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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존 대응(제재, 핵무장, 군비증강)의 문제

현재 북한의 핵 능력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대체로 핵능력은 세 부분으로 나눈다. 핵물질, 핵탄두, 운반수단이다. 북한은 핵물질 부분에서 농축우라늄 생산을 늘리고 있다. 영변의 5MW 원자로의 사용후 연료에서 채취한 플루토늄의 양은 제한되어 있을지 모르나, 원심분리기를 통한 농축 우라늄의 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핵탄두 부분에서도 5차 핵실험에서 '표준화'라는 표현을 쓰듯이, 소형화 경량화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운반수단과 관련해서는 중장거리 미사일의 성능개선과 더불어 이동식 미사일인 KN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개량하고,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성공했다.

북한의 핵능력은 강화되는데,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응은 어떤가?

가장 중요한 것은 협상과 북핵 능력 간의 상관관계다. 1990년대 시작된 북핵 역사에서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북한의 핵 능력은 동결되거나 후퇴했다. 1994년 제네바 합의이후 영변 원자로의 동결이나 2007년 2.13 합의이후 핵시설의 불능화 조치 등이 대표적이다. 협상이 교착되거나 중단되면 당연히 북한의 핵능력은 강화된다. 북한 핵실험의 경우 2006년 1차 핵실험은 미국의 금융제재에 따른 6자회담의 교착 상황에서 발생했다. 그리고 2차(2009)부터 최근의 5차(2016) 핵실험은 모두 6자회담의 파행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외교를 통한 해결'을 부정하고,'힘에 의한 해결'을 추구했다. 크게 보면, 제재, 핵무장론, 그리고 미사일방어망이다.

첫째, 제재는 효과적이지 않았다. 한미일 3국처럼 북한과 경제관계가 없으면, 제재할 것도 없다. 대북 제재의 효과는 전적으로 중국에 달려 있다. 북한의 대외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90%가 넘었다. 중국의 북한에 대한 전략적 딜레마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을 원하지 않는다. 한미 양국은 중국의 협력을 기대하면서도 중국이 협력하기 어려운 강경일변도의 대북정책을 추진한다. 특히 한국의 사드 도입으로 중국이 참여하는 대북 제재의 공조체계가 무너졌다.

5차 핵실험 이후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새로운 제재결의안을 준비 중이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통상적으로 제재는 봉쇄와 다르다. 군사적 목적의 경제거래를 엄격히 단속하지만, 일반적인 경제관계 자체를 중단시킬 수 없다. 중국 동북지역의 지방정부는 북한의 노동력 활용이나, 나진항을 비롯한 물류망 확보에 상당한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다.

둘째, 핵무장론이나 전술핵 배치와 같은 주장은 무의미하며 실현가능성이 전혀 없다. 사거리 500km 이하의 전술핵은 미사일의 사거리와 정확도가 높아지면서 쓸모가 없어졌다. 태평양에 산재해 있는 미국의 순항함에서 사용하는 순항미사일의 사거리가 이미 2500km에 이르는 상황에서 '쓸모없는 전술핵'을 한반도에 배치한다는 발상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핵무장론은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한미동맹을 깨야하는데, 그것이 가능하겠는가?

핵무장론이나 전술핵 배치 주장은 '자해'에 해당한다. 2015년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할 때에도 한국은 농축과 재처리 권한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일본처럼 사용 후 원료를 재처리할 수 있으면 폐기물의 양을 줄일 수 있다. 핵 폐기장 건설이 중요한 갈등현안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폐기물의 축소는 매우 중요한 과제다. 과거 미일 원자력 협정을 맺을 때, 일본은 핵무장을 하지 않겠다는 신뢰를 미국에 주면서 재처리 권한을 얻어냈다. 그러나 한국처럼 집권당의 주요 정치인들이 핵무장을 주장하는 상황이라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권한'을 확보하기 어렵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의혹과 불신의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다.

셋째, 사드 도입을 비롯한 '미사일 방어망' 구상은 북한 핵무기의 존재를 인정한 대응방식이다. 이미 유럽에서도 미사일 방어망은 지역의 긴장과 대립을 촉발시켰다. 동북아시아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드배치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한국이 미사일 방어망에 들어간다는 것이고, 막대한 군비증강의 새로운 시작을 뜻하고, 동시에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공조 체계의 파행을 의미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강력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6자회담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겠는가? 동북아시아 질서의 지각변동에서 과연 우리의 국익을 유지할 수 있을까? 북방의 문을 닫고 우리 경제가 과연 버틸 수 있을까?

북한의 핵능력이 강화되었는데, 과연 과거의 방식인 협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던져볼 수 있다. 강화된 핵능력만큼 협상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협상을 배제한 다른 선택의 한계 또한 분명하다. 지금까지 '힘에 의한 해결'과 핵개발은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악순환의 상승작용을 해왔다. 당장 해결하기 어려워도 악순환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우리의 목표는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기존의 대응방식이 효과가 없다면, 대안을 찾아야 할 때다.

2. 6자회담이란 무엇인가?

6자회담이 중단된 지 이미 9년을 넘어서고 있다. 북핵문제를 위해 협상을 해야 한다면, 그것은 6자회담의 재개를 의미한다.

우선 6자회담이 걸어 온 길을 간략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6자회담은 역설적이지만 부시행정부가 북한과의 양자협상을 거부했기 때문에 만들어졌다.

부시행정부는 북한과의 양자협상 그 자체를 외교적 선물로 생각했다. 북한 정권을 '악'이라고 규정했고, 직접 대화를 거부했다. 그래서 양자대화가 아닌 다자 대화를 선호했다.

2003년 4월 중국이 베이징에서 3자 회담을 개최했지만, 3일간의 회담 일정은 지속되지 못했다. 중국은 북한에게 미국과의 양자대화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래서 북한이 베이징에 나왔다. 그러나 미국은 양자대화에 응하지 않았다. 북한은 직접대화를 거부하는 미국의 태도를 확인한 순간, 평양으로 돌아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3자회담의 성사 과정에서 중국이 발휘한 '외교적 기술'은 부시행정부의 경직적인 태도로 성공하지 못했다.

2003년 8월 드디어 제1차 6자회담이 열렸지만,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중국을 비롯한 모든 참여 국가들은 북미 양자대화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은 양자대화에 소극적이었다. 성과 없이 1차 6자회담이 끝나고, 중국측 수석대표였던 왕이 부부장은 6자회담의 장애가 무엇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미국의 대북정책'이라고 답했다.

본격적인 협상은 4차 6자회담부터였다.

4차 6자회담의 성사과정에서 한국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3차례의 6자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자 북한은 2005년 2월 핵보유 선언을 했다. 이후 2005년 9월 19일 공동성명을 채택할 때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가?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이 돋보인다. 6.17 정동영-김정일 면담을 통해 북한의 7월중 6자회담 참여 의사를 확인했고,'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는 의지를 국제사회에 확인시켜주었다. 미국 내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콘돌리자 라이스가 국무장관으로 임명되고 크리스토퍼 힐이 동아태 차관보로 부임하면서 6자회담의 대표가 되었다. 미국 내에서 협상팀이 구축된 것이다. 한국은 6.17 면담의 결과를 갖고 미국을 방문했고, 4차 6자회담의 가능성에 대한 한미 양국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두 차례에 걸친 4차 6자회담은 과거 진행되었던 6자회담과 달리, 실질적인 협상이었다. 미국은 비로소 북한과 진정한 양자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했고, 그런 노력을 통해서 9.19 공동성명이 채택될 수 있었다.

그러나 9.19 공동성명 채택에도 불구하고, 워싱턴 내부에서는 이 합의에 대한 강경파들의 비판이 제기되었다.

결국 BDA(방코 델타 아시아은행)를 북한의 위조지폐 제조와 관련된 불법행위 관련 혐의로 제재를 취했고, 이 문제가 이후 6자회담 표류의 원인이 되었다. 북한은 불량국가의 모자를 쓰고 6자회담에 나갈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BDA 문제 해결을 6자회담 참여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웠다.

미국 내에서는 다시금 강경파가 협상파의 입지를 좁혔다. 2006년 4월 도쿄에서 6자회담 수석대표들의 만남의 기회가 어렵게 만들어졌지만, 힐 대표는 김계관 북한 대표를 외면해 버렸다. 이후 북한은 2006년 10월 핵실험을 했다. 도쿄에서 미국의 양자대화 거부는 결국 북한의 핵실험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의 방기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2006년 핵실험 이후 다시 협상의 환경이 조성되었다. 우선적으로 미국내부의 변화가 중요하다.

2006년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하면서, 럼스펠트 국방장관이 사임했고, 네오 콘의 상징인 존 볼튼 유엔대사의 의회 정식 인준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결국 자동적으로 사임했다. 밥 죠셉을 비롯하여 행정부 곳곳에서 협상파를 가로 막았던 네오콘(neocon)들도 행정부를 떠났다. 라이스 장관과 힐 대표로 이어지는 협상파가 전면에 나서면서 북미 직접 대화가 활성화되었다.

2007년 들어 그동안 6자회담을 가로막아 왔던 BDA 문제가 미국의 적극적 개입으로 풀렸고, 결국 2.13 합의로 이어졌다. 북핵 해결의 초기 조치인 영변 핵시설의 가동 중단이 이루어졌고, 불능화 단계가 진행되었다. 2008년 6월의 냉각탑 폭파는 2단계 불능화 조치의 상징적 마무리를 의미한다.

3. 6자회담의 기본 구도

6자회담의 기본 정신은 9.19 공동성명에 집약적으로 담겨져 있다. 이후의 과정은 이 공동성명의 합의에 따라 단계별로 실행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9.19 공동성명의 기본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본 구조의 특징은 세 가지이다.

첫째는 포괄적 접근이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5개국은 북한의 핵 포기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상응조치를 취한다. 구체적으로 미국과 일본은 북한과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고, 에너지 경제지원을 하며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북한의 핵 포기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며, 그것은 동북아에서 전후 질서의 청산과 평화체제를 지향하는 것이다.

둘째는 병행적 해결이다. 그동안 북한의 핵문제 해법과 관련해서는'선핵 폐기론'과'병행 해결론'이 대립해 왔다. 부시 행정부 초기 이른바 대담한 접근(Bold Approach)이나 이명박 정부의'비핵개방 3000'구상은 동일한 논리구조로 되어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과감한 경제지원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9.19 공동성명은'공약 대 공약, 행동 대 행동'이라는 원칙으로 이루어져 있다. 선핵폐기론은 9.19 공동선언의 정신과 무관하다.

셋째는 단계적 접근이다. 쉬운 문제부터 우선적으로 해결하고, 민감하고 어려운 문제들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점차적으로 해결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처음부터 어려운 문제를 우선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주장을 입구전략이라면 부를 수 있다면, 이러한 단계적 접근은 출구전략이라고 부를 수 있다. 협상국면에서의 탄력을 활용하여 다음 국면의 현안을 해결하는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

4. 변화된 상황과 6자회담의 현실적 목표

6자회담이 과연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여전히 유효할까?

일부에서는 6자 회담 무용론을 제기한다. 6자 회담이 중단된 지 벌써 9년째고, 그동안 북한의 핵능력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북한을 포함해서 참여국들의 회담 참여의지도 별로 없다.

그러나 '6자'라는 다자적 접근을 대체할 마땅한 형식이 없고, 2005년 9.19 공동선언은 여전히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기본합의로 유효하다. 협상을 해야 한다면 새로운 합의를 추진하는 것보다 '기존합의'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다만 6자회담이 열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장기간의 '협상공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이 협상에 참여할 의지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북한의 주장도 국제사회가 원하는 수준과 거리가 멀다. 그러나 협상은 주고받는 것이다. 또한 협상이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목적이 있지만, 동시에 서로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현재 많은 전문가들이 주장하고 있지만, 협상의 현실적 목표는'핵 동결'이다.

미국의 북핵문제 전문가인 해커 박사가 이미 제안했지만, 핵실험 등을 더 이상 하지 않고(NO More), 소형화·경량화 기술 등을 더 이상 발전시키기 않고(No Better), 수출하지 못하도록(No Export) 하는'3-No'를 현실적 목표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런 현실적 목표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북한과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 먼저다.

6자회담이 시작되면 우선적으로 초기이행조치를 합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대에 대한 불신이 깊기 때문에 초기이행조치는 핵실험 중단이나 핵물질 생산중단과 같은 구체적인 조치를 포함해야 한다. 한국을 비롯한 다른 참여국들도 개성공단 재개나 제재완화, 관계 정상화를 위한 정치회담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달라진 상황을 반영해서 9.19 공동선언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9.19 공동선언에는 결정적으로 운반수단 문제, 즉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하는 장거리 로켓이나 위성발사에 대한 조항이 없다. 이미 6자회담과정에서'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보편적 권한'(북한주장)과 특수한 제한(미국주장)을 둘러싸고 갈등을 겪은 적이 있다. 쉽게 타협하기 어려운 주제다. 마찬가지로 '우주공간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권한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입장차이가 적지 않기에, 적극적인 중재를 통해 타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6자회담의 시작을 위해서도 그리고 구체적인 합의를 위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다. 평화협정은 포괄적인 평화체제의 구성요소다.

비핵화가 이루어져야 평화협정을 논의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지만, 그것은 9.19 공동선언의 합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선후'가 아니라'병행'이 기존합의다. 북한 핵문제는 근본적으로 한반도 냉전체제의 산물이다. 냉전극복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 핵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9.19 공동성명에는 두 가지의 평화체제에 관련된 합의가 포함되어 있다. 하나는 한반도 평화체제로'관련 당사국들 간의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시작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동북아의 다자간 안보협력을 활성화하는 내용이다. 9.19 공동성명 채택당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는 남북한과 미국, 중국의 4자회담이라고 인식을 같이 한 바 있다.

4자회담은 이미 1996년 한미 양국이 제안하여 1997년부터 1999년까지 6차례의 본 회담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논의에서는 평화협정을 다루는 '제도분과'와 실질적인 군사적 신뢰구축을 다루는 '군사적 긴장완화 분과'를 구성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한반도 국제환경속에서 실질적인 논의는 진행되지 못했다.

4자회담은 한반도 평화협정이라는 제도에 집중하고, 실질적인 군사적 신뢰구축은 남북 양자대화에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자회담과 남북 군사대화가 병행 추진되어야, 4자회담도 실질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것이다. 알고 보면 남북관계 악화와 북핵문제 악화는 동전의 양면이기도 하다. 북한이 핵무기를 통한'억지'의 필요성 자체를 제거하는 것이 북핵문제의 해결이고, 이 과정에서 남북관계의 화해와 교류, 그리고 실질적인 평화정착이 매우 중요하다.

동북아 협력안보의 범위와 내용은 결국 한반도 평화체제의 수준에 달려 있다.

동북아는 유럽과 달리, 여전히 과거사 문제, 대립적 외교관계, 그리고 군비경쟁의 구도를 지속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가 동북아의 협력안보가 정착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실질적으로 전후 동북아에서 한반도는 냉전적 대립의 근원이었으며, 탈냉전 이후에도 군사적 경쟁의 근거가 되었다. 한반도 평화체제는 동북아에서 군비경쟁의 명분을 약화시킬 것이며, 나아가 이를 기회로 지역 내 평화정착의 기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재앙적 위기와 협상의 지혜

우리는 현재 '협상의 부재'가 가져온 재앙을 겪고 있다. 물론 협상의 전망도 밝지 않다.

미국 대선이후 새로운 행정부가 6자회담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 알 수 없고, 박근혜 정부는 6자회담 자체를 부정하고, 아베 정부 역시 6자회담의 유효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협상'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대체로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전문가들은 북핵능력에 대한 우려, 기존정책의 실패, 새로운 대안의 모색을 주문하고 있다. 새로운 대안은 더 적극적인 협상과 더 공격적인 압박으로 구분된다. 군사적 대응을 포함하는 이른바 플랜 B는 언제나 외교적 해결노력을 의미하는 플랜 A가 실패했을 때의 선택이다. 중요한 것은 국제사회가 상당기간 플랜 A 자체를 시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협상을 시작한다고 해서 문제가 쉽게 풀릴 것으로 보지 않는다. 협상은 쉽지도 않고 오래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불신으로 중단되고, 교착되고, 상황 악화를 겪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관계의 변화다.

적대적 관계에서 협력적 관계로 전환하는 것이 구체적인 북핵 해법에 영향을 준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관계처럼, 양국의 포괄적 관계가 변화하면 핵전력은 현실적 의미를 갖기 어렵다. 관계 변화는 장거리 경주다.

가야 할 길이 멀다. 인내심을 갖고 북핵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철학이 중요하다. 방법은 그 다음이다.

덧붙이는 글 | 김연철 인제대학교 통일학부 교수가 국제사회가 직면한 북핵문제의 해결방안을 진단하고, 나아가 6자회담의 재개 필요성을 검토한 글입니다.



태그:#북핵, #6자회담, #북한문제, #핵문제, #동북아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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