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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에게 "동네에 자주 드나드는 단골책방 없냐"고 물었더니 "누가 요즘 책방에 가느냐"고 면박을 줍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책방은 계속 생겨나니까요. 심지어 심야책방, 책맥(책+맥주), 낭송회 등등의 문화도 선도해 만들어갑니다. 여러분의 취향저격 책방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편집자말]
오늘은 잊고 지내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네 
내일이면 멀리 떠나간다고

어릴 적 함께 뛰놀던 골목길에서 만나자 하네 
내일이면 아주 멀리 간다고

덜컹거리는 전철을 타고 찾아가는 그 길
우린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지

- 동물원, <혜화동>

어릴 적, 자신이 살던 동네 혹은 골목길에 대한 추억은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우리에게 '골목길'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아련함, 친숙함을 느끼게 한다. 내게도 걷기만 하면 늘 아련함을 느끼게 하는 그런 골목이 존재한다. 바로 서울시 동작구 상도동에 위치한 '성대골'이 그렇다.

1999년 아직은 코흘리개였던 초등학교 2학년 때, 엄마 손 잡고 처음 이곳에 온 뒤로 성대골은 내가 10대 시절을 오롯이 보낸 고향과도 같은 곳이 되어버렸다. 어릴 적에는 친구들과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닌 골목길이었고, 코밑에 수염이 드문드문 나기 시작한 고등학생 때는 매일 오가던 등하굣길이었다. 그래서 여전히 아련했던 10대 시절이 그리울 때면 가끔씩 찾아 향수를 느끼곤 하는 길목이기도 하다. 그 골목길 한 켠에 유일한 동네책방 '대륙서점'이 있었다.

대륙서점 전경 1987년 지금의 자리에 둥지를 튼 대륙서점은, 30년 동안 줄곧 이 자리를 지켜왔다.
▲ 대륙서점 전경 1987년 지금의 자리에 둥지를 튼 대륙서점은, 30년 동안 줄곧 이 자리를 지켜왔다.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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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생일을 앞둔 대륙서점

대륙서점의 역사는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는 지금 있는 자리에서 바로 맞은 편에 자리잡고 있던 서점이었다. 그러나 1987년 당시 40대 초반이었던 양성훈 사장이 인수하면서 지금의 자리로 옮겨 새롭게 문을 열었다.

그리고 긴 시간 동안 대륙서점은 성대골 주민들과 함께 했다. 그러나 대형 서점이 도서시장을 장악하면서 동네책방들에 위기가 찾아왔다. 대륙서점이라고 그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고심 끝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습지 전문 서점으로 거듭났다. 딱 거기까지가 내가 대륙서점에 대해 갖고 있던 기억이었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성대골은 그 사이에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다. '나의 10대 시절 추억도 이젠 기억에 묻어야 하는구나'하는 서운한 마음으로 쓸쓸히 걷고 있을 무렵, 어느덧 내 발걸음은 대륙서점 앞에 멈춰있었다.

유리창 너머로 들여다 보이는 대륙서점은 내 기억 속에 자리잡고 있던 옛날의 그 모습이 아니었다. 밝은 조명 아래 많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진지하게 책을 읽고 있었다.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금의 책방지기가 인수하기 전, 30년 동안 대륙서점을 운영해왔던 양성훈·남덕임 부부의 모습
 지금의 책방지기가 인수하기 전, 30년 동안 대륙서점을 운영해왔던 양성훈·남덕임 부부의 모습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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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의 대륙서점으로 다시 탄생하기 전, 학습지 전문 서점이었던 시절의 대륙서점 내부 모습
 지금의 대륙서점으로 다시 탄생하기 전, 학습지 전문 서점이었던 시절의 대륙서점 내부 모습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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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거듭난 대륙서점을 찾다

"어서 오세요."

서점에 들어서자, 젊은 책방지기(이곳에서는 주인을 이렇게 불렀다) 박일우(41)씨가 반가운 얼굴로 맞아주었다. 곧이어 그의 아내 오승희(33)씨도 들어왔다. 책방을 한 번 스윽 둘러보기 무섭게 책방지기 부부에게 "그동안 어떤 일이 었었던 거냐"고 물었다. 오씨가 웃으면서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학습지 전문 서점으로 거듭난 뒤에도 대륙서점의 운영 상태는 좋지 못했다고 한다. '마을에 책방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30년 가까이 대륙서점을 지켜왔던 양성훈·남덕임 부부도 더 이상 서점 운영을 이어나가기 힘든 상황에 내몰렸다. 5년 이상 수익이 나오지 않아, 임대료조차 납부하기 힘든 상황이었던 것. 결국 고심 끝에 노부부는 2015년,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때마침 신혼부부였던 박일우·오승희 부부가 그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 당시 두 사람은 성대골에 신혼살림을 차린 상태였다. 성대골에 처음 자리를 잡아 '이제 뭐 먹고 살아야 하나' 고민하던 부부에게 우연히 접한 대륙서점 폐점 소식은 운명과도 같았다.

오씨는 "책방을 인수하기로 마음먹기까지 딱 하루 걸렸다"고 고백했다. 지금도 편집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그녀는 "음식점을 차릴까도 고민해 봤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게 차라리 더 자신 있었다"고.

부부는 다음 날 바로 서점을 찾았다. 지금은 전 주인이 된 양성훈 사장 역시 하루 고민하고 바로 다음 날 "책방을 인수하라"며 젊은 부부에게 대륙서점을 넘겼다. 모든 과정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대륙서점을 인수한 뒤에 새롭게 리모델링하는 모습
 대륙서점을 인수한 뒤에 새롭게 리모델링하는 모습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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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비는 책으로 받겠습니다"

그런데 막상 책방을 인수하고 나니, 막막한 부분이 한둘이 아니었다. 당장 리모델링 문제부터 해결해야 했다. 마침 오씨가 활동하던 '청춘플랫폼'을 만든 디자인 기업 블랭크(Blank) 측이 대륙서점 리모델링에 두 팔 걷고 나섰다.

블랭크는 도심의 사각지대에 위치한 빈 공간들을 재활용하여, 주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주로 만들어 온 사회적 기업이었다. 블랭크 측은 한 발 더 나아가 "설계비를 책으로 받겠다"고 했다.

"우리 부부의 어려운 사정을 들은 블랭크 측이 책으로 설계비를 받기로 했다. 그래서 매월 5권씩 3년 동안 블랭크 팀에 책을 제공하기로 했다. 그래서 지금도 그 친구들이 읽고 싶은 책들을 알려오면, 우리가 직접 주문해서 가져다주고 있다."

블랭크 측이 이토록 파격적인 양보를 한 것은 '우리 마을에도 좋은 모델을 만들어보자'는 데 부부와 뜻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테리어 과정에서 가장 많이 고민했던 부분 역시 '어떤 공간으로 활용할 것인가'였다. 내부 장식보다는 어떤 책을 팔고, 어떤 공간으로 운영해나갈 것인지 논의를 거듭했고, 그 결과 주민들이 '사랑방'처럼 이용할 수 있는 지금의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대륙서점 내부 모습 동네책방이라고 하지만 매우 좁다. 이 좁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책방지기 부부의 고민이었다.
▲ 대륙서점 내부 모습 동네책방이라고 하지만 매우 좁다. 이 좁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책방지기 부부의 고민이었다.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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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아지트

책을 좋아한 오씨와 커피를 좋아하는 박씨는 각자가 좋아하는 걸 함께 해보자고 마음 먹었다. 책방 한 켠에서 커피와 맥주 등 음료를 파는 '북카페'의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그러나 단순한 북카페가 아니었다. 부부는 "책하고 사람들을 좀 더 쉽게 연결해줄 수 있는 아지트와 같은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했다.

 대륙서점 한 켠에는 이렇게 음료를 제조해서 파는 공간이 있다. 대륙서점을 찾는 주민들은 직접 주문한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기도 하고, 밤에는 맥주 한 잔과 더불어 책맥을 즐기기도 한다.
 대륙서점 한 켠에는 이렇게 음료를 제조해서 파는 공간이 있다. 대륙서점을 찾는 주민들은 직접 주문한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기도 하고, 밤에는 맥주 한 잔과 더불어 책맥을 즐기기도 한다.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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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015년 11월 8일, 절기상으로는 이제 막 겨울에 들어서는 입동(立冬)에 대륙서점 시즌 2가 문을 열었다. 많은 책을 구비할 여유가 없어, 처음에는 200만 원 어치의 책으로 시작했다. 앞으로 계속 쌓아가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새롭게 문을 연 지 이제 1주년이 가까워져 오는 지금, 부부는 "예전에 비해서 책이 훨씬 많아졌다"며 웃는다.

찬찬히 서가를 둘러보니 책을 소개하는 코너의 이름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보통 '인문, 사회, 과학, 예술' 등으로 분류하는 대형 서점과는 달리 '현재 우리는 어떤 사회에 있나요?', '가슴 뜨겁게 취하고 싶은 날, 술친구가 되어주는 책', '새벽에 홀로 깨어 있고 싶을 때'와 같이 문구 형식으로 이루어진 코너명이 참으로 신선했다. 부부가 직접 고민해서 붙인 문구라고 했다.

 대륙서점 코너의 문구는 책방지기 부부가 손수 지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대륙서점 코너의 문구는 책방지기 부부가 손수 지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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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서점에 비하면 입고되는 책의 규모도 턱 없이 부족할 터. 특별히 책을 고르는 기준이 따로 있는지 궁금했다.

"처음에는 우리 부부가 좋아했던 책이나, 작가 혹은 편집자로 일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추천 받은 책 위주로 입고했다. 그렇게 200권의 책을 갖다놨는데, 정작 주민들은 베스트셀러를 찾았다. 주민들의 수요에 맞춰서 지금은 우리가 추천하는 책과 주민들이 원하는 책을 함께 갖다놓고 있다."

대륙서점은 주민들로부터 '예약 주문'을 받기도 한다. 동네 주민들이 원하는 책을 주문하면, 책방에 자연스럽게 입고한다. 그러다가 책방지기 부부가 읽어보고, 괜찮은 책이라고 판단하면 추가 입고해서 다른 주민들에게 소개하기도 한단다. 그래서 부부는 "우리만의 책방이 아니라, 주민들과 함께 하는 책방이다"라고 대륙서점의 성격을 규정지었다.

성대골 주민들의 공유서가 대륙서점에는 '공유서가'란 게 있다. 책방 단골 손님들이 자신이 감명 깊게 읽은 책을 한 달 동안 대륙서점에 대여해주면, 서점에서 코너를 만들어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해주는 코너다.
▲ 성대골 주민들의 공유서가 대륙서점에는 '공유서가'란 게 있다. 책방 단골 손님들이 자신이 감명 깊게 읽은 책을 한 달 동안 대륙서점에 대여해주면, 서점에서 코너를 만들어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해주는 코너다.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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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잡지를 출판하기도

대륙서점에서는 '독립출판물' 코너 역시 별도로 마련해놓고 있다. 독립출판물이란 저자가 기획, 편집, 출판 그리고 서점 입고까지 모든 과정을 도맡아 하는 출판물을 의미한다. 베스트셀러가 장악해버린 도서시장에서, 독립출판물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한 차원인 셈이다.

올 여름에는 대륙서점에서 직접 출판한 책이 나오기도 했다. <상도동 그 가게>가 바로 그것. 대륙서점이 위치한 성대골(상도동) 일대의 아주 오래된 가게부터, 새로 생긴 호텔까지 상도동에 있는 가게들을 소개하는 잡지다.

상도동 주민 기자단부터 마을활동가, 건축하는 청년, 일러스트레이터 겸 작가인 청년 그리고 대륙서점 책방지기 부부가 참여해 만들었다. 이 책은 오로지 대륙서점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대륙서점에서는 <상도동 그 가게>에 이어, 올 하반기에 <상도동 그 소설>이라는 주제의 다음 시리즈를 준비 중이다.

 대륙서점 명의로 처음 출간된 <상도동 그 가게>
 대륙서점 명의로 처음 출간된 <상도동 그 가게>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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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다

학습지 전문서점으로 오랫동안 기억되어온 대륙서점이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난 것에 대해 동네 주민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많은 주민들이 동네에 이런 데가 생겨서 좋다고들 한다. 물론 여전히 관심 없는 이들도 많다. 워낙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이다보니, 이런 책방이나 행사에 관심 없는 주민들도 많다. 그런 이들조차도 가볍게 발걸음 할 수 있도록 다양한 행사와 모임을 주선해오고 있다."

실제로 대륙서점은 책을 파는 서점이지만 서점의 역할을 넘어 동네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매월 첫째 주에는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우리 동네 독립영화관'을, 둘째 주에는 독립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씨네륙' 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해오고 있다.

다큐 공동체인 '푸른 영상'과 연대하여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감독을 서점으로 초청해 '감독과의 대화'를 갖기도 한다. 이번 달말에는 동작구 지역라디오 '동작FM'과 연대하여 '한국 현대사 30장면, 그 오욕과 감격의 역사'라는 주제의 한국현대사 특강을 개최할 예정이다. 영화 상영을 넘어 인문학 강좌까지 외연을 넓힌 셈이다.

 대륙서점에서 진행한 '우리 동네 독립영화관' 상영 모습. 대륙서점에서는 정기적으로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상영하고, 감독을 초청해 '감독과의 대화' 시간을 갖는다.
 대륙서점에서 진행한 '우리 동네 독립영화관' 상영 모습. 대륙서점에서는 정기적으로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상영하고, 감독을 초청해 '감독과의 대화' 시간을 갖는다.
ⓒ 대륙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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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는 대륙서점 주차장에서 '플리마켓'이 열리기도 했다. 오씨는 "결국 이런 행사를 개최하는 것도 동네 주민들에게 대륙서점으로 들어오는 문턱을 낮춰주기 위함이다"라며 "평소엔 들어오기 꺼려지던 서점이지만, 플리마켓을 통해 자연스럽게 서점으로 들어오고, 또 그렇게 책과 조금이라도 가까워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륙서점은 사회 참여 활동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세월호 참사 900일을 맞아, 플리마켓 수익금 10만 원으로 '세월호 기억 팔찌' 캠페인에 후원하기도 했다. 이렇듯 사회 참여 활동에 앞장서는 것은 책방지기 부부의 소신이 뚜렷한 탓이다.

"살아가면서 더 이상 사회적인 문제를 외면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같이 살기 위해서는 다른 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도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러 세월호 코너를 만드는 등, 책방을 찾는 주민들에게 간접적으로나마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

 대륙서점에서 개최하는 플리마켓 당시 모습. 평소 책과 거리가 멀었던 동네 주민들에게 대륙서점의 문턱을 낮춰주기 위한 행사였다. 대륙서점 측은 수익금 10만원을 '세월호 기억팔찌 캠페인'에 후원했다.
 대륙서점에서 개최하는 플리마켓 당시 모습. 평소 책과 거리가 멀었던 동네 주민들에게 대륙서점의 문턱을 낮춰주기 위한 행사였다. 대륙서점 측은 수익금 10만원을 '세월호 기억팔찌 캠페인'에 후원했다.
ⓒ 대륙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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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책 한 권 찾아주는 곳이 동네책방

최근 들어 동네책방이 때 아닌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가수 요조, 개그맨 노홍철 등 유명인사들까지 앞다투어 책방을 열면서, 동네책방을 찾는 젊은 세대들의 발걸음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이러한 책방 열풍을 두고 '반짝 인기'에 그칠 것이라며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아무래도 서점의 규모나 위치에 있어서 대형 서점이 월등한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하나둘 문을 닫아가는 동네책방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뚜렷한 대안이 없다. 그렇다면 대형 서점에 비해 동네책방이 갖는 매력 포인트는 뭐가 있을까?

"대형 서점에 가면 대부분 베스트셀러가 매대를 장악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정작 유명하지는 않지만 가치 있는 책들은 빛을 보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 책방은 다함께 읽고 고민해보고 싶은 책들 위주로 소개하고 있다. 그저 지나가다가 우연히 들러 발견한 그 책이, 어쩌면 평생 만나보지도 못했을 책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런 '평생 책' 한 권 찾아주는 것이 동네책방의 매력이다."

 서가를 직접 소개하는 책방지기 오승희씨의 모습. 그녀는 특히 황경신 작가의 책을 좋아한다고 했다. 별도로 황경신 작가의 코너가 서점 한 켠에 마련되어 있을 정도였다.
 서가를 직접 소개하는 책방지기 오승희씨의 모습. 그녀는 특히 황경신 작가의 책을 좋아한다고 했다. 별도로 황경신 작가의 코너가 서점 한 켠에 마련되어 있을 정도였다.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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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고 싶다

학습지 전문 서점에서 지역공동체의 사랑방이자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거듭난 대륙서점. 그러나 여전히 '각종 초.중.고 학습지 접수처'라고 쓰인 간판을 그대로 달고 있다. 부부는 "지난 30년의 역사를 계승하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부부가 책방을 인수하면서, 대륙서점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출발했지만, 지난 30년 동안 동네 주민들과 어울려왔던 추억을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어렸을 때 여기서 문제집 사서 공부하던 친구들이, 어엿한 성인이 되어 다시 찾아오고 있다. 그중에 책을 낸 친구도 있고, 우리와 문화공연을 함께 하는 친구도 있다. 그런 친구들에겐 결국 이 서점이 추억인 셈이다."

 대륙서점에는 흔치 않은 '턴 테이블'과 'LP판'이 있다. 책방지기 부부가 신혼살림으로 장만해온 것이라고 한다. 점점 잊혀져가는 옛 가치를 되살리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대륙서점에는 흔치 않은 '턴 테이블'과 'LP판'이 있다. 책방지기 부부가 신혼살림으로 장만해온 것이라고 한다. 점점 잊혀져가는 옛 가치를 되살리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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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인터뷰 내내 유독 '같이'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단어야말로 대륙서점 운영철학을 잘 담아내고 있는 표현이었다.

"동네 사람 누구나 와서 같이 얘기하고, 늦게까지 술도 마시고, 다같이 어울려 책도 보고 영화도 보면서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털어놓는 그런 공간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책방을 운영하는 것도 친구를 사귀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그저 책방 주인과 손님으로 만나는 관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삶의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그런 친구 관계로까지 발전하기를 바란다."

 대륙서점을 찾은 주민들. 꼭 책을 읽지 않아도 좋다. 웃음소리 끊이지 않는 지역주민들의 사랑방으로 자리잡는 것 역시 대륙서점의 목표 중 하나다. 근처에 거주한다는 박혜성씨는 "이런 공간이 우리 동네에 생겨서 너무 좋다. 책방을 가려면 항상 홍대 등 번화가로 나가야했는데, 진정한 동네책방이 생긴 셈"이라며 대륙서점의 새로운 출발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대륙서점을 찾은 주민들. 꼭 책을 읽지 않아도 좋다. 웃음소리 끊이지 않는 지역주민들의 사랑방으로 자리잡는 것 역시 대륙서점의 목표 중 하나다. 근처에 거주한다는 박혜성씨는 "이런 공간이 우리 동네에 생겨서 너무 좋다. 책방을 가려면 항상 홍대 등 번화가로 나가야했는데, 진정한 동네책방이 생긴 셈"이라며 대륙서점의 새로운 출발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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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잊혀져가는 것들에 대하여

취재를 마치고 나와, 대륙서점의 전경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뷰파인더에 눈을 가져다 대는 그 순간. 대륙서점이 입주한 건물 옆으로 새로 올라가고 있는 건물이 눈에 띄었다. 무섭게 올라가고 있는 건물 옆에서 낡은 대륙서점은 위태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문득 '이러다 대륙서점마저...'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책방지기 부부 역시 "사실 건물이 재개발될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설사 재개발이 되더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이 자리를 지키며 주민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했다.

 대륙서점의 책방지기 박일우·오승희 부부의 모습.
 대륙서점의 책방지기 박일우·오승희 부부의 모습.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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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잊혀져가는 것들에 대하여, 우리는 그동안 너무나 관대했는지도 모른다. 나만의 추억이 깃든 공간을 찾아 헤매던 기억이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지 않던가. 다시 찾은 그 공간이 더 이상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지 않았을 때, 온전히 내 기억 속에만 묻어두고 돌아와야 했던 발걸음은 또 얼마나 쓸쓸했던가. 그래서일까. 성대골 주민들의 추억을 지켜주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대륙서점의 노력이 눈물겹게 반갑고 고맙기까지 하다.

이제는 없어서는 안될 성대골의 명물(名物)이 된 대륙서점. 지난 30년 동안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그 자리에서 한결 같은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줄 수 있기를 바라본다.

덧붙이는 글 | 상호명: 대륙서점
주소: 서울특별시 동작구 성대로 40 1층 대륙서점
영업시간: 매일 AM 11 : 00 ~ PM 10 : 00
TEL : 02-821-8878
블로그: http://blog.naver.com/daeruk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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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선열을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고자 하는 역사학도 / 以茶靜心 以武健身

오마이뉴스 에디터. '에디터만 아는 TMI'를 연재합니다. 그림책을 좋아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 2019년 성교육 전문가와 함께 하는 대화집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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