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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콘텐츠가 낳은 다양한 생각을 한 자리에서 기사 하나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tvN '혼술남녀'를 다뤘습니다. [편집자말]
 tvN 월화 드라마 <혼술남녀>는 '혼술 라이프'를 다루고 있다.

tvN 월화 드라마 <혼술남녀>는 노량진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른바 '공시생(공무원 준비생들)' 그리고 그 공시생을 가르치는 학원 교사들의 '혼술 라이프'를 다루고 있다. ⓒ tvN


고독한미식가 ★★★★ 시의성 있는 내용들이 모듬안주처럼 차려져 있어 맥주 한 잔 하면서 보고 싶은 드라마.
영란영란해 ★★★★☆ 자기 밥은 자기가 챙겨 먹자! '다함께 훈훈하게'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는 유일한 드라마. 끝까지 혼술바람!
혼자라도괜찮아 ★★★★ 이런 유쾌한 캐릭터들과 함께라면 혼술 아닌 회식도 괜찮을듯!
노량진통학녀 ★★★★ 익숙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생소하지도 않은 '낯선 매력'을 잘 찾아내는 티비엔의 특색을 보여준 작품.

#혼술남녀_어떻게_봤어?

혼자라도괜찮아 나는 드라마 <혼술남녀>의 기획자가 이명한 티비엔 콘텐츠본부장이라는 데 주목했다. 이명한 본부장은 예능 피디 출신으로 단순한 드라마보다는 시트콤이나 코미디 요소를 중심으로 기획했을 거라 예측했다. 기대를 많이 했는데 그 기대도 충족했던 것 같다.

고독한미식가 시트콤반 드라마반 굉장히 잘 섞여있다. 인물도 잘 쓴다. 특히 황우슬혜(황진이 역)가 너무 잘 한다. 소재발굴도 잘 한다. 사실 공시생이나 공시 강사는 우리네 생활 속에서 한 다리만 건너면 만날 수 있는 소재인데 너무 무겁기도 하고 보통 이를 소재로 쓰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를 무겁게, 하지만 또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잘 다룬다.

노량진통학녀 티비엔이 알다시피 '콘텐츠 트렌드 리더'를 내세우고 있는데 (웃음) '공시생'이라는 최근 미디어에 많이 나오는 사람들과 새로운 개념인 '혼술'을 갖고 정말 '트렌드'를 '리드'하려는 게 보여서 '아 소재 참 잘 잡았구나' 싶었다.

영란영란해 나는 '혼밥'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은 게 '신의 한 수'였다고 본다. 사실 단어로만 보자면 '혼밥'이 '혼술'보다 더 많이 쓰이지 않나. 그런데 공시생과 혼밥을 섞으면 자칫 가련해보일 수도 있다. 여기에 '혼자 엄청 잘 먹고 다니는' 진정석(하석진 역)을 만들어 균형도 맞추었다. 그리고 오히려 공시생들이 혼자 안 먹고 다같이 잘 먹으러 다녀 좋았다.

 tvN 드라마 <혼술남녀> 스틸 사진

박하선이 노량진 공시 학원 국어 강사로 등장한다. ⓒ tvN


혼자라도괜찮아 공시생을 소재로 또 학원 강사를 주인공으로 잡으니 할 수 있는 이야기도 많아지고, 무겁지 않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게 성공요인이 아닐까. 또 학원 강사는 캐릭터로 만들기도 좋다. 현실 세계에서도 학원 강사들 개별적으로 캐릭터가 분명하게 있고 또 그들의 강의에 그 캐릭터가 사용되니까.

#막돼먹은_영애씨의_작가가_그리는_캐릭터

혼자라도괜찮아 오프닝에서 진정석(하석진 역) 강사를 통해 '혼술'의 개념을 소개하고 박하나(박하선 역)의 회식 자리랑 대비시킨다. 오프닝부터 굉장히 경제적이다. 급하게 진행되지 않으면서도 깔끔했다. 참 잘 기획된 드라마구나 싶었다.

하지만 서사적인 면에서 분명 뻔한 건 있다. 무엇보다 로맨스가 어느 방향으로 진행될지 보이고 캐릭터 또한 '안하무인 남주' '어리바리 여주'로 다소 전형적으로 설정됐다. 거기서 흔한 로맨스가 발생하고. 하지만 소재나 배경이 주는 신선함 때문에 이야기가 아주 뻔해지지는 않는다. 학원에서 정말 있을 법한 사건도 엮어 이야기를 그럴 듯 하게 보이게 한다.

노량진통학녀 캐릭터가 전형적이기는 하나 완벽한 사람도 없고 악인도 없다는 점이 좋았다. 굉장히 현실성 있지 않나. 황우슬혜(황진이 분) 같은 경우는 박하나를 챙겨주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이해관계를 확실하게 챙기는 캐릭터로 나오기도 하니까.

 tvN 드라마 <혼술남녀> 스틸 사진

<혼술남녀>에서 영어강사 '황진이' 역으로 나오는 배우 황우슬혜. <혼술남녀>는 그의 매력을 잘 살린 프로그램이다. ⓒ tvN


영란영란해 정말 황우슬혜 캐스팅은 신의 한 수였다. (웃음) 다른 배우가 했으면 이렇게 귀엽게 얄미웠을까 싶었다.

전원 맞다. 맞다. (일동 웃음) 정말 현실에 있는 사람 같았다.

혼자라도괜찮아 <막돼먹은 영애씨>를 집필한 명수현 작가가 <혼술남녀>를 썼다. <막돼먹은 영애씨> 속의 라미란만 봐도 사실 굉장히 진상이다. 회사 커피를 훔쳐가다가 걸린다든지 팔토시가 트레이드 마크라든지. 그런데 밉지가 않다. 그 '밉지 않은' 캐릭터라는 설정을 여기에도 옮긴 것 같다. 그 내공이 그대로 있다.

영란영란해 정말 '운좋게 박하선이 캐스팅 됐네' '운좋게 황우슬혜가 캐스팅 됐네' 수준이 아니라 기획 단계에서부터 이 배우에게 이 캐릭터를 맡겨야겠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박하선은 정말 코미디 신내림을 받은 것 같더라. 너무 잘하는 거다. <하이킥>에서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랐다.

혼자라도괜찮아 나는 시트콤의 캐릭터가 그대로 온 것 같아 아쉬웠다. 분명 연기는 잘하는데 박하선과 하석진 두 남녀가 가진 기존 캐릭터가 이 드라마에 그대로 온 것 같아 신선함은 떨어진다. 다 봤던 모습이기 때문에 확실히 소재가 주는 재미가 더 크다.

 tvN 드라마 <혼술남녀> 스틸 사진

<하이킥> 때랑 비슷한 '어리버리한 선생님' 역할을 맡은 박하선. 하지만 이번에는? ⓒ tvN


고독한미식가 나는 오히려 좀 달랐다. 나는 하석진을 주로 주말 김수현 드라마에서 봤고 (웃음) 박하선은 권상우랑 함께 나온 불륜을 다룬 드라마 <유혹>에서 봤기 때문에 둘 다 나이에 비해 노숙하고 지루한 캐릭터를 맡았다고 생각했다.

혼자라도괜찮아 개그 프로그램처럼 각 캐릭터마다 미는 대사가 있다는 설정이 흥미롭지 않나. 아까 <막돼먹은 영애씨>의 라미란을 이야기했는데 거기서도 마찬가지다. 라미란을 딱 떠올리면 "너너너너너" 이런 대사가 자연스럽게 들린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진정석이 하는 "퀄리티 떨어지게" 이런 대사들. 캐릭터가 과해지나 싶다가도 여기에 사연을 넣으니 결코 밉지가 않다.

#공시생_3인방

고독한미식가 샤이니의 키가 좋았다. 배우가 직업이 아님에도 굉장히 자연스러웠다. 첫 화에서 '미디어가 공시생을 소비하는 이미지'를 설명하는 장면에서도 소화를 잘하지 않았나.

 tvN 드라마 <혼술남녀> 스틸 사진

<혼술남녀> 속에서 공시생 3인방 중 1명으로 나오는 샤이니의 멤버 키. ⓒ tvN


혼자라도괜찮아 나는 그 장면이 참 좋았다. 각자 시험에 통과해 공명은 선생님에게 프로포즈를 하고 키는 할머니랑 춤추는 장면. 물론 보너스컷이겠지만 실제로 공시생들이 저럴 것 같더라. 그런 모습을 상상하면서 공부를 하지 않을까. '내가 시험에 통과하면 이렇게 해야지'라고.

영란영란해 나는 공시생 삼인방 중에 한 명만 열심히 하는 게 좋았다. (웃음) 3명 중에 2명이 열심히 해버리면 한 명이 놀아줄 사람이 없으니 못 놀지 않나. 그런데 양 팔을 잡고 끌고가는 모습이 귀엽더라.

고독한미식가 나는 앞으로 동영이(김동영 역) '지질남'의 계보를 이을 것 같다. (웃음) 너무 사랑스럽더라. 여드름 자국까지 매력적이었다.

혼자라도괜찮아 나는 아니었다. 이제 지질한 남자가 너무 지겹다. 미디어에서 너무 지질한 남자를 주인공으로 많이 소비해서. 지질한 남자들을 애틋하게 포장하는 게 싫다.

#혼밥_혼술

영란영란해 나는 하석진이 먹는 걸 좋아하지 않나? 싶었다. <테이스티로드>의 박수진을 보면서 먹는 걸 좀 배워왔어야 했는데. (웃음) 박수진이 <테이스티로드>에서 깔끔하게 잘 먹지 않나. 먹방 연기로 보면 하석진의 매력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맛있게 먹는다'는 느낌이 보이지 않아서.

혼자라도괜찮아 여기서는 오프닝에서부터 혼술을 정의한다. 왜 혼술을 하는지 얼마나 혼술이 괜찮은지. 나는 그런데 진정석이 하는 혼술이 그리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너무 정돈돼있고 실제로 그렇게 하기도 힘들 것 같고. 진정석의 입으로 혼술을 정의한다는 게 과연 혼술의 정의에 맞는 오프닝인가 싶었다.

 tvN 드라마 <혼술남녀> 스틸 사진

오프닝에서 '즐기면서 혼술을 한다'는 이미지를 뚜렷하게 보여준 진정석(하석진 역). ⓒ tvN


노량진통학녀 그러면서도 결국 SNS에 올려 소통한다는 면에서 정말 혼술을 즐긴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혼자라도괜찮아 맞다. 결국에는 인터랙션을 하는구나 싶었다. 나중에는 혼술보다 같이 먹을 사람을 찾게 된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영란영란해 '분위기 맛 음악 혈중 알콜농도 나는 혼술이 좋다'라고 말하는 이유가 정말 혼술이 좋아서 혼술을 한다기 보다 '진상이 없어서' '뭐를 제외하고 다음으로' '나머지를 좋아한다'고 이야기를 하니 혼술 자체의 즐거움을 느끼는 캐릭터 같지는 않은 거다. 이것 저것 다 빼고 나니 '혼술이 제일 편하더라'라는 결론은.

혼자라도괜찮아 그래서 마지막에 또 다른 사람들이 혼술을 즐기는 게 나오지 않나? 정돈되지 않은 혼술. 그런 점에서 오프닝이랑 대비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노량진통학녀 <식샤를 합시다>에서는 음식에 대한 자기만의 의견이 굉장히 많이 나온다. '나는 초장을 찍는 게 좋아' '나는 간장을 찍는 게 좋아' 이런 대사도 등장하고. 그런데 <혼술남녀>에서는 음식이나 술이 중심이라기 보다는 이를 둘러싼 상황 자체가 중심인 거다. 술에 집중을 하는 게 아니라.

혼술남녀 하석진 박하선 정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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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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