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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항공산업 활성화 방안]
1. 인천공항 서비스평가 1위에 가려진 그늘
2. 인천공항 여객 증대와 인프라 적기 투자
3. 인천공항 화물 증대와 공항배후단지
4. 항공산업 이끌 산학융합지구
5. 중국 경제특구 톈진의 항공산업 산학연
6. 인천공항 안전과 직결된 항공정비단지
7. 국내 항공정비 산업의 현 주소와 과제
8. 인천공항 안정 운영과 고용안정


인천공항, 아시아 후발주자 공항에 경쟁력 밀려

민간항공 산업은 크게 완제기 제조, 부품(동체ㆍ날개ㆍ엔진 등) 제조, 항공 운수(여객ㆍ화물), 항공기 정비(MRO), 공항산업(면세점, 배후단지 산업)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한국은 세계 공항서비스 평가에서 11년 연속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을 갖추고 있고, 인천공항의 국제 여객 처리능력은 8위에 이른다. 하지만 국내 항공 산업은 여전히 항공운수 산업에 집중돼있다.

그런데 이마저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천공항의 허브 경쟁력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공항보다 뒤처져 있다. 여객인구 규모면에서 밀릴 뿐만 아니라, 항공안전을 담보하는 항공정비 분야에서도 밀리는 형국이다.

인천공항의 국제 여객은 세계 8위이지만, 국내외 여객을 통틀어서는 23위다. 인천공항 개항 전 김포공항은 2000년에 세계 14위였으며, 그것을 이전받은 인천공항은 지난 10여 년간 세계 30위권 밖을 떠돌다가 이제야 겨우 23위로 올라섰다.

그러는 사이 2000년 당시 김포공항보다 후순위에 있던 홍콩 첵랍콕공항과 싱가포르 창이
공항,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공항이 모두 인천공항을 앞서서 각각 10위(6300만 명), 16위(5400만 명), 20위(4893만 명)로 성장했다.

지난 2000년 김포공항의 여객인구가 3672만 명으로 세계 14위를 기록할 때, 홍콩 첵랍콕공항은 3275만명으로 22위,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2861만 명으로 28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공항은 30위권 밖에 있었다.

여객인구에서 인천공항보다 상위에 랭크된 아시아 공항들이 여객처리만 앞선 게 아니다. 여객처리를 뒷받침하는 항공정비단지가 공항 주변에 들어섰고, 정비단지에는 항공정비ㆍ엔진정비ㆍ부품제조업체와 부품인증기관ㆍ교육훈련기관 등이 입주해있다.

창이공항과 쿠알라룸푸르공항 배후에는 엔진 제조업체와 완제기 제조업체, 항공정비업체에 해당하는 프랫앤휘트니(Pratt&Whitney)ㆍ롤스로이스(Rolls-Royce)ㆍ지이(GE)에비에이션ㆍ보잉ㆍ루프트한자테크닉ㆍ유로캅터ㆍ에스티(ST)에어로스페이스ㆍ에스아이에이(SIA)엔지니어링ㆍSAFRANㆍ에스아르(SR)테크닉 등, 국제 항공 산업 업체가 각각 100여 개와 200여 개 입주해있다.

정비 결항 증가가 수하물 대란보다 더 위험

이처럼 인천공항과 경쟁하고 있는 세계 30위권 내 공항들은 허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공항인프라 확충과 함께 항공정비 산업을 동시에 육성하고 있다.

중국 또한 베이징ㆍ상하이ㆍ광저우ㆍ홍콩ㆍ톈진 등, 주요 공항의 여객처리 규모를 늘리는 동시에, 항공기 제조업체부터 엔진 제조업체와 부품업체, 정비업체에 이르는 국제 기업을 합작으로 공항 배후단지에 유치해 항공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반면, 인천공항은 이 부분에서 가장 낙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올해 초 발생한 수하물 대란보다 더 인천공항의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는 '항공기 정비 불량으로 인한 결항률 상승'이다. 항공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천공항은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만이 자체 격납고에서 중정비 이상의 정비를 하고 있을 뿐,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외국 항공사는 기초적인 운항정비에 머무르고 있다. 외국 항공사가 정비가 급할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요청하는데, 이마저도 격납고가 비었을 때만 가능하다.

이에 외국 항공사에 기초 정비를 제공하던 샤프에비에이션이 제이에스(JS)에비에이션을 설립한 후 지난해 7월 국토교통부로부터 격납고 신설ㆍ운영 승인을 받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세 번째로 중정비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지만, 이는 저가 항공사가 주요 정비 대상이다.

그리고 격납고 역시 중ㆍ단거리에 취항하는 B737급(보잉)이나 A320(에어버스)급 소형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중ㆍ장거리 노선에 취항하는 대형기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국내외 항공사들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대형 점보기를 도입하고 있다. 인천공항이 동북아시아 허브공항이 되려면 항공정비단지를 조성하고, 여기에 해외 정비업체와 엔진제조업체, 부품업체 등을 유치해 현재 국적 항공사에만 머물고 있는 중정비 이상의 정비서비스를 외국 항공사까지 확대해야만 하는 것이다.

정비 결항 증가하는데, 정비단지 지정은 더디기만

인천공항의 국제선 출발편의 정비로 인한 결항이 도착편 정비 결항을 앞섰다. 인천공항 출발편 정비 결항 횟수가 외국 공항 출발편 정비 결항 횟수보다 많다는 것으로, 인천공항이 제때 정비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 인천공항 정비 결항률 인천공항의 국제선 출발편의 정비로 인한 결항이 도착편 정비 결항을 앞섰다. 인천공항 출발편 정비 결항 횟수가 외국 공항 출발편 정비 결항 횟수보다 많다는 것으로, 인천공항이 제때 정비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 자료제공 새누리당 이학재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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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인근에 항공정비단지 조성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인천공항의 국제선 출발편 기준 전체 결항 중 정비로 인한 결항률이 올해 상반기 20%를 넘었다. 11년 연속 세계 공항서비스 평가 1위를 달성한 인천공항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셈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학재(새누리, 서구갑) 의원이 지난 7월 28일 발표한 '최근 5년간 인천공항 지연 및 결항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국제선 결항편은 68대이고 이중 정비로 인한 결항이 16대로 23.5%를 기록했다.(표 참고)

인천공항에 취항하는 운항편은 현재 하루 1000편이 넘을 정도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전체 운항편수는 늘었어도 결항편수는 감소 추세에 있다. 하지만 정비로 인한 결항률은 매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한다.

즉, 이는 인천공항의 규모가 커진 데 비해 항공정비서비스 인프라 투자는 늦춰지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2010년 출발편 기준 정비로 인한 결항률은 3.9%지만, 도착편 정비 결항률은 8.3%다. 2012년에도 출발편 정비 결항률 5.9%, 도착편 정비 결항률 8.7%로 인천공항에서 정비서비스가 안정적으로 공급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2013년부터 인천공항 출발편 결항률이 도착편 결항률보다 높아졌다.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출발편 정비 결항률 23.5%, 도착편 정비 결항률 18.2%로 5.3%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인천공항의 국제선 출발편의 정비로 인한 결항이 도착편 정비 결항을 앞섰다는 게 핵심이다. 이는 인천공항 출발편 정비 결항 횟수가 외국 공항 출발편 정비 결항 횟수보다 많다는 것으로, 인천공항이 제때 정비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그러나 인천공항은 국적 항공사(=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만 엔진정비와 부품정비 이상의 중정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 엔진정비의 경우 대한항공만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을 뿐, 나머지 국적 항공사는 전적으로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

인천공항은 2016년 5월 기준 항공사 약 90개가 54개국 193개 도시에 취항하는 허브공항이다. 드나드는 비행기가 하루에 약 1000편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제2여객터미널 개장이 1년여 앞으로 다가왔다. 2018년 개장이 목표지만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2017년 말에 개장할 가능성이 높다. 여객규모와 여객편이 늘어나기 마련이라, 항공안전 확보를 위해 항공정비단지를 조성하는 게 시급하다.

중국 항공시장 성장에 조응할 정비단지 조성해야

중국의 항공시장과 항공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 내 민용 공항은 2016년 7월 기준 212개이고, 이중 국제공항은 48개에 달하며, 중국 정부는 국제공항 37개를 추가로 건설 중이다. 중국의 민용 공항은 2020년까지 260개, 2025년까지 320여개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통용항공(通用航空, 중국에서 100인승 이하 소형기를 지칭)이 이용하는 통용 공항은 이보다 더 많다. 통용 공항은 2016년 7월 기준 약 300개에 달하고, 576개를 더 건설 중이다. 2020년엔 870여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항공기 또한 급증하고 있다. 중국민항대학에 따르면, 2016년 8월 기준 중국 내 100인승 이상 대형기는 2470여대에 달하고, 100인승 미만인 통용 항공기는 2300여대에 달하는데, 매해 약 35%씩 증가하고 있다.

중국민항대학은 중국 내 항공 산업에 필요한 조종ㆍ승무ㆍ정비ㆍ관제ㆍ통신ㆍ전기ㆍ전자ㆍ재료ㆍ보안ㆍ토목ㆍ항공법ㆍ경영 등, 항공 분야 인력을 육성하는 곳인데, 이곳에서 배출하는 인력이 못 따라 갈 정도로 중국의 항공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최정철 인하대 교수는 "중국 내에서 조종사와 승무원이 부족할 정도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항공정비 분야도 마찬가지로 중국 내에서 다 소화하기 어려울 전망이다"라며 "항공정비 산업을 국내에 국한해 전망할 게 아니라 중국 요인을 염두에 두고 이에 조응해 인천공항의 항공정비 산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또, "항공 산업은 속도전이다. 우리 임금이 중국보다 높아 정비단가가 비싸더라도 정비기간을 단축하고 기술력을 높이면 경쟁력 확보는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세계 공항 서비스평가 1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항공안전을 확보해야한다. 인천공항은 이미 항공정비단지 부지를 확보하고 있다. 제4활주로 왼쪽에 있는 부지 114만㎡가 정비단지로 지정돼있고, 인천공항공사는 4단계 마스터플랜에 조성계획을 반영하고자 하나, 국토교통부에 막혀있다. 그 사이 인천공항의 안전과 서비스 경쟁력은 뒤처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국제공항, #인천국제공항공사, #국토교통부, #항공정비(MRO) 산업, #인천공항 정비 결항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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