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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천시가 송도지구 지식정보산업단지 내 연구개발부지 공장 등록을 제조업까지 완화한 게 결국 '특혜 논란'으로 확산됐다.

시는 지난 21일 행정규제개혁위원회를 열어 '지식정보산업단지 R&D(연구개발)부지 입주기업 공장 등록 제한 완화'안을 심의ㆍ의결했다. 인천경제청의 행정절차가 남아 있지만, 주민들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현재 송도 지식정보산업단지 내 R&D부지는 지구단위계획상 연구소 등의 교육연구시설만 입주할 수 있게 돼있는데, 인천경제청이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하면 향후 제조업 생산시설도 입주할 수 있게 된다.

공장 등록 제한 완화 요구는 지난해 11월 (주)나우시스템즈가 경매로 구입한 R&D부지 1개 필지(4600㎡) 가운데 약 30%에 해당하는 면적에 대해 "제조용 공장 건립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한 데서 비롯했다. 아시아나 IDT 등, 기업 3개 비슷한 요청을 했다.

나우시스템즈는 연구시설과 제조시설을 분리해 운영 중이다. 이로 인해 생산효율성이 떨어지고 비용이 증가한다며, 'R&D부지 내 제조용 공장 건립' 허용을 요청한 것이다.

경제자유구역의 각 부지는 토지이용계획에 따라 사용 용도가 정해져있고, 이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을 받아 정해진다.

즉, 나우시스템즈가 해당 부지를 매입할 때 제조업 입주가 불가능한 용지였는데, 나우시스템즈는 토지 용도를 모른 채 부지를 매입했다고 주장했다.

나우시스템즈의 요청을 받은 인천경제청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송도지구에 제조업 공장을 설립할 수 있는 지식기반제조용지가 R&D용지보다 무려 6필지나 더 많이 남아 있는 데다, 타 단지에 입주한 기업과의 형평성에 어긋났기 때문이다.

송도지구 바이오단지나 첨단산업클러스터단지 등에 입주한 기업들도 이미 용적률 상향, 제조업 용도 추가, 업종 제한 완화 등과 같은 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데, 지식정보산업단지에 제조업 용도를 추가할 경우 '특혜 논란'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 행정규제개혁위원회는 "규제를 완화해야한다"며 지식정보산업단지에 제조업 공장 설립이 가능하게 '권고' 결정을 내렸다.

지역 부동산업계는 송도 지식정보산업단지의 규제가 완화될 경우, 기업들이 보유한 토지 가격은 두세 배가량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천경제청은 "(권고 결정이 났어도) 세부사항은 경제청 권한이다. 경제청은 이번 결정을 계기로 향후 지식정보산업단지 내 연구개발과 제조업의 수요를 면밀히 검토하고, (용도변경에 따른) 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신중히 처리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한 뒤 "제조업 용도가 추가된다고 해도 송도에는 공해 업종이 절대 들어올 수 없다"고 밝혔다.

"일관성 상실한 특혜행정, 재심의해야"

인천경제청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특혜 논란은 오히려 확산됐고, 송도국제도시 주민들은 주거지역 인근에 연구개발시설 대신 제조업 공장시설이 들어서는 것에 반발하고 있다.

규제 완화를 요청한 나우시스템즈가 지식정보산업단지 내 제조업 부지를 매입해 용도에 맞게 활용해야한다는 게 주민들의 의견이다.

한 입주자는 "업체는 토지 용도변경으로 지가 상승의 특혜를 받고, 인천경제청은 송도지구의 지구단위계획을 다시 수립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일관되고 공정해야할 행정이 규제개혁이라는 미명아래 특정 업체를 밀어주는 특혜행정으로 변질됐다"며 "공장시설이 아니라 연구개발시설을 믿고 있던 주민들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가 1999년에 수립한 지구단위계획을 보면, 송도 지식정보산업단지 내 연구개발부지에는 기업연구소ㆍ산학연구소 등, 연구개발과 교육과 관련한 시설만 입주할 수 있다.

그런데 시 행정규제개혁위원회가 제조업 생산시설도 들어설 수 있게 용도변경을 의결함으로써, 해당 업체가 연구소 건물 연면적(8665.7㎡)의 30%를 공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행정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상실한 '특혜행정'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나우시스템즈는 지난해 연구개발용지 4600.8㎡를 경매로 감정평가액보다 20% 이상 싸게 구입했는데, 용도변경으로 지가 상승 특혜를 얻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나우시스템즈는 토지 용도를 모르고 매입했다며 제조시설이 입주할 수 있게 해달고 억지를 부렸다. 인천경제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 행정규제개혁위원회가 특정 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써 업체는 두세 배에 이르는 토지가격 상승 특혜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토지를 매입할 때 용도를 몰랐다고 주장하는 업체의 요청으로, 시와 인천경제청이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추진하는 게 사실상 특혜라는 비판이다. 타 업체가 제조업 용도 추가를 요구했을 때 반대했던 인천경제청이 입장을 바꾼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광호 사무처장은 "행정의 일관성과 신뢰성, 공정성 등이 크게 훼손됐다. 그동안 다른 업체들이 비슷한 요청을 했을 때 인천경제청은 개발계획을 토대로 반대했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향후 비슷한 민원이 제기될 경우 행정규제개혁위원회는 또 통과시켜줄 수밖에 없게 됐다"며 "특혜 의혹을 불식시키고 행정의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해 재심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시, #인천경제청, #송도지식정보산업단지, #인천경제자유구역, #행정규제개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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