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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이 생을 마감한 동복현은 천어(민물고기)가 유명했다. 무등산이나 백아산에서 화순 적벽까지 내려가는 조그만 도랑 계곡마다 특급수에 사는 버들치 어름치 산메기가 드글드글했다.

쉬리는 아래 쪽에 다슬기랑 같이 살았으며 자라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가재와 징게미, 새비(토하)는 그냥 손으로 잡아 어죽을 즐겼고 맛 또한 일품이었다.

더구나 백아산 일대는 빨치산 5500여 명이 둥지를 틀었듯이 깊고 높고 깨끗한 곳이라 미꾸라지가 많았다.

남원이나 원주가 그렇듯 분지이며 퇴적층이 바탕이다. 응달에는 사람들이 흔히 산초라 부르지만 실제론 초피(잼피, 재피)가 집집마다 장독대 옆에 한 그루 이상 있고 조금만 응달 쪽 산으로 가면 추어탕 맛이 살아나니 금산 용담댐 어죽이나 여타 지역 추어탕 맛과는 차원이 다르다.

추어탕 한 그릇
▲ 추어탕 추어탕 한 그릇
ⓒ 김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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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시인 김삿갓이 세 번째 여기로 와서 머물러버린 건 담양 소쇄원이나 식영정 인근에 귀양 온 양반들이 많아 농 섞기 좋았다.

음식도 맘껏 먹을 수 있어서 굶지 않으며 풍광이 빼어나므로 나갈 맘이 없었던 까닭도 있지만 화순 동복이 인심도 좋고 놀 곳도 많으며 산삼 꿀 약초 산나물에 민물고기가 집집마다 있었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부터 추어탕을 즐겨 먹었다. 봄부터 7~8월까지는 잡고기로 푸짐하게 어죽을 끓이고 찬바람이 집주위에 돌면 물빠진 도랑이나 논바닥을 들춰 미꾸라지 추어(鰍魚)를 잡는다. 나락아 노오랗게 익으면 미꾸라지는 살이 통통 올라 단백질 투성이다.

무가 배추보다 맛있다
▲ 무시래기 무가 배추보다 맛있다
ⓒ 김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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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하나에 쌀밥 한 그릇이면 끝
▲ 무 생김치 김치 하나에 쌀밥 한 그릇이면 끝
ⓒ 김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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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무시래기 솎을 무렵이니 풋내 가시게 푹 삶아서 한나절 찬물에 담가둔다.

통들깨 갈아 국물 체에 받히고 건고추 갈아 넣으면 훨씬 다른 맛이 난다. 마늘만 넣고 된장으로 간하여 간장 더하면 진한 국물을 맛볼 수 있다.

어디까지나 탕(湯)이므로 약간은 진해야하고 배추를 넣으면 풋내가 진동하므로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고단백 미꾸라지와 섬유질 덩어리 시래기에 햅쌀밥 한 그릇과 생김치 한 보시기면 가을과 함께 자동으로 살이 찌고 에너지를 맘껏 보충한다. 소화는 저절로 된다.

자, 상 펴고 멍석 깔아라. 추어탕 나가신다.


태그:#추어탕 , #미꾸라지, #무시래기, #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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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환은 서울생활을 접고 빨치산의 고장-화순에서 '백아산의 메아리'를 들으며 살고 있습니다. 6, 70년대 고향 이야기와 삶의 뿌리를 캐는 글을 쓰다가 2006년 귀향하고 말았지요. 200가지 산나물을 깊은 산속에 자연 그대로 심어 산나물 천지 <산채원>을 만들고 있답니다.도시 이웃과 나누려 합니다. cafe.daum.net/sanchaewon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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