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 가장 크게 개최되는 아동, 청소년 대상 영화제가 서울의 가을 하늘을 꽉 채웁니다. 오는 30일부터 12월 10일까지 개최되는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SIYFF)에 개막부터 폐막까지, 그리고 상영된 영화 리뷰나 감독/배우의 인터뷰까지 오롯이 담아냅니다. 첫 순서로 지난 대회를 바탕으로 한 '관람 포인트'를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지난 2016년 9월 개막한 제18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의 개막식.

지난 2016년 9월 진행된 제18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의 개막식 모습이다. ⓒ 박장식


아시아권에서 가장 큰 청소년 영화제가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아래 SIYFF)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이런 것도 있었어? 진짜?' 같은 반응이 대다수인 것이 사실이다. 얼마 전 끝난 부산국제영화제, 부천판타스틱영화제만큼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지만 19년 동안 건실하게 순항하면서 이제는 '수능 끝난 고3'이 된 영화제가 SIYFF이다.

청소년들이 직접 만들어 경쟁하는 경쟁 +13 부문, 어린이들이 직접 만든 영화를 선보여 경쟁하는 경쟁 +9 부문, 성인들이 청소년의 입장에서 만든 영화를 선보이는 경쟁 +19 부문 등 단편에서는 경쟁 부문도 있다. 하지만 누구나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를 상영하는 '드림시어터', 청소년과 관계 깊은 기성 영화를 상영하면서 GV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 역시 주어진다.

지난해 9월 29일부터 10월 4일까지 양재동 더케이호텔,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롯데시네마 신사 브로드웨이에서 제 18회 SIYFF가 열렸다. 이번에는 여의도 KBS 아트홀에서 11월 30일부터 12월 10일까지 19회 영화제가 열린다. SIYFF도 무작정 가기보다는, 알고 가서 즐기고 오는 것이 훨씬 재미있다. SIYFF 관람 포인트, 그리고 SIYFF에서 영화 고르는 팁을 여럿 소개한다. 운영상 문제점도 시정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야기하려 한다.

개막식부터 폐막식까지, '청소년'으로 꽉 차있어요

 제18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에서 진행되었던 <서울 서칭>의 GV.

지난해 제18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에서 진행됐던 <서울 서칭>의 GV. ⓒ 박장식


오래 전 개봉한 영화에서부터 최근 개봉한 영화까지, 기억을 되살려보면 청소년이 주인공이거나 청소년이 출연하는 영화 자체가 많지 않다. '그랬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당장 우리의 뇌리를 스칠 만한 영화 속 '청소년 캐릭터'도 <부산행>의 고교 야구부, <뜨거운 청춘> 정도이니 더욱 그렇다.

SIYFF는 당연하게도 영화의 개막식부터 폐막식에 이르기까지,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모든 영화가 청소년과 관련있는 영화이다. 경쟁작이나 드림시어터, 섹션 단편 등 단편 작품들에서는 청소년들이 기획과 제작, 배역까지 모두 맡은 영화도 있을 뿐더러, 장편영화 중에서는 SIYFF를 통해 단 한 번 공개되어, 영화 개봉을 손꼽아 기다릴 만한 작품들도 많다.

2016년 18회 영화제 작품 중 차인표와 유태오 주연, 벤슨 리 감독의 <서울 서칭>은 재외교포, 입양아들이 1980년대 모국 방문을 한다는 이야기를 다뤘는데, 영화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개봉되지 않고 있다. '동성애자와 이성애자를 맞바꾼다면 어떨까?' 하는 물음의 답을 해 줄만한 킴 로코 쉴즈 감독의 <사랑만 있으면 되나요?>도 SIYFF를 통해 단 한 번 공개되었다.

이렇듯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를 통해 관객들과 단 한 번 만날 수 있는 영화도 많다. 올해도 백승우 감독의 <국정교과서 516일: 끝나지 않은 역사 전쟁>, 김재우 감독의 <입시충>, 고봉수 감독의 <튼튼이의 모험> 등 42개국의 237편이나 되는 다양한 영화들이 SIYFF를 통해 첫 공개되거나, 단 한 번 공개되고 스크린에서 영영 못 만날지도 모른다.

더욱이 이번에는 최근 다시 문화를 개방한 이란의 성장영화를 만나는 이란 성장영화 특별전이 개최된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한 번도 선보여진 적 없는 해외 영화들 역시 다양한 비경쟁 섹션에서 만나 볼 수 있다. 그러니 리뷰도, 정보도 없는 '전무후무한' 영화를 한 번쯤 SIYFF에 가서 관람하는 것은 어떨까. 나중에 개봉하면 '미리 아는 척' 한 번 할 만 하지 않을까.

삼색의 매력 느낄 수 있는 경쟁 단편영화 모아보세요

 단편영화의 GV도 열린다. 감독과 배우를 만날 수 있는 전무후무한 기회이다.

지난해 SIYFF에서 열린 단편영화 GV. 감독과 배우를 만날 수 있는 전무후무한 기회다. ⓒ 박장식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의 백미는 다름아닌 단편영화의 경쟁 부문이다. SIYFF에서 장편영화는 비경쟁, 단편영화는 경쟁과 비경쟁 부문을 혼용하고 있는데, 이들 단편영화는 +13과 +19의 비경쟁 부문인 '드림시어터'로 가장 먼저 갈라진다. 또 프렌즈, 매니아 등 각 섹션에도 장편영화와 단편영화가 함께 오른다.

이번 SIYFF에는 9+ 12편, 13+ 38편, 19+ 89편 등 모두 139편의 영화가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작품성 좋고 기성 영화보다 기발한 단편영화들이 무대를 채운다. 한 번 상영에 10여 편의 영화를 상영하는데, 객석에 불이 켜지면 이어지는 GV도 볼거리이다. 감독들과 배우들이 직접 관객의 질문에 답하고, 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들었는지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비경쟁 부문인 '드림시어터'도 볼 맛이 있다. 드림시어터는 13+와 19+ 출품작 중 감독의 첫 작품이거나, 신선한 표현력과 접근방법으로 완성 된 작품들을 선발하여 상영한다. 국내 13+ 부문에서 20편, 국내 19+ 부문에서 20편, 해외 19+ 부문에서 31편을 선정해 초청하였는데, 톡톡 튀는 맛이 담긴 재미있는 영화를 접하게 될 확률이 높다.

갑작스러운 연기, 짜여지지 않은 웹사이트 개선해야

하지만 영화제에 대한 관리가 부실하여 갑작스러운 개막 연기, 상영 작품 정보를 알기 어려웠던 것이 안타까운 면이다. 당초 10월과 11월 사이 개막할 예정이었던 SIYFF는 급작스럽게 개막이 연기되어 정보를 얻지 못한 시민들이 SNS를 통해 당황스러움을 표하기도 했다. 실제로 서울국제청소년연극제를 찾아 영화를 관람하는 시네필이 많은 것을 생각하면 작지 않은 문제다.

실질적인 대회 운영이야 19년의 노하우가 쌓인 만큼 잘 하겠지만, 온라인에서의 관리가 잘 되었으면 한다. 대부분의 관객이 온라인에서 정보를 찾기 때문이다. 실제로 홈페이지 곳곳에서 전년도 SIYFF를 넘어 전전년도 17회 SIYFF의 기록이 갱신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다. 일부 사이트에서는 전년도 대회 홍보가 상태 메시지에서 지워지지 않았을 정도이다. 빠른 시정이 필요한 지점이다.

'청소년과 멀고도 가까운' 여의도에서 만나요

 전년도 경쟁 부문에서 진행된 GV.

지난해 SIYFF 경쟁 부문에서 진행된 GV 모습이다. ⓒ 박장식


이번 SIYFF는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다. 여의도는 청소년들이 IFC몰이나 한강공원, 여의도공원 등을 찾기 위해 자주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고, 견학을 위해 자주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은 항상 '주변인'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금융, 최근에 와서 겨우 참정이 논의되는 입법부 정치, 방송, 언론 등 여의도가 대표하는 모든 곳에서 그래왔다.

방송에서는 '아역'으로 한 스펙트럼 이상의 연기, 출연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치에서는 '기특한 학생/세뇌된 학생'으로 불리며 프레임 안에 갇힌다. 언론이나 금융에서는 (현실적인 문제로) 참여조차 하기 어려웠던 청소년들이었기에 여의도에서 처음으로 청소년들이 주인공이 되는 영화제가 열리는 것은 꽤나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영화제 기간 동안의 여의도가 기대된다. 얼마나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게 될 지, 그리고 12월 10일까지 여러 면에서의 '1번지'라 불리는 여의도 일대에서 열리는 영화제의 모습이 어떠할 지 말이다. 올해로 '수험생'이 된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가 이번에도 잘 열릴 수 있기를 바란다.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SIYFF 청소년 영화제 서울특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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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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