해 바다가 펼쳐질 때 쯤 2호 차에서 은은한 생 음악연주 소리가 들립니다. 저도 그 소리에 이끌려 2호 차로 이동해 봅니다. 기타와 건반 등 3명의 연주자 분들이 부드러운 재즈 선율을 들려줍니다. 그 연주를 들으며 사케나 맥주를 서서 드시는 모습이 정말 어느 재즈 카페를 통째로 옮긴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연주하는 선율과 사케가 어우러지는 정말 색다른 분위기의 열차이지요. 지역의 자원봉사자들이 약 30여 분간 여행객과 함께 호흡하며 박자를 맞추어 같이 리듬을 탑니다.

음악이 흐르는 열차는 10시 44분 드디어 일본에서도 바다와 가까운 역 중 하나인 오미가와역(青海川駅)에 잠시 도착합니다. 무려 6분간의 정차 시간을 주는데 여기서 탑승기념 사진을 찍느라 승무원과 관광객들이 바쁘게 움직입니다.
동해의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 오미가와역. ⓒ 서규호
코시노슈·쿠라호를 타면 만나게 되는 푸른바다. ⓒ 서규호
바다의 파도소리와 파란 하늘 그리고 코시노슈·쿠라호의 조화는 그야말로 최고의 절경을 자랑합니다. 난간 바로 앞이 바다이니 정말 일본 내에서도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이란 게 실감이 납니다. 조용한 역을 뒤로 하고 다시 열차 안으로 탑승해 봅니다. 2호 차에는 특정 날짜에 지역의 가수분이 탑승해 음악과 함께 노래도 선사합니다. 정말 다양한 이벤트가 넘치는 2호 차입니다.

1호 차에는 특별한 특전 식사 메뉴 미즈토다이치노오쿠리모노(水と大地の贈り物/みずとだいちのおくりもの)와 함께 코시노슈·쿠라 전용 사케가 함께 제공이 됩니다. 전용 사케 한 병과 간단한 식사로 오리지널 메뉴를 드셔보는 기회도 꼭 가져 보시기 바랍니다. 역시 인기가 많아 금방 예약이 차버려 빠른 예약이 필수 입니다.
2호 차에서 선보이는 이벤트 나가오카 대학생의 사케 시음회. ⓒ 서규호
동해가 끝나는 카시와자키역(柏崎駅)을 지나면서 열차는 내륙으로 다시 들어갑니다. 곧 열차는 나가오카역(長岡駅)에 도착하는데 여기서 나가오카 대학생들이 탑승을 하고 열차는 방향을 전환해 운행합니다. 이 대학생들이 2호 차에서 또 다른 이벤트를 준비합니다. 바로 쥬분배(十分盃/じゅうぶんはい)로 특별한 체험을 여행객에게 제공합니다. 정말 이벤트 열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네요. 사이펀 현상을 이용한 과학이 담긴 술잔에 술을 마시는데 물넘이 원리를 이용해 특유의 사케 맛을 음미해 볼 수 있습니다.

2호 차에서는 코시노슈·쿠라에서만 판매하는 오리지널 다이긴죠슈(大吟醸酒) 사케를 사서 드실 수 있습니다. 2호 차 승무원들이 다른 객차에 시음주 한 잔을 돌리며 판매를 독려합니다. 저도 한 병을 구해서 나중에 호텔에서 천천히 음미해 보았는데 180ml 한 병이 1000엔으로 지불한 돈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그 깊은 맛이 느껴집니다.

기념 스탬프를 찍고 잠시 니가타의 풍광을 감상할 때 쯤 열차는 드디어 종착역인 도카마치역(十日町駅)에 12시 32분 정시 도착합니다. 2시간 30분의 열차 여행이 정말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멋진 니가타의 풍광과 재즈 음악의 선율 그리고 수많은 이벤트들로 이 열차는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열차에서 내리면서 코시노슈·쿠라여행은 종료가 됩니다.
보쿠시도오리. 100여 년 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고고씽. ⓒ 서규호
렌터카로 근처에 시오자와주쿠(塩沢宿)를 방문해 봅니다. 일본 드라마 텐치진(天地人)의 배경무대로 그 메인 거리인 보쿠시도오리(牧之通)는 100여 년 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온 느낌이 드는 전통거리입니다.

거리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워 사람들이 곳곳에 자리를 잡고 붓으로 이 멋진 풍광을 화폭에 담고 있습니다. 미쿠니가도의 시오자와주쿠도 같이 들러볼 수 있는 나가노의 아름다운 관광열차 코시노슈·쿠라 열차를 타러 함께 추억 여행을 떠나 보는 건 어떨까요.
열차 운행 정보
- 운행정보
매주 주말 (금요일 포함)
날짜에 따라 운행하는 열차가 다르니 홈페이지 참고

- 운행시간
코시노슈·쿠라
조에쓰묘코역 10시 2분 출발→12시 32분 도카마치역 도착
도카마치역 14시 50분 출발→18시 36분 조에쓰묘코역 도착

유자와슈·쿠라
조에쓰묘코역 10시 2분 출발→ 13시 9분 에치고유자와역 도착
에치고유자와역 14시 45분 출발→18시 36분 조에쓰묘코역 도착

류토슈·쿠라
조에쓰묘코역 10시 2분 출발→13시 6분 니가타역 도착
니가타역 14시 56분 출발→18시 36분 조에쓰묘코역 도착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서규호 기자는 일본철도여행 전문가로 엔트래블스 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본 취재는 JNTO(일본정부관광국)의 협조로 이루어진 취재입니다.

태그:#니가타사케열차, #코시노슈*쿠라호, #일본철도여행, #일본철도여행전문가서규호, #일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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